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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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 만든 후 사냥터로 투입시켰다.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짐승 취급을 받는 노예의 삶에 황소욱의 정신은 붕괴하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높은 정신력 스텟 강제력 때문에 미치지도 못했다.

    황소욱은 강현수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을 후회했다.

    그래서 강현수를 만날 때마다 제발 죽여 달라고 애걸복걸했지만.

    강현수는 황소욱의 부탁을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단조롭게 반복되는 일상.

    그중에서도 강현수를 가장 괴롭히는 건.

    바로 독초 먹기였다.

    강현수는 매일매일 꾸준히 그것도 여러 번에 나눠 황금 군주 사에마알이 보내 준 독초를 씹으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그 덕분에 1에 불과하던 독성 스텟이 빠르게 올라갔지만.

    그럴수록 강현수가 먹어야 하는 독초의 독성만 상승하는 결과를 가지고 왔다.

    ‘엄청 쓰네.’

    오늘도 독초를 씹으며 평범한(?) 일상을 즐기고 있던 강현수에게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황태자 로디우스 2세의 폐위 소식이었다.

    오공작파를 포함해 황제파 귀족들까지 크게 반대를 했지만.

    ‘뚝심이 있단 말이지.’

    황제 로디우스 1세는 과감하게 로디우스 2세를 황태자 자리에서 내쳤다.

    단 황족의 신분은 유지시켰다.

    그리고.

    곧바로 황족이 된 세실리아를 황태녀로 임명했다.

    로크토 제국의 차기 황제 자리가 하루아침에 뒤바뀐 것이다.

    사생아라서 안 된다.

    여자라서 안 된다.

    아들이 있는데 손녀에게 황위를 물려주는 건 말도 안 된다.

    그 외에도 수많은 반발이 솟구쳤지만.

    이미 결심을 굳힌 황제 로디우스 1세의 결정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

    ‘로크토 제국을 이렇게 손쉽게 장악할 수 있을 줄이야.’

    강현수 입장에서는 호재도 이런 호재가 없었다.

    그런데.

    좋은 일에는 마가 낀다는 말처럼.

    일주일 후 강현수에게 안 좋은 소식 하나가 들이닥쳤다.

    -주군, 황제 로디우스 1세가 사망했습니다.

    황태녀가 된 세실리아의 보고에 강현수는 화들짝 놀랐다.

    -로디우스 1세가 벌써 죽었다고?

    -예.

    세실리아를 후계자로 지명하고 죽었으니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직 세실리아의 입지는 그리 탄탄하지 못해.’

    중립파 귀족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세 파벌 중 세력이 가장 약하지.’

    가장 큰 세력은 황제파와 오공작파.

    아군이어야 할 황제파 중에서도 반대하는 이들이 많았고.

    로디우스 1세와 대립 중인 오공작파는 아예 대놓고 반대를 했다.

    ‘벌써 죽으면 곤란한데.’

    로디우스 1세는 아직 죽을 때가 아니었다.

    황제파 귀족들을 세실리아의 수족으로 만들고 오공작파의 기세를 꺾은 후 죽어야 했다.

    거기다.

    ‘뭔가 이상한데, 이건 너무 빨라.’

    회귀 전과 달리 로디우스 1세의 건강이 빠른 속도로 악화되기는 했지만.

    온갖 몸에 좋은 보약과 아이템을 달고 살았기에 갑자기 급사할 정도로 건강이 안 좋지는 않았다.

    ‘아무리 변수가 생겨 로디우스 1세의 수명이 회귀 전보다 줄었다고 해도.’

    이 정도로 크게 단축되는 건 뭔가 이상했다.

    -혹시 암살인가?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내가 로크토 제국으로 가겠다.

    강현수가 사냥을 중지하고 곧바로 로크토 제국으로 향했다.

    그 와중에.

    일이 또 터졌다.

    로크토 제국의 황제 로디우스 1세가 암살당했다는 증거물이 발견된 것이다.

    범인도 잡혔다.

    증거물은 신경독이었고.

    범인은 황태녀인 세실리아의 시중을 드는 시녀였다.

    그리고 범인은 세실리아 황태녀의 지시로 황제인 로디우스 1세에게 신경독이 든 음식을 진상했다고 자백을 했다.

    오공작파는 황태녀 세실리아를 패륜아라고 맹비난하며.

    황태자였던 로디우스 2세를 차기 황제로 옹립하겠다는 뜻을 천명함과 함께.

    군사를 일으켰다.

    ‘이런 미친.’

    로크토 제국으로 향하는 와중에 상황 보고를 들은 강현수는.

    ‘로디우스 2세 이 미친놈이.’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했다.

    그 인간 망종이.

    ‘황위에 눈이 멀어 아버지를 죽였다.’

    그것도 아버지의 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오공작파와 손을 잡고 말이다.

    * * *

    “로디우스 2세는?”

    로크토 제국에 도착한 강현수가 다급하게 세실리아에게 물었다.

    “이미 황궁을 빠져나가 오공작파의 군대에 합류했습니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아군 전력은?”

    “검성 로하스 공작이 근위 기사들을 소집했지만 불응하는 이들이 절반 이상입니다. 중앙군 역시 1군단과 2군단만 응답했을 뿐 나머지는 아무런 대답이 없습니다.”

    세실리아가 황족 명부에 이름을 올리고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았다.

    황태녀로 임명된 것도 바로 일주일 전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황제인 로디우스 1세가 죽었으니 황제파 세력과 병력이 온전히 차기 황제인 세실리아를 따라야 했다.

    하지만.

    ‘세실리아를 황제로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거겠지.’

    폐위된 황태자 로디우스 2세와 오공작파가 무리하게 일을 진행한 이유가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로디우스 2세가 황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아예 제로가 되기 때문이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세실리아가 로디우스 1세를 암살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지금 중요한 건 상식이 아니라.

    ‘힘이지.’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오공작파가 승리한다면?

    세실리아는 할아버지인 황제 로디우스 1세를 협박 후 살해하여 황위를 강제로 찬탈하려 한 악녀로 기록될 것이고.

    세실리아가 승리한다면?

    로디우스 2세는 친딸에게 황위를 빼앗긴 것에 앙심을 품고 친부를 살해한 패륜아로 기록될 것이다.

    “전황이 불리하군. 오공작파의 병력은 얼마나 되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무리 낮게 잡아도 50만에 육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군은?”

    “1군단과 2군단을 모두 합쳐 10만 명에 불과합니다.”

    로크토 제국에는 총 21개의 정규 군단이 있고 총병력은 1백만이 넘는다.

    한데 그중 고작 두 개 군단만이 세실리아의 명에 따라 병력을 움직였고.

    나머지 19개 군단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중립파 귀족들의 병력은 얼마나 되지?”

    “모조리 긁어모아도 10만 남짓입니다. 한데 그중에서 얼마나 응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아군은 아무리 빡빡 긁어모아도 20만이 채 안 되고.

    거기서 더 줄어들 확률이 높다.

    반면 반란군은 최하가 50만이고.

    병력이 더 늘어날 확률이 높다.

    “대단하네.”

    로디우스 2세와 오공작파의 노림수가 제대로 먹혀들었다.

    정규 군단의 군단장은 모두 황제파 귀족들이다.

    당연히 원래대로라면 차기 황제인 세실리아의 명령에 따라야 했다.

    하지만.

    ‘황제파 귀족만큼 정통성 따지기 좋아하는 놈들도 없지.’

    노예의 피가 흐르는 사생아.

    아들도 아니고 딸도 아니고 손녀.

    차라리 폐위된 황태자 로디우스 2세가 차기 황제가 되는 게 모양새도 살고.

    ‘자기들 잇속 챙기기도 좋겠지.’

    속전속결로 움직여야 했다.

    시간을 길게 끌면?

    얌전히 중립을 지키며 눈치만 보고 있던 19개 군단 중 일부가 오공작파에 붙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열세인 병력 차이가 더 극심하게 벌어진다.

    ‘내전만큼은 피하려고 했는데.’

    회귀 전의 로크토 제국은 세실리아가 벌인 내전으로 인해 멸망했다.

    그렇기에 회귀 후 로크토 제국의 내전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세실리아를 휘하에 넣고 로디우스 1세가 마음을 바꿔서 쉽게 갈 줄 알았는데.’

    일이 꼬여 버렸다.

    ‘최단 시간 안에 내전을 끝낸다.’

    그리고 이 기회에.

    ‘오공작파를 쓸어버린다.’

    그럼 세실리아가 절대 황권을 쥘 수 있다.

    ‘차라리 잘됐어.’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될 장애물은 미리 처리해 버리는 게 나았다.

    “네가 해야 할 일은 알고 있겠지?”

    “예.”

    세실리아는 로디우스 1세가 인정한 정통 후계자.

    로디우스 1세를 암살할 이유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통성과 명분은 이쪽이 가지고 있어.’

    로디우스 2세와 오공작파는 힘으로 찍어 누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힘은 이쪽이 더 우위에 있다고.’

    강현수가 몸을 움직였다.

    도플갱어 소환수들을 이용해.

    반란군의 진영에 잠입한 후 로디우스 2세나 오공작을 제거할 생각이었다.

    그때.

    꽈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강대한 마력이 요동치고.

    챙! 파강!

    쇠붙이가 부딪치는 소음이 터져 나왔다.

    “반란군을 막아라! 목숨을 걸고 세실리아 황태녀 전하를 지켜라!”

    “패륜아 세실리아의 목을 베고 황좌를 정당한 후계자에게 돌려드리자!”

    검성 로하스 공작의 외침과 정체를 알 수 없는 플레이어의 음성이 마력을 타고 황궁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하!”

    강현수는 기가 찼다.

    ‘너희들도 내전은 싫다 이거지?’

    수십만의 대군이 서로 내전을 벌이면?

    설사 반란군이 승리하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다.

    최소한의 피해로 로크토 제국의 황좌를 손에 넣는 방법은.

    머리를 도려내는 것.

    세실리아만 죽으면?

    내전은 벌어지지 않는다.

    ‘근위 기사도 고작 절반 정도만 세실리아를 따르고 있고.’

    세실리아의 지시를 따르는 제1군단과 제2군단은 수도로 향하는 요충지를 수비하는 부대였다.

    황실 내부의 수비는 근위 기사와 근위병이 맡고 수도의 수비는 수도 군단이 맡고 있는데.

    ‘수도 군단은 세실리아의 명령에 응하지 않았어.’

    간을 보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반란군 입장에서는?

    검성 로하스 공작과 그를 따르는 근위 기사와 근위병만 쓸어버리면?

    손쉽게 세실리아의 목을 베고 황궁을 장악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아주 좋은 선택을 해 줬네.’

    강현수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잘하면.

    ‘하루 만에 반란을 진압할 수도 있겠어.’

    강현수가 밖으로 나갔다.

    “와아아아!”

    근위 기사와 근위병 들이 내성을 수호하며 반란군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한눈에 봐도 근위 기사들과 근위병들이 밀리는 형국이었다.

    꽈아앙! 꽈아앙!

    검성 로하스 공작 역시 두 명의 플레이어에게 둘러싸여 정신없이 밀리고 있었다.

    타악!

    허공으로 몸을 날린 강현수의 전신이.

    콰콰콰콰콰!

    핏빛 오러로 물들었다.

    휘익!

    강현수가 검을 휘두르는 순간.

    꽈아아앙!

    커다란 폭음이 터져 나오며 수백에 달하는 반란군이 목숨을 잃었다.

    “네임드 플레이어다!”

    “잡아!”

    반란군 지휘관들의 외침과 함께 한 무리의 플레이어들이 강현수를 향해 벌 떼처럼 달려들었다.

    ‘일단 숫자부터 맞춰야겠네. 사단 소환.’

    강현수가 인간형 소환수들만 소환했다.

    사아아악!

    그리고.

    ‘쓸어버려.’

    명령을 내렸다.

    연대장의 직책을 가지고 있는 도플갱어 킹 탈리만, 권황, 무존, 무란의 수호성, 도왕이 최선두에 섰고.

    대대장, 중대장, 소대장, 분대장으로 이루어진 인간형 소환수들이 그 뒤를 따랐다.

    콰콰콰콰콰!

    파지지직! 화르르륵!

    각양각색의 오러와 공격 스킬이 피어올랐고.

    순식간에.

    “아아악!”

    “괴물이다!”

    “살려 줘!”

    일방적인 대학살극이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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