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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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옥

    “이건 누명입니다! 전 결백합니다!”

    “저도 정말 억울해요! 이건 모함이라고요!”

    황소욱과 신소희가 억울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증거와 증인이 다 있는데 발뺌을 해 봐야 아무 소용 없습니다.”

    그러나 조사관은 무표정하게 조사를 이어 나갔다.

    두 사람이 아무리 무죄를 주장해도.

    강현수가 만든 증거와 도플갱어 킹 탈리만이 만든 증인이 워낙 많았기에 황소욱과 신소희의 무죄 주장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조사가 계속 이어질수록.

    황소욱과 신소희 역시 자신들이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덫에 걸렸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모두 제가 저지른 짓입니다. 신소희는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갑자기 황소욱이 모든 죄를 인정하고 신소희의 무죄를 주장했다.

    더 놀라운 건.

    “음, 그렇다면 신소희 씨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재조사가 필요하겠군요.”

    조사관이 그걸 인정해 줬다는 점이다.

    ‘역시 이상해.’

    강현수는 도플갱어 소환수를 조사관과 함께 투입시켜 황소욱과 신소희를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었다.

    ‘조사관은 검왕 장석원의 심복이야.’

    검왕 장석원은 강현수의 휘하 지휘관이다.

    쉽게 말해 이건 결과가 정해져 있는 재판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상황에서 조사관이 갑자기 신소희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를 결정했다.

    ‘직접 확인해 봐야겠어.’

    강현수가 검왕 장석원을 호출해 함께 조사실로 들어갔다.

    “길드 마스터, 이곳에는 어쩐 일로?”

    조사관이 의아한 표정으로 검왕 장석원에게 물었다.

    “넌 그만 나가 봐.”

    “예? 하지만 조사를…….”

    “나가라고.”

    “아, 알겠습니다.”

    검왕 장석원의 말에 조사관이 밖으로 나갔다.

    “길드 마스터, 정말 죄송합니다! 사실 그 모든 건 다 제가 저지른 일입니다! 신소희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저에게 이용당한 죄밖에 없습니다!”

    “그건 새로운 조사관에게 말해라. 다시 철저하게 조사하도록.”

    검왕 장석원이 강현수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고.

    “예, 길드 마스터.”

    강현수가 마치 새로운 조사관인 척 대답했다.

    “그럼.”

    검왕 장석원이 퇴장했다.

    강현수가 조사관인 척 서류에 적힌 범죄 사실을 읊으며 장석원과 신소희를 주시했다.

    ‘장석원은 결코 남의 죄를 대신 뒤집어써 줄 인간이 아니야.’

    오히려 자신이 저지른 죄를 신소희에게 뒤집어씌우면 몰라도.

    한데 그런 장석원이.

    ‘신소희의 죄를 뒤집어쓰려 하고 있어.’

    거기다 조사관의 태도 역시 급변했다.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야.’

    강현수가 태연한 표정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그때.

    [정신계 지배 스킬 마리오네트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정신계 지배 스킬 마리오네트에 완벽하게 저항했습니다.]

    강현수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마리오네트?”

    강현수의 중얼거림과 동시에 신소희의 안색이 흙빛으로 바뀌었다.

    ‘이런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고?’

    대놓고 정신계 지배 스킬이라고 나와 있기도 했고.

    스킬 이름만 봐도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회귀 전에는 저런 스킬을 발견한 적이 없었는데.’

    강현수는 회귀 전 숙련도 상승을 위해 신소희를 상대로 고유 스킬 레플리카를 수천 번도 넘게 사용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마리오네트라는 스킬을 얻은 적은 없어.’

    강현수가 신소희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저한테 도대체 무슨 스킬을 시전한 겁니까, 신소희 씨?”

    “그, 그게…….”

    “저한테 시전한 정신계 지배 스킬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을 겁니다. 혹시 황소욱 씨에게도 마리오네트라는 정신계 지배 스킬을 시전한 겁니까?”

    강현수의 물음에 신소희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때.

    “정말 다 제가 저지른 거라니까요. 신소희 씨는 저한테 휘말린 것뿐입니다.”

    황소욱이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뭐지?’

    방금 전 강현수가 한 말을 들었다면.

    황소욱은 신소희가 자신에게 무슨 짓을 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한데.

    ‘아예 인지를 못 하는 건가?’

    강현수가 대놓고 황소욱과 정신계 지배 스킬 마리오네트를 언급했음에도.

    “신소희 씨에게는 정말 죄송할 따름입니다.”

    황소욱은 그런 말을 들은 적 없다는 듯이 행동하고 있었다.

    “신소희 씨, 정신계 지배 스킬 정보를 오픈하세요.”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는데요.”

    신소희가 아예 발뺌을 했다.

    “잡아떼면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강현수의 말투가 바뀌었다.

    “잡아떼다뇨? 제가 도대체 뭘 어떻게 했다고요. 전 죄가 없어요. 그게 끝이에요. 조사나 계속하시죠, 조사관님.”

    신소희의 표독스러운 말에 강현수가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조사? 순순히 말하는 게 좋을 텐데. 아틀란티스 차원에서의 조사가 어떤 건지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

    지금까지의 조사는 신사적이었다.

    현대식이랄까?

    하지만 아틀란티스 차원은 이보다 훨씬 야만적인 조사 방법이 많았다.

    “길드장님이 고문이나 협박에 의한 시인을 믿으실 것 같은가요?”

    검왕 장석원은 문명인이었다.

    “들어와!”

    강현수가 목소리를 높이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검왕 장석원이 안으로 들어왔다.

    “황소욱만 데리고 나가.”

    “예.”

    검왕 장석원이 공손히 고개를 숙인 후 황소욱을 데리고 나갔다.

    “당신, 정체가 뭐죠?”

    신소희가 경악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건 중요한 게 아닐 텐데?”

    “다크 나이트였군요. 거기다 검왕 장석원을 아랫사람 대하듯 하는 걸 보니, 당신이 척마혈신인 모양이네요.”

    신소희는 금방 강현수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좋아요. 알려 드릴게요.”

    신소희가 금방 태도를 바꿨다.

    그리고 정신계 지배 스킬 마리오네트에 대한 정보를 오픈했다.

    [마리오네트 – SSS랭크]

    -액티브 스킬

    -정신계 지배 스킬

    -보유한 마력 스텟의 절반을 소모해 플레이어의 정신을 지배할 수 있습니다.

    -대상 플레이어의 정신력 스텟이 시전자보다 낮을수록 스킬에 걸릴 확률이 올라갑니다.

    -스킬에 걸린 플레이어의 정신력 스텟이 시전자보다 높아지면 지배력이 서서히 하락합니다.

    -스킬에 걸린 플레이어의 정신력 스텟이 시전자의 2배 이상 높아지면 정신 지배가 풀립니다.

    -총 9명의 플레이어의 정신을 지배할 수 있습니다.

    -보유한 마력 스텟을 모두 소모해 9명의 플레이어 중 하나를 영속지배 할 수 있습니다.

    ‘레플리카.’

    강현수가 레플리카로 마리오네트 스킬을 복사했다.

    상대가 스킬을 오픈한 상태였기에 여러 번 시도할 필요가 없었다.

    “어떻게 얻은 스킬이지?”

    “제 고유 스킬이에요.”

    “영속지배는 뭐지?”

    “마리오네트 스킬에 걸린 플레이어 중 하나를 영원히 지배하는 거예요.”

    “정신력 스텟과 상관없이?”

    “네, 영속지배 대상은 정신력 스텟이 아무리 높아도 마리오네트 스킬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지금은 황소욱이 영속지배 대상인 건가?”

    “맞아요.”

    “영속지배 대상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나?”

    “아니요. 기존 영속지배 대상이 사망해야 새롭게 지정할 수 있어요.”

    의문이 풀렸다.

    ‘회귀 전 나한테도 마리오네트 스킬을 걸었었구나.’

    강현수는 배신당하기 직전까지 신소희를 신뢰했다.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단순히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마리오네트 스킬 때문이었어.’

    강현수가 어금니를 악물었다.

    “황소욱은 정신 지배 스킬이나 마리오네트라는 말에도 반응하지 않던데?”

    “당연히 보거나 들어도 인지하지 못하게 해 놨죠.”

    “마리오네트 스킬에 걸린 사람은 너의 명령에 절대복종하는 꼭두각시가 되는 건가?”

    “그러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그렇게 절대적이지는 않아요.”

    “황소욱은 너를 무죄로 만들기 위해 자신이 모든 죄를 뒤집어쓰려고까지 했는데?”

    “그건 황소욱이 영속지배 대상이라서 그래요. 자기 목숨보다 절 더 소중하게 생각하도록 만들어 놨으니까요. 일반적인 지배 대상에게는 약간의 제약을 걸거나 몇 가지 감정을 심는 게 최선이에요.”

    “어떤 감정을 심는다는 거지?”

    “저를 강하게 의지하고 깊이 신뢰하게 만드는 거죠. 사실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게 하는 게 가장 좋은데, 없던 감정을 억지로 만드는 건 불가능하더라고요. 그게 가능했으면 정신력 스텟을 최대한 낮게 찍게 만들어서 영원히 정신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조종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정신 지배가 풀리면 어떻게 되지?”

    “그냥 그걸로 끝이죠.”

    “대상자는 자기가 정신 지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 수가 없나?”

    “네, 몰라요. 걸리면 끝이죠. 알아차린 사람은 당신처럼 마리오네트 스킬을 방어해 낸 케이스뿐이에요.”

    “실패한 적이 있나 보군.”

    “네, 테스트 삼아 저보다 정신력 스텟이 높은 플레이어에게 사용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어요.”

    “용케 살아남았네?”

    “전 바보가 아니거든요. 원거리에서 사람들 속에 숨어서 스킬을 시전했죠.”

    정신계 스킬을 방어하면?

    방어 메시지만 뜰 뿐.

    시전 대상이 누군지 나오지 않는다.

    그 점을 이용한 것이다.

    “그 후로는 무조건 특별한 스킬을 가진 뉴비들을 대상으로만 마리오네트 스킬을 시전했어요.”

    그렇게 마리오네트 스킬에 당한 뉴비 중 하나가 회귀 전의 강현수였다.

    “테스트가 성공했다면 검왕 장석원을 꼭두각시로 만들 생각이었는데, 아쉽게 됐죠.”

    마리오네트가 레플리카처럼 스킬 저항력과 무관한 스킬이었다면?

    신소희는 단번에 발해길드 장악에 성공할 수 있었으리라.

    “영속지배의 대상을 바꾼 적이 있나?”

    “아뇨. 페널티가 너무 커서 황소욱으로 지정한 후에는 바꿀 수가 없었어요. 사실 마리오네트 스킬 자체도 페널티가 너무 커서 함부로 시전하지는 않아요. 방금 전에는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서 조사관이랑 당신에게 연속으로 마리오네트 스킬을 시전한 것뿐이에요. ”

    그럴 만도 했다.

    마리오네트 스킬의 발동 조건은 보유한 마력 스텟의 절반.

    영속지배 스킬의 발동 조건은 기존 영속지배 대상의 사망과 보유한 모든 마력 스텟이었으니까.

    ‘회귀 전 나를 버린 이유가 있었구나.’

    강현수는 황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였다.

    반면 신소희는?

    네임드 플레이어이기는 했지만.

    ‘말석 중에 말석이었지.’

    아마 강현수의 정신력 스텟이 상승하며 지배력이 서서히 약해졌을 것이다.

    ‘어쩌면 마지막 결전 전에 이미 지배력이 사라졌을 수도 있어.’

    지배력이 사라졌다면?

    신소희 입장에서는 무조건 강현수를 제거해야 했다.

    레플리카 스킬을 가진 강현수가 신소희의 마리오네트 스킬을 손에 넣어 그간 자신이 조종당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았겠지.’

    SSS랭크였던 1초 회귀자가 최후의 결전 직전 아슬아슬하게 EX랭크 회귀자로 바뀐 것도 다행이었다.

    그 덕분에 신소희에게 EX랭크 스킬 회귀자의 존재를 들키지 않았으니까.

    “전 꽤 쓸 만한 플레이어예요. 죽이는 것보다는 살리는 편이 여러모로 이득이라는 뜻이죠. 당신한테 충성을 다할게요. 영혼의 계약서든 신념의 서약이든 다 받아들이겠어요. 그러니 살려 주세요.”

    신소희의 당당한 요구에 강현수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설마 저를 죽이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는 않으시겠죠? 전 꽤 여러 종류의 스킬을 익히고 있어요. 고유 스킬인 마리오네트 스킬북이 나올 확률은 엄청나게 희박하다고요. 또 마리오네트 스킬을 시전할 때마다 마력 스텟이 영구적으로 소모되는 페널티도 생각하셔야죠.”

    신소희는 꽤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사실 이해득실만 따진다면?

    신소희에게 목줄을 채우고 살려 둔 채 써먹는 게 이득이었다.

    대부분은 그런 선택을 할 것이다.

    그러나 강현수의 생각은 달랐다.

    “내 진짜 원수는 황소욱이 아니라 바로 너였구나.”

    강현수의 말에 신소희의 얼굴이 의문으로 물들었다.

    “그게 무슨?”

    신소희에게 있어서 강현수는 전혀 모르는 타인이었다.

    그러나 강현수에게는 아니었다.

    휘익!

    강현수의 손이 신소희의 목을 움켜쥐었다.

    “컥! 도대체 왜? 제발 살려 주세요! 이건 당신한테도 손해라고요!”

    신소희가 애원하듯 외쳤다.

    “걱정하지 마. 목을 꺾어 버리지는 않을 테니까.”

    신소희의 얼굴이 안도감으로 물들었다.

    그러나.

    “너한테 그런 편안한 죽음을 선물해 줄 생각은 없거든.”

    그 뒤에 이어진 강현수의 말을 들은 신소희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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