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사단 (2)
“어서 와! 고생했어!”
“황제랑 담판은 잘 끝낸 거야?”
강현수가 복귀하자 송하나와 투황이 반겨 주었다.
“어, 잘 끝났어. 그보다 두 사람한테 줄 게 있어.”
“그게 뭔데?”
“선물이라도 사 온 거야?”
송하나와 투황의 물음에 강현수는 지휘관 임명 스킬을 사용해 두 사람을 대대장에 임명했다.
“우와!”
“오오오!”
송하나와 투황이 표정이 확 밝아졌다.
중대장과 대대장은 한 끗 차이로.
버프 효율이 5%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5%도 꽤 크지.’
특히 기본 스텟이 높으면?
그 차이도 커진다.
거기다 강현수의 직업 랭크가 상승하며 A랭크에 머물러 있던 지휘관의 축복 스킬도 S랭크까지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지휘관의 축복까지 S랭크가 되면?
‘버프 효율이 또 5% 상승하지.’
그럼 총 10%가 상승하게 된다.
“저기 현수야, 그런데 우리는 이 스킬을 사용할 대상이 없는데?”
그때 송하나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대대장이 되며 지휘관 임명과 지휘관의 축복 같은 스킬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송하나와 투황에게는 이 스킬을 시전해 줄 대상이 없었다.
“소환수를 상대로 시전해 줘.”
어차피 소환수의 숫자는 정해져 있다.
대대장 플레이어가 다른 플레이어를 중대장으로 임명하면?
강현수가 보유한 소환수의 숫자 하나가 차 버린다.
‘플레이어를 소환수로 임명하는 건.’
암왕 세실리아, 인의군왕 신창후, 검왕 장석원, 적염제 도르초프면 충분하다.
‘그러고 보니 진구평 그 녀석도 대대장에 임명하는 게 좋겠네.’
강현수의 직업이 일인여단에서 일인사단으로 성장하며 대대장 자리가 크게 늘었다.
한데 여섯 기의 소환수가 대대장에서 연대장으로 승급했으니.
‘대대장 자리가 꽤 넉넉하게 남았어.’
멸마창왕 진구평에게 대대장 자리를 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간 채찍만 휘둘렀으니 이제는 당근 하나를 던져 줄 때도 됐지.’
거기다 멸마창왕 진구평은 중화길드의 수장.
‘그 녀석을 대대장으로 임명하면 좀 더 확실하게 중화길드를 장악할 수 있어.’
중화길드의 핵심 간부들이나 유망주들을 중대장, 소대장, 분대장으로 임명하면?
‘중화길드 내에 반대 파벌이 생길 가능성과 뛰어난 신인이 등장해 진구평이 가지고 있는 길드장 자리를 빼앗아 갈 가능성을 원천 봉쇄할 수 있다.’
특히.
‘검존 주위천과 성화의 신녀 장소화는 무조건 휘하에 넣으라고 해야지.’
멸마창왕 진구평은 검존 주위천의 은인이다.
전 길드 마스터 도왕이 죽고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된 검존 주위천을 길드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밀어준 인물이 현 길드 마스터 멸마창왕 진구평이니까.
아마 검존 주위천이 죽은 도왕에게 받은 도움보다 멸마창왕 진구평에게 받은 도움이 월등히 더 클 것이다.
검존 주위천이 은혜를 아는 인물이라면?
‘진구평에게 절대 이를 드러낼 수 없지.’
하지만.
검존 주위천은 워낙 야심이 크고 이기적인 놈이라.
‘은인의 뒤통수를 때리고도 남지.’
그래서 고삐를 더 단단히 조여 둘 필요가 있었다.
‘그동안은 대대장 자리에 여유가 없어서 임명을 못 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바쁘냐?
-아닙니다.
-그럼 불러도 되겠지?
-또 마계 귀족이 나온 것입니까?
-그건 아니고, 네 직급을 대대장으로 올려 주려고 한다.
-그게 정말이십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잠시 후.
-부르셔도 됩니다.
멸마창왕 진구평의 준비가 끝나자.
강현수가 곧바로 멸마창왕 진구평을 소환했다.
그리고 곧바로 대대장에 임명했다.
“오오오!”
스텟이 상승한 멸마창왕 진구평이 기쁨에 찬 표정을 지었다.
“주인님, 그런데 이건?”
멸마창왕 진구평이 새롭게 생긴 스킬들에 의문을 표했다.
“그건…….”
강현수는 새롭게 얻은 스킬에 대한 설명을 해 준 후, 검존 주위천과 성화의 신녀 장소화를 휘하에 넣으라고 지시하고.
“이제 가라.”
멸마창왕 진구평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또 와이번을 타고 가야 하는 겁니까?”
멸마창왕 진구평이 우는소리를 했지만.
“그럼 걸어갈래?”
“아닙니다.”
강현수의 대답에 본전도 못 찾고 와이번의 등에 매달려 마이트어 왕국으로 떠났다.
‘그럼 이제 그걸 먹어 볼까.’
강현수는 로크토 제국 황실 보고에서 가지고 온 독룡의 정수를 꺼내 들었다.
‘특수 스텟 독성이라.’
독 저항력만 생각하고 고른 독룡의 정수에 딸려 온 보너스.
‘어떤 스텟이려나?’
대충 짐작은 가지만.
‘직접 확인하는 게 좋겠지.’
강현수가 독룡의 정수를 삼켰다.
[독룡의 정수 – EX랭크를 섭취하였습니다.]
[독에 대한 저항력이 500% 증가합니다.]
[특수 스텟 독성을 획득합니다.]
강현수가 특수 스텟 독성에 대한 정보를 확인했다.
‘간단하네.’
효과는 단 두 개.
첫 번째는 신체, 무기, 스킬 등에 독성을 담을 수 있다는 거였다.
‘이건 독성 스텟 역시 마력 스텟이나 신성 스텟처럼 활용이 가능하다는 거지.’
범용성이 꽤 좋았다.
두 번째는 독에 대한 저항력이 상승한다는 거였다.
이것도 좋았다.
당연히 그 효과는.
‘독성 스텟이 몇이냐에 따라 차등이 있어.’
현재 독성 스텟은?
특수 스텟 : [독성 1]
고작 1이었다.
강현수가 독성 스텟을 활용해 봤다.
미약한 초록 빛이 강현수의 손가락 끝에 피어올랐다.
손등에 대 봤지만.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독성이 있기는 있는 거지?’
그런 강현수의 눈에 모기 한 마리가 들어왔다.
휘익!
독성 스텟을 사용해 만든 독을 모기에게 날렸다.
애애애앵!
독에 적중당한 모기가 비틀거리더니 바닥으로 떨어져.
잠시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죽어 버렸다.
‘살충제 수준이네.’
모기가 녹아 버리거나 즉사하기는커녕 부들부들 떨다 죽었다.
아무리 독성 스텟이 1이라고는 하지만.
실로 처참한 살상력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독성 스텟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거지.’
문제는 그 방법이 엄청 위험하다는 거다.
‘독을 먹어야 한다니.’
바로 순수한 독이나 독성분이 포함된 물질을 섭취하는 거였다.
‘잘못하면 바로 죽는 거잖아.’
스텟을 한 번에 많이 올리겠다고 맹독을 먹으면?
그대로 사망이다.
독성이 낮은 독을 먹더라도.
‘독은 독이지.’
배탈이 나거나 두드러기가 생길 수도 있고.
자칫 잘못하면 죽을 만큼 괴로울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지.’
지금은 미약하지만.
스텟이 올라가면 분명 전투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일단.
‘독성이 낮은 독부터 시작해야겠네.’
강현수는 황금 군주 사에마알에게 독성이 낮은 독들을 구해 달라고 지시했다.
* * *
‘빠르네.’
강현수가 로크토 제국에서 테라 왕국으로 온 다음 날.
로디우스 1세를 만나고 고작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세실리아를 황실 명부에 정식으로 등록했어.’
로디우스 1세는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을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갑작스러운 사생아 황족의 등장에 로크토 제국 사교계는 난리가 났다.
특히 암왕 세실리아의 친부인 황태자 로디우스 2세는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아직까지는 순조로워.’
로크토 제국의 사교계가 조금 시끄러워지기는 했지만.
암왕 세실리아의 핏줄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개망나니 황태자 로디우스 2세라면?
충분히 ‘사생아가 있을 수 있지.’라는 여론이 대세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로디우스 1세는 후계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 암왕 세실리아의 친모를 오래전 사망한 몰락 귀족의 영애로 위장했다.
그런데 아무도 믿지를 않았다.
‘오히려 세실리아의 친모가 노예 출신이라는 소문이 하루 만에 쫙 퍼졌어.’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세실리아의 친모가 몰락 귀족의 영애 출신이었다면?
‘지금까지 사생아로 숨어 살 이유가 없으니까.’
아마 태어난 순간부터 황태자의 서녀 신분이 주어졌으리라.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귀족들이 황제 로디우스 1세가 황태자 로디우스 2세의 사생아를 정식으로 황실 명부에 등록한 이유를 추측해 떠들기 시작한 것이다.
하급 귀족 가문에서도 사생아를 핏줄로 인정하지 않는다.
특히 평민도 아니고 노예의 피가 섞인 사생아라면 더더욱 그렇다.
가문의 망신이기에 평생을 어둠 속에서 살아가게 하거나 심할 경우 죽이기도 한다.
한데 무려 황실에서 비천한 노예의 피가 섞인 나온 사생아를.
그것도 황실의 방계도 아니고 황실의 직계로 인정했다.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로디우스 1세의 진의를 알아차린 자들이 나왔어.’
로디우스 1세가 노예의 피가 섞인 손녀에게 황위를 물려주려 한다는 소문이 수도에 쫙 퍼졌다.
‘그나마 세실리아가 정보를 쥐고 있어서 이 정도로 막은 거지.’
그게 아니었다면?
수도가 아니라 로크토 제국 전역에 쫙 퍼졌을 것이다.
하지만.
‘틀어막는 것도 한계가 있겠지.’
왜냐?
헛소문이 아니라 진짜였으니까.
‘차라리 정보의 방향을 트는 게 낫지.’
오죽 뛰어나면 노예의 피가 섞인 손녀에게 황위를 물려주겠냐는 식으로 말이다.
분위기가 조성되고 정식으로 발표를 하면?
‘귀족들의 반대가 심하기는 하겠지만.’
황제파 귀족들도 결국 로디우스 1세의 뜻에 따를 테고.
세실리아의 중립파도 힘을 실어 줄 테니 큰 문제는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급한 일은 끝났다.
그러니.
‘이제 더 미룰 필요가 없어.’
강현수는 그간 준비해 왔던 황소욱과 신소희에 대한 처분을 실행에 옮기기로 결정했다.
* * *
황소욱은 최근 급변하는 발해길드의 정세에 쉽사리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러나 결론은 하나였다.
‘다크 나이트에 들어가야 해.’
그래야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 있다.
‘연합이 만들어졌어.’
애초에 황소욱이 목표로 했던 자리는 발해길드의 길드 마스터 자리였다.
검왕 장석원이 건재한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꿈이었지만.
고려길드와 충돌이 일어날 것 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희망이 보였다.
한데 다크 나이트의 등장으로 그 희망이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하지만 괜찮았다.
새로운 목표가 생겼으니까.
‘다크 나이트가 만든 연합을 손에 넣는다.’
지금 당장은 불가능한 꿈이다.
하지만 고유 스킬인 스킬 강화만 있다면?
‘언젠가는 이룰 수 있는 꿈이야.’
거기다 그간 포섭해 놓은 발해길드 내의 세력도 만만치 않았다.
‘척마혈신과 친분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는데.’
황소욱이 앞으로의 계획을 점검하고 있을 때.
덜컹!
황소욱의 집무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누가 노크도 없이 들어…….”
막 화를 내려던 찰나.
황소욱의 표정이 돌처럼 굳어졌다.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온 사람이 길드 마스터인 검왕 장석원이었기 때문이다.
“길드장님, 갑자기 어떤 일로 찾아오…….”
퍼억!
황소욱이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검왕 장석원의 주먹이 날아와 안면을 가격했다.
“이 쓰레기 같은 놈! 당장 끌고 가!”
“예!”
길드 마스터인 검왕 장석원의 직속 부하들이 황소욱을 연행해 갔다.
‘도대체 이게 무슨?’
황소욱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길드장님, 도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이유라도 알려 주십시오!”
황소욱이 강하게 항변했다.
“하! 그동안 잘도 숨겨 왔더구나? 인신매매범!”
검왕 장석원의 말에 황소욱의 표정이 돌처럼 굳어졌다.
‘그걸 어떻게?’
훈련소 교관 역할을 전담하던 황소욱은 지속적으로 노예 상인들과 거래를 해 왔다.
하지만.
‘증거 따위는 없을 텐데?’
노예 상인들도 황소욱이 누군지 모를 정도로 철저하게 기밀을 유지했다.
더군다나 대대적인 인신매매범 소탕이 시작된 후에는?
아예 연을 끊어 버렸다.
“모함입니다!”
황소욱의 항변에.
퍼억!
다시금 주먹이 날아왔다.
“증인이 버젓이 있는데도 발뺌을 해? 그리고 그게 끝인 줄 알아? 길드 자금 횡령 그리고…….”
검왕 장석원의 입에서 황소욱이 그간 저지른 범죄 목록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황소욱은 어안이 벙벙했다.
거대 길드의 말단 길드원이 간부가 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실력이 엄청나게 뛰어나면 모르겠지만.
레벨이 하락한다는 단점 때문에 고유 스킬인 스킬 강화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황소욱은 슬로 스타터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불법적인 일을 벌여 자기편을 만들고 자금을 끌어모았다.
그렇지만.
‘저건 진짜 내가 한 적이 없는데.’
정말 억울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황소욱이 실제로 저지른 범죄 역시.
엄청 과하게 부풀려져 있었다.
“전 정말 억울합니다!”
황소욱이 항변해 봤지만.
“당장 끌고 가!”
일절 통하지 않았다.
‘억울하겠지.’
강현수가 끌려가는 황소욱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간 암왕 세실리아와 소환수들을 동원해 황소욱이 저지른 범죄의 증거들을 찾아냈다.
못 찾아내면?
그냥 조작해서 만들었다.
거기다 미래에 저지를 범죄까지 추가시켰다.
그러다 보니 증거가 약간 허술할 수밖에 없었지만.
‘도플갱어 킹 탈리만의 연기가 일품이었지.’
황소욱의 모습으로 변한 도플갱어 킹 탈리만이 증인을 대량생산 해 주었다.
그 결과.
황소욱이 아무리 억울하다고 호소해도 그 말을 믿는 이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빠져나갈 방법 따위는 없어.’
아마 며칠 후면 황소욱은 모두의 손가락질을 받는 인간 망종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신소희도 마찬가지야.’
다만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범죄 행위에 있어서.
‘당연히 황소욱이 주범이고 신소희가 공범이거나 정범인 줄 알았는데.’
조사하면서 밝혀진 바로는.
‘오히려 반대란 말이지.’
마치 신소희가 황소욱의 상관처럼 보였다.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어.’
특히 신소희에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