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140화 (140/365)

순정마초 길드 포섭기 (3)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적염제 도르초프가 ‘저게 무슨 헛소리지?’ 하는 눈빛으로 강현수를 바라봤다.

“넌 마왕군과의 전쟁에서 죽는다. 또 레드베어길드 소속 플레이어들도 전멸하지.”

강현수가 차분한 표정으로 회귀 전 벌어졌던 일을 언급했다.

‘원래는 적염제 도르초프가 원하는 걸 돕겠다고 말하면서 친분을 쌓고 그 후 알려 줄 생각이었는데.’

이왕 말이 나왔으니.

선후를 뒤집을 수밖에 없었다.

“저랑 길드원들이 마왕군과의 전쟁에서 다 죽는다고요?”

적염제 도르초프가 의구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

친분도 없는 사람이 갑자기 찾아와 ‘너 죽음.’, ‘너네 길드원도 다 죽음.’이라고 말하면?

당연히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말한 상대가 강현수만 아니었다면?

당장 주먹이 날아갔을 것이다.

“우리 다크 나이트가 미래 예지 스킬 보유자를 데리고 있다는 소문을 듣지 못했나?”

“그게, 듣기는 했지만.”

그리 신뢰하지는 않았다.

헛소문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말 미래 예지 스킬 보유자를 데리고 있는 겁니까?”

“그렇다.”

“그 미래 예지 스킬을 통해 저랑 길드원들이 전멸하는 미래를 봤고요?”

“정확하다.”

“으흠.”

“믿기 힘든 모양이군.”

“솔직히 그렇습니다. 그리고 설사 다크 나이트가 진짜 그런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진실만을 말한다는 보장이 없지 않습니까?”

정확했다.

강현수는 지금까지 회귀 전의 정보를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활용했다.

굳이 거짓을 말한 적은 없지만.

‘몇 가지를 뺀 적은 많지.’

대표적으로 로디우스 1세에게 로크토 제국의 멸망을 이야기하면서 세실리아의 존재를 감춘 것처럼 말이다.

“그럼 이게 있으면 믿을 수 있겠나?”

강현수가 품에서 작은 종이 한 장을 하나를 꺼내 들었다.

“진실의 서약?”

지구에 있는 거짓말 탐지기 같은 역할을 하는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그 신뢰도는.

‘거짓말 탐지기랑은 하늘과 땅 차이지.’

지구의 거짓말 탐지기는?

쉽지는 않지만 어쨌든 속이는 게 가능했다.

또 긴장을 한 상태라면?

‘정확도가 떨어지지.’

그러나 진실의 서약은.

상대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100% 감별해 준다.

당연히 그만큼 비싸고.

‘한번 쓰면 끝인 소모성 아이템이지.’

당연히 구하기도 쉽지 않은 물건이었다.

“이걸 사용한 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눠 보자고.”

강현수의 제안에.

“좋습니다.”

적염제 도르초프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무례라고 생각해 제안하지 못했을 뿐.

적염제 도르초프 역시 강현수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고 싶기는 했다.

‘내가 죽는다고 했어.’

거기다 한 식구인 레드베어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전멸한다는 말까지 들었다.

적염제 도르초프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가볍게 흘려들을 수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상대가 먼저 진실의 서약을 꺼내 들었으니.

‘무조건 진실을 확인해야지.’

그리고 강현수의 말이 맞다면?

그런 미래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내가 먼저 찍지.”

강현수가 손가락에 작은 상처를 내 피를 낸 후 지장을 찍었다.

“저도 찍겠습니다.”

적염제 도르초프가 손가락에 작은 상처를 낸 후 피로 지장을 찍었다.

화악!

강현수와 적염제 도르초프의 지장이 찍힌 진실의 서약이 밝은 빛무리로 변해 두 사람의 몸에 스며들었다.

강현수와 적염제 도르초프의 몸에서 푸른 빛이 뿜어져 나왔다.

“다크 나이트에는 미래 예지 스킬의 보유자가 속해 있다.”

강현수가 말에도 푸른 빛은 변화가 없었다.

“진짜였군요.”

적염제 도르초프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럼 제가 죽고 길드원들이 전멸하는 건?”

“마왕군과의 전쟁에서 네가 전사하고 레드베어길드 소속 플레이어들 역시 전멸한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강현수가 말을 마쳤지만.

푸른 빛은 여전히 변화가 없었다.

“돌겠네.”

적염제 도르초프가 자신의 말끔한 민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나는 머리카락이 풍성하다.”

헛소리를 했다.

화악!

그 순간 적염제 도르초프의 몸을 휘감고 있던 푸른 빛이 붉은 빛으로 바뀌었다.

“진품이네.”

“혹시 내가 가지고 온 진실의 서약이 가짜라고 생각했나?”

“그런 게 아니고…….”

거짓말을 하려 했지만.

몸에 서린 붉은 빛 때문에 실패했다.

“사실 맞습니다.”

진심을 토해 내자 붉은 빛이 푸른 빛으로 바뀌었다.

“난 진심으로 너와 레드베어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을 살리고 싶다.”

적염제 도르초프가 강현수를 유심히 살폈다.

하지만 강현수의 몸을 휘감고 있는 건 붉은 빛이 아니라 푸른 빛이었다.

“왜 저와 레드베어길드를 살리고 싶으신 겁니까?”

적염제 도르초프가 의문 가득한 눈빛으로 강현수에게 물었다.

냉정하게 말해서 다크 나이트와 레드베어길드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굳이 찾아와 미래의 정보를 알려 주면서까지 적염제 도르초프와 레드베어길드를 도울 필요가 없는 것이다.

“너와 레드베어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은 그렇게 사라지기에는 너무 아까운 전력이니까.”

“우리가 살아남아야 다크 나이트의 목적을 이루기 수월해진다는 거군요.”

“그렇다.”

“다크 나이트의 목적은 마왕군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거겠죠?”

“그래야 지구로 귀환할 수 있으니까.”

강현수의 말에 적염제 도르초프의 얼굴이 의문으로 물들었다.

“다크 나이트는 아틀란티스 차원의 원주민들이 만든 조직이 아니었습니까?”

강현수는 탈리만 남작과 싸울 때 이중으로 야수화 스킬을 사용했고.

적염제 도르초프 역시 그 광경을 목격했다.

거기다 지금 강현수는 아틀란티스 차원 공용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적염제 도르초프는 당연히 다크 나이트를 아틀란티스 차원의 원주민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길드라고 생각했다.

“아틀란티스 차원의 원주민도 속해 있기는 하지만, 나를 포함한 주력 구성원은 지구 출신 플레이어들이다.”

“척마혈신 님이 지구 출신 플레이어란 말입니까?”

“맞아.”

적염제 도르초프가 강현수를 바라봤지만.

푸른 빛이 붉은 빛으로 변하는 일은 없었다.

“진짜군요.”

“난 지구로 돌아가고 싶다. 넌 어떻지?”

강현수의 물음에.

“저도 당연히 지구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적염제 도르초프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하지만 우리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많아.”

“그렇기는 하죠.”

아틀란티스 차원 원주민들의 견제를 걱정해 겉으로 티는 내지 않지만.

지구 귀환을 원치 않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다크 나이트는 지구로의 귀환을 원하는 플레이어들과 아틀란티스 차원을 지키고 싶은 원주민들로 이루어져 있다.”

“정말 이상적인 조직이군요.”

“다크 나이트에 들어오지 않겠나?”

강현수의 권유에.

“으흠.”

적염제 도르초프가 고심에 들어갔다.

‘고민이 될 수밖에 없겠지.’

왜냐하면.

‘회귀 전 지구로의 귀환을 원하는 플레이어들의 연합을 만든 사람이 바로 적염제 도르초프니까.’

적염제 도르초프와 레드베어길드가 아군의 함정에 빠져 목숨을 잃은 이유 역시 그 때문이었다.

지구 귀환을 원하는 플레이어 연합이 존재했던 만큼.

‘지구 귀환을 원하지 않았던 플레이어 연합도 있었지.’

그들은 겉으로는 아군인 척 위장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적이나 마찬가지인 자들이었다.

“다크 나이트에 들어가겠습니다.”

고심 끝에 적염제 도르초프가 다크 나이트의 입단을 결정했다.

훗날 힘을 키운 후 만들려던 조직이 이미 만들어져 있고.

그 조직의 장이 무려 신의 칭호를 가진 인물이다.

‘진실의 서약으로 진심이라는 것도 확인했으니.’

들어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단.

어느 정도의 확인 절차는 필요했다.

“다크 나이트에 속하게 되면 무조건 명령에 따라야 하는 겁니까?”

“그건 아니다. 너의 자의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럼…….”

계속해서 문답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탈퇴는 자유롭게 가능한 겁니까?”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내 직업 스킬을 사용한 것이기에 한번 가입하면 영구적으로 탈퇴가 불가능하다.”

“으흠, 직업 스킬이라면 가이아 시스템으로 묶여 있다는 건데, 그럼 죽지 않는 한 벗어날 수 없겠군요.”

“탈퇴는 불가능하지만 다크 나이트의 목적이 변질된다면 너의 자유를 보장해 주겠다. 원한다면 영혼의 계약서를 작성해도 무방하다.”

강현수로가 제시할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이었다.

“저를 다크 나이트에 입단시켜 주시지요. 단 영혼의 계약서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적염제 도르초프의 말에 강현수가 적잖이 놀랐다.

“영혼의 계약서가 필요 없다고?”

“네.”

“왜지?”

“다크 나이트 같은 조직까지 등을 돌린 상황이라면, 희망이 남아 있을까요? 거기다 척마혈신 님은 죽을 운명이던 저와 레드베어길드의 목숨을 구해 준 생명의 은인 아닙니까? 척마혈신 님을 믿지 못한다면 누굴 믿겠습니까?”

진실의 서약을 통해 강현수가 진심으로 자신과 레드베어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을 살리려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직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생명의 은인은 은인이지.’

강현수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미래의 자신과 레드베어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은 모두 죽었을 테니까 말이다.

“알겠다.”

강현수가 화염의 기사를 대대장에서 중대장으로 강등시키고 적염제 도르초프를 상대로 지휘관 임명 스킬을 사용했다.

[플레이어 강현수가 지휘관 임명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적염제 도르초프가 예를 선택했다.

[대대장으로 임명되셨습니다.]

[모든 스텟이 15% 증가합니다.]

[지휘관의 축복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대대장의 시선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대대장의…….]

……후략……

“이게 무슨?”

적염제 도르초프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모든 스텟이 무려 15%나 증가했다.

어디 그뿐인가?

새로운 스킬들이 잔뜩 생겼다.

‘지휘관의 축복.’

강현수가 A랭크인 지휘관의 축복까지 사용하자.

[지휘관의 축복을 받으셨습니다.]

[모든 스텟이 25% 증가합니다.]

적염제 도르초프의 모든 스텟이 40% 증가했다.

“이럴 수가!”

왕의 칭호를 가진 검왕 장석원이나 인의군왕 신창후도 지휘관 임명과 지휘관의 축복을 받고 엄청난 전율을 느꼈다.

한데 그 두 사람보다 한 단계 윗급인 적염제 도르초프의 경우.

검왕 장석원이나 인의군왕 신창후보다 월등히 많은 스텟이 증가했고.

“정말 어마어마하군요.”

당연히 버프의 힘을 더 크게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새롭게 생긴 스킬에 대해 설명해 주지. 우선…….”

강현수가 대대장의 스킬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사실 적염제 도르초프가 거절하면 스텟 증가 버프로 설득할 생각이었는데.

‘그러기도 전에 넘어와서 말할 틈이 없었네.’

강현수의 설명이 끝나자.

“정말 좋은 스킬이군요.”

적염제 도르초프의 얼굴이 싱글벙글해졌다.

“그런데 휘하 지휘관을 임명하면 어떻게 통제합니까?”

적염제 도르초프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지휘관 임명 스킬을 시전한 플레이어가 죽으면 지휘관 임명을 받은 플레이어도 죽는다. 또한 대대 소멸이라는 스킬을 사용하면, 언제 어디서든 휘하의 지휘관이나 병사를 소멸시킬 수 있다. 목숨 줄을 쥐게 되는 거지.”

강현수의 설명을 들은 적염제 도르초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건 미리 안 알려 주셨잖습니까!”

적염제 도르초프가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네가 안 물어봤잖아.”

강현수가 뻔뻔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진실의 서약이 발동하고 있었기에 강현수도 거짓을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굳이 물어보지 않은 것까지 알려 줄 필요는 없지.’

그래서 아까 적염제 도르초프가 죽지 않는 한 벗어날 수 없다고 착각을 했을 때 굳이 정정하지 않았다.

강현수가 먼저 나서서.

‘죽어도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해 줄 필요는 없으니까.’

자신이 낚였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적염제 도르초프가 얼굴을 구겼다.

그러나.

“휴! 뭐, 어쩔 수 없죠.”

이마 쌀이 익어 밥이 된 상황이다.

물릴 수도 없는데 난리를 쳐 봐야.

적염제 도르초프만 손해였다.

또 애초에 죽음이 아니면 탈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다크 나이트에 가입하기도 했고.

강현수가 거짓을 말한 것도 아니었으며.

어찌 되었든.

‘죽을 운명을 비틀어 준 은인이니까.’

결정적으로.

이런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결국은 넘어갔을 거야.’

전신에서 넘쳐흐르는 힘과 폭발할 듯한 마력이 주는 쾌감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이런 기회를 마다할 수 있는 플레이어가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주군.”

적염제 도르초프의 말에.

“나도 잘 부탁한다.”

강현수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