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마초 길드 포섭기
단.
‘해주 조건이 아주 까다롭기는 하지.’
지금 당장은 강현수로서도 해주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투신갑 세트는.
‘꽤 오랜 시간 애물단지로 전락했지.’
그나마.
‘마법사 플레이어에게 입혀 놓고 힘 좋은 전사나 탱커 플레이어가 업고 다니는 식으로 활용했었지?’
그게 최선이었지만.
투신갑을 입고 전장에 투입된 마법사 플레이어에게는 전장의 새끼 코알라 또는 전쟁터의 새끼 원숭이 등의 불명예스러운 칭호가 생겨 버렸다.
전사나 탱커 플레이어의 등에 업혀 이동하는 모습이 꼭 어미 등에 업힌 새끼 동물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력 있는 마법사 플레이어들의 외면을 받았지.’
버리기는 아깝고 쓰기도 애매하다.
‘계륵 중에 계륵이지.’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몰라도.
어차피 체력 스텟이 부족해서 힘 스텟을 온전히 활용하지 못하는 강현수 입장에서는?
‘이건 페널티도 아니지.’
거기다 해주가 완료되면?
‘왜 갑옷 이름에 신이라는 단어가 붙었는지 제대로 증명을 해 주지.’
강현수는 현재 마룡갑을 착용 중이다.
그러나 마룡갑은 탱커 세팅의 갑옷이다.
반면 투신갑은?
‘딜러 세팅의 갑옷이지.’
강현수 입장에서는 상황에 따라서.
‘바꿔 입으면 그만이야.’
그리고 안 입는 갑옷은?
‘소환수에게 입히면 그만이지.’
아쉬운 건 대대장급 소환수가 전부 전사형이나 마검사형이라는 점이다.
‘마법사형 소환수가 확보되면 내가 안 입을 때 투신갑의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을 텐데.’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굴욕적인 칭호 때문에 거부할 수도 있지만 소환수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걸 선택하신 겁니까?”
검성 로하스 공작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다른 EX랭크 아이템도 있는데 왜 굳이 페널티가 있는 아이템을 골랐다는 말인가?
“네, 딱히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요.”
“알겠습니다.”
검성 로하스 공작이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다른 EX랭크 아이템 다섯 개를 가져가는 것보다는 페널티가 있는 저주받은 투신갑 세트를 가져가는 게 로크토 황실에게 있어 더 큰 이득처럼 보이겠지.’
로크토 제국 황실의 충신인 검성 로하스 공작의 입장에서는.
굳이 나서서 다른 게 더 낫다고 권할 필요가 없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오히려 검성 로하스 공작은 강현수에게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했다.
강현수가 독룡의 정수를 가져간 게 미안해서 적당히 옵션이 빠지는 저주받은 투신갑 세트를 가져간 줄 알았나 보다.
‘그건 큰 착각인데.’
검성 로하스 공작이 저주를 해주한 투신갑 세트의 옵션이 뭔지 알았다면?
‘감사 인사가 아니라 욕설을 퍼부었겠지.’
저주를 해주한 투신갑 세트는.
‘완전 사기템이니까.’
강현수가 회귀 후 최종 방어구로 생각했던 갑옷이 바로 투신갑 세트일 정도였다.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강현수가 아무런 미련 없이 로크토 제국 황실 보고를 나섰다.
그 후 곧바로 로크토 제국의 황궁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게도.
‘미행을 붙였네.’
실패할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붙인 것 같았다.
‘그럼 그냥 대놓고 눈앞에서 보여 주는 게 낫겠지.’
앞으로 괜한 인력 낭비를 하지 않도록 말이다.
강현수가 달의 그림자 스킬을 사용했다.
사라락!
강현수의 모습이 허공에 녹아들듯 사라져 버렸다.
* * *
“독룡의 정수와 저주받은 투신갑 세트라.”
강현수가 챙겨 간 아이템 목록을 확인한 로디우스 1세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정도면 적당하지.”
독룡의 정수가 살짝 아깝기는 했지만.
‘앞으로는 권력에서 철저히 배제된 삶을 살게 될 녀석이니 크게 필요하지는 않겠지.’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다.
“미행은?”
“실패했습니다. 눈앞에서 연기처럼 사라졌다고 합니다.”
“허허, 은신 스킬인지 공간 이동 스킬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대단하군.”
“EX랭크 스킬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연히 그렇겠지. 문제는 그런 스킬을 가진 자가 둘이나 된다는 것이고.”
다크 나이트의 수장 척마혈신과 황실과의 정보 교류를 담당하고 있는 다크 나이트.
그 둘 모두 동일한 스킬을 선보였다.
문제는.
‘더 많을 수도 있어.’
로디우스 1세는 복귀한 도플갱어 토벌대에게 다크 나이트의 수장 척마혈신에 대한 보고를 듣고.
다크 나이트라는 조직에 대한 기준을 대폭 상향시켰다.
“너무 심려치 마시지요. 다크 나이트는 로크토 제국의 황실과 적대할 생각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렇기는 하지.”
하나 아무리 아군이라도 어느 정도 경계는 해야 했다.
마음에 걸리는 점은.
‘세실리아도 그 사실을 알아야 할 터인데.’
후계자로 내정된 세실리아는 다크 나이트의 도움을 받았다.
영혼의 계약서를 무효화시키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크 나이트라는 조직에 대해 큰 호의를 가지고 있겠지.’
그것부터 말끔히 씻어 내야 했다.
거대한 제국을 경영하는 황제는.
‘항상 의심하고 경계해야 한다.’
세실리아에게 가르쳐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내게는 시간이 얼마 없다.’
세실리아를 황족으로 만들고 황태녀로 삼는 것조차 버거울 지경이었다.
‘신하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을 것인데.’
아들을 건너뛰고 손자도 아니고 손녀에게 직접 황위를 물려주는 전무후무한 일을 벌일 생각다.
황제파 귀족들 중에서도 반대하는 자들이 있을 것이고.
특히.
‘오공작이 격렬하게 반대를 하겠지.’
그 반대를 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터였다.
하지만.
‘세실리아가 중립파의 수장이다.’
황제파가 자신의 뜻에 따라 움직여 주고 중립파까지 힘을 실어 주면?
충분히 세실리아를 황태녀로 삼을 수 있을 터였다.
“앞으로 바빠지겠군. 로하스 공작, 자네가 그 아이에게 힘이 되어 주게.”
“목숨을 걸고 세실리아 황태녀 전하를 보필하겠나이다.”
“고맙네. 자네만 믿겠네.”
아군이라고 할 수 있는 황제파의 반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황제파의 기둥 중 하나인 검성 로하스 공작의 지지는 상당히 큰 힘이 될 것이다.
* * *
‘온 김에 만나고 가자.’
황궁을 빠져나온 강현수는 레드베어길드가 있는 대도시 크레니저에 들렀다 가기로 결정했다.
레드베어길드의 길드 마스터 적염제 도르초프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갑자기 찾아가면 놀라기는 하겠지만.’
미리 한번 찾아가겠다고 말했으니 박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강현수는 공간 이동 게이트를 통해 대도시 크레니저로 이동했다.
‘확실히 귀족 신분이 있으니까 편하네.’
암왕 세실리아가 만들어 준 로크토 제국 귀족 신분 덕분에 귀찮은 절차들을 생략하고 공간 이동 게이트를 사용할 수 있었다.
‘여긴가.’
강현수가 레드베어길드의 길드 하우스 건물 앞에 도착했다.
‘들어가자.’
있으면 바로 만나면 그만이고.
없으면?
‘올 때까지 기다리면 그만이지.’
강현수가 레드베어길드 하우스로 들어가려 하자.
“누구십니까?”
길드 하우스 문을 지키고 있던 플레이어가 제지했다.
“다크 나이트의 수장이다. 적염제를 만나러 왔다.”
강현수의 말에.
“어디 우리 길드 마스터님의 칭호를 함부로 불러!”
길드 하우스 문을 지키고 있던 플레이어가 험악하게 인상을 일그러트리며 으르렁거렸다.
“그리고 우리 길드 마스터님이 아무나 찾아와서 만나고 싶다면 만날 수 있는 분인 줄 알아?”
‘뭐지?’
강현수의 표정이 묘해졌다.
길드 하우스 문을 지키고 있던 플레이어가 성질을 내서가 아니었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상대의 낯이 익었다.
‘목소리도 익숙한 것 같고.’
강현수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와중에.
“이게 내 말을 씹어!”
길드 하우스 문을 지키고 있던 플레이어가 불같이 화를 내며 주먹을 휘둘렀다.
휘익!
탁!
강현수가 가볍게 길드 하우스 문을 지키고 있던 플레이어의 주먹을 잡았다.
“어?”
길드 하우스 문을 지키고 있던 플레이어가 당황해 주먹을 빼내려 했지만.
당연히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 새끼가! 너 이거 안 놔! 이익!”
길드 하우스 문을 지키고 있던 플레이어가 주먹을 빼내기 위해 힘을 쏟는 순간.
탁!
강현수가 손을 놓아줬다.
그러자.
털썩!
길드 하우스 문을 지키고 있던 플레이어가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넌 이제 죽었다! 이 개새끼야!”
길드 하우스 문을 지키고 있던 플레이어가 분노해서 마구잡이로 강현수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강현수는 한 손으로 그 공격을 가볍게 막아 냈고.
그러던 와중에.
“아!”
강현수의 머릿속에 드디어 길드 하우스 문을 지키고 있던 플레이어가 누구인지 떠올랐다.
‘광혈제 이고르.’
레드베어길드의 돌격대장.
‘직책은 돌격대장이지만.’
무력은?
‘레드베어길드의 길드 마스터 적염제 도르초프와 맞먹는 괴물이지.’
괜히 제의 칭호를 가진 게 아니다.
‘이때부터 분노 조절 장애를 가지고 있었구나.’
괜히 광혈제라는 칭호가 붙은 게 아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광혈제라는 칭호보다.
‘광견제나 광석제라고 많이 불렀지.’
왜?
‘미친 짓을 셀 수 없이 저질렀으니.’
거기다.
‘머리도 돌이지.’
평소 행실이 딱 미친개 같았다.
그것도 머리 나쁜 미친개.
‘마치 지금처럼.’
“죽어! 죽으라고!”
광혈제 이고르가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부었다.
첫 번째 공격이 막히는 순간, 강현수가 자신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텐데도 공격에 거침이 없었다.
강현수가 검을 뽑는 대신.
검집을 잡았다.
‘미친개한테는.’
몽둥이찜질이 특효약이다.
휘익!
퍼억!
검집이 광혈제 이고르의 머리를 강타했다.
“큭!”
돌머리답게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으아아아!”
광혈제 이고르가 고함과 함께 달려들었다.
퍼퍼퍼퍽!
강현수가 연속적으로 검집을 휘둘렀고.
광혈제 이고르는 강현수가 휘두르는 검집에 무참히 두들겨 맞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퍼억! 퍼억! 퍼억!
레드베어길드 하우스 앞에는 강현수가 매타작하는 소리와.
“악! 아악! 아파! 너무 아파!”
광혈제 이고르의 구슬픈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게 무슨 일이야?”
광혈제 이고르의 비명 소리를 들은 레드베어길드 하우스에서 플레이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저놈은 왜 또 처맞고 있어?”
“또 미친 짓을 했겠지.”
“근데 누가 저 또라이 놈한테 길드 하우스 경비 맡겼어?”
“아, 화장실 다녀올 동안 잠깐 부탁한 건데! 그 잠깐 사이에 사고를 쳤네!”
“일단 말려.”
레드베어길드 간부들이 강현수에게 다가왔다.
“저 녀석이 실수를 한 모양이군. 그래도 그쯤 하지?”
상대의 말에 강현수가 검집을 멈췄다.
그 순간.
타악!
방금 전까지 죽겠다고 비명을 지르던 광혈제 이고르가 강현수를 향해 달려들며 주먹을 휘둘렀다.
퍼퍼퍽!
이에 강현수가 다시금 검집을 휘둘러 광혈제 이고르를 두들겨 팼다.
“보다시피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가 없어서 말이야.”
강현수의 대답에 레드베어길드의 간부가 머리를 쥐어뜯었다.
“일단 멈추면 다시 달려들지 않게 우리가 말릴…….”
빠악!
그때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털썩!
광혈제 이고르가 게거품을 물고 힘없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어?”
적당히 힘 조절을 하면서 두들겨 패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수로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네. 죽으면 곤란한데.’
광혈제 이고르는 돌머리에 미친놈이었지만.
‘실력만큼은 진짜야.’
그렇기에.
‘마왕군과의 전쟁에서 큰 도움이 된다.’
거기다.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놈이기도 하지.’
그렇기에 한번 사람을 믿으면?
끝까지 믿는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겠지.’
강현수에게 앞뒤 안 가리고 덤벼든 이유는?
‘내가 적염제 도르초프를 언급해서야.’
적당히 훈육만 하면?
마왕군과의 전투에서 훌륭한 돌격대장이 되어 줄 것이다.
“저 녀석 머리가 터졌어!”
“당장 힐러 불러와!”
레드베어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야단법석을 떨었다.
화아아악!
그때 강현수가 광혈제 이고르에게 불멸의 성화 스킬을 사용했다.
“으으으!”
상처가 치유된 광혈제 이고르가.
“너 이 자식!”
다시금 강현수에게 덤벼들었다.
빠악!
그래서 다시 후려쳤다.
“컥!”
기절했다.
화아아악!
그러나 도트 힐 스킬인 불멸의 성화 효과로 인해 금방 정신을 차렸다.
“죽어!”
다시 덤벼들었고.
빠악!
기절했다.
이런 일이 30번쯤 반복되자.
“으으으.”
천하의 광혈제 이고르가.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강현수를 바라볼 뿐.
더 이상 덤벼들지 못했다.
‘역시 미친개한테는 몽둥이찜질이 약이라니까.’
학습 능력이 눈곱만큼도 없던 녀석에게.
강제로 학습 능력을 심어 주었다.
“어이.”
그때 레드베어길드 소속 플레이어 하나가.
“그런데 도대체 누구시길래 감히 우리 대레드베어길드의 길드 하우스 앞에서 소속 길드원을 두들겨 팬 거냐?”
적대감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강현수를 노려보며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