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보상 (2)
당연히 보상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하지만.
‘원인 파악 정도는 해야지.’
그래야 앞으로도 이렇게 더 많은 보상을 받을 것 아니겠는가?
‘일반적으로 업적은 기여도 순위에 따라 보상을 차등으로 지급해 준단 말이지.’
기여도 1위와 2위는 한 끗 차이지만.
‘받는 업적 랭크가 바뀔 정도로 그 차이가 커.’
당연히 기여도가 더 떨어지면?
보상 랭크도 하락한다.
예를 들어 1위가 EX랭크 업적을 얻으면?
2위에서 5위가 그보다 한 단계 떨어지는 SSS랭크 업적을 얻고.
6위에서 20위가 역시 그보다 한 단계 떨어지는 SS랭크 업적을 받는 식이다.
1위가 S랭크 업적을 받았다면?
‘똑같이 한 단계씩 하락하지.’
2위에서 5위가 A랭크 업적을 얻는 식이다.
그런데.
‘왜 나랑 세실리아가 같이 EX랭크 업적을 얻은 거지?’
개수는 다르지만 어찌 되었든 보상 랭크는 같았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
기여도 1위인 강현수가 최고 보상인 EX랭크를 받고.
나머지가 4인이 SSS랭크를 받는다.
그러려면?
송하나, 투황, 암왕 세실리아, 검왕 장석원, 인의군왕 신창후.
‘이 다섯 중 하나가 기여도 6위가 되어서 SS랭크 업적을 받아야 하는데?’
그게 정상이다.
강현수는 EX랭크 업적 두 개를 얻고 SSS랭크 업적 두 개가 EX랭크가 되었다.
여기서 EX랭크 업적 보상이 끝나야 하는데.
‘막타를 친 세실리아가 EX랭크 업적 하나와 SSS랭크 둘을 받았어,’
검왕 장석원, 인의군왕 신창후, 송하나, 투황도 5위 안에 드는 업적 보상을 받았다.
상위 보상은 5위까지인데.
여섯 명이 받은 셈이다.
거기다.
‘2~5위 보상이 중복된 것도 아니고, 1위 보상을 나랑 세실리아에게 중복으로 줬어.’
아틀란티스 차원에서 30년 넘게 굴렀지만 이런 경우는 듣도 보도 못했다.
‘혹시 내가 받은 EX랭크 업적 두 개와 송하나와 투황이 받은 EX랭크 업적 두 개가 성장형이어서?’
그럴 리가 없었다.
성장형이라고 해도 SSS랭크와 EX랭크는 그 차이가 크다.
‘나는 기여도 1위 보상을.’
송하나와 투황도 정당한 기여도 2~5위 보상을 받았을 뿐이다.
‘당연히 기여도 5위 안에 들었기 때문이지.’
그게 아니라면 업적이 성장하지 않거나.
‘송하나나 투황 둘 중 한 사람의 업적만 성장했겠지.’
이건 절대 상식적인 상황이 아니다.
유일한 가능성은?
‘내가 빠진 건가?’
강현수의 휘하 지휘관들은 플레이어이자 소환수.
함께 전투를 치르는 파티를 해도 강현수 단독 사냥으로 인정받는다.
또 휘하 지휘관들은 강현수의 소환수이자 플레이어이기에 따로 업적을 받는다.
‘업적에 홀로 쓰러트린 자라고만 나와 있었어.’
마룡 카라스를 쓰러트렸을 때도.
탈리만 남작을 쓰러트렸을 때도.
시스템 메시지창에.
‘기여도 1위라고 뜬 적이 없었네?’
그때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지금 보니.
‘파티 사냥이 아닌 단독 사냥이라 당연히 기여도가 없는 거였어.’
반면 휘하 지휘관들은?
‘기여도 순위가 나왔지.’
그럼?
파티 사냥으로 인정되었다는 뜻이었다.
‘내가 파티 구성원으로 인정되지 않았구나.’
그래서 기여도가 없는 거였다.
-기여도 몇 위야?
강현수가 세실리아에게 물었다.
-이상하게 제가 1위입니다.
세실리아의 답변에 강현수의 얼굴에 미소가 번져 나갔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강현수는 지금까지 자신과 휘하 지휘관들이 함께 파티 사냥을 했지만.
가이아 시스템이 플레이어와 소환수의 차이를 제대로 분간하지 못해 강현수에게 중복으로 추가 업적을 준 거라고 생각했다.
한데 그게 아니라.
‘아예 별개로 인정되는 거였어.’
강현수는 단독.
지휘관으로 임명된 플레이어 겸 소환수 파티.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인간 사냥꾼과 노예 상인 들을 쓸어버렸을 때도.
‘보상이 후하기는 했지.’
강현수가 가장 좋은 업적을 받았고.
그 일에 관여한 송하나, 투황, 멸마창왕 진구평, 암왕 세실리아가 강현수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꽤 푸짐한 업적 보상을 받았다.
그때는 단순히 업적 보상 자체가 넉넉하기에 그런가 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라 아예 보상을 따로 인정해 줬던 거구나.’
그래서 강현수도 푸짐하게 받고.
송하나, 투황, 멸마창왕 진구평, 암왕 세실리아도 푸짐한 업적을 받은 것이다.
‘아깝네.’
마룡 카라스를 쓰러트렸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 송하나와 투황은 마룡 카라스 레이드에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아마 그래서.
‘송하나와 투황이 기여도 1위로 인정받지 못했던 거야.’
기여도 1위로 인정받으려면.
‘확실한 공을 세워야 하니까.’
예를 들자면.
‘암왕 세실리아가 탈리만 남작의 숨통을 끊었던 것처럼.’
아쉬움이 밀려왔다.
‘그때 막타를 송하나나 투황에게 양보했어야 했는데.’
그럼 강현수도 엄청난 보상을 얻고.
막타를 친 둘 중 하나가.
‘더 후한 보상을 받았겠지.’
탈리만 남작의 막타를 친 암왕 세실리아처럼 말이다.
‘이건 일종의 버그야.’
사실상 한 몸이라고 할 수 있는 강현수와 휘하 지휘관들이.
완전히 별개의 존재로 인식되는 버그.
그 버그의 대가는?
‘이중 보상이지.’
단 한 번만 지급되어야 할 보상이.
중복으로 나온다.
제대로 된 운영자가 있다면 금방 ‘빽섭’을 해서 보상을 회수하겠지만.
‘가이아 시스템은 그저 초기 세팅대로 운영될 뿐.’
운영자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추측되었다.
그러니.
‘앞으로도 잘 이용해 주마.’
이 버그를 이용하면?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보상을 두 배로 받을 수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수의 플레이어를 휘하 지휘관으로 포섭할 예정인 강현수의 입장에서는.
개꿀도 이런 개꿀이 없었다.
“이야, 그 콧대 높던 중화길드의 길드 마스터가 다크 나이트 소속인 줄은 몰랐소?”
“크흠, 그건 나도 마찬가지요. 발해길드와 고려길드의 길드 마스터가 다크 나이트 소속일 줄이야.”
“앞으로 잘 지내봅시다. 우리 같은 편 아니오?”
“뭐, 그렇기는 하지요.”
“카발길드와 싸울 때 다크 나이트의 도움을 받은 거요?”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말이오.”
강현수가 열심히 머리를 굴리던 사이.
검왕 장석원과 멸마창왕 진구평이 열심히 친분(?)을 쌓고 있었다.
“허허, 섀도 다크의 수장분이 이런 미인이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정보 조직의 수장이시면서 이렇게 정체를 쉽게 밝히셔도 괜찮으십니까?”
“우리는 어차피 한배를 탄 사이잖아요. 앞으로 협력할 일이 많을 텐데, 괜히 서로를 경계하느라 시간을 낭비한다면 얼마나 비효율적이겠어요.”
“그것도 그렇군요.”
또 암왕 세실리아와 인의군왕 신창후도 통성명을 하며 친분을 쌓았다.
‘뭐, 나쁠 것 없지.’
어차피 휘하 지휘관이 된 이상 강현수를 배신할 수는 없다.
그런 만큼 서로의 정체를 밝혀도 문제 될 것은 없다.
그리고 이렇게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면?
‘굳이 나를 통해서 정보를 교환할 필요가 사라지지.’
정보 조직의 수장인 암왕 세실리아 입장에서는 일이 월등히 간편해진다.
또 발해길드와 고려길드가 속한 테라 왕국과 중화길드가 속한 마이트어 왕국은 서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만큼.
‘필요할 때 서로 도움을 줄 수 있지.’
테라 왕국과 무란 왕국은 앙숙이기에 국경을 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지만.
‘테라 왕국과 마이트어 왕국의 사이는 무난한 편이지.’
서로의 힘이 필요할 때 얼마든지 유기적으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힘의 균형도 잘 맞는 것 같고.’
규모로 치면 멸마창왕 진구평의 중화길드가 가장 거대했다.
‘성격 자체도 전형적인 강약약강에 기회주의자 성향이지.’
그런 멸마창왕 진구평이라면?
선배랍시고 은연중에 갑질을 하려 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방금 전 힘의 격차를 제대로 느꼈겠지.’
강현수의 버프를 받은 검왕 장석원과 인의군왕 신창후의 무위는 더 이상 왕 칭호에 갇혀 있을 수준이 아니었다.
강현수의 버프 덕에 겨우 왕의 칭호를 단 멸마창왕 진구평과는.
‘급이 다르지.’
그 두 사람에게 명성을 떨칠 시간이 조금 더 주어진다면?
칭호가 한 단계 올라갈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멸마창왕 진구평의 입장에서는.
‘함부로 설칠 수가 없겠지.’
만약 설친다면 강현수가 직접 교육(?)을 해 줄 생각이었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보였다.
‘어떻게 보면 운이 참 좋은 놈이란 말이야.’
다른 지휘관들은?
강현수가 휘하에 들이기 위해 직접 찾아가 공을 들여 스카우트를 했다.
반면 멸마창왕 진구평의 경우는.
‘싸우다 죽을 줄 알고 방치했는데 알아서 살아남았지.’
그리고 얼떨결에 강현수의 휘하에 들어왔다.
‘서로 윈윈이지.’
강현수는 중화길드를 손에 넣어 이득이고.
멸마창왕 진구평은 살아남은 것은 물론 중화길드의 길드 마스터가 되었으니 이득이었다.
‘눈치도 적당히 빠른 편이고.’
이대로만 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강현수의 휘하에 머물 수 있으리라.
“자, 이제 슬슬 흩어지자고.”
강현수의 말에 암왕 세실리아와 멸마창왕 진구평이 떠날 준비를 했다.
저 두 사람은.
‘공식적으로 이곳에 온 적이 없는 거니까.’
문제는 가는 길이 제법 험할 거라는 거였다.
“타.”
강현수의 말에 암왕 세실리아와 멸마창왕 진구평이 소환수 와이번의 등에 올라탔다.
올 때는 여단 소환 스킬로 단숨에 올 수 있지만.
‘갈 때는 직접 가야 하니까.’
그나마 가장 빠른 게 소환수 와이번을 타고 가는 거였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주군.”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 주십시오.”
“그래, 조심해서 가라.”
강현수의 말을 끝으로 소환수 와이번들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입국 기록이 없으니 로크토 제국과 마이트어 왕국의 영토로 진입하기 전까지는 소환수 와이번을 타고 찬 바람을 맞으며 이동해야 할 터였다.
“명성을 얻을 준비는 됐지?”
강현수가 검왕 장석원과 인의군왕 신창후에게 말했다.
“예, 준비 끝났습니다.”
검왕 장석원은 싱글벙글했고.
“망신살이 뻗칠 로크토 제국의 토벌대에게 조금 미안하군요.”
인의군왕 신창후는 조금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영감,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야. 괜히 다크 나이트의 전력을 노출할 필요는 없잖아. 그리고 주군의 도움을 받으면 우리끼리 충분히 잡을 수 있는데 굳이 불러서 업적 나눠 줄 필요도 없고.”
“뭐, 그렇기는 하지.”
인의군왕 신창후가 순순히 검왕 장석원의 말이 맞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럼 가 봐.”
강현수의 말에.
“넵! 가 보겠습니다!”
“예, 주군.”
검왕 장석원과 인의군왕 신창후가 떠났다.
‘그럼 슬슬 만들어 볼까.’
강현수가 여단 구성 스킬을 사용했다.
사아아악!
그와 동시에 죽은 탈리만 남작이 소환수로 부활했다.
쿵!
탈리만 남작이 강현수 앞에 공손히 무릎을 꿇었다.
강현수가 도플갱어 1호를 임시 대대장에서 중대장으로 강등시키고 탈리만 남작을 새로운 임시 대대장으로 임명했다.
‘저 둘도 써먹기는 해야지.’
용왕 이지용과 호왕 이근택.
문제는.
‘용왕 이지용은 좀 애매하네.’
죽으면서 마족과의 계약이 해제되어 버려서.
‘용종 몬스터 소환 능력이 사라졌어.’
대신 용인화 스킬은 남아 있었다.
‘차이가 뭐지?’
둘 다 마족에게 받은 능력인데 왜 용종 몬스터 소환 능력은 소멸하고 용인화 스킬은 남았을까?
‘받은 힘이 스킬 형태가 아니었던 건가?’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중요한 건.
용왕 이지용의 전투력 수준이.
‘확 떨어졌어.’
탱커 역할로밖에 써먹을 일이 없어 보였다.
‘그냥 중대장 정도로 써먹어야겠네.’
참 아쉬운 일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호왕 이근택은 쓸 만하네.’
강현수가 검귀를 대대장에서 중대장으로 강등시키고 호왕을 대대장으로 임명했다.
‘그럼 이제 가 볼까.’
볼일은 다 끝났으니.
이제 더 이상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