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보상
“으아아아아!”
강한 분노가 섞인 일갈을 터트린 탈리만 남작이 마기를 폭발시키며 사납게 날뛰기 시작했다.
꽈아아앙!
마기로 뒤덮인 일격에 마룡 카라스가 뒤로 밀려 났고.
콰직! 서걱!
용호길드 소속 플레이어를 바탕으로 만든 소환수들과 도플갱어들이 무참히 소멸했다.
‘역시 이 정도로는 무리네.’
대대장들 중 가장 강력한 마룡 카라스를 동원하기는 했지만.
소환수는 소환수.
지휘관 임명과 지휘관의 축복 버프를 받았음에도 탈리만 남작과 비교하면 격의 차이가 느껴졌다.
‘같은 버프를 받더라도 원판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 효과가 떨어진단 말이지.’
마룡 카라스가 생전의 모습을 회복하려면?
지성이 더 높아지고 버프도 더 많이 받아야 할 듯했다.
그래도 지금은.
캬우우우웅!
‘이 정도로 충분하지.’
마룡 카라스는 정면 대결에서 탈리만 남작에게 밀렸지만.
그래도 메인 탱커 겸 딜러 역할을 자처하며 나름 선방하고 있었다.
‘뭐, 애초에 마룡 카라스의 투입 목적 자체가 탈리만 남작의 도주를 막는 거였으니까.’
마룡 카라스가 홀로 탈리만 남작을 쓰러트릴 수 있을 거라고는 애초에 기대도 안 했다.
‘가라.’
강현수가 대대장급 소환수들을 추가 투입시켰다.
그리고.
“우리도 슬슬 합류해야지.”
강현수가 송하나, 투황, 멸마창왕 진구평, 암왕 세실리아, 검왕 장석원, 인의군왕 신창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 저기에 말씀이십니까?”
멸마창왕 진구평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탈리만 남작과 마룡 카라스를 비롯한 대대장들이 뒤엉켜 싸우고 있는 현장을 가리켰다.
“그럼 가야지. 업적 얻기 싫어?”
과거 마룡 카라스를 쓰러트릴 때.
강현수는 송하나와 투황과 함께했음에도 ‘마룡 카라스를 홀로 쓰러트리는 있을 수 없는 업적’과 ‘마계 남작을 홀로 쓰러트리는 믿을 수 없는 업적’ 그리고 ‘마왕군의 침공을 홀로 훌륭하게 저지하는 훌륭한 업적’을 달성했다.
‘그것도 모자라 송하나와 투황도 업적을 얻었지.’
마음 같아서는 황금 군주 사에마알과 이반 야멜리코넨도 데리고 오고 싶었지만.
‘사에마알은 힐러로서의 재능이 뛰어난 편이 아니고.’
또 애초에 사에마알의 장기는 돈을 불리는 거지 전장에서 싸우는 게 아니었다.
이반 역시 이런 전장에 투입시키기에는.
‘너무 저레벨이지.’
또 로크토 제국군에 메여 있는 몸이라 함부로 소환해 데리고 올 수도 없었다.
“업적은 얻고 싶지만 너무 위험해 보여서.”
“그럼 그냥 멀리서 스킬 날리면서 견제만 해.”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그래.”
강현수의 대답을 듣자.
다 죽어 가던 멸마창왕 진구평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가자.”
강현수가 그 말을 끝으로 앞으로 나가자.
송하나, 투황, 암왕 세실리아, 검왕 장석원, 인의군왕 신창후가 그 뒤를 따랐다.
‘세실리아는 내가 신경을 좀 써 줘야겠어.’
이들 다섯 중에 실력이 가장 떨어지는 사람이 바로 세실리아였다.
아무리 유리한 전장이라도.
‘아차 하는 순간 목숨이 날아갈 수 있어.’
이곳에 송하나, 투황, 멸마창왕 진구평, 암왕 세실리아, 검왕 장석원, 인의군왕 신창후를 데리고 온 목적은.
‘업적을 얻기 위해서지.’
그들을 잃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럼 가 볼까.’
우득! 우득!
강현수가 야수화 스킬을 이중으로 사용한 후.
타악!
전투에 뛰어들었다.
콰콰콰콰콰!
뱀피릭 오러가 탈리만 남작의 공격 스킬과 방어 스킬을 연이어 소멸시켰다.
‘아직 쿨타임이 남아 있는 스킬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소환수와.
‘휘하 지휘관들로 커버할 수 있어.’
화르르륵! 파지지직!
송하나가 원거리 공격 스킬과 근거리 공격 스킬을 적절히 섞어 가며 탈리만 남작을 압박했고.
꽈아앙! 꽈아앙!
투황의 경우 황금빛 오러를 찬란하게 뿜어내며 정면에서 맹공을 가했다.
여기에.
“으하하하하! 이것도 받아 봐라!”
검왕 장석원이 신이 나서 검을 휘둘렀고.
인의군왕 신창후 역시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 탈리만 남작을 공격했다.
‘둘 다 아주 신이 났네.’
강현수를 제외하고.
이 자리에서 가장 강한 플레이어가 바로 검왕 장석원과 인의군왕 신창후였다.
송하나와 투황의 전투력이 왕급 칭호를 가진 네임드 플레이어 수준으로 올라오긴 했지만.
‘그건 버프빨이 크지.’
지휘관 임명과 지휘관의 축복.
이 두 가지 버프를 통해 그 정도 힘을 손에 넣었다.
반면 검왕 장석원과 인의군왕 신창후의 경우.
‘애초부터 왕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였지.’
그런 두 사람이 지휘관 임명과 지휘관의 축복을 통해 스텟이 뻥튀기되고 거기에 적응했다.
그 결과.
꽈아앙! 꽈아앙!
검왕 장석원과 인의군왕 신창후의 경우.
‘검황과 인의군황이라고 해도 믿겠네.’
역시 사망한 플레이어를 부활시켜 소환수로 만드는 것보다는.
살아 있는 플레이어를 설득해 지휘관으로 만드는 게 더 큰 이득이었다.
‘도왕과 비교하면 편차가 커.’
도왕은 죽은 후 소환수로 부활했다.
그 결과.
생전보다 실력이 하락했고.
성장이 멈췄다.
반면 검왕과 인의군왕의 경우.
‘실력 하락도 없고 무한대로 성장이 가능하지.’
거기다 강현수가 준 두 가지 버프 덕에 스텟이 크게 상승했으니.
‘앞으로의 레벨 업 속도도 더 빨라질 거야.’
거기다 두 사람이 믿을 만한 길드원을 중대장, 소대장, 분대장으로 임명할 테니.
강현수는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휘하 지휘관의 숫자가 늘어난다는 장점이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죽은 자를 부활시켜 플레이어로 만드는 것보다.
‘살아 있는 플레이어를 지휘관으로 만드는 게 나아.’
도왕, 화염의 기사, 광살마존처럼 꼭 제거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설득해서 지휘관으로 만들어야 해.’
무란의 수호성이라 불리던 칼무스 공작이 필사의 거래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마룡 카라스와의 접전에서 생존했다면?
죽은 후가 아니라 살아 있을 때 강현수의 휘하에 들어왔다면?
‘지금보다 월등히 더 강해졌겠지.’
그리고 부수적으로.
‘무란 왕국에 대한 영향력도 강화할 수 있었을 테고.’
강현수가 앞으로 제거해야 할 플레이어들과 포섭해야 할 플레이어들의 명단을 확인했다.
‘쉽지는 않겠어.’
절박한 상황에 놓인 이들도 있지만.
굳이 다른 이의 도움이 필요치 않을 정도로 자리를 잡은 플레이어들도 있다.
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지.’
이번에 검왕 장석원과 인의군왕 신창후를 휘하에 들인 것처럼 말이다.
‘뭐, 선택 예지라는 특별한 스킬 덕분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성공했다는 게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아아아악!”
강현수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맹공을 퍼붓는 와중에도.
탈리만 남작의 몸에는 하나둘 상처가 늘어 가고 있었다.
“이 건방진 인간 놈들!”
탈리만 남작이 두 눈에 핏발이 잔뜩 선 채로 거칠게 반항했지만.
‘이미 승기는 기울었어.’
어떤 방법을 쓰든.
‘넌 이곳에서 죽는다.’
지상의 탈출구는 강현수를 비롯해 송하나, 투황, 멸마창왕 진구평, 암왕 세실리아, 검왕 장석원, 인의군왕 신창후를 비롯한 대대장들이 탄탄한 포위망을 구성하고 있었고.
하늘의 탈출구 역시 마룡 카라스를 비롯한 용종 몬스터들이 완전히 틀어막아 버렸다.
서걱!
탈리만 남작의 왼팔이 날아갔다.
‘이제 끝이다.’
사지가 멀쩡할 때도 밀리던 상황.
팔 하나가 날아갔으니.
방어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때.
“이익! 죽어어어!”
탈리만 남작이 암왕 세실리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놈이?’
어차피 죽을 거.
저승길 동무 하나 데리고 가겠다는 심산인 것 같았다.
암왕 세실리아를 노린 이유는?
‘여기 있는 이들 중에서 가장 약하니까.’
푸욱! 좌악!
탈리만 남작의 몸에 온갖 날붙이가 틀어박혔다.
그럼에도 탈리만 남작은 꿋꿋이 전진했다.
강현수가 암왕 세실리아의 앞을 가로막으며 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크아아앙!
탈리만 남작의 팔이 부풀어 오르며 드래곤 터틀의 형상으로 변했다.
서걱!
강현수의 검이 드래곤 터틀 형상으로 변한 탈리만 남작의 팔을 베어 버렸다.
그 사이.
쭈욱!
목이 쭉 늘어난 탈리만 남작의 머리가 뱀의 형상으로 변해 암왕 세실리아를 향해 아가리를 쫙 벌렸고.
푸욱!
날카로운 날붙이가 살을 꿰뚫는 소음과 함께.
암왕 세실리아의 손에 들려 있던 오러 맺힌 단검이 뱀의 형상으로 변한 탈리만 남작의 머리를 꿰뚫었다.
“커억!”
머리를 꿰뚫린 탈리만 남작의 몸이 힘없이 허물어졌고.
사아아악!
사체가 먼지처럼 흩어지며 잔존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멍청한 놈.’
강현수가 죽은 탈리만 남작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세실리아를 너무 얕봤어.’
그래서 오히려 더 빨리 죽어 버렸다.
암왕 세실리아.
물론 아직은 암왕이라는 칭호를 손에 넣기에는 실력이 미약했다.
하지만.
‘재능은 차고 넘치지.’
회귀 전 암왕이라고 불리기는 했지만.
자신의 정체를 감춰서일 뿐.
실력만큼은 암황이라고 불려도 이상치 않을 존재였다.
그리고 그 넘치는 재능이.
‘나를 만나서 더 일찍 꽃을 피웠지.’
세실리아의 현재 실력이 아무리 떨어진다고 해도.
‘타고난 전투 센스는 그대로지.’
그리고 그건 상대의 공격을 유도하거나 예측해서 반격하는 전투 지능 역시 마찬가지였다.
숙련도는 좀 모자랄지 몰라도.
‘재능은 그대로니까.’
강현수가 탈리만 남작이 쓰러진 후 나온 잔존 마기를 흡수했다.
그와 동시에.
[도플갱어 킹을 홀로 쓰러트리는 있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도플갱어 킹 슬레이어 EX랭크가 주어집니다.]
[칭호 일인 레이드 EX랭크가 주어집니다.]
[마계 남작을 홀로 쓰러트리는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마계 귀족 포식자 SSS랭크가 EX랭크로 성장했습니다.]
[마왕군의 침공을 홀로 저지하는 훌륭한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아틀란티스 차원의 수호자 SSS랭크가 EX랭크로 성장했습니다.]
업적 메시지가 쏟아졌다.
그와 더불어.
[마족을 제거하고 그 마기를 영구히 흡수했습니다.]
[여신의 눈물 EX랭크가 영구히 흡수한 마기를 정화해 특수 스텟 신성으로 전환합니다.]
[신성 스텟이 상승하였습니다.]
신성 스텟도 늘어났다.
‘좀 짜네.’
같은 마계 남작인 마룡 카라스를 쓰러트렸을 때는?
업적이 미친 듯이 쏟아졌다.
‘그때 받은 업적이 열 개가 넘었지.’
그런데 지금은?
‘추가로 받은 업적은 두 개고.’
나머지 두 개는 업그레이드였다.
벌써 이 정도라면?
‘앞으로는 더 힘들겠네.’
남작 같은 하위 마계 귀족을 잡아서는 업적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뭐, 대량으로 잡거나 상위 마계 귀족을 잡으면 되기는 하겠지만.’
그러려면 전력을 좀 더 보강해야 했다.
거기다 마룡 카라스를 잡았을 당시의 업적이 넘사벽 수준이라서 그렇지.
‘사실 마계 귀족 하나 잡고 EX랭크 업적 두 개에 SSS랭크 업적 두 개가 EX랭크로 성장했으면 개꿀이기는 하지.’
마룡 카라스를 잡을 때보다 난이도가 많이 하락하기도 했고 말이다.
더군다나.
업적을 얻은 건 강현수 혼자만이 아니었다.
“하하하! SSS랭크 업적이다! 그것도 세 개야!”
검왕 장석원이 신나서 소리를 쳤고.
“난 SSS랭크 업적 하나에 기존 SSS랭크 업적 두 개가 EX랭크로 성장했어!”
“나도!”
투황과 송하나도 싱글벙글했다.
“감사합니다. 주군 덕분에 SSS랭크 업적을 세 개나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전 주군의 은혜 덕에 EX랭크 업적 하나와 SSS랭크 업적 두 개를 받았습니다.”
푸짐한 업적을 얻은 인의군왕 신창후와 암왕 세실리아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
단.
“왜 난 SS랭크만 세 개지?”
멸마창왕 진구평만 잔뜩 울상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야 당연히 기여도 순위가 떨어지니까 그렇지.’
멸마창왕 진구평의 경우 멀리서 몸을 사린 상태로 견제만 넣었다.
당연히 기여도 순위가 꼴찌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S랭크 업적을 세 개나 얻은 것 자체가.
‘횡재한 거지.’
그런데 뭔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세실리아가 EX랭크 업적 하나와 SSS랭크 업적 두 개를 받았다고?’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이미 내가 EX랭크 업적을 두 개나 받았으니까.’
거기다 SSS랭크 업적 두 개도 EX랭크로 업그레이드되었다.
‘검왕 장석원과 인의군왕 신창후는 SSS랭크 업적 세 개를 받았잖아?’
송하나와 투황이 두 개의 EX랭크 업적을 얻기는 했지만.
‘그건 기존에 보유한 SSS랭크 업적이 성장한 거야.’
쉽게 말해 송하나와 투황도 SSS랭크 업적 세 개 치의 보상을 받았고 보면 된다.
‘이거 뭔가 이상한데?’
도대체 왜?
‘보상을 더 퍼 주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