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선물 (2)
강현수는 도플갱어들에 대한 소문이 퍼진 직후 용호길드가 지배하는 대도시 베슬퍼실로 향했다.
‘용호길드 놈들이 괜한 수작질을 부리기 전에 속전속결로 처리한다.’
이번 공격으로 용왕 이지용과 호왕 이근택의 숨통을 끊을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겠지. 그래도 일단 혼란을 일으켜야 할 필요성이 있어.’
강현수가 대대장으로 임명된 소환수를 소환했다.
용호길드를 친다는 말에 검왕 장석원과 인의군왕 신창후도 함께 가기를 원했지만.
강현수가 거절했다.
‘그 두 사람은 너무 유명해.’
테라 왕국이 아닌 다른 나라라면?
정체가 드러날 확률이 거의 없다.
하지만 테라 왕국에서는?
‘주력 스킬만 사용해도 검왕 장석원과 인의군왕 신창후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어.’
테라 왕국 내에서 용호길드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는 길드는 발해길드와 고려길드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용호길드를 습격한 자들 중 둘이 검왕 장석원과 인의군왕 신창후로 의심되는 스킬을 사용한다?
자칫 잘못하면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전쟁은 없어야 한다.’
괜히 아무 죄 없는 플레이어들을 희생시킬 수는 없었다.
‘죄의 대가는 죄를 저지른 놈들에게 물어야지.’
소환수를 소환한 강현수가.
-공격.
공격 명령을 내렸고.
수환수들이 일제히 마력을 끌어 올려 공격 스킬을 날렸다.
꽈아아아앙!
온갖 종류의 공격 스킬들이 용호길드 간부들의 숙소를 공격했다.
‘방어 스킬을 덕지덕지 발라 놨네.’
완전히 가루로 만들 생각이었는데.
일부가 부서지는 것에 그쳤다.
“적습이다!”
“다 튀어 나가!”
기습을 받은 용호길드의 길드 하우스 안에서 플레이어들이 벌 떼처럼 쏟아져 나왔다.
‘일반 길드원은 공격 대상이 아니야.’
강현수가 노리는 건 마족과 계약해 마왕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용호길드의 간부들이었다.
-죽여.
강현수의 명령에 따라.
콰콰콰콰콰!
각양각색의 오러에 휩싸인 플레이어들이 부서진 숙소에서 기어 나오는 용호길드의 간부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꽈앙! 꽈앙! 꽈앙!
소환수들과 용호길드 간부들이 충돌하자 커다란 폭발이 연달이 터져 나왔다.
“커억!”
“강하다!”
“네임드 플레이어야!”
용호길드의 간부들이 무더기로 죽어 나갔다.
간부 중에는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 플레이어도 있었지만.
소환수들의 집중 공격을 견딜 수는 없었다.
“이런 건방진 놈들!”
“감히 용호길드를 습격하다니!”
그때 용왕 이지용과 호왕 이근택이 모습을 드러냈다.
용왕 이지용이 스킬을 사용하자.
화아아악!
밝은 빛무리와 함께 용종 몬스터들이 소환되었다.
호왕 이근택의 경우.
우득! 우득!
근육이 부풀어 오르며 전신에서 수북한 털이 돋아났다.
또한 그와 동시에 입속에서는 날카로운 이빨이 돋아나고 손가락 끝에서는 칼날 같은 손톱이 길게 자라났다.
-커어어엉! 이놈들!
완전한 반인반수의 모습이 된 호왕 이근택이 소환수들을 향해 달려들었고.
캬우우우웅!
소환된 용종 몬스터들이 강현수의 소환수들을 향해 브레스를 뿜어냈다.
‘용왕과 호왕이라.’
용왕 이지용은 보기 드문 소환술사였다.
그것도 용종 몬스터를 소환해 부리는.
‘처음에는 그저 특이한 스킬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계약한 마족이 하사해 준 힘이었다.
호왕 이근택은.
‘야수화와 비슷한 고유 스킬을 보유하고 있지.’
스킬의 이름은 산군 강림.
사용하면 호랑이의 형상을 한 반인반수로 변하며 모든 신체 능력이 급상승한다.
‘레플리카 스킬로 만들까도 했었는데.’
칼무스 공작 덕분에 최상급 야수화 레플리카 스킬을 얻었기에 포기한 스킬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확인해 볼까?’
강현수가 호왕 이근택을 대상으로 레플리카 스킬을 시전하며 전장에 합류했다.
카오오오!
용종 몬스터들이 성난 포효를 터트리며 덤벼들었다.
하위 용종 몬스터는 하나도 없었고 대부분이 중상위 용종 몬스터였다.
‘단숨에 베어 버린다.’
콰콰콰콰콰!
강현수의 검에서 핏빛 오러가 솟구쳤다.
그때.
캬우우웅!
공격을 하려던 용종 몬스터들이 강현수 앞에서 멈칫하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사이.
서걱!
핏빛 오러에 휩싸인 강현수의 검이 용종 몬스터들을 쓸어버렸다.
비슷한 일이 계속 반복되었다.
“저놈은 뭐야?”
용왕 이지용이 얼굴을 찌푸리며 최상위 용종 몬스터인 드라칸과 드래고니안 들을 강현수에게 보냈다.
-용왕님의 적!
-크르릉! 적을 죽여라!
하지만.
-이, 이분은.
-군주시여.
살기를 뿜어내며 기세등등하게 달려든 최상위 용종 몬스터들이.
털썩!
일제히 강현수 앞에 무릎을 꿇었다.
‘효과가 있기는 하네.’
강현수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써먹을 일이 없어서 몰랐는데, 효과가 좋네.’
마룡 카라스를 사냥한 후 나온 스킬 중 하나인 EX랭크 스킬, 용종 몬스터의 군주.
패시브 스킬이었고.
그간 용종 몬스터를 사냥할 일이 없었기에 딱히 그 효용을 알아차리기도 힘들었다.
한데.
‘이제야 제대로 빛을 발하네.’
격이 낮은 용종 몬스터를 지배한다는 옵션 때문에 조금 애매했는데.
최상위 용종 몬스터인 드라칸과 드래고니안이 강현수보다 격이 낮다면?
‘사실상 모든 용종 몬스터를 지배할 수 있는 거네.’
이지용이 용왕이라는 칭호를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이유는 용종 몬스터를 거의 무한대로 소환하고 부릴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런데 애써 소환한 용종 몬스터들이 용왕 이지용이 아닌 강현수의 명령을 따른다면?
‘저놈은 허수아비에 불과하지.’
그리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는데.
‘잘하면 저놈 목을 날려 버릴 수도 있겠어.’
강현수가 용종 몬스터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용왕 이지용을 향해 달려들며.
“모두 물러나라.”
명령을 내리자.
좌악!
용왕 이지용을 보호하고 있던 용종 몬스터들이 일제히 양옆으로 비켜났다.
“이런 미친! 저놈을 죽여! 죽이라고!”
화들짝 놀란 용왕 이지용이 용종 몬스터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용왕님의 명령이다! 저 인간을 죽여라!
최상위 용종 몬스터 중 일부가 강현수에게 달려들었다.
“비켜.”
강현수가 다시 명령을 내리자.
-군주님의 명령이다! 길을 뚫어라!
용종 몬스터들이 두 패로 갈라져 자기들끼리 전투를 벌였다.
‘내 근처에 있는 놈들은 내 말을 듣고 저놈이랑 더 가까운 곳에 있는 놈들은 저놈 말을 듣네.’
어쩌면 용왕 이지용 역시.
‘용종 몬스터의 군주와 비슷한 스킬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겠어.’
어쩌면 똑같은 스킬일 수도 있고 말이다.
‘성능은 비슷한 거 같고.’
용종 몬스터들이 서로 죽고 죽이고 있는 걸 보면 확실했다.
“이런 빌어먹을!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용왕 이지용이 욕설을 내뱉었다.
강현수가 다가오면?
용왕 이지용의 명령을 듣던 용종 몬스터들이 태도를 바꿔 방금 전까지 아군이었던 이들을 공격했다.
즉 강현수를 상대로는 아무리 많은 용종 몬스터를 소환해 호위로 삼아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냥 죽어!”
타악!
용족 몬스터들의 호위를 가볍게 무시하고 다가온 강현수가 용왕 이지용을 향해 달려들었다.
우득! 우득!
그 순간 용왕 이지용의 몸이 변화를 시작했다.
근육이 부풀어 올랐고 전신에서 황금빛 비늘이 돋아났으며.
주둥이가 튀어나오며 날카로운 이빨이 자라났고.
엉덩이에서는 꼬리가, 이마에서는 뿔이 튀어나왔다.
‘용인화.’
용왕 이지용이 강한 이유.
소환술사 계열이면서도.
‘강력한 근접 전투력을 가졌지.’
콰콰콰콰콰!
핏빛 오러에 휩싸인 강현수의 검과 황금빛 오러에 휩싸인 용왕 이지용의 손톱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꽈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주변이 초토화되었다.
꽈앙! 꽈앙! 꽈앙!
강현수가 연속적으로 검을 휘두르며 용왕 이지용을 압박했다.
하지만.
‘단단하네.’
황금빛 비늘에 휩싸인 용왕 이지용은 크고 작은 상처를 입기는 했어도.
절대 급소를 내어 주지 않았다.
‘뱀피릭 오러가 발동 중인데도 이 정도 방어력이라니.’
뱀피릭 오러는 용왕 이지용의 몸을 보호하고 있는 오러와 방어 스킬들을 실시간으로 분쇄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왕 이지용은 황금빛 비늘의 엄청난 방어력으로 강현수의 공격을 막아 냈다.
하지만.
‘그게 전부지.’
강현수를 공격한다거나 틈을 만들어 도주한다거나 하는 행동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때.
[고유 스킬 레플리카 – SS랭크를 사용합니다.]
[스택 하나가 소모됩니다.]
[산군 강림 – EX랭크의 레플리카를 만듭니다.]
[레플리카 스킬 산군 강림 – F랭크가 생성되었습니다.]
[레플리카 스킬은 원본의 200%의 능력치를 갖습니다.]
산군 강림 스킬을 손에 넣었다.
‘어디 보자.’
강현수는 산군 강림 스킬의 정보를 살펴봤다.
‘일부 스텟 증폭은 야수화보다 좋네.’
하지만 페널티가 너무 컸다.
‘힘, 민첩, 체력 스텟이 증가하는 대신 마력 스텟과 정신력 스텟이 줄어드네.’
완전 공격형 근접 딜러 스텟이 되는 것이다.
호왕 이근택이야 공격형 근접 딜러이니 상관없지만.
‘나한테는 손해야.’
강현수는 탱딜힐 가릴 것 없이 모든 역할을 소화해 낼 수 있는 플레이어다.
당연히 정신력 스텟이 깎이는 건 탱커 역할에 부적합하고.
마력 스텟이 깎이는 건 뱀피릭 오러나, 안티 힐, 불멸의 성화 같은 스킬의 위력을 감소시키기에.
‘쓸모없네.’
삭제하는 게 좋아 보였다.
‘그럼 이번에는 용인화를 한번 얻어 볼까?’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산군 강림처럼 한번 뜯어볼 필요는 있어 보였다.
거기다 용왕 이지용에게 레플리카 스킬을 사용하면?
‘저 녀석이 보유한 스킬 목록을 알 수 있지.’
강현수가 용왕 이지용에게 레플리카 스킬을 시전했다.
그런데.
[고유 스킬 레플리카 – SS랭크를 사용합니다.]
[스택 하나가 소모됩니다.]
[용인화 – EX랭크의 레플리카를 만듭니다.]
[레플리카 스킬 용인화 – F랭크가 생성되었습니다.]
[레플리카 스킬은 원본의 200%의 능력치를 갖습니다.]
한 번에 용인화 스킬을 얻었다.
‘운이 좋네.’
강현수가 용인화 스킬의 옵션을 살폈다.
그런데.
‘이건 뭐야?’
용인화 스킬 역시 산군 강림 못지않게 극단적이었다.
‘방어력 올인이네.’
엄청 단단하다 했더니.
발동 시 물리 공격 저항력과 스킬 공격 저항력 그리고 체력 스텟과 정신력 스텟이 급상승하는 종류의 스킬이었다.
‘거기다 자가 치유 능력도 있고.’
다만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힘, 민첩, 마력 스텟이 크게 감소하네.’
거기다 추가로 이동하지 않을 시 모든 방어 효과가 세 배로 증가하는 사기 옵션까지 붙어 있었다.
‘하긴.’
처음에는 이상했지만.
금방 납득할 수 있었다.
‘어차피 이 녀석은 소환술사야.’
기동성이 제로가 되는 것 정도는 그리 큰 페널티가 아니었다.
오히려 기동성을 포기하더라도 방어력과 자가 치유 능력을 올리는 게 더 좋은 선택이었다.
자신의 몸을 단단하게 보호하기만 하면?
소환수들이 알아서 적을 처리해 주니까.
‘살아 있는 용종 몬스터 소환 토템이 되는 거지.’
객관적으로 보면 스킬 조합과 완성도가 무척 높았다.
단지 그 방법이.
마룡 카라스가 선물해 준 EX랭크 스킬, 용종 몬스터의 군주를 보유한 강현수에게는 통하지 않았을 뿐이다.
‘뭐, 다른 녀석들한테는 잘 통하겠지.’
사실 용인화 스킬은 강현수 같은 소환술사 계열에게 무척이나 좋은 개꿀 스킬이었다.
하지만.
‘레플리카의 자리 하나를 차지할 정도의 가치는 없어.’
강현수는 소환수들을 전방에 내보내고 후방에 머무는 책사형 지휘관이 아니다.
최전선에서 함께 검을 휘두르고 전투를 치르는 장군형 지휘관이다.
그런 강현수에게 용인화 스킬은.
‘큰 쓸모가 없어.’
강현수가 용인화 스킬을 삭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