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선물
강현수가 검왕 장석원을 상대로 지휘관 임명 스킬을 사용했다.
[플레이어 강현수가 지휘관 임명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검왕 장석원이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예를 선택했다.
화아악!
[대대장으로 임명되셨습니다.]
[모든 스텟이 15% 증가합니다.]
“오오오!”
증가한 스텟에 검왕 장석원이 환호를 터트렸다.
그리고 잔뜩 기대하는 눈빛으로 강현수를 바라봤다.
하지만.
“다른 스킬 하나는 쿨타임 때문에 조금 기다려야 한다.”
아직 쿨타임이 4시간 조금 안 되게 남아 있었다.
사실 이것도 많이 준 거였다.
F랭크였을 때는 무려 24시간이었으니까 말이다.
“얼마나 깁니까? 일주일? 아니, 너무 짧은가? 혹시 몇 달이나 걸리는 건 아니겠죠?”
검왕 장석원은 쿨타임이 꽤 길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4시간이면 끝나.”
강현수가 대답에.
“겨우 4시간.”
검왕 장석원이 허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완전 사기 스킬이군요. 쿨타임이 그렇게 짧다니.”
“그에 합당한 페널티가 있다.”
스텟을 소모한다는 치명적인 단점.
인원수에 제한이 있다는 단점.
“뭐, 그렇기는 하겠군요.”
“새롭게 생긴 스킬이 있을 거다.”
“오, 그러네요. 지휘관 임명에 지휘관의 축복까지. 둘 다 스텟 상승폭이 엄청나군요. 어라? 그런데 페널티가…….”
검왕 장석원이 놀란 눈빛으로 강현수를 바라봤다.
“보고만 하면 네 재량껏 사용해도 좋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알려 줄 것이 있다.”
강현수는 지휘관 임명을 받은 플레이어가 차게 되는 족쇄에 대해 설명했다.
“지휘관 임명 스킬을 시전한 플레이어가 죽으면 지휘관 임명을 받은 플레이어도 같이 죽는다. 일종의 운명 공동체지.”
그 말을 들은 검왕 장석원의 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
그리고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인의군왕 신창후를 째려봤다.
하지만 인의군왕 신창후는 태연하게 검왕 장석원의 시선을 무시했다.
“또 대대 소멸이라는 스킬을 사용하면 언제 어디서든 휘하의 지휘관을 소멸시킬 수 있다.”
그 말은 강현수 또한 여단 소멸이라는 스킬을 통해 언제든 검왕 장석원과 인의군왕 신창후를 소멸시킬 수 있다는 뜻이었다.
“완전히 코가 꿰었네.”
검왕 장석원이 고개를 푹 숙이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죽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인의군왕 신창후가 웃는 얼굴로 검왕 장석원에게 말했다.
“뭐, 그렇기는 하지.”
검왕 장석원이 반쯤 자포자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 제안을 거절했을 때 도대체 무슨 미래를 본 거지?”
강현수의 물음에 인의군왕 신창후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와 장석원의 죽음과 길드의 멸망을 봤습니다.”
“두 사람이 같이?”
“예, 마족 하나가 쳐들어와서 힘을 합쳐 싸웠는데, 길드원들은 전멸하고 저랑 이 친구도 사이좋게 하늘나라로 가더군요.”
“내가 지원을 가지 않았나?”
“당장 올 수 없는 상황이었던 듯합니다.”
“그럼 받아들인 쪽은?”
“다행히 주군이 지원을 와 주실 동안 저와 장석원이 마족을 상대로 버틸 수 있었습니다.”
“적은 누구지? 도플갱어였나?”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엄청나게 강했습니다. 신급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도 그자의 상대가 되지는 못할 것 같더군요. 주군 덕분에 스텟이 늘어나지 않았다면, 저희 둘 다 지원이 오기 전에 죽었겠죠.”
‘도플갱어들의 수장이 쳐들어온 건가?’
아니면 다른 마족일 수도 있었다.
‘내가 지원 요청을 받았는데도 오지 못했다면, 다른 마족이 또 등장했다는 건데.’
테라 왕국은 도플갱어 군단의 공격에 멸망했다.
그렇기에 강현수는 도플갱어 군단의 침공에서 살아남은 테라 왕국의 미래가 어떻게 되는지는 알지 못했다.
“저, 주군, 다크 나이트에 미래를 예지하는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가 있다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검왕 장석원이 강현수에게 물었다.
“사실이다. 그렇기에 내가 도플갱어 군단의 침공을 대비하기 위해 테라 왕국으로 온 거다.”
“어떤 미래가 펼쳐졌기에 오신 겁니까? 혹시 도플갱어의 수작에 휘말려 발해길드가 무너지기라도 합니까?”
검왕 장석원의 물음에.
잠시 고민하던 강현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테라 왕국과 고려길드는 무너지지만 발해길드는 무너지지 않는다.”
“역시!”
검왕 장석원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넌 죽지.”
“제가요?”
검왕 장석원이 얼굴을 찌푸렸지만.
“그래.”
강현수의 대답은 단호했다.
“누가 절 죽인다는 말입니까? 마족입니까?”
검왕 장석원의 물음에 강현수가 인의군왕 신창후를 힐끔 쳐다봤다.
“제가 저 영감탱이 손에 죽는다고요?”
“내가 개입하지 않았으면 그렇게 되었을 거다.”
확신에 찬 강현수의 말에 검왕 장석원이 얼굴을 찌푸렸다.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그랬을 수도 있어.’
자신의 실력이 인의군왕 신창후에 비해 밀린다는 사실 정도는 인지하고 있었다.
거기다.
‘애초에 주군의 개입이 없었다면 무조건 발해길드와의 전쟁이 벌어졌겠지.’
도플갱어들의 존재를 안다면 모를까, 모르는 상태에서는?
‘무조건 당할 수밖에 없어.’
그래도.
“저는 죽지만 그래도 발해길드가 고려길드를 이기기는 하는 모양이네요.”
검왕 장석원이 이상한 부분에서 자부심을 가졌다.
“고려길드가 멸망한다라. 그럼 전 어떻게 됐습니까? 죽었습니까?”
“그래.”
“그렇군요.”
인의군왕 신창후는 자신이 죽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덤덤히 받아들였다.
검왕 장석원처럼 어떻게 죽었는지 물어보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럼 용호길드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테라 왕국 3대 길드 중 하나인 용호길드에 대해 물었다.
“승승장구하지.”
“예? 그 호전적인 놈들이 승승장구한다고요?”
검왕 장석원이 화들짝 놀라 물었다.
“그래.”
“도대체 왜요?”
“용호길드의 수뇌부는 마족과 계약한 마왕의 하수인들이니까.”
“용호길드의 수뇌부가 마왕의 하수인이라고요?”
“그게 정말이십니까?”
검왕 장석원과 인의군왕 신창후가 크게 놀라며 되물었다.
“그래, 덕분에 테라 왕국이 망하고 다른 길드들이 무너지는 와중에 도플갱어들의 도움을 받아 길드가 아니라 국가 조직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엄청나게 성장해 버리지.”
“내가 그놈들 그럴 줄 알았어.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니까.”
“용호길드의 급격한 성장이 좀 의심스럽기는 했지만, 그런 이유가 있었을 줄은 몰랐군요.”
“지금은 사라진 미래일 뿐이야. 도플갱어를 감별하는 방법을 대대적으로 알려라. 그럼 테라 왕국이 무너질 일도 없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강현수가 검왕 장석원과 인의군왕 신창후에게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지시를 내렸다.
대부분이 발해길드와 고려길드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일이었기에 검왕 장석원과 인의군왕 신창후는 선선히 수긍했다.
그러는 와중에 시간이 계속 지나갔고.
[고유 스킬 레플리카 – SS랭크를 사용합니다.]
[스택 하나가 소모됩니다.]
[스킬 증폭 – EX랭크의 레플리카를 만듭니다.]
[레플리카 스킬 증폭 – F랭크가 생성되었습니다.]
[레플리카 스킬은 원본의 200%의 능력치를 갖습니다.]
강현수는 스킬 증폭 스킬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진짜 힘들었네.’
스택은 진작에 떨어진 상태였고.
대화를 나누며 스택이 충전될 때마다 계속해서 시도해서 겨우겨우 손에 넣었다.
그리고 그렇게 손에 넣은 스킬 증폭은.
‘예상대로다.’
역시 F랭크부터 10%의 증폭 능력을 보여 주었다.
‘레플리카 스킬이니 효과가 두 배로 늘어나지.’
그렇기에 고작 F랭크 스킬임에도.
‘모든 스킬의 위력이 20% 증폭된다.’
단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패시브 스킬이 아니었을 줄이야.’
강현수는 당연히 패시브 스킬인 줄 알았다.
한데 아니었다.
액티브 스킬이었다.
‘인의군왕 신창후가 철저하게 자신을 감췄구나.’
액티브 스킬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면?
인의군왕 신창후는 더 많은 도전을 받았을 것이다.
거기다.
‘쿨타임도 기네.’
무려 30일의 쿨타임을 가지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발동 시간이 넉넉하다는 것.
‘1시간이면 충분하긴 하지.’
거기다 랭크가 올라가면?
‘쿨타임은 줄어들고 발동 시간은 길어진다.’
그러다 보면?
‘사실상 쿨타임이 사라질 수도 있어.’
원본 스킬 증폭으로는 불가능하겠지만.
‘내가 가진 스킬 증폭은 레플리카 스킬이야.’
레플리카 스킬은 원본을 강화시킨다.
다만 안타깝게도.
‘쿨타임은 줄여 주지 못하지.’
하지만.
‘발동 시간은 강화가 된다.’
EX랭크가 되어 쿨타임이 하루 단위로 줄어들고.
레플리카가 EX랭크가 되어 강화가 200%가 아니라 300%가 된다면?
‘발동 시간도 세 배 늘어나지.’
그렇게 되면?
‘액티브 스킬인 스킬 증폭을 패시브 스킬처럼 상시 사용할 수 있어.’
물론 아직은 먼 미래의 일에 불과했다.
레플리카의 랭크는 SS였고.
스킬 증폭은 F랭크에 불과했으니까 말이다.
다만.
‘스킬 증폭이 스킬 강화의 위력도 증폭시켜 줄 거야.’
거기다 스킬 증폭과 스킬 강화는 둘 다 레플리카 스킬.
둘을 동시에 발동시키면?
‘이전보다 더 빠르게 레플리카 스킬의 랭크를 올릴 수 있다.’
단 SS랭크가 된 만큼 쉽게 성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가끔씩 다른 스킬에 스킬 강화를 시전하면 어떨까 하는 유혹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내 근본은 레플리카 스킬이다.’
일단 SS랭크에서 만족하고 다른 스킬에 스킬 강화를 사용하면 보다 빠르게 강해질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이득이라도 장기적으로는 손해야.’
모든 일은 길게 보고 가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레플리카 스킬을 EX랭크로 만들어야 해.’
앞으로의 일에 대한 대화를 나눈 후.
강현수는 송하나와 투황을 데리고 발해길드로 돌아갔다.
* * *
마족인 도플갱어의 존재.
거기다 도플갱어를 감별하는 방법이 발해길드와 고려길드의 입을 통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중소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을 통해 어느 정도 소문이 퍼져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았다.
플레이어와 똑같이 변할 수 있는 존재라니?
자칫 잘못하면 도시 괴담처럼 들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거대 길드라고 할 수 있는 발해길드와 고려길드가 나서서 공식적으로 도플갱어의 존재와 감별법에 대해 알리고 자신들의 피해 사례를 공개하자.
상황이 급변했다.
테라 왕국의 왕족과 귀족들 그리고 수많은 길드들이 대대적인 도플갱어 감별에 들어갔다.
그 결과.
도플갱어들의 존재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인간과 도플갱어들의 전투가 벌어졌다.
도플갱어들은 그저 적당히 인간 사회 속에 스며들었을 뿐.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정체가 탄로 나니.
결국은 몸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도플갱어들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신들의 정체를 알아낸 것도 놀라운데.
정체를 감별하는 방법 자체도 황당할 정도로 간단했기 때문이다.
하나 도플갱어가 아님에도 급변하는 상황에 크게 당황하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바로 테라 왕국 3대 길드 중 하나인 용호길드의 길드 마스터 용왕 이지용과 부길드 마스터 호왕 이근택이었다.
“도플갱어의 존재가 왜 벌써 알려진 거야?”
“그러게. 일이 꼬였네.”
“도플갱어가 전투력은 떨어져도 위장 실력 하나만큼은 최고라고 믿고 있었는데, 이런 황당한 약점이 있었다니.”
“감출 수는 없는 건가?”
“자기 피를 무슨 수로 바꿔?”
“그건 그렇지.”
“그럼 계획은 어떻게 되는 거야?”
“어떻게 되긴, 완전히 무산되는 거지.”
용왕 이지용과 호왕 이근택이 동시에 한숨을 푹 하고 쉬었다.
도플갱어 군단의 도움을 이용해 용호길드의 규모를 키우려던 계획이 시작부터 어긋났기 때문이다.
“이제 어떻게 하지?”
“다른 방법을 찾아봐.”
용왕 이지용과 호왕 이근택이 대화를 이어 나가는 중에 갑자기 강대한 마력의 유동이 느껴졌다.
“뭐지?”
“습격이다.”
용왕 이지용과 호왕 이근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순간.
꽈아아앙!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콰지지직!
용호길드의 길드 하우스 일부가 힘없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