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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군왕 신창후의 비밀

‘이게 무슨?’

인의군왕 신창후는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고려길드의 길드 마스터로서 발해길드의 길드 마스터인 검왕 장석원과 때로는 협력하기도 했고 때로는 싸우기도 하면서 오랜 시간을 함께해 왔다.

하지만.

검왕 장석원이 저렇게 저자세인 건.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검왕 장석원이 저러는 이유는 단 하나.

‘다크 나이트의 수장이 검왕 장석원을 꺾었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그게 아니고서야 오만해 보일 정도로 자존심이 강한 검왕 장석원이 저렇게 저자세로 나갈 리가 없었다.

‘도와줘야 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인의군왕 신창후는 고려길드의 은인이라고 할 수 있는 다크 나이트들에게 최상의 대접을 해 줬다.

또한 2억 골드라는 거금도 후원했다.

그 이유는 다크 나이트 같은 조직이 강해져야 아틀란티스 차원이 안전해진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금전적 지원을 제외하고도 힘닿는 대로 고려길드 차원에서 다크 나이트를 도와줄 생각이었다.

한데.

‘내가 오만했구나.’

검왕 장석원을 압도적으로 꺾을 정도의 강자가 수장으로 있는 조직을 얕잡아 봤다.

이미 한 차례 도움을 받았음에도.

다크 나이트라는 조직이 약하다고 생각해 도움을 줘야 하는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검왕 장석원과 다크 나이트의 수장이 코앞까지 다가왔고.

“저 대머리 영감이 고려길드의 길드 마스터 인의군왕 신창후입니다.”

검왕 장석원이 인의군왕 신창후를 소개했다.

“누구보고 대머리라는 거냐?”

순간 인의군왕 신창후가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다.

“크흠, 제가 손님을 앞에 두고 결례가 많았습니다. 들어가시죠.”

“아닙니다.”

“넌 나중에 두고 보자.”

검왕 장석원에게 으르렁거리듯 경고한 인의군왕 신창후가 강현수와 검왕 장석원을 고려길드 하우스 내부로 안내했다.

‘사람 좋기로 유명한 인의군왕 신창후도 대머리라는 말은 못 참는구나.’

뭐, 옆쪽과 뒤쪽에 머리카락이 몇 가닥 남아 있어 완전한 대머리는 아니기도 했고 말이다.

‘근데 영감이라는 말에도 화내야 하는 거 아닌가?’

강현수가 알기로 인의군왕 신창후의 나이는 40대 후반.

머리숱이 없어서 노인처럼 나이가 들어 보일 뿐.

엄연히 40대였다.

“앉으시지요.”

인의군왕 신창후가 강현수에게 자리를 권했다.

강현수가 자리에 앉았다.

당연히 그러는 와중에도.

[고유 스킬 레플리카 – S랭크를 사용합니다.]

[스택 하나가 소모됩니다.]

[태양권 – EX랭크의 레플리카를 만듭니다.]

[레플리카 태양권 – F랭크가 생성되었습니다.]

[레플리카 스킬은 원본의 160%의 능력치를 갖습니다.]

……후략……

‘쉽게 나오지는 않네.’

그나저나 인의군왕 신창후답게.

‘보유한 EX랭크 스킬이 많아.’

주력 스킬은 거의 전부 EX랭크인 듯했고.

보조 스킬들 역시 대부분이 SS랭크에서 SSS랭크였다.

‘스택이 다 소모되기 전까지 나와야 할 텐데.’

만약 스택을 모두 소모했음에도 스킬 증폭이 나오지 않으면?

‘고려길드에 조금 더 오래 머물러야 할지도 모르겠어.’

그때.

[고유 스킬 레플리카가 S랭크에서 SS랭크로 성장하였습니다.]

‘어라?’

전혀 기대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고유 스킬 레플리카가 S랭크에서 SS랭크로 성장했다.

‘하긴.’

성장할 때가 되기는 했다.

레플리카는 꽤 오랜 시간 S랭크에 머물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간 퍼먹은 레벨이 얼만데.’

스킬 강화를 통해 레플리카가 먹어 치운 레벨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한데 강현수의 예상보다 성장이 느려서 속이 엄청나게 탔다.

다행히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는지.

레플리카 스킬의 랭크가 상승했다.

‘여유가 생겼어.’

강현수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현재 강현수가 보유한 레플리카 스킬은 총 열 개.

S랭크는 총 11개의 레플리카 스킬을 보유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스킬 증폭을 레플리카 스킬로 만들면?

11개의 자리가 꽉 차 버린다.

그럼?

‘레플리카를 계속 발동시켜 스킬 랭크를 올리는 게 불가능하지.’

또 네임드 플레이어를 만나 레플리카 스킬을 시전해 영구적으로 사용할 만한 스킬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원천 봉쇄된다.

강현수는 그런 페널티를 감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인의군왕 신창후의 고유 스킬인 스킬 증폭을 손에 넣을 생각이었지만.

‘이제 페널티를 감수할 필요가 없어.’

레플리카 스킬이 SS랭크로 성장하며.

‘여유 자리가 무려 둘이나 생겼어.’

스킬 증폭을 레플리카 스킬로 만들더라도.

‘한 자리가 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제는 200%야.’

모든 레플리카 스킬이 원본의 200% 위력을 발휘한다.

갓 레플리카로 만든 F랭크 스킬의 위력도 두 배 늘어나고.

‘다른 고랭크 레플리카 스킬의 위력도 두 배로 올라간다.’

강현수 입장에서 지금 레플리카의 스킬 랭크가 상승한 건.

엄청난 이득이었다.

‘스택도 네 개 늘어났고.’

S랭크였을 때보다 네 번 더 레플리카 스킬을 시전할 수 있게 되었다.

강현수는 레플리카 스킬을 시전하는 와중에도 인의군왕 신창후와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해서 우리 고려길드는 다크 나이트에 전적으로 협력하고 싶습니다. 다크 나이트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인의군왕 신창후의 말에.

강현수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예상보다 협조적이야.’

인의군왕 신창후의 인격은 믿고 있었다.

하지만 다크 나이트라는 조직 자체가 어둠 속에 숨어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비밀 집단 컨셉을 유지하고 있다 보니.

‘협력이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일이 쉽게 풀리고 있었다.

“찬성입니다. 마왕군과 함께 싸울 동료는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그럼 일단 연락 체계부터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강현수와 인의군왕 신창후의 협상이 급물살을 타자.

검왕 장석원은 속이 타들어 갔다.

“저,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래서 끼어들었다.

“말해 봐.”

강현수의 허락이 떨어지자.

“협력 관계는 고려길드보다 우리 발해길드와 먼저 맺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발해길드는 다크 나이트에게 EX랭크 아이템을 포함한 다수의 SS~A랭크 아이템과 1억 골드를 후원했습니다. 그럼 당연히 고려길드보다는 발해길드가 우선순위에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검왕 장석원이 속사포처럼 말을 토해 냈다.

“자네가 다크 나이트에 EX랭크 아이템을 후원했다고?”

한편 검왕 장석원의 말을 들은 인의군왕 신창후는 크게 놀랐다.

SS~A랭크 아이템?

그럴 수 있다.

1억 골드?

역시 그럴 수 있다.

한데 EX랭크 아이템이라니?

“물론이지. 우리 발해길드가 은원 관계는 또 철저하잖아.”

당당한 검왕 장석원의 말에도 불구하고.

‘반쯤 억지로 준 거구나.’

인의군왕 신창후는 금세 상황을 파악했다.

‘또 말로 대충 때우려다가 된통 당했나 보구만.’

직접 눈을 본 건 아니지만.

검왕 장석원의 평소 성격과 현재 모습을 보면?

대충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지 알 수 있었다.

“근데 고려길드는 다크 나이트에게 뭐 후원해 준 게 있나? 길드의 존망을 막아 준 은인인데 말이야.”

“2억 골드를 후원했네.”

인의군왕 신창후의 말에 검왕 장석원은 살짝 놀랐지만.

“겨우?”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인의군왕 신창후를 놀렸다.

사실 검왕 장석원은 강현수가 고려길드를 얼마나 털어먹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또 기왕이면 발해길드보다 고려길드를 더 탈탈 털어 줬으면 했다.

한데 상황이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별다른 후원 없이 동맹을 맺게 생겼다.

그래서 나선 것이다.

뭐, 고려길드도 2억 골드를 후원했다고는 하지만.

발해길드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 아닌가?

‘돈도 적게 낸 놈이 우선순위가 되는 꼴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지.’

반강제로 낸 것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먼저 더 많은 금액을 후원했다.

그럼 당연히 그만큼 더 대접을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다크 나이트의 저력은 엄청나다.’

수장은 신급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와 동급으로 평가되고.

자신과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되는 네임드 플레이어만 열 명이다.

이런 집단과 협력 관계가 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힘이지.’

검왕 장석원 같은 최상위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들은 결코 흔치 않다.

대부분이 거대 길드의 수장이며 단독으로 웬만한 길드를 손쉽게 쓸어버릴 수 있는 자연재해 같은 존재들이다.

검왕 장석원 본인부터가 왕의 칭호를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이기에.

최상위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들의 힘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이들이 무려 열 명이야.’

다크 나이트의 저력은 실로 무시무시했다.

어쩌면 이 정도 강자들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적이 되면 공포 그 자체지만.’

협력 관계나 동맹 관계를 맺게 되면?

‘최고지.’

믿음직한 뒷배가 생기는 것이다.

“발해길드도 다크 나이트와 협력 관계를 맺고 싶다는 건가?”

강현수의 물음에.

“물론입니다. 아니, 이미 우리는 협력 관계를 맺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후원도 해 드린 거 아닙니까?”

“그때는 협력이 아니라, 지지라고 했던 거 같은데?”

“지지나 협력이나 비슷한 말 아니겠습니까?”

“뭐, 그렇기는 하지.”

강현수는 검왕 장석원의 말에 순순히 동의를 해 줬다.

‘어차피 발해길드도 끌어들여야 하니까.’

발해길드와 고려길드.

두 곳 모두 포섭 대상이었다.

잡으려고 했던 물고기가 알아서 그물 안으로 들어와 준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고려길드보다는 발해길드를 우선순위에 둬 주시겠죠?”

검왕 장석원의 물음에.

“그렇게 하지.”

강현수가 선선히 승낙했다.

‘우선순위 바꿔 주는 게 뭐가 어렵다고.’

어차피 누구와 먼저 협력을 맺었느냐는 그다지 중요한 사항이 아니다.

‘그보다는 몇 개의 협력 길드를 만들었냐가 중요하지.’

많은 선물을 받았으니.

우선순위 정도는 얼마든지 앞 번호로 배정해 줄 수 있었다.

“그건 너무 성급한 결정이신 듯합니다.”

그때 인의군왕 신창후가 끼어들었다.

“성급한 결정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영감?”

“우리 고려길드는 발해길드보다 더 나으면 나았지 뒤처지는 게 전혀 없습니다. 후원 역시 얼마든지 더 해 드릴 수 있습니다.”

“뭐? 지금 나랑 한번 해보자는 거야?”

검왕 장석원이 성난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해보자는 거 맞는데.”

인의군왕 신창후가 심드렁한 목소리로 검왕 장석원을 도발했다.

‘왜 이러는 거지?’

강현수는 인의군왕 신창후가 왜 이러는지 쉽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갑자기 검왕 장석원을 도발한다는 말인가?

‘그런데 검왕 장석원이 이런 인물이었나?’

강현수의 기억에 검왕 장석원은 이상적인 길드 마스터였다.

무력, 정치력, 냉정함, 무게감, 리더십 등등.

‘그래서 만능 엔터테이너라고 생각했는데.’

한데 이제 보니 그게 아니었다.

생각보다 감정적이었고.

‘훨씬 가벼워.’

발해길드의 길드원이었을 당시에는 전혀 볼 수 없던 모습이었다.

하나 검왕 장석원의 성격이 갑자기 바뀐 건 아닐 것이다.

‘그저 내가 알지 못했던 것뿐이지.’

회귀 전의 발해길드 소속이었던 강현수는 길드 마스터인 검왕 장석원을 많이 봤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친분을 나누거나 긴 대화를 나눈 적은 거의 없었다.

검왕 장석원은 길드 마스터였고.

‘난 평길드원이었으니까.’

특별한 고유 스킬로 주목받기는 했지만.

‘그래 봤자, 루키. 당연히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 줄 필요가 없었겠지.’

회귀 전 4년 넘게 봤던 검왕 장석원의 모습보다.

오늘 하루 동안 봤던 검왕 장석원의 모습이.

더 인간 장석원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고려길드는 마왕군과 싸우는 일에 한해 다크 나이트를 전심전력으로 도울 생각이네. 발해길드는 그럴 수 있나?”

“당연히 우리도 그럴 수 있지. 오히려 영감이 이끄는 고려길드보다 훨씬 나을걸.”

“그럼 협력 문서를 작성하지. 내 우선순위도 양보하겠네.”

인의군왕 신창후가 기다렸다는 듯 영혼의 계약서를 꺼내 들었다.

“어?”

잔뜩 열을 올리던 검왕 장석원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설마 다크 나이트의 수장이 있는 자리에서 허언을 한 건 아니겠지?”

인의군왕 신창후의 능글맞은 표정에.

‘당했다.’

검왕 장석원은 자신이 낚였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고.

강현수 역시.

‘나를 도와주려고 도발했던 거군.’

인의군왕 신창후가 검왕 장석원을 도발한 이유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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