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110화 (110/365)

뒤늦은 복수 (2)

“그런데 혹시 저 녀석을 넘겨주실 수 있으십니까? 산 채로 데려가야 길드 마스터도 납득하실 것 같아서요. 그리고 저희와 동행해 이번 일에 대한 증언을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고려길드 소속 플레이어의 말에.

-할 수 있겠어?

강현수가 송하나와 투황의 의견을 물었다.

-우리가 갈게.

-맡겨 두라고.

송하나와 투황의 대답에.

“이 두 사람이 함께 가 줄 겁니다.”

강현수가 송하나와 투황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혹시 지금 바로 출발할 수 있을까요? 최대한 빨리 알려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렇게 하시죠.”

송하나와 투황이 고려길드의 파티장으로 위장했던 도플갱어를 포박해 고려길드 소속 플레이어들과 함께 자리를 떠났고.

“저희는 이놈을 데리고 갈까 하는데 괜찮을까요?”

곽동수가 자신과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를 가리키며 강현수에게 물었다.

“물론입니다.”

“혹시 저희와 함께 길드 마스터를 만나 주실 수 있으실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강현수가 선선히 승낙했다.

애초에 고려길드로는 송하나와 투황을 보내고.

‘발해길드로는 내가 직접 갈 생각이었으니까.’

현재 발해길드의 길드 마스터는 검왕 장석원.

개인의 무용도 뛰어났고, 리더십도 있었으며, 정치적인 머리도 준수했다.

일종의 만능 엔터테이너 느낌이랄까?

‘나름 괜찮은 길드 마스터였지.’

그러나.

‘1년 안에 죽지.’

발해길드의 길드 마스터 검왕 장석원은 도플갱어 군단의 이간질로 인해 벌어진 전쟁에 휩쓸려 사망한다.

‘그 후 황소욱이 발해길드의 길드 마스터 자리에 오르지.’

검왕 장석원이 건재했다면?

‘황소욱이 길드 마스터의 자리에 오르는 일 따위는 없었을 거야.’

검왕 장석원을 만나 돈독한 친분을 쌓는다면?

‘검왕 장석원의 죽음도 막고 황소욱이 성장할 기회 자체를 틀어막을 수 있어.’

황소욱은 어차피 이번 기회에 죽일 생각이기는 하지만.

‘곱게 죽어 주지는 않겠지.’

워낙 쥐새끼 같은 놈이었으니까 말이다.

또한 애초에.

‘명예롭게 죽여 줄 생각도 없고.’

황소욱의 가면을 벗겨 내 그 속살을 만천하에 드러내 명예를 땅에 떨어트리고.

‘최대한 비참하게 죽인다.’

그리고 그건.

또 다른 원수인 신소희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황소욱이 저지른 일 중에 큰 문제가 될 만한 게 몇 개나 있지?’

강현수가 훗날 황소욱의 짓으로 드러난 범죄 행각에 대한 기억을 다시 떠올리려던 순간.

‘뭐지?’

주변을 포위해 오는 다수의 기척이 느껴졌다.

“습격이다!”

곽동수의 외침에 발해길드 소속 플레이어들과 그 뒤를 따르던 중소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일제히 무기를 뽑아 들었다.

크르르릉!

플레이어들의 주변을 포위한 건.

다수의 몬스터들이었다.

“이놈들이 왜 이렇게 몰려왔지?”

“저 몬스터는 여기 서식하는 놈이 아닌데.”

플레이어들은 살짝 놀라기는 했지만.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

플레이어들의 숫자가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갑자기 무슨 일이지?’

강현수는 의아함을 느꼈다.

현재 포위망을 갖춘 채 모습을 드러낸 몬스터들은.

‘단순히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야.’

마치 누군가의 지시를 받는 듯 질서 정연했다.

‘상위 마족?’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존재는 상위 마족뿐이다.

물론 도플갱어도 마족이니 몬스터를 조종할 수 있다.

다만 대부분이 최하급이나 하급이기에 몬스터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할 뿐.

‘어떻게 된 거지?’

강현수는 적잖은 의문을 느꼈다.

‘빠져나간 플레이어 자체가 없을 텐데.’

도대체 어떻게 도플갱어의 지배를 받는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말인가?

크아아아앙!

몬스터들의 습격이 시작되었고.

“죽여!”

플레이어들과 전투가 벌어졌다.

-몬스터들의 습격을 받았어.

-걱정하지 마. 약한 놈들이라 금방 퇴치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송하나와 투황의 말이 전해졌다.

‘그쪽도 습격을 당했다고?’

절대 우연이 아니었다.

‘도플갱어들이 이곳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알고 있는 게 확실해.’

도대체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의문이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도플갱어들이 몬스터를 동원해 습격을 했다.

그럼 그 목적은?

‘우리의 존재 자체를 지우려는 거겠지.’

현재 도플갱어의 존재를 알아차린 이들은 강현수 일행을 포함해 이 사냥터에 있던 발해길드 소속 플레이어, 고려길드 소속 플레이어, 중소 길드 소속 플레이어뿐이다.

진실을 알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전멸하면?

‘도플갱어들은 자신들의 비밀을 지킬 수 있어.’

그럼 이 습격은 단순히 몬스터의 공격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이쪽도 몬스터의 습격을 받았어. 도플갱어의 지시를 받는 것 같아. 조심해. 몬스터 습격만으로 끝나는 공격이 아닐 거야.

-그럼 상황이 바뀌면 바로 연락할게!

-알았다! 최대한 조심하지!

송하나와 투황의 대답을 들은 강현수가.

콰콰콰콰!

핏빛 오러를 뿜어내며 몬스터들을 빠른 속도로 정리해 나갔다.

‘무슨 수작을 부릴지는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몬스터를 최대한 빨리 정리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 순간.

“아아악!”

“커억!”

무시무시한 기세로 몬스터들을 쓸어 나가던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연이어 비명이 터져 나왔다.

‘고블린?’

플레이어들을 연달아 제거한 몬스터는.

저레벨 몬스터인 고블린이었다.

‘고블린이 저런 전투력을 보여 주기는 힘들어.’

물론 고레벨 고블린이 없는 건 아니다.

드물게 고레벨 고블린도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블린은.

‘저레벨이지.’

거기다 활약하고 있는 몬스터는 고블린만이 아니었다.

붉은 갈기 늑대, 오크, 리자드맨 같은 저레벨 몬스터들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도플갱어다.’

도플갱어가 몬스터의 모습으로 위장한 채 전투에 참여한 것이다.

플레이어들은 저레벨 몬스터로 위장한 도플갱어를 얕잡아 봤고.

그 때문에 더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다.

-도플갱어가 저레벨 몬스터로 위장하고 있어. 조심해.

송하나와 투황에게 경고를 날려 준 강현수가 저레벨 몬스터로 위장한 도플갱어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좌악! 서걱!

순식간에 저레벨 몬스터로 위장한 도플갱어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하나 도플갱어들은 전투에서 자신들의 장기를 백분 활용했다.

“커억! 네가 왜?”

“모두 조심해! 도플갱어들이 플레이어로 변신했다!”

“너, 뭐야? 왜 내 모습을 하고 있어!”

“네가 내 모습을 하고 있는 거겠지!”

난전 상황에서 플레이어로 변신한 도플갱어들까지 등장하자.

상황이 더 꼬여 버렸다.

심지어.

“괜찮으십니까?”

“아, 다크 나이트님! 감사.”

푸욱!

‘내 모습까지 따라 해?’

강현수의 모습을 복사하는 녀석들까지 있었다.

‘가짜들을 빠르게 정리한다.’

서걱! 서걱!

강현수는 자신의 모습으로 변신한 도플갱어들을 빠른 속도로 처리했다.

그러나.

다른 당장 전투 중인 플레이어들의 경우는 구분이 쉽지 않았다.

‘모조리 죽여 버릴 수도 없고.’

이게 도플갱어의 까다로운 점이었다.

마족 중 최약체지만.

어떤 면에서 보자면.

전투력이 강력한 최상위 마족보다 상대하기가 더 힘들었다.

‘돈 좀 써야겠네.’

강현수가 미리 준비해 온 은화를 꺼내.

우드득!

가루로 만들었다.

그 후.

쌍둥이처럼 닮은 플레이어들을 향해 달려가.

서걱!

둘 모두에게 작은 상처를 내고.

휘익!

은가루를 뿌렸다.

치익!

곧바로 가짜의 정체가 드러나자.

좌악!

그대로 목을 베어 버렸다.

“은화를 사용하면 자기가 도플갱어가 아니라는 걸 증명할 수 있습니다!”

강현수의 외침에.

“내가 진짜야!”

“아니야! 나야!”

“그럼 상처를 내고 여기에 뿌려 봐!”

“알았어!”

“이런 젠장!”

순식간에 도플갱어들의 정체가 드러났다.

굳이 은화에 피를 뿌리는 식으로 자신을 증명할 필요가 없었다.

가짜들은 알아서 몸을 피하거나 다른 이의 모습으로 변했으니까 말이다.

‘역시 이 방법이 효과가 좋아.’

회귀 전에도 잘 먹혔던 방법이다.

‘이러면 굳이 동료를 의심할 필요가 없어지지.’

도플갱어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무력화되는 순간이었다.

“다크 나이트님!”

그때 곽동수가 강현수를 향해 다가왔다.

“정말 대단한 실력이십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감사 인사는 전투가 끝난 후에 듣기로 하죠.”

“알겠습니다.”

강현수가 남은 몬스터들을 향해 공격을 가하려고 몸을 돌리는 순간.

휘익!

곽동수의 검이 강현수의 심장을 향해 날아왔다.

콰직!

마룡갑을 뚫고 날아온 갑옷이 심장을 꿰뚫으려는 찰나.

[EX랭크 스킬 얼음 방패가 발동합니다.]

콰지지직!

차가운 얼음로 이루어진 푸르스름한 방패가 생겨나 강현수의 전신을 뒤덮었고.

퍼엉!

마룡갑을 꿰뚫은 곽동수의 공격이 그대로 막혀 버렸다.

‘어떻게?’

강현수는 크게 놀랐다.

회귀 전의 인연 때문이었을까?

강현수는 전투 와중에도 은연중 곽동수를 챙겼다.

그 덕에 곽동수의 모습으로 변한 도플갱어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강현수의 눈앞에 있는 곽동수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동일인이었다.

그럼에도 곽동수가 강현수를 공격한 이유는 단 하나.

‘처음부터 도플갱어였던 거야.’

으드득!

어금니가 부서질 정도로 이를 악물렸다.

곽동수의 도플갱어가 강현수를 만나기 전부터 그의 행세를 했다는 건.

‘동수 형.’

이미 오래전 곽동수가 사망했다는 뜻이었다.

“죽어!”

콰콰콰콰콰!

핏빛 오러에 휩싸인 강현수의 검이 곽동수를 향해 날아갔다.

파강!

그러나 놀랍게도 곽동수는 강현수의 검을 막아 냈다.

“인간치고는 제법 실력이 뛰어나구나.”

곽동수의 형상을 한 도플갱어가 놀랍다는 표정으로 강현수를 바라봤다.

‘중하급 도플갱어가 아니야.’

강현수는 곽동수의 형상을 한 도플갱어가 보통 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최소한 상급 마족. 어쩌면 최상급일 수도 있겠어.’

상급 마족과 최상급 마족은 마계 귀족이 아닌 평마족 중에서는 최고 수준에 도달한 실력자다.

‘도플갱어라고는 하지만, 웬만한 네임드 플레이어는 가볍게 씹어 먹을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겠지.’

그러니.

나름 실력이 있는 고레벨 플레이어 곽동수가 제대로 된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소리 소문 없이 죽은 것이리라.

“다크 나이트라. 카로스 남작님을 살해하고 우리의 계획을 방해하는 눈엣가시 같은 네놈들의 정체를 알아낼 좋은 기회가 생겼구나.”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벌써 상위 도플갱어를 사냥하게 될 줄은 몰랐거든. 네놈을 이용해 아틀란티스 차원에 숨어든 도플갱어들을 뿌리째 뽑아 주마.”

“쯧쯧쯧, 하찮은 인간인 네놈이 나를 이길 수 있을 성싶으냐?”

곽동수의 형상을 한 도플갱어는 강현수를 얕보고 있었다.

마력을 흐트러트리는 스킬이 까다롭기는 하지만.

더 강한 마력을 주입하면 충분히 버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까는 네놈의 방해 때문에 일이 꼬였지만, 이제 다시 바로잡을 것이다.”

곽동수의 형상을 한 도플갱어가 고려길드 소속 플레이어로 위장한 도플갱어에게 죽을 뻔한 위기에 처한 건.

사실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

적당한 부상을 당하고 파티원을 절반 정도 잃은 뒤 발해길드로 돌아가 고려길드와의 전쟁을 부추길 생각이었다.

운이 좋아 발해길드 마스터와 독대하는 자리가 생기면?

기회를 봐서 독으로 발해길드 마스터를 제거한 후 그 자리를 대체할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한데 강현수의 등장과 함께 모든 게 꼬여 버렸다.

“우리 정체를 밝힐 수 있는 방법만 몰랐다면 좀 더 살려 두었을 것을.”

그랬다면?

강현수와 친분을 쌓은 뒤 다크 나이트의 비밀을 캐내는 식으로 일을 진행했을 것이다.

하나.

은을 통해 도플갱어의 정체를 밝히는 방법은 너무 치명적이었다.

그 정보가 알려지면?

발해길드는 당장 대대적인 수색에 들어갈 것이다.

그럼?

자신을 포함해 발해길드에 침투해 있는 도플갱어들의 정체가 모두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아주 자신만만하구나.”

강현수는 어이가 없었다.

이놈은 무슨 자신감인지 제대로 싸워 보기도 전에 자기가 다 이겼다는 듯 행동하고 있었다.

“그래, 어디 한번 발악해 보아라. 승산은 없겠지만 말이다.”

그 말과 함께 곽동수의 형상을 한 도플갱어가 강현수에게 달려들었고.

강현수 역시 곽동수의 형상을 한 도플갱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꽈앙! 꽈앙! 꽈앙!

오러와 오러가 연속적으로 충돌하며 커다란 폭음이 연달아 터져 나왔고.

“커억!”

곽동수의 형상을 한 도플갱어가 입에서 피를 토해 내면서 술에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뒤로 밀려 났다.

“이, 이게 무슨?”

곽동수의 형상을 한 도플갱어는 크게 당황했다.

현재 곽동수의 형상을 한 도플갱어의 진짜 실력은 황의 칭호를 받은 플레이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마기를 감춘 상태에서도 왕의 칭호를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보다는 강했다.

그런 강함을 가지고 있기에 발해길드의 길드 마스터 검왕 장석원을 비밀리에 제거하고 그 자리를 차지할 생각까지 했던 것이다.

실력이 없으면?

아무리 껍데기가 똑같아도 검왕의 대역을 제대로 소화할 수 없었다.

한데.

그런 자신이 다크 나이트라고는 하지만 아무런 칭호도 없는 인간에게 형편없이 밀리고 있었다.

‘설마 저놈의 실력이 황급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 수준을 넘어섰단 말인가?’

황급 칭호를 넘어선 플레이어는 신급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뿐이다.

현재 아틀란티스 차원에 신급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는 고작 열.

그중에서 강현수처럼 검을 사용하는 이는 고작 세 명.

하지만 그 세 명은 강현수와 일치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체형도 달랐고, 오러의 색도 달랐으며, 마력을 흩어 버리는 스킬도 없었다.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신급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가 다크 나이트에 속해 있었다고?’

그리고 하필 재수 없게 자신이 그런 존재를 만났다?

그것도 도플갱어 일족의 치명적인 약점을 알고 있는 상태로?

‘재수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자신감이 넘쳤던 곽동수의 형상을 한 도플갱어의 얼굴이.

엉망진창으로 일그러졌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