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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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던전 (3)

“고마워. 잘 쓸게. 그리고 꼭 강해질게.”

송하나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파드론의 검, 악몽의 귀걸이, 태양의 가호를 받아 들었고.

“이 빚은 꼭 갚을게.”

투황이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하며 악몽의 목걸이, 달의 가호, 별의 가호를 받았다.

“그래그래. 그걸로 더 강해져. 너희는 그럴 수 있어.”

“알았어! 꼭 현수 네 믿음에 보답할게!”

“나도 마찬가지다! 이런 선물을 준 걸 후회하지 않게 만들어 주겠어!”

의욕이 차오른 송하나와 투황은 대련을 해야겠다며 사이좋게 사라졌다.

‘그럼 나도 익혀 볼까.’

강현수가 악몽의 반지를 손가락에 끼우고.

불사의 서를 움켜쥐었다.

[불사의 서 – EX랭크를 습득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당연히 습득해야지.’

강현수가 예를 선택했고.

[불사의 서 – EX랭크를 습득하셨습니다.]

불멸자의 주력 스킬 불사의 서를 손에 넣었다.

‘옵션이 좋아.’

불사의 서는 단순히 회복 스킬이 아니다.

‘머리가 날아가도 심장이 터져도 죽지 않지.’

사실상 불사신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결정적으로.

[1회에 한해 죽음에서 부활할 수 있습니다.]

[부활하면 불사의 서는 소멸합니다.]

‘이게 최고지.’

괜히 불사라는 말이 붙어 있는 게 아니다.

‘사용할 일은 없겠지만.’

어쨌든 예비 목숨을 하나 추가로 확보한 것 아니겠는가?

거기다 강현수에게는.

‘불멸의 성화가 있지.’

불멸의 성화, 불사의 서.

이 두 가지가 중복되면?

사지 중 하나가 잘려 나가도 순식간에 치료될 정도의 자가 회복력을 얻을 수 있다.

‘자, 다음은.’

달의 그림자였다.

[달의 그림자 – EX랭크를 습득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메시지가 떠올랐고.

강현수는 당연히 예를 선택했다.

[달의 그림자 – EX랭크를 습득하셨습니다.]

‘은신 스킬의 한계를 넘어섰어.’

이건 은신 스킬이라기 보다는.

‘공간 계열 스킬이라고 봐야지.’

달의 그림자를 발동하면?

생명력, 마력, 살기, 숨소리.

그 무엇 하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마치 시전자를 다른 공간에 숨겨 놓기라도 한 것처럼.

‘물리 공격이나 스킬 공격을 받아도 피해를 받지 않아.’

사실상 스킬을 해제하기 전까지는 무적이었다.

단점이라면.

‘나도 적을 공격할 수 없어.’

적도 강현수를 보거나 공격할 수 없지만.

강현수는 적을 볼 수는 있어도.

스킬을 해제하기 전까지는 공격할 수 없다.

‘거기다 은신 스킬치고 쿨타임이 꽤 길어.’

EX랭크임에도 12시간의 쿨타임을 가지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한번 발동하면 추가 마력 소모 없이 계속 유지된다는 거지.’

역시 은신 스킬이라기보다는.

시전자를 잠시 다른 공간으로 이동시키는 스킬 같아 보였다.

‘뭐, 어느 계열이냐는 중요한 게 아니지.’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막말로 로크토 제국 황제의 침실에 들어갈 수도 있어.’

거기다 달의 그림자는.

소환사 계열의 직업인 일인여단과 궁합이 너무 좋았다.

‘내가 달의 그림자에 숨어 있는 상태로 소환수만 보내 싸운다면?’

강현수는 달의 그림자 속에서 무한 레벨 업을 할 수 있다.

거기다 파괴된 소환수를 여단 구성으로 다시 만들어 내면?

적들은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워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다.

‘뭐, 굳이 몸을 숨길 필요는 없지만.’

달의 그림자는 회귀 전 일인군단으로 불렸던 이반 야멜리코넨이 얻었으면 정말 좋았을 스킬이었다.

‘달의 그림자가 있었다면 그렇게 허무하게 죽지는 않았겠지.’

그러나.

현재의 강현수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꼭 필요한 건 아니지.’

강현수는 회귀 전 일인군단으로 불렸던 이반 야멜리코넨과 달리.

전투가 벌어졌다고 굳이 달의 그림자 속에 몸을 숨을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직접 전장에 나서는 게 더 큰 이득이었다.

왜냐하면.

강현수 자체가.

소환수들을 능가하는 가장 강력한 전력이었으니까 말이다.

* * *

‘이제 슬슬 시작되겠네.’

마룡 카라스가 용종 몬스터들을 이끌고 차원 게이트를 넘어온 이후.

마왕군은 꽤 오랜 시간 잠잠했다.

그러나 이제 슬슬 그 긴 침묵이 깨질 때가 되었다.

‘슬슬 도플갱어 군단이 침공을 시작하겠지.’

침공 루트는 테라 왕국.

‘유독 로크토 제국의 영향권 아래 있는 나라들이 집중 공격을 당했단 말이지.’

아틀란티스 차원의 최강국들 중 로크토 제국이 가장 먼저 멸망한 이유는.

‘내전이 결정타를 날리기는 했지만, 가장 많은 침공을 당해 국력이 너무 크게 소진되어서이기도 했지.’

하나 이미 강현수의 손에 의해 큰 줄기가 비틀렸다.

커다란 암덩어리로 자라날 카발길드를 조기에 제거했고.

말썽꾸러기 중화길드에 재갈을 물렸으며.

마룡 카라스 침공 당시 무란 왕국의 피해를 크게 줄였고.

마지막으로 로크토 제국의 내전을 일으킨 장본인인 암왕 세실리아를 수족으로 만들었다.

‘테라 왕국이 입을 피해까지 잘 막으면 완벽해.’

도플갱어 군단은 카라스가 이끄는 용종 몬스터들처럼 정면 공격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둠 속에 숨어 은밀히 움직였지.’

도플갱어는 목표로 한 플레이어의 외형은 물론 목소리와 말투, 사용하는 스킬까지 고스란히 복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마족이다.

‘뭐, 어디까지나 겉모습뿐이지만.’

상대 플레이어의 스텟은 복사할 수 없다.

스킬의 경우도 외형만 비슷할 뿐.

‘위력은 전혀 다르지.’

그러나.

‘어쨌든 겉모습만큼은 그럴듯하게 구현할 수 있어.’

그렇기에 아무런 저항 없이 플레이어들 사이에 스며들 수 있었다.

또한 플레이어를 살해하고 태연하게 그 대역을 소화하기도 했다.

‘그래서 피해가 컸지.’

도플갱어는 가장 완벽한 스파이였다.

‘스파이 수준을 넘어 거대 길드의 길드장을 제거하고 대역을 한 적도 있었지.’

도플갱어는 다른 플레이어의 모습을 완벽하게 복사해 낼 수 있다.

그 말은.

‘내분을 일으키기 쉽다는 거지.’

한 길드의 길드장 외형을 훔쳐 적대적인 길드에 대놓고 시비를 건다면?

거대 길드의 간부나 길드장의 외형을 훔쳐 귀족을 살해한다면?

‘반대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하지.’

도플갱어의 무력은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다.

오히려 특별한 개체를 제외하면 최상위 용종 몬스터인 드라칸이나 드래고니안만도 못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인간 사회에서의 위험성만 따지자면?

‘마룡 카라스보다 더 위험하지.’

강력한 힘으로 침공하는 것도 무섭지만.

다른 이의 외형을 빌려 이간질로 인간들 사이에 전쟁을 부추겨 자멸하게 만드는 게 더 두려웠다.

‘도플갱어 군단의 침공을 막지 못하면, 테라 왕국은 멸망한다.’

길드와 길드의 전쟁.

귀족과 귀족의 전쟁.

길드와 귀족의 전쟁.

반란으로 인한 내전.

처음에는 그저 우발적인 다툼이 커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지.’

도플갱어들의 농간에 놀아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도플갱어 군단의 존재가 드러난 후에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어.’

오히려 정치적인 이득을 위해 정적을 도플갱어로 몰아 죽이는 경우도 허다했다.

‘마족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지.’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에도 마기를 감춘 마족을 구분해 낼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마족 중 도플갱어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있지.’

다만 그 방법이 알려지는 건 한참 후의 일이다.

그 방법이 알려지지 않았다면?

‘도플갱어 군단의 침공이 테라 왕국의 멸망으로 끝나지 않았겠지.’

아마 월등히 많은 나라들이 도플갱어 군단의 이간질에 무너졌으리라.

해결책은 간단했다.

‘그 방법을 미리 퍼트리면 그만이야.’

도플갱어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

그건 바로.

‘은이지.’

은은 고대부터 왕족이나 귀족들이 애용하는 물건이었다.

특히 접시, 수저, 포크, 젓가락, 컵 등을 은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이유는 독과 닿으면 은이 변색하기 때문이다.

단 모든 독에 그런 건 아니다.

‘그저 비소를 비롯한 몇몇 독에 반응할 뿐이지.’

도플갱어의 특별한 점은.

‘피와 타액에 은에 반응하는 독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는 거지.’

피와 타액에 섞인 독은 전투력이 약한 도플갱어가 위장한 모습으로 방심한 적을 손쉽게 제압할 수 있게 해 주는 강력한 무기 중 하나였다.

‘도플갱어는 겉모습만 흉내 낼 수 있을 뿐.’

피까지 바꾸지는 못한다.

도플갱어의 피나 타액이 은에 닿으면?

‘변색 수준을 넘어서 그대로 은이 녹아 버리지.’

그래서 구분이 가능했다.

은에 피나 타액 한 방울을 떨어트리면?

손쉽게 인간과 도플갱어를 구분할 수 있다.

인간의 피와 타액은 은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지만.

도플갱어의 피와 타액은 은을 부식시키니까.

‘이번 기회를 잘만 이용하면 황소욱 그놈을 제거할 수 있어.’

황소욱.

회귀 전 강현수의 숨통을 끊은 원수이자 스킬 강화의 소유자.

‘다른 원수 놈들은 천천히 처리해도 그만이지만.’

황소욱은 그럴 수가 없었다.

‘놈은 도플갱어 군단의 침공으로 시작된 내전 덕분에 제대로 된 명성을 얻는다.’

도플갱어 헌터라는 칭호를 얻으며 네임드 플레이어가 되고, 발해길드 내에서의 직위도 무섭게 올라간다.

도플갱어 군단의 침공이 끝날 때쯤이면?

놈은 왕의 칭호를 손에 넣고 발해길드의 길드 마스터가 된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황소욱을 처리하기 위해 발해길드와 전쟁을 해야 할 수도 있었다.

‘그건 피해야지.’

발해길드에 좋은 감정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나쁜 감정이 있지도 않았다.

발해길드원들이 자신을 멸시하고 차별했지만.

그건 황소욱이 만든 판이나 다름이 없었으니까.

‘발해길드 자체의 저력이 대단하기도 하고.’

마왕군과의 전쟁에서 큰 활약을 하는 최정예 길드가 바로 발해길드다.

황소욱과 신소희.

그 둘을 제거하면.

‘전체적인 규모는 작아질지 몰라도 길드 자체의 질은 더 올라갈 거야.’

황소욱의 농간에 빠져 실각하거나 목숨을 잃은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런 놈은.

‘최대한 빨리 제거하는 게 이득이지.’

거기다 지금쯤이면.

‘스킬 강화를 EX랭크로 만들었을 거야.’

EX랭크가 된 스킬 강화가 바로 황소욱이 네임드 플레이어가 될 수 있었던 힘이다.

운이 좋다면?

‘EX랭크의 스킬 강화 스킬북을 손에 넣을 수도 있어.’

그렇게 되면 강현수는 지금보다 더 빠르게 스킬 랭크를 상승시킬 수 있다.

왜?

‘쿨타임이 확 줄어드니까.’

EX랭크가 된 스킬 강화의 쿨타임은 고작 3일에 불과했다.

황소욱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고레벨이 되면?

3일은커녕 일주일에 1레벨 올리기도 힘드니까.

그러나 강현수 입장에서는.

‘3일이면 0레벨에서 200레벨을 찍고도 남을 시간이지.’

현재 강현수가 보유한 레플리카 스킬 강화의 랭크는 A.

‘보름에 한 번밖에 사용할 수가 없어.’

강현수의 입장에서는 보름 동안 500레벨을 찍고 스킬 강화 한 번 사용하는 것보다.

같은 시간 동안 200레벨을 찍고 스킬 강화를 다섯 번 사용하는 게 두 배는 더 이득이었다.

‘200레벨 찍는 건 쉽지.’

300레벨까지도 나름 수월하다.

하지만 마의 구간이라고 불리는 400~500레벨을 찍는 건?

아무리 고레벨 몬스터를 잡아도 레벨 업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EX랭크 스킬 강화가 있다고 A랭크 레플리카 스킬 강화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강현수 입장에서는?

EX랭크 스킬 강화를 얻으면 마이너스 없이 플러스만 있는 셈이 된다.

단지.

‘운이 아주아주 좋아야 얻을 수 있겠지.’

솔직히 황소욱이 익힌 수많은 스킬 중에서.

‘EX랭크 스킬 강화 스킬북이 떨어질 확률은 대략 100분의 1이지.’

하지만.

‘한번 시도해 볼 만은 해.’

로또의 8,145,060분의 1에 비하면?

‘충분히 높은 확률이지.’

강현수는 송하나와 투황을 소집해.

테라 왕국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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