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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던전 (2)

“쯧쯧쯧.”

강현수는 던전에 들어온 직후 한 번도 악몽과 현실을 혼동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단번에 악몽이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간파했다.

하나 송하나와 투황은 아니었다.

악몽에서 빠져나오는 건 개개인의 의지 차이다.

그러나 현실과 악몽을 구분하지 못하고 빠져드는 건?

‘정신력 스텟의 영향을 받겠지.’

강현수의 정신력 스텟은 현존하는 플레이어들을 통틀어도 가장 높다.

업적과 누적 스텟을 통해 올라간 정신력 스텟도 꽤 되고.

‘템빨도 무시할 수 없지.’

수호의 반지에 내장된 정신계 공격 방어 스킬들.

정신력 스텟 3,000을 늘려주고 정신력 스텟을 100% 증폭시켜 주는 건강의 반지.

여기에 마룡갑 세트 옵션으로 정신력 스텟이 450% 증가한다.

이런 강력한 템빨 덕에.

악몽의 던전에 입장한 이후 강현수는 단 한 번도 현실과 악몽을 혼동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저 둘은 사정이 다르지.’

송하나와 투황의 정신력 스텟이 꽤 높기는 하지만.

저 둘보다 월등히 정신력 스텟이 높았을 게 확실한 미래의 랭커들마저 죽어 나간 악몽이다.

‘도움을 줘야겠어.’

강현수가 손에서 수호의 반지와 건강의 반지를 뺐다.

그 후 송하나의 손가락에 두 개의 반지를 끼워 주었다.

투황은 그나마 저항하고 있었지만.

송하나는 아예 벌벌 떨고만 있었다.

‘옵션 효과가 나타나면 악몽이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데 도움이 될 거야.’

하지만 이미 악몽에 너무 깊게 빠져들었다면?

수호의 반지와 건강의 반지도 무용지물이 될 확률이 높았다.

“엄마, 아빠,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버리지 마세요.”

송하나가 눈물을 흘리며 두 손을 싹싹 비비며 애원했다.

“싫어, 혼자는 싫어. 너무 무서워. 제발 함께 있어 줘요.”

송하나가 어린아이처럼 울먹였다.

딱 봐도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란 게 아니었다.

‘이래서 그간 지구의 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거였나?’

단순히 지구에 대한 향수병이 도지는 게 무서워 지구의 일을 언급하지 않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네.’

송하나는 튜토리얼에서의 첫 만남 이후.

어미 새를 따르는 아기 새처럼 강현수를 따랐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휘관 임명 후 함께 술잔을 기울일 때 잔뜩 술에 취한 송하나가 속마음을 고백한 적이 있었다.

그동안 강현수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고.

앞으로도 열심히 할 테니.

제발 버리지 말아 달라고.

‘그때는 그냥 나도 네가 떠나갈까 봐 무서웠다고 너스레를 떨었는데.’

극한의 상황이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은 강현수뿐이었다.

‘그래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구에서부터 이어진 트라우마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나야, 송하나! 내가 여기 있어. 넌 혼자가 아니야. 언제까지고 함께 있어 줄게.”

강현수가 송하나에게 힘이 될 법한 말을 꾸준히 내뱉었다.

‘들릴지 안 들릴지는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이게 강현수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함께?”

그때 송하나가 강현수의 말에 반응을 보였다.

“그래, 함께 있어 줄게.”

“영원히?”

“어, 영원히.”

“정말이지? 진짜지?”

“그래.”

“고마워, 현수야.”

그 말을 끝으로 송하나가 굳게 감고 있던 눈을 떴다.

“하아! 하아!”

눈을 뜬 송하나가 거친 숨을 토해 냈다.

“현수야? 이게 대체?”

“악몽에 빠졌을 뿐이야. 잠깐 쉬고 있어.”

강현수가 그 말과 함께 송하나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수호의 반지와 건강의 반지를 빼내 투황에게 다가갔다.

“다 덤벼! 나를 토인족이라고 무시하는 놈은 절대 용서하지 않겠어!”

투황은 말 그대로 지랄발광을 하고 있었다.

퍼억!

투황의 몸에 상처가 생겼다 아물었다를 반복했다.

‘악몽이지만 단순한 꿈으로 끝나지는 않는구나.’

송하나처럼 정신적인 타격으로 자아가 붕괴 직전의 위기에 놓일 수도 있지만.

투황처럼 악몽에 깊게 빠져든 상태에서 상처를 입을 수도 있었다.

‘불멸의 성화를 항상 유지시켜 놔서 다행이네.’

만약 불멸의 성화를 상시 발동시키지 않았다면?

투황의 몸은 지금 상처투성이가 되어 있을 게 확실했다.

탁!

강현수가 투황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수호의 반지와 건강의 반지를 끼웠다.

“주피, 정신 차려. 그건 현실이 아니야. 악몽 속에서 빠져나와.”

강현수가 계속해서 같은 말을 반복했고.

“강현수?”

투황이 반응을 보였다.

“그래, 나야.”

“꿈이 아니었구나.”

투황이 환한 미소를 짓더니.

눈을 떴다.

“강현수! 역시 그간의 일은 진짜였어!”

투황이 강현수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간 나를 만나고 일어났던 일들을 잠시 잊어버렸나 보네.’

강현수는 투황의 손에서 수호의 반지와 건강의 반지를 빼내 다시 착용했다.

그때.

[악몽의 던전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화아악!

밝은 빛무리와 함께 던전의 마력이 한곳으로 모이더니.

아홉 개의 아이템으로 변했다.

‘뭐야? 보상은 세 개 아니었나?’

회귀 전에는 분명히 그렇게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강현수의 눈앞에 있는 아이템은 세 개가 아닌 아홉 개였다.

거기다 모두.

‘EX랭크야!’

애초에 대박인 줄은 알고 왔다.

한데.

이런 초대박일 줄이야.

‘이 능구렁이 같은 놈들.’

그림자 군주, 불멸자, 검마왕.

그 세 사람은.

‘모두를 속였구나.’

악몽의 던전에서 얻은 보상을 일부러 다 밝히지 않은 게 확실했다.

‘하긴 셋 모두 거대 길드 소속이었으니.’

길드의 지원을 받고 원정을 갔으니 악몽의 던전을 클리어한 보상이 뭔지 보고는 해야 했다.

하지만 아홉 개나 되는 EX랭크 아이템을 얻었다고 하면?

‘죽은 여섯 명의 몫을 길드가 가지고 갔을 확률이 높아.’

그래서 던전 클리어 보상 아이템을 세 개라고 보고했을 확률이 높았다.

그 후.

‘남은 여섯 개는 따로 빼돌렸겠지.’

아마 세 명이 각각 두 개씩 나눠 가졌으리라.

어쩌면 좋은 판단이기도 했다.

‘괜히 길드만 좋은 일 시켜 줄 필요는 없으니까.’

강현수가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파드론의 검, 불사의 서, 달의 그림자.’

이 셋은 회귀 전 각각 검마왕, 불멸자, 그림자 군주가 사용했던 대표 아이템과 스킬이었다.

‘나머지 여섯은 뭐지?’

반지 하나, 귀걸이 하나, 목걸이 하나로 총 세 개의 아이템이 있었고.

나머지 세 개는 스킬북이었다.

액세서리 3종의 경우.

‘전부 다 악몽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기는 한데.’

안타깝게도 세트 아이템이 아닌 단일 아이템인 관계로.

‘세트 옵션이 없네.’

[악몽의 반지 - EX랭크]

-마력 스텟을 45% 증가시켜 줍니다.

-정신력 스텟을 45% 증가시켜 줍니다.

-스킬 저항력을 45% 증가시켜 줍니다.

-스킬 공격력을 45% 증가시켜 줍니다.

-저장 스킬 : 악몽 EX랭크

발동 시 적에게 시전자가 원하는 악몽을 선사해 줍니다.

쿨타임 : 24시간

‘악몽의 반지라.’

나머지 악몽의 귀걸이, 악몽의 목걸이도 옵션은 동일했다.

‘이건 각자 하나씩 나누면 되겠네.’

마력과 정신력을 증가시켜 주고 스킬 저항력과 공격력도 올려 준다.

옵션으로 붙어 있는 스킬이 다 달랐다면?

더 쓸 만했겠지만.

‘옵션이 같으니 쿨타임 줄여 주는 용도로밖에 못 써먹어.’

이건 각각 하나씩 나누는 게 이득이었다.

뭐, 그래도.

‘악몽 스킬 자체는 꽤 쓸 만할 것 같네.’

시전자가 원하는 악몽을 선사한다는 점이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스킬인 만큼 시전자의 마력 스텟과 스킬 공격력 그리고 대상자의 정신력 스텟과 스킬 저항력의 영향에 따라 발동 확률이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내 마력 스텟이면 충분하지.’

웬만큼 정신력 스텟과 스킬 저항력이 높지 않으면 십중팔구 걸려들 것이다.

‘어디 보자.’

강현수가 아직 확인하지 않은 스킬북 세 개에 시선을 돌렸다.

‘태양의 가호, 달의 가호, 별의 가호라.’

셋 모두 방어형 스킬북이었다.

‘나한테는 그다지 쓸모가 없는 것들이네.’

셋 모두 EX랭크이기는 했지만.

수호의 반지가 있는 강현수의 입장에서는.

‘습득해 봤자 손해지.’

익히는 순간 수호의 반지가 세 개의 EX랭크 스킬을 흡수해 버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냥 EX랭크 스킬 세 개를 날리는 거지.’

어차피 수호의 반지에 저장되어 있는 스킬들은 모두 EX랭크 등급이다.

저장된 스킬을 바꿀 때도 F랭크 스킬북이면 충분하다.

F랭크 스킬북이든 EX랭크 스킬북이든 습득해 수호의 반지에 저장되는 순간.

‘자동으로 스킬 랭크가 EX로 고정되지.’

그런 강현수 입장에서 EX랭크 방어형 스킬북인 태양의 가호, 달의 가호, 별의 가호는 별다른 메리트가 없었다.

하지만.

‘저 두 사람에게는 다르지.’

송하나와 투황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애초에 수호의 반지가 워낙 사기성이 짙어서 그렇지.

‘EX랭크 스킬북은 엄청 희귀한 거니까.’

회귀 전의 기억이 없었다면?

강현수도 이렇게 많은 EX랭크 아이템과 스킬 들을 얻을 수 없었으리라.

“일단 분배부터 하자.”

강현수의 말에.

“아니야, 내가 한 건 아무것도 없잖아. 그냥 너 다 가져.”

송하나가 소유권을 포기했고.

“그래, 우리는 던전을 클리어하는 데 도움은커녕 방해만 했잖아.”

투황이 풀이 죽은 표정으로 동의했다.

‘심리적인 타격이 큰 모양이네.’

악몽에서 벗어났다고 끝난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자신감도 많이 떨어진 것 같고.’

최근 실력이 부쩍 늘어난 송하나와 투황은 자신감이 넘쳤었다.

한데 이번 일로 풀이 확 죽은 모양이었다.

‘나쁘지 않아.’

자신감은 좋지만.

자만심은 좋지 않다.

악몽의 던전은 송하나와 투황에게 아틀란티스 차원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알려 주는 역할을 했다.

‘자신감이 자만심으로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

악몽의 던전이 송하나와 투황에게 적절한 태클을 걸어 준 셈이 되었다.

“일단 돌아가자.”

강현수가 송하나와 투황을 데리고 루자베누로 복귀했다.

그날 저녁.

강현수가 송하나와 투황을 불렀다.

그리고.

“받아.”

각각 세 개씩 아이템과 스킬북을 나눠 주었다.

송하나에게는 파드론의 검, 악몽의 귀걸이, 태양의 가호를.

투황에게는 악몽의 목걸이, 달의 가호, 별의 가호를.

“우린 이걸 받을 자격이 없어.”

“맞다. 이건 전부 네가 가져야 해.”

“어차피 나한테는 크게 쓸모도 없는 거야.”

강현수의 진짜 목적이었던 불사의 서와 달의 그림자는 이미 챙겼고.

‘거기다 보너스로 악몽의 반지까지 얻었으니까.’

나머지 여섯 개는 강현수에게 쓸모도 없고 크게 도움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저 둘에게는?

‘큰 도움이 되겠지.’

송하나와 투황은 자유의지를 가진 플레이어이자 강현수의 소환수다.

저 둘이 강해지면?

‘내가 강해지는 것과 다름없지.’

일단 가벼운 멘탈 케어를 해 줘야 할 것 같았다.

‘이대로 놔두면 땅굴을 파고 들어갈 것 같단 말이지.’

겸사겸사 강현수 자신에 대한 신뢰도도 상승시키고 말이다.

“이번 일로 너희 둘 다 적잖이 당황했을 거야. 하지만…….”

강현수가 열심히 입을 털었다.

목적은 둘이었다.

풀이 죽은 저 둘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강현수 자신이 저 둘을 진심으로 믿고 있다는 사실을 마음 깊이 심어 주는 것이었다.

거짓말도 아니었다.

강현수는 송하나와 투황을 진심으로 믿고 있었다.

‘회귀 전에도 절대자로 군림했던 살황과 투황이야.’

지금은 회귀 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강해지고 있다.

거기다.

저 두 사람이 살신과 투신으로 불려도 부족한 위용을 선보이는 광경을.

‘미래 예지로 확실히 봤어.’

마룡 카라스? 권황? 무존?

소환수들은 성장할 수 없다.

지금 당장은 쓸 만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언젠가는 더 강한 소환수로 갈아 치워야 하는 존재에 불과했다.

하나 송하나와 투황은 아니었다.

끊임없이 성장하고 강해진다.

고작 3년 만에 네임드 플레이어급 강자로 성장한 두 사람이다.

그리고.

‘앞으로 더 강해질 게 확실해.’

자신감이 과한 것도 문제지만.

너무 풀이 죽는 것도 문제다.

강현수의 적절한 멘탈 케어에.

“정말이지?”

“크흠! 뭐, 그렇게까지 날 믿고 있다면 어쩔 수 없지!”

송하나와 투황이 정신을 차리고 땅굴 밖으로 기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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