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던전
‘그리고 슬슬 그걸 찾으러 가야겠어.’
그간 송하나와 투황의 성장을 위해 기다려 줬지만.
이제는 충분할 것 같았다.
송하나와 투황의 성장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고 그 결과.
‘둘 다 네임드 플레이어급으로 강해졌어.’
아직 칭호를 얻지는 못했지만.
공개적으로 활동하기만 하면?
‘충분히 제대로 된 칭호를 손에 넣을 수 있어.’
송하나와 투황은 소환수가 되며 전투력이 하락한 도왕과 동수를 이뤘다.
아무리 소환수가 되었다고 해도 도왕은 도왕이다.
거기다 강현수의 대대장 임명으로 지성도 꽤 많이 회복했고 대대장 직책과 여단장의 축복을 받으며 스텟도 어느 정도 복구했다.
생전에 비해 손색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웬만한 네임드 플레이어는 가볍게 씹어 먹을 정도지.’
그런 도왕과 대등하다는 건?
‘송하나와 투황이 네임드 플레이어 중에서도 왕급 칭호를 가진 이들에게 근접했다는 뜻이야.’
절로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 둘을 얻은 게 회귀 후 가장 잘한 일이야.’
아틀란티스 차원으로 넘어와 고작 3년 남짓한 시간에 이뤄 낸 성과다.
앞으로 시간이 더 흐르면?
‘충분히 회귀 전에 신의 칭호를 받았던 플레이어들을 능가할 수 있어.’
송하나와 투황이 끝이 아니다.
일인군단이라 불렸지만.
항상 아쉬움으로 점철된 인생을 살았던 호구왕 이반 야멜리코넨.
뛰어난 재능과 능력을 가졌음에도 사생아라는 한계에 막혀 무력으로 황위를 쟁취하려다 결국 로크토 제국을 멸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암왕 세실리아.
그 둘 역시 회귀 전보다 더 강해질 수 있다.
또 강해진 두 사람을 개인은 물론 인류 전체에도 득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 있다.
거기다 마왕의 하수인과 인신매매 조직, 머더러 플레이어를 척살해 인류 전체의 전력을 끌어올렸다.
이대로만 가면?
마왕군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급격히 올라간다.
전쟁에서 승리하면?
‘지구로 귀환할 수 있어,’
그럼 그리운 가족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
항상 사랑으로 대해 주셨던 부모님.
삼 남매 중 막내인 자신을 끔찍이 아껴 줬던 형과 누나.
‘그때는 제대로 느끼지 못했는데.’
오히려 형과 누나에게 강한 경쟁심과 열등감을 느꼈다.
그렇기에 형과 누나를 따라잡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했다.
하지만 비슷하게 흉내만 낼 수 있었을 뿐.
셋째인 자신은 첫째인 형과 둘째인 누나의 발뒤꿈치도 따라가지 못했다.
‘내가 고유 스킬로 레플리카를 얻게 된 것도 그 때문이었겠지.’
지구에서 강현수의 삶은 형과 누나를 따라잡기 위한 흉내 내기에 불과했다.
‘고마워.’
어찌 보면 형과 누나가 있었기에 레플리카라는 직업을 얻을 수 있었다.
‘꼭 돌아서 보답할게.’
만약 지구로 돌아간다면?
절대 열등감에 휩싸여 가족들을 멀리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으리라.
‘준비는 끝났어. 이제 악몽의 던전을 클리어한다.’
악몽의 던전은 회귀 전 한 랭커 파티가 클리어했던 던전이다.
‘악몽의 던전에서 EX랭크 아이템 하나와 EX랭크 스킬북이 두 개나 나왔지.’
피해가 꽤 컸지만.
악몽의 던전을 클리어한 생존자 3인은 엄청나게 강해져 네임드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그림자 군주, 불멸자, 검마왕.’
악몽의 던전을 클리어하고 살아남은 3인이 얻은 칭호였다.
그림자 군주는 EX랭크 은신 스킬북을.
불멸자는 EX랭크 회복 스킬북을.
마지막으로 검마왕은 EX랭크 검 한 자루를 얻었다.
‘EX랭크 은신 스킬과 회복 스킬을 얻을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거기다 검마왕의 무기인 파드론의 검은.
‘송하나에게 딱이지.’
예전부터 전력이 갖춰지면 악몽의 던전을 클리어해 파드론의 검을 송하나에게 줄 생각이었다.
‘애초에 내가 쓸 수도 없고.’
검마왕의 무기 파드론의 검은 EX랭크 아이템 중에서도 최상급에 속했다.
다만 파드론의 검에는 한 가지 큰 단점이 있었다.
‘바로 마검사 전용 무기라는 거지.’
파드론의 검을 손에 넣은 랭커는 순수한 검사였다.
그는 고민 끝에.
‘마검사로 전직했어.’
그 후 검마왕이라는 칭호를 손에 넣었다.
만약 파드론의 검을 손에 넣은 이가 마검사였다면?
‘검마왕이 아니라 검마존이나 검마황 같은 칭호를 받았을 수도 있어.’
살황 송하나가 파드론의 검을 손에 넣는다면?
‘폭발적으로 강해질 수 있어.’
강현수의 휘하에 있는 송하나와 투황의 성장은?
‘내 성장이나 마찬가지야.’
그렇지 않아도 파티원 중 유일하게 송하나만 임시 무기를 쓰고 있었다.
강현수에게는 EX랭크로 성장한 탐식의 검이 있었고.
투황에게는 엄청난 마석 노가다 끝에 SSS랭크로 성장한 야수왕의 장갑이 있다.
‘송하나가 EX랭크 무기를 맞추면 무기 세팅은 다 끝난다.’
방어구와 액세서리 세팅이 남아 있었지만.
‘그건 그 사건을 해결하면 덤으로 따라올 거야.’
강현수가 송하나와 투황을 불러들였다.
* * *
“미래 예지 스킬로 악몽의 던전이라는 곳의 위치를 알아냈다고?”
“맞아.”
“결국은 원정 간다는 거네.”
“그러게, 원정은 딱 질색인데.”
투황과 송하나는 북부에서의 기억이 떠오른 듯 얼굴이 핼쑥해졌다.
“원정은 무슨. 공간 이동 게이트로 근처에 간 다음 마룡 카라스를 타고 움직이면 하루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야.”
“그래?”
“그럼 잘하면 하루 만에 돌아올 수도 있겠네.”
투황과 송하나의 얼굴이 환해졌다.
“하지만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해. 던전의 수준이 상당히 높은 것 같거든.”
회귀 전 아홉 명으로 이루어진 랭커 풀 파티가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고 고작 세 명만 살아남은 던전이다.
‘랭커라고는 해도 지금 기준으로 따지면 전원이 왕급 칭호를 가진 네임드 플레이어 파티라고 봐야 해.’
악몽의 던전이 클리어되는 건 지금보다 10년쯤 후다.
당연히.
‘현재 난이도는 최상. 우리 파티가 아니면 클리어가 불가능해.’
웬만한 파티는 전멸할 게 뻔했고.
‘왕급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 아홉 명이 파티를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지.’
사실상 난공불락의 던전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애초에 난이도가 그렇게 높지 않았다면?
‘진작 도전해서 클리어했지.’
그러나.
‘지금은 충분히 가능해.’
송하나와 투황의 실력도 급상승했고.
‘탐식의 검, 수호의 반지, 얼음 왕의 목걸이, 마룡갑까지.’
EX랭크 아이템 세팅이 웬만큼 갖춰졌다.
거기다 강력한 소환수들까지 있으니.
‘더 이상 미룰 필요가 없지.’
“수준이 아무리 높아도 우리는 쉽게 클리어할 수 있지 않을까?”
송하나가 자신감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단순히 자만이 아니었다.
실력 자체가 현존하는 최상위 던전을 손쉽게 클리어할 수 있을 정도로 상승했다.
“맞아, 사실 우리가 없어도 웬만한 던전은 너 혼자서 클리어가 가능하잖아.”
투황이 입술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마룡 카라스를 필두로 한 강력한 소환수들만 있으면?
투황의 말대로 아무리 강력한 몬스터가 나오는 던전이라도 손쉽게 클리어가 가능했다.
하나,
‘악몽의 던전은 예외지.’
어느 정도 위험성을 자각시켜 줘야 할 것 같았다.
“지금보다 플레이어들의 수준이 월등히 올라간 미래에 클리어된 던전이야. 그러니 조심해야 해.”
“알았어.”
“그렇게 할게.”
강현수의 당부에 송하나와 투황이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뭐, 이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사실 강현수로서도 지금이라면 클리어가 손쉬울 것 같기는 했다.
‘왕급 플레이어라면.’
송하나, 투황, 거기다 대대장으로 임명한 아홉 기의 소환수에 임시 대대장으로 임명한 두 기의 소환수까지 있다.
‘세실리아가 빠지기는 했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지.’
소환수들의 수준이 모두 왕급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보다 떨어지기는 하지만.
‘마룡 카라스도 있고.’
강현수 개인의 실력 자체도 현재 황급 플레이어까지 올라왔다.
이 정도 전력이라면?
약간의 손실이 있기는 하겠지만 충분히 클리어가 가능했다.
‘소환수는 소멸하면 다시 부활시키면 그만이고.’
어쩌면 소환수의 손실 없이 클리어가 가능할지도 몰랐다.
“그런데 보상이 뭐야?”
그때 투황이 강현수에게 물었다.
“EX랭크 스킬북 두 개와 EX랭크 아이템 하나.”
강현수의 말에 투황의 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
그리고 송하나는.
“뭐 해 짐 안 싸고?”
벌써 원정 준비를 하고 있었다.
* * *
“여기야?”
“어, 맞아.”
강현수 일행이 악몽의 던전 앞에 도착했다.
‘일반적인 파티라면 오는 데 시간이 꽤 걸렸겠지.’
악몽의 던전은 상당한 오지에 있었다.
그러나 마룡 카라스라는 훌륭한 교통수단이 있는 강현수 일행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그럼 들어가자.”
저벅!
강현수가 작은 동굴 형태의 악몽의 던전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고.
“알았어.”
“응.”
강현수의 뒤를 이어 송하나와 투황도 악몽의 던전에 입장했다.
“일단 몬스터는 없는 것 같네. 그래도 조심…….”
말을 이어 나가던 강현수가 뒤를 돌아봤다.
‘없네?’
분명히 뒤따라오던 송하나와 투황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개개인이 클리어해야 하는 던전인가?’
그럼 송하나와 투황의 실력으로는 위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부르면 그만이지. 여단 소환.’
강현수가 직업 스킬 여단 소환을 통해 송하나와 투황을 불러들였다.
그러나.
‘아무 반응도 없어?’
뭔가 이상했다.
-투황, 송하나.
강현수가 의지로 두 사람을 불렀다.
하지만.
‘대답이 없어.’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괜히 같이 왔나?’
머리가 지끈거렸다.
여기서 송하나와 투황을 잃으면?
그간의 공든 탑이 무너져 버린다.
‘최대한 빨리 찾아보자. 여단 소환.’
강현수가 몸을 움직이며 대대장들을 소환했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건 뭔가 이상해.’
아틀란티스 차원에서 가이아 시스템의 힘은 절대적이다.
직업 스킬 역시 가이아 시스템의 영향하에 있다.
당연히 스킬이 발동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상태창.’
강현수가 시스템 상태창을 불렀지만.
역시 반응이 없었다.
‘왜 악몽의 던전인가 했더니.’
강현수는 기가 찼다.
‘물리적인 힘으로 클리어하는 던전이 아니었구나.’
강현수는 던전의 무거운 공기, 짙은 흙냄새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다 가짜겠지. 이제 슬슬 나타나겠네.’
악몽이라는 이름을 가진 던전이 뭘 보여 주겠는가?
‘악몽이겠지.’
저벅저벅.
회귀 전 강현수의 뒤통수를 치고 공격했던 배신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황소욱, 신소희, 주위천, 이광호 등등.
“이 기분 나쁜 새끼!”
“너 따위와 함께 싸워야 한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어!”
배신자들이 욕설을 내뱉으며 덤벼들었다.
강현수는 가볍게 검을 휘둘러 배신들을 베어 냈다.
“너 때문에 내가 죽었어!”
“너도 죽어!”
그 뒤로 그간 강현수에게 죽었던 이들이 하나둘 등장했다.
강현수는 무심한 표정으로 그들을 베었다.
“저 집은 막내가 문제야.”
“막내만 잘하면 정말 행복한 가정일 텐데.”
“가장 모자란 놈이잖아.”
동네 사람들과 친척들이 등장해 강현수를 깎아내렸다.
베었다.
“넌 우리 집안의 수치야.”
“너 때문에 우리 평판까지 깎아 먹잖아.”
부모님과 형과 누나가 나타났다.
피식!
강현수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내 가족들은 나한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어.”
그저 강현수의 열등감이 만들어 낸 망상일 뿐이다.
서걱!
검을 휘두르자 부모님과 형 그리고 누나가 사라졌다.
그 이후에도 수많은 악몽이 나타나 강현수에게 덤벼들었지만.
‘쉽네.’
강현수의 마음에 상처를 입힐 수는 없었다.
온갖 역경을 견뎠다.
극심한 배신을 겪었다.
강현수의 마음은 이 정도 악몽에 상처 입기에는.
‘너무 단단히 굳어 버렸다고.’
송하나와 투황이 나오기도 했지만 강현수는 가볍게 베어 버렸다.
얼마 후.
모든 악몽이 말끔하게 사라졌고.
“끝났네.”
강현수의 눈에.
“싫어. 싫어.”
부들부들 떨고 있는 송하나와.
“내가 네까짓 놈들의 말에 눈썹 하나 까딱할 것 같아!”
악을 쓰며 날뛰는 투황의 모습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