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쪽에 맨티스길드의 지부가 있는 게 확실하네.’
강현수가 소환수인 와이번의 등 위에 앉아 느긋하게 광살마존 조사평을 비롯한 패잔병들의 뒤를 따라갔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광살마존 조사평을 비롯해 몇몇 맨티스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은 운이 좋아서 포위망을 뚫고 탈출한 게 아니었다.
그저 강현수가 탈출할 수 있게 허락해 준 것에 불과했다.
자칫 잘못하면 어색할 수도 있었지만.
맨티스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의 전투력이 꽤 뛰어났기에 자연스러운 연출이 가능했다.
‘철저하네.’
추격을 피하기 위한 노력이 참 처절했다.
‘뒤늦게 추격했으면 놓쳤을 수도 있겠어.’
그게 아니더라도 추격자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자신들의 본거지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도망쳤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하늘까지 대비할 수는 없지.’
와이번의 등 위에 타고 있는 강현수는 까마득한 상공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렇기에 탐지 스킬의 사정거리를 가볍게 회피할 수 있었다.
거기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시선 왜곡 스킬까지 사용한 상태.
시선 왜곡 스킬의 경우 랭크가 낮아 그 수준이 상당히 조잡했지만.
‘이렇게 먼 거리에서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
강현수는 느긋하게 광살마존 조사평과 패잔병들의 뒤를 추격했다.
그 결과.
‘저기구나.’
몬스터들의 서식지 한가운데 자리한 맨티스길드의 마이트어 왕국 지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쥐 새끼처럼 땅속에 숨어 있었네.’
맨티스길드의 마이트어 왕국 지부는 지하에 자리 잡고 있었다.
출입구는 굴이었는데.
‘몬스터가 파 놓은 굴이랑 분간하기가 힘들어.’
맨티스길드의 마이트어 왕국 지부가 자리를 잡은 곳은 곤충형 몬스터 자이언트 앤트들의 서식지였다.
‘머리를 잘 썼네.’
자이언트 앤트는 몬스터들 중 경험치, 아이템, 마석 같은 보상을 짜게 주기로 유명한 몬스터였다.
‘반대로 사냥은 상당히 까다롭지.’
기본적으로 곤충형 몬스터이기에 생명력이 상당히 질겼다.
그것도 모자라 무리 생활을 하기에 한 마리를 잡으면 수십 수백 마리가 몰려온다.
그렇기에 사냥 도중 목숨을 잃을 확률이 가장 높은 몬스터가 바로 자이언트 앤트였다.
‘등장 초기에는 소수의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경험치 감소를 각오하고 몰이사냥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자이언트 앤트보다 사냥 효율이 좋은 상위 레벨의 몬스터들이 늘어남에 따라 사실상.
‘저레벨, 중레벨, 고레벨 플레이어 모두에게 사냥 기피의 대상이 된 몬스터지.’
맨티스길드가 왜 이곳을 마이트어 왕국 지부로 정했는지 알 것 같았다.
위장도 쉽고 플레이어들의 접근도 없으니.
‘범죄자 입장에서는 안성맞춤이지.’
그러나 이제 그런 은둔 생활도 끝이었다.
-정리는 끝났어?
강현수가 송하나에게 물었다.
-응, 머더러 플레이어들과 노예 상인들은 모두 죽었고 억울하게 노예로 잡혀 있던 사람들은 전부 풀어 줬어.
강현수가 광살마존 조사평의 뒤를 쫓는 동안 송하나와 투황은 맨티스길드 소속 플레이어들과 노예 거래소를 말끔하게 정리했다.
-그럼 잠시 후에 소환할게 준비하고 있어.
-알았어.
강현수가 소환수인 와이번을 타고 지상으로 내려갔다.
‘반응이 없네.’
하나 상관없었다.
‘여단 소환.’
강현수가 스킬을 사용하자.
슈슈슈슈슈슉!
노예 거래소에 있던 송하나와 투황을 비롯한 소환수들이 순식간에 땅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공격해.”
강현수의 명령에 따라.
쿵! 쿵! 쿵!
소환수 군단이 땅굴로 진입해 들어갔다.
* * *
“침입자입니다!”
“이런 망할!”
광살검 조사평의 얼굴이 엉망진창으로 일그러졌다.
“꼬리를 달고 오신 겁니까?”
“도대체 왜 그런 실수를?”
수하들이 책망 어린 시선으로 광살검 조사평을 봤다.
“지금 그게 중요해! 당장 전투준비 해.”
“엄청 강한 놈들이라면서요?”
“도망치는 게 낫지 않습니까?”
“길드원 3백 명을 죽이느라 놈들도 피해가 꽤 컸어. 거기다 여기는 우리 본진이야.”
광살검 조사평의 말에.
“그건 그렇죠.”
“다른 곳에서는 몰라도 여기서는 우리가 질 수가 없지.”
“오랜만에 제대로 피 맛을 보겠어.”
“소환수는 피가 없지 않나?”
수하들이 얼굴에 광기 어린 미소를 피우며 대화를 나눴다.
“일단 생매장 트랩부터 발동시켜.”
“알겠습니다.”
맨티스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은 자신감이 넘쳤다.
다른 플레이어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는 하지만.
쥐 새끼처럼 땅굴 속에 숨어 사는 것은 상당히 답답한 일이다.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근거지로 삼은 것은.
바로 이런 대규모 토벌을 방어하기 위해서였다.
* * *
쿠우우웅!
커다란 소음과 함께 땅굴이 흔들렸다.
그리고.
두두두둑!
땅굴이 무너져 소환수들을 덮쳤다.
‘내 이럴 줄 알았다.’
강현수는 땅굴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소환수들을 역소환해 버렸다.
그 후 다시 소환한 뒤 투입하면?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는다.
애초에 강현수가 직접 땅굴에 진입하지 않고 소환수를 들여보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이놈들은 언제나 대비책을 마련해 놓지.’
회귀 전 강현수는 발해길드 소속으로 맨티스길드 토벌전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맨티스길드의 무란 왕국 지부는 땅굴이 아니라 바위 동굴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바위 동굴이 무너져서 피해가 엄청났지.’
강현수가 조금 더 일찍 투입되었다면?
‘죽었을 수도 있어.’
플레이어는 초인이다.
하나 수천수만 톤에 달하는 돌덩어리 속에 파묻히면?
얄짤없이 죽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다 죽은 건 아니었다.
‘네임드 플레이어나 랭커 플레이어는 살아남았지.’
그러나 발해길드의 정예라고 할 수 있는 중고레벨 플레이어들이 대거 몰살당했다.
‘하지만 소환과 역소환이 가능한 소환수에게는 아무런 타격이 없지.’
땅굴?
‘백날천날 무너트려 봐라. 너희들이 도망갈 길만 줄어들 뿐이니까.’
강현수가 다시금 주변 땅굴을 통해 소환수들을 투입시켰다.
맨티스길드는 땅굴을 무너트렸지만.
강현수는 역소환 후 다시 소환해 또 다른 땅굴을 통해 소환수를 투입시켰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땅굴 폭파가 멈췄다.
‘또 다른 함정이 있겠지.’
소환수를 투입시켜 백병전을 벌여도 되겠지만.
‘더 좋은 방법이 있지.’
강현수가 심령으로 소환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쿠우우웅!
가장 거대한 덩치를 가진 소환수 마룡 카라스가 꼬리로 지상을 후려쳤다.
그것도 모자라 소환수들이 땅굴들을 향해 공격 스킬을 난사했다.
땅굴의 입구를 모두 무너트리면?
그 안에 자리 잡은 맨티스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은 그대로 생매장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할 테냐?’
맨티스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땅굴에서 기어 나오거나.
땅굴 속에서 죽거나.
맨티스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의 선택은.
‘역시 기어 나오네.’
탈출이었다.
‘길게도 파 놨네.’
강현수는 소환수들을 통해 넓은 포위망을 펼쳐 놨다.
한데 땅굴에서 개미 떼처럼 기어 나오는 맨티스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은 모두 포위망 밖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와이번을 동원해 하늘에서 감시하지 않았다면?
‘절반 이상은 놓쳤을 수도 있겠어.’
휘익!
가볍게 점프한 강현수가 마룡 카라스의 머리 위에 올라탔다.
“가자.”
강현수의 지시에 마룡 카라스가 날갯짓과 함께 하늘로 날아올랐다.
송하나와 투황을 포함환 최상위 소환수들 역시 와이번 등에 올라타 하늘로 날아올랐다.
‘역시 부족해.’
드라칸과 드래고니안까지 포함해도 비행형 몬스터의 숫자가 너무 적었다.
칼무스 공작에게 받았던 비행 아이템을 포함해도 마찬가지였다.
‘공군 비중을 좀 더 늘려야겠어.’
강현수의 여단 병력은 공군 전력에 비해 지상군의 전력이 너무 비대했다.
‘1/3은 공군으로 맞추자.’
그래야 전술상 우위를 잡기도 쉽고 기동력도 향상될 것 같았다.
콰콰콰콰콰콰!
마룡 카라스가 지상을 향해 브레스를 토해 냈다.
꽈아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맨티스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하고 몰살당했다.
‘차라리 일부는 싸우고 일부는 도망쳤다면 가능성이 있었겠지만.’
맨티스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은 전의를 상실했다.
‘뭐, 그럴 만도 하지.’
우두머리인 광살마존 조사평부터가 싸울 생각보다 도망칠 생각을 먼저 했다.
거기다 전체 전력의 1/3이 이미 전멸한 상태.
함정도 통하지 않고.
생명체가 아니라 건축물과 비교해야 할 정도로 거대한 드래곤이 하늘을 누비고 있는 상황.
맨티스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아무리 독종이라고 해도 사기가 바닥을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와 더불어.
파지지직!
송하나가 흩뿌린 칠흑빛 뇌전이 하늘을 뒤덮고.
콰콰콰콰콰!
황금빛 오러에 휩싸인 투황의 두 주먹이 폭풍을 일으켰으며.
대대장의 직책을 받은 권황, 무존, 무란의 수호성, 도왕, 화염의 기사, 검귀, 일살권, 마도기사와 임시 대대장 직책을 받은 서부의 맹호, 북부의 칼바람 역시 대대장이라는 직책을 받은 소환수들답게 엄청난 신위를 떨쳤다.
또 여러 개의 통로를 길게 뚫어 놓은 건.
‘도주하기에는 좋지만 각개격파 당하기도 쉽지.’
강현수가 마룡 카라스를 몰고 광살마존 조사평을 향해 다가갔다.
나머지는 송하나와 투황을 비롯한 소환수들에게 맡겨도 충분했다.
“이익!”
광살마존 조사평이 이를 악물고 공격 스킬을 난사했다.
하나 광살마존 조사평이 날린 공격 스킬들은.
사악!
강현수가 뱀피릭 오러를 담아 휘두른 검격 한 번에 눈 녹듯 사라졌다.
‘역시 뱀피릭 오러가 사기는 사기야.’
강현수는 레플리카와 스킬 강화가 EX랭크를 찍으면 다음으로는 스텟 고정을 EX랭크로 만들 생각이었다.
한데 그런 생각이 잠시 흔들릴 정도로 뱀피릭 오러의 효율이 엄청나게 좋았다.
‘고작 C랭크인데 이 정도 수준이라니.’
아마 마력 스텟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스킬이기에 이 정도 효율이 나오는 것이리라.
괴력의 영향으로 가장 높은 힘 스텟을 제외하면 그다음으로 높은 스텟이 바로 마력이었으니까 말이다.
“도대체 네놈들은 정체가 뭐야?”
광살마존 조사평이 광기 어린 눈빛으로 강현수에게 물었다.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은 광살마존 조사평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노예 상인들을 이중으로 털어먹기 위해 가벼운 마음에 나선 일이었다.
한데 그 가벼운 마음으로 나서 벌인 일이 악명 높은 맨티스길드의 마이트어 왕국 지부 괴멸을 불러왔다.
“그건 네가 알 필요가 없지.”
휘익!
마룡 카라스의 등 위에서 뛰어내린 강현수가.
저벅저벅.
광살마존 조사평을 향해 다가갔다.
‘일단 사지를 자른 후 생포한다.’
그 뒤 본대의 위치를 캐낼 생각이었다.
“내가 순순히 죽어 줄 것 같아!”
광살마존 조사평이 그 외침과 함께.
타악!
강현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한데.
‘마력이 증폭된다.’
그에 반해 마력의 컨트롤은 상당히 불안정해졌다.
‘독한 놈. 회귀 전에도 그러더니 지금도 그러는구나.’
역시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광살마존 조사평은 회귀 전 목숨을 잃을 당시 전신의 마력을 폭주시켜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하는 자폭 스킬을 사용했다.
그 결과 광살마존 조사평을 다 잡았다고 안심하던 토벌대는.
‘추가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지.’
“같이 가자!”
그 말을 끝으로.
꽈아아아아앙!
광살마존 조사평의 전신이 폭발했다.
폭발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났다.
지진이 일어난 듯 대지가 진동했고.
붉은 화염이 강현수와 마룡 카라스를 포함해 근처에 있던 소환수와 맨티스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을 휩쓸었다.
“현수야!”
멀리서 그 모습을 목격한 송하나가 비명을 지르며 달려왔고.
“강현수!”
투황 역시 화들짝 놀라 몸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