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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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티스길드 (2)

“이익!”

광살검 조사평이 어금니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광살검 조사평은 아무리 하찮은 사냥감을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하는 성격이었다.

방금 전도 마찬가지였다.

한데.

‘갑자기 내 오러가 증발해 버렸어.’

광살검 조사평의 오러가 상대의 오러와 충돌하는 순간,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그게 아니었다면?

이렇게 일방적으로 밀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특별한 스킬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해.’

광살검 조사평이 방어 자세를 취했다.

자체 회복 스킬로 치료가 가능한 작은 부상을 당했을 뿐.

승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역시 센스가 있어. 반응 속도도 빠르고. 그대로 두 동강을 내 버릴 생각이었는데 쥐새끼처럼 잘도 피했네.”

상대의 말에 광살검 조사평이 이를 악물었다.

‘감히 나를 비웃어!’

운 좋게 특별한 스킬 하나 얻은 주제에 수라의 길을 걸어온 자신을 깔보다니!

“방금 전과는 다를 거다.”

“그래? 그럼 한번 테스트해 볼까.”

상대가 미소를 지으며 광살검 조사평에게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상대가 자신의 오러를 증발시킬 수 있는 특수한 스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상태였다.

‘전투는 스킬빨이 전부가 아니야.’

상대의 동작을 예측하거나 유도하는 전투 지능.

본능적으로 몸이 반응할 정도의 전투 감각.

불리한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유불리를 바꿀 수 있는 전투 판단력.

생사를 넘나드는 전투 경험.

그 모든 것이 하나로 조합되어야 한다.

‘고작 좋은 스킬 하나 얻었다고 기고만장한 애송이 따위는.’

전투 지능, 전투 감각, 전투 판단력, 전투 경험을 적절히 활용하면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었다.

하지만.

퍼어엉! 좌악! 퍼어엉! 서걱!

오러가 터져 나간 순간 이어진 상대의 반격에 어이없게 연속으로 당해 버렸다.

‘어떻게 이럴 수가?’

광살검 조사평의 예측이 가볍게 빗나갔다.

본능적인 반응 속도도 광살검 조사평보다 빨랐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전투를 이어 가는 내내 상황을 뒤집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무엇 하나 통하지 않았다.

‘이 자식.’

단순히 좋은 스킬 하나 얻었다고 기고만장한 애송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보다 더 높은 수준의 검술 실력을 가지고 있었고 실전 경험 역시 자신보다 한 수 위였다.

가장 어이없는 점은.

‘스텟은 오히려 내가 더 높아.’

기본 스텟이 상대보다 광살검 조사평이 더 높았다.

한데 더 높은 스텟을 가지고도 오히려 상대에게 농락당하고 있었다.

이건 단순히 좋은 스킬 하나 가지고 있다고 가능한 일이 아니다.

전투 지능, 전투 감각, 전투 판단력, 전투 경험.

상대가 모든 면에서 광살검 조사평을 압도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투는 스킬빨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대에게 알려 줄 생각이었다.

한데.

상대가 오히려 자신에게 전투는 스텟빨이 아니라는 사실을 뼈에 사무치게 깨우쳐 주고 있었다.

‘어디서 이런 괴물 같은 놈이.’

이 정도 실력자라면?

어떻게든 이름이 알려졌어야 했다.

한데.

‘왜 저런 놈이 무명인 거야? 당연히 네임드 플레이어야 하잖아.’

그것도 그저 그런 네임드 플레이어가 아니라.

황, 존, 성, 제 같은 최상위 칭호를 받아도 무방한 최고의 실력자였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혹시 정체를 감춘 네임드 플레이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봤지만.

핏빛 오러.

검은 갑옷.

상대의 오러를 증발시키는 스킬.

단 하나도 다른 네임드 플레이어와 일치하지 않았다.

“크윽!”

광살검 조사평의 전신이 피투성이로 변했다.

‘도대체 왜 상처가 낫지 않는 거야!’

광살검 조사평은 엄청나게 희귀한 자체 회복 스킬을 보유하고 있었다.

랭크가 낮은 것도 아니었다.

스스로 자해를 하면서까지 꾸준히 스킬 랭크를 성장시켜 현재 자체 회복 스킬의 랭크는 무려 SS였다.

한데.

상처가 전혀 회복되지 않았다.

‘안티 힐 스킬까지 가지고 있는 건가?’

광살검 조사평의 얼굴에 절망이 피어올랐다.

스킬, 검술 실력, 전투 경험.

무엇 하나 상대를 앞설 수가 없었다.

거기다 상대는 셋인데 고작 그중 하나만 나선 상태.

“큭큭큭!”

광살검 조사평이 광소를 토해 냈다.

“쪽팔리기는 하지만 어쩔 수가 없네. 얘들아!”

광살검 조사평의 외침에.

“예, 지부장님!”

매복하고 있던 3백 명의 맨티스길드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죽여!”

광살검 조사평의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와아아아아!”

3백 명의 맨티스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커다란 함성과 함께 세 명의 적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내 손으로 직접 죽이지 못하는 게 아쉽네.”

광살검 조사평이 상대의 얼굴을 살폈다.

크게 당황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다냐?”

상대가 아쉬운 표정으로 물었다.

“뭐?”

이게 다냐니?

3백 명의 수하들은 절대 어중이떠중이가 아니었다.

대다수가 500~700레벨의 고레벨 플레이어들이었고.

랭커와 네임드 플레이어급의 실력자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머더러들로 이루어진 맨티스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의 경우.

정상적인 길드와 다르게 몬스터와의 전투보다 같은 인간과의 전투 경험이 더 많은 살인 전문가들이었다.

“큭큭큭! 허세를 부리는 모양인데. 그래 봤자 아무런 소용이…….”

“여단 소환.”

그때 상대가 입을 열었고.

사아아아악!

상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칠흑빛 마력이.

우득! 우득!

인간의 형상으로 변해 갔다.

단순히 인간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크르르릉!

최상위 용종인 드라칸과 드래고니안을 비롯한 몬스터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하나 그중 가장 압권은.

콰우우우우우!

측량 불가 수준의 마력을 뿜어내는.

작은 성채만 한 크기의 체구를 가진 거대한 드래곤이었다.

“하, 하하하.”

반쯤 벌어진 광혈검 조사평의 입에서 허탈함이 가득 담긴 웃음이 터져 나왔다.

* * *

‘아쉽네.’

강현수의 얼굴에 실망감이 피어올랐다.

고작 3백 명이라니?

더 많이 왔다면?

머더러들의 집단인 맨티스길드의 기둥뿌리 하나 정도는 뽑을 수 있을 터였다.

‘뭐, 그럼 직접 찾아가면 그만이지.’

맨티스길드는 범죄자들로 이루어진 만큼 은밀함과 보안이 생명인 길드다.

당연히 지부나 본부의 위치는 철저한 기밀이었다.

하지만.

‘광살마존이라면 알고 있겠지.’

광살마존 조사평.

현재 실력이 회귀 전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왕의 칭호를 받은 네임드 플레이어 정도는 되지.’

도왕과 비교해 본다면?

아슬아슬하게 승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되었다.

‘나도 꽤 많이 성장했네.’

업적이 늘기도 했고.

누적 스텟도 300레벨 수준을 돌파했다.

그럼에도 스텟 자체는 광살마존 조사평보다 부족했다.

하지만.

‘EX랭크 야수화 스킬을 사용하지 않아도 이 정도라.’

강현수는 전력을 다한 게 아니었다.

레플리카로 익힌 야수화 스킬은 사용했지만.

무란의 수호성 칼무스 공작이 남긴 EX랭크 야수화 스킬을 사용하진 않았다.

만약 EX랭크 야수화 스킬을 사용했다면?

‘스텟부터 압도했겠지.’

EX랭크가 된 야수화 스킬의 옵션은 모든 스텟의 45% 증가.

일반적인 플레이어라면?

늘어난 스텟으로 인해 강해진 신체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해 오히려 실력이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강현수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더 노력하자. 아직 회귀 전의 나를 따라잡지 못했어.’

지금보다 더 강했었을 때의 기억과 경험이 생생히 살아 있었으니까 말이다.

“아아아악!”

“도망쳐!”

“퇴로가 막혔어!”

강현수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전장은 점점 아비규환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암왕 세실리아에게 소환수 1백 기를 넘겨주기는 했지만.

강현수에게는 아직도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로 구성된 소환수 2백 기가 남아 있었고.

또한 그들과 맞먹는 전력인 드라칸과 드래고니안 부대도 거느리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콰콰콰콰콰!

마룡 카라스가 브레스를 내뿜으며 날뛰고 있었고.

그 뒤를 이어 권황, 무존, 무란의 수호성, 도왕, 화염의 기사, 검귀, 일살권, 마도기사같이 대대장의 직책을 가진 소환수들이 일당백의 무력을 뽐내며 맨티스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을 쓸어버렸다.

‘송하나와 투황도 잘 싸우네.’

저 둘은 확실히 재능이 남달랐다.

‘하루하루가 다르단 말이야.’

단순히 레벨만 오르는 게 아니다.

수많은 대련을 통해 전투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평범한 플레이어들이 1년은 꼬박 매달려야 도달할 경지를.

‘하루 이틀이면 도착해 버리지.’

확실히 사기적인 재능이었다.

거기다 범인은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수준의 센스와 판단력까지 갖추고 있으니.

‘몇 년 안에 네임드 플레이어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겠어.’

물론 현재의 네임드 플레이어들도 가만히 앉아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 테니 조금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 봤자.

‘금방 따라잡을 수 있어.’

살황과 투황의 재능은.

강현수를 만나 회귀 전보다 더욱더 화려하게 만개하고 있었다.

* * *

‘도대체 저 괴물들은 뭐야?’

광살검 조사평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강현수의 소환수를 보고 크게 당황했다.

일대일 대결에서는 밀렸지만.

세력 대 세력 싸움이라면 압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데 아니었다.

거대한 드래곤을 비롯해 랭커와 네임드 플레이어급 소환수들이 무더기로 튀어나왔다.

‘이대로는 전멸이다.’

겨우겨우 저항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력 차이와 숫자 차이가 너무 컸다.

‘어떻게든 빠져나가야 해.’

그래서 살아남아야 했다.

‘다행히 저놈은 나한테 큰 관심이 없다.’

손쉽게 이겨서 흥미를 잃어버린 것인지 무심한 눈빛으로 동료와 소환수들이 맨티스길드 소속 플레이어들과 어울려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 기회를 살려야 한다.’

광살검 조사평은 피투성이 몸으로 조심스럽게 전장 외곽으로 이동했다.

“조사평 님, 저 좀 도와주십시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수하 하나가 매달렸지만.

“방해하지 말고 비켜!”

“지금 혼자만 빠져나가는 거…….”

서걱!

과감하게 베어 버렸다.

광살검 조사평은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부지부장 아귀 지청성이 강한 소환수 여러 마리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다행이다.’

그나마 저놈이 시선을 끌어 줘서 강한 소환수들이 다 몰리고 있었다.

‘오래 버티지는 못하겠어.’

부지부장 아귀 지청성은 광살검 조사평만은 못하지만.

거대 길드의 길드 마스터들이나 마이트어 왕국군의 대장군들과도 호각을 이룰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강자다.

그러나 그런 아귀 지청성이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고맙다.’

역시 저놈을 부지부장으로 임명하고 키워 주기를 잘한 것 같았다.

위험한 순간 이렇게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부지부장 아귀 지청성이 강한 소환수들의 시선을 끌어 준 덕에.

‘살았다.’

광살검 조사평은 상대적으로 약한 소환수들을 쓰러트리고 무사히 포위망을 뚫고 탈출할 수 있었다.

포위망이 조금만 더 촘촘했다면?

광살검 조사평의 실력이 조금이라도 떨어졌다면?

무조건 저 안에서 죽었으리라.

광살검 조사평은 자신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은신 스킬과 냄새를 차단하는 약품을 사용했다.

그러고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껴 놨던 일회성 생명력 탐색 아이템과 마력 탐지 아이템까지 사용해 추격자의 존재를 확인했지만.

‘다행히 추격해 오는 놈은 없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얼마 버티지 못하고 전멸할 거야.’

그럼 자신처럼 포위망을 뚫고 탈출한 패잔병들을 추격해 척살하려 할 게 확실했다.

‘일단 지부로 복귀한다.’

그래야 만약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을 시간을 벌기 위한 고기 방패로라도 사용할 수 있다.

‘곧바로 길드 마스터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그리고 지원 요청을 받아야 했다.

길드 마스터가 직접 길드의 정예들을 이끌고 오면?

‘충분히 저 건방진 놈에게 복수할 수 있어.’

광살검 조사평은 조심스럽게 지부로 복귀했다.

맨티스길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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