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91화 (91/365)

호구왕 포섭 작전 (3)

“그럼 받으시기로 한 겁니다.”

강현수의 말에 이반이 미안해 죽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다음에는 제가 받는 게 아니라 꼭 드리겠습니다.”

이반이 스스로에게 굳게 다짐했다.

강현수가 목숨을 달라고 하면?

자기 목숨이라도 줄 기세였다.

“제 마지막 선물은 한 가지 버프입니다. 받기만 하면 모든 스텟이 지금보다 30%는 증가할 겁니다.”

“헉! 그렇게 많이 말입니까?”

“예, 또 언제든 저와 제약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정말 좋네요!”

“물론 엄청난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뭔가요?”

“한번 걸면 취소할 수 없습니다. 영원히 저와 생사를 함께해야 한다는 뜻이죠.”

강현수의 말에.

“그게 무슨 단점이라는 말입니까? 그건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죠. 오히려 제가 폐를 끼치는 게 아닌지 걱정되는군요. 저는 이제 겨우 훈련소를 졸업한 애송이 아닙니까.”

“그럴 리가요. 전 이반 선수의 노력과 끈기를 믿습니다.”

정말 믿었다.

이반은 회귀 전 일인군단라는 칭호로 정점에 섰던 존재.

일인군단 대신 일당십이라는 새로운 직업을 얻었지만.

‘다시 한번 정점에 설 수 있는 자질이 충만하다.’

거기다 새로 얻은 직업 일당십은.

‘내가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직업이야.’

유일 등급이 확실했다.

직업 스킬 자체도 좋았고 연계 효과도 엄청 뛰어났다.

레플리카 보유 스킬 숫자에 여유가 있었다면?

‘모두 다 내가 사용하고 싶을 정도야.’

하지만 그건.

‘너무 과한 욕심이지.’

괴력을 얻음으로써 레플리카 보유 스킬 숫자는 총 열 개.

레플리카 스킬이 S랭크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남는 자리가 하나밖에 없어.’

이반의 직업 스킬은 서로가 서로에게 연계되어 그 효과를 증폭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스킬 하나만 뜯어보면.

강현수가 보유한 열 개의 레플리카 스킬에는 미치지 못했다.

지금은.

‘이반 야멜리코넨을 내 휘하에 넣을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해야지.’

강현수가 미소를 지으며 이반을 향해 지휘관 임명 스킬을 사용했다.

“아, 이거군요.”

이반이 아무런 의심 없이 지휘관 임명 스킬을 수락했다.

“어, 그런데 스텟이 5%만 늘었다고 떴는데요?”

이반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30%라고 했는데 5%만 올랐으니 의아할 만했다.

‘그야 널 소대장으로 임명했으니까.’

소대장의 스텟 증폭도는 5%.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남은 25%는.

‘지휘관의 축복.’

축복으로 채워 줄 생각이었으니까.

“오오오!”

한 번에 모든 스텟이 30%나 증가하자 이반의 표정이 황홀감으로 물들었다.

“이반, 저에 대해서는 그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말아 주십시오.”

이건 부탁이자.

명령이었다.

“알겠습니다.”

“튜토리얼을 함께했던 동료들에게도 비밀입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강현수 님만 곤란해지실 것 아닙니까.”

이반은 호구였지.

바보는 아니었다.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이군요.”

“정말 아쉽습니다.”

-아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언제든지 대화를 나눌 수 있으니까요.

-아, 그렇군요. 정말 신기합니다.

-앞으로 종종 연락하세요. 고민 상담을 해도 좋고 그간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셔도 좋습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뵙죠.

-다음에는 더 강해진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이반이 로크토 제국군의 주둔지로 복귀했다.

***

‘손쉽게 끝났네.’

강현수가 로크토 제국으로 온 가장 큰 이유는 이반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반을 꼭 만나야 하는 이유는 둘.

첫 번째 이유는 이반의 고유 스킬 괴력.

두 번째 이유는 이반을 휘하에 넣는 것.

‘첫 번째는 몰라도 두 번째는 약간 불안했는데.’

괴력을 손에 넣는 건 이반을 만나기만 하면 되는 일이니 쉬웠다.

두 번째는 3일 안에 이반을 구워삶아야 한다는 점이었는데.

‘정말 호구가 맞았어.’

강현수가 이반을 만난 것은 그가 ‘호구끼’를 많이 버렸을 때였다.

그렇기에 강현수와 이반은 가까운 듯 먼 사이였다.

서로가 서로를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감출 것은 감추고 줄 것만 줬다.

‘뭐, 나를 가까이했다는 것 자체가 호구끼가 남아 있었다는 증거지만.’

회귀 전에는 강현수가 레플리카 소유자라는 사실이 공개적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 강현수를 가까이했다는 건.

자신의 스킬이 복사당할 걸 알면서도 용인했다는 뜻이다.

강현수는 회귀 전 유일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이반을 다시 만나.

제대로 호구를 잡았다.

이반의 인생 자체를 손에 쥐었으니.

이반의 등을 쳐 먹었던 튜토리얼 동료들이 천사로 보일 정도로 악독한 짓을 한 셈이다.

그러나.

‘오늘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해 주마.’

이반은 앞으로 그 호구끼 때문에 많은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점점 회귀 전의 모습을 닮아 가겠지.’

회귀 전 이반은 수많은 호구 짓을 했지만.

진정한 자신의 편을 단 한 명도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네 진짜 친구가 되어 주마.’

절대 배신하지 않고 끝까지 믿고 함께해 주는 친구.

그게 강현수가 이반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었다.

***

로크토 제국은 드넓은 영토를 가진 대국이다.

또한 수많은 제후국들을 거느린 종주국이기도 했다.

당연히 이 거대한 제국을 황제 한 사람이 온전히 다스리는 건 불가능했다.

하여 수많은 귀족들이 황제를 도와 로크토 제국을 위해 일하고 있었다.

그중 정점에 있는 인물들이 바로 로크토 제국의 오공작이었다.

일공작은 국방.

이공작은 법치.

삼공작은 행정.

사공작은 외교.

오공작은 감찰.

로크토 제국에는 드넓은 영토에 걸맞게 14명의 공작들이 존재한다.

하나 그중에서 가장 큰 실권을 쥐고 있는 인물들이 바로 이 오공작이었다.

그리고 그 오공작 중 하나인 사공작이 바로.

‘마왕의 하수인이지.’

그의 정체는 로크토 제국이 멸망한 뒤에야 밝혀졌다.

‘외교를 전담하는 놈이 마왕의 하수인인 게 가장 큰 문제였어.’

제후국들의 세력을 줄여야 한다는 명분하에 로크토 제국군의 움직임을 뭉그적거리게 만든 장본인.

‘저놈을 쳐 내야 해.’

그래야 로크토 제국도 멸망을 피할 수 있고 아틀란티스 차원 역시 마왕군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

‘쉽지는 않겠지.’

오공작의 권력은 황제조차도 쉽사리 건드릴 수 없을 만큼 굳건하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오공작 자체가 황제에게 거슬리는 존재라는 거지.’

현 황제는 현명하다.

그렇기에 오공작과 적당히 균형을 이루며 로크토 제국을 다스렸다.

하나 후대 황제는.

‘너무 무능했지.’

또 일하는 걸 싫어하고 노는 걸 너무 좋아했다.

그 결과 로크토 제국 황제의 권력 대부분이 오공작에게 이양되는 효과를 나았다.

‘하필 외아들이어서 어떻게 할 수도 없고.’

무능한 후대 황제는 현 황제의 유일한 후계자였다.

그 덕에 아무런 잡음 없이 황위를 물려받았다.

‘오공작도 적극적으로 황태자를 지지했고.’

무능한 놈이 황제가 되면 자신들의 권력이 커지니 당연한 수순이었다.

‘어떻게든 현 황제가 집권 중일 때 사공작을 제거해야 해.’

후대 황제가 황위에 오르면?

사공작을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게 가능하려면.

‘황태자를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로크토 제국의 황태자를 무슨 수로 휘하에 거둔다는 말인가?

삼엄한 호위를 뚫고 황태자를 만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일단 경고부터 해야겠어.’

강현수가 도왕을 소환했다.

‘실력은 권황과 무존이 더 뛰어나지만.’

그 두 사람은 로크토 제국인.

자칫 정체가 드러나면?

여러모로 곤란했다.

‘가라.’

강현수의 지시를 받은 도왕이 황궁으로 스며들었다.

***

‘쉽네.’

강현수는 도왕의 눈을 통해 주변을 살폈다.

황궁은 엄청나게 넓었지만.

경계도 엄청나게 삼엄했다.

하지만.

‘역시 수로가 최고지.’

수로에까지 경계병을 세워 둘 수는 없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라는 건데.’

외궁은 쉽게 돌파했지만.

황제가 머무는 내궁은 수로가 끊겨 있었다.

‘수로만이 아니라 아예 내궁과 외궁을 이어 주는 모든 통로가 끊겨 있지.’

사실상 내궁과 외궁을 아예 분리해 놓았다고 해도 무방했다.

‘경계도 너무 삼엄해.’

기사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는 걸 넘어서 사방에 경계 스킬이 깔려 있어서 사실상 쥐 새끼 한 마리도 통과할 수 없었다.

‘정체를 감추고 몰래 들어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그럼 남은 방법은?

‘정면 돌파밖에 없지.’

저벅저벅.

강현수의 지시를 받는 도왕이 모습을 드러낸 채 내성을 향해 다가갔다.

“무슨 일이냐?”

내성 문을 지키고 있던 근위 기사들이 도왕에게 물었다.

‘아군이라고 생각하나 보네.’

도왕은 마력으로 만들어 낸 근위 기사의 갑옷을 입고 있었다.

물론 디테일은 월등히 떨어졌다.

하지만 대충 겉으로만 보면?

로크토 제국의 황궁을 지키는 근위 기사와 비슷했다.

거기다 내성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외성의 경계도 외부인이 잠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보니.

‘아군이라고 믿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그러나 이런 어설픈 위장으로 내성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또 진짜 근위 기사의 갑옷을 구했다고 해도 신분을 철저히 증명하지 않으면 내성으로의 출입이 불가능했다.

‘결국은 이 방법뿐이야.’

도왕이 입을 열었다.

“다크 나이트를 대표해 로크토 제국의 황제 폐하를 뵈러 왔다.”

“뭐?”

“다크 나이트?”

근위 기사들이 화들짝 놀랐다.

동료인 줄 알았는데 다크 나이트를 대표해 왔다니?

“황제 폐하께 다크 나이트가 로크토 제국의 멸망을 막을 방책을 알려 주러 왔다고 전해 주겠나?”

“로크토 제국의 멸망?”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그런 망발을!”

근위 기사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어 도왕을 포위했다.

“전해 주지 않겠다면 난 그만 돌아가지.”

그 말과 함께 도왕의 몸에서 스멀스멀 검푸른 마력이 흘러나왔다.

“잠시 기다려라.”

근위 기사들의 수장으로 보이는 이가 휘하 기사들에게 철저히 감시하라고 지시한 후 내성으로 들어갔다.

‘성공이다.’

강현수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여기가 가장 중요했는데.’

로크토 제국의 황제라면 절대 거절할 리가 없는 제안이다.

문제는 로크토 제국의 황제에게 다크 나이트가 찾아왔다는 소식이 전달되느냐 문답무용으로 공격을 가하느냐였다.

‘공격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감히 무단으로 황궁에 잠입했다.

당장 목이 잘려도 이상할 게 없다.

설사 목을 붙여 놓고 보고를 올리더라도 일단 사지를 자르고 침입자를 완전히 제압한 후 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 곤란했다.

공격을 당하다 상처를 입으면 소환수의 정체가 밝혀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강현수는 소환을 해제했을 테고 그럼 로크토 제국의 황제를 만나지 못하게 된다.

‘그나마 머리가 굴러가는 놈이 대장이라 다행이었어.’

그게 아니라면?

‘사전에 상부에서 다크 나이트가 등장했을 때의 대처 방안을 지시해 놓았을 수도 있어.’

섣불리 적대하거나 공격하지 말라는 지시 같은 거 말이다.

현 로크토 제국의 황제라면?

‘충분히 미리 그런 지시를 내려놓았을 수 있어.’

잠시 후.

안으로 들어갔던 근위 기사가 누군가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제1근위 기사단장 로하스 공작.’

로하스 공작은 검성이라는 칭호를 가진 네임드 플레이어이자.

황실 근위대장이기도 했다.

‘여전하네.’

검성 로하스 공작은 권황이나 무존과는 달랐다.

먼 훗날에도 검성이라는 칭호를 빼앗기지 않았다.

오히려 아틀란티스 3대 검사로 불리며 더 높은 명성을 떨쳤다.

“따라오도록.”

검성의 말에 강현수의 지시를 받는 도왕이 내성 안으로 입장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