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90화 (90/365)
  • 호구왕 포섭 작전 (2)

    ‘한눈에 들어오네.’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장신에.

    쩍 벌어진 어깨와 근육으로 꽉 찬 상체, 통나무처럼 굵은 하체.

    ‘저건 레벨 업을 해서 만든 근육이 아니지.’

    아틀란티스 차원에 진입하기 전 지구에서 만든 몸이다.

    ‘프로 종합격투기 선수였다고 했었나?’

    고유 스킬 역시 특이했다.

    괴력.

    힘 스텟을 1 찍으면?

    10이 올라간다.

    ‘F랭크부터 그랬다고 했지.’

    그나마 괴력이라는 스킬이 있었기에 회귀 전 3천 기에 달하는 소환수를 만들 수 있었으리라.

    F랭크이면서 스텟을 열 배 뻥튀기해 주는 건 사실상 사기였다.

    ‘EX랭크가 되면 이론적으로 힘 스텟 1을 찍을 때마다 450이 올라가지.’

    무려 450배의 뻥튀기.

    타고난 신체 조건.

    심성.

    가지고 있는 고유 능력.

    이 모두가.

    ‘소환사 계열보다는 전사 계열에 적합했지.’

    한데 어쩌다 보니 소환사 계열의 직업을 얻어 버렸다.

    ‘레벨 업을 하는 족족 모든 스텟을 힘으로 찍었지.’

    그 후 그 스텟을 소모해 소환수를 만들었다.

    ‘어쩌면 그나마 다행이기는 했지.’

    고유 스킬 괴력마저 없었다면?

    일인군단이라는 칭호를 얻지도 못했을 것이다.

    씨익!

    강현수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오랜만이다, 이반.’

    로크토 제국에는 다양한 국적의 지구 플레이어들이 온다.

    회귀 전 일인군단의 그 녀석은.

    ‘러시아인이었지.’

    거기다 정말 상남자였다.

    저벅저벅.

    강현수가 이반을 향해 다가갔다.

    “반갑습니다.”

    강현수가 이반에게 손을 내밀었다.

    “뭐?”

    이반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난생처음 보는 놈이 다짜고짜 악수를 청하며 반갑다고 말하는 상황.

    강현수가 러시아인이었다면?

    내가 까먹어서 그렇지 ‘혹시 예전에 알던 사람인가?’ 하는 고민이라도 했을 것이다.

    하나 강현수는 한국인이었다.

    이반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동양인과 친분이 있었던 적 자체가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지? 나를 아나?”

    “프로 종합격투기 선수이신 이반 야멜리코넨 씨 아니신가요?”

    “맞기는 한데, 어떻게 나를 알지?”

    “팬입니다.”

    강현수의 말에 이반의 입이 헤벌쭉하게 벌어졌다.

    “제 팬이시라고요?”

    “예, 데뷔전부터 시작해서 이반 씨의 경기는 단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모두 봤습니다. 특히 알바레스 선수와의 경기에서 실격패를 당하셨을 때는 정말 아쉬웠습니다. 그다음 경기는 제가 직관하려고 비행기 표까지 끊어 놨는데, 갑자기 아틀란티스 차원으로 끌려오느라 보지 못했죠.”

    “저런, 그럼 제가 그 후에 3연승을 했던 건 모르시겠군요.”

    “아, 3연승을 하셨나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예, 제가 어떻게 이겼냐 하면…….”

    강현수와 이반이 신나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러던 와중.

    “그런데 제가 오늘 퇴소하는 건 어떻게 아시고?”

    이반이 약간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강현수를 바라봤다.

    “아, 훈련소에 사람을 심어 놨습니다. 제 가족이나 지인이 아틀란티스 차원으로 끌려올 수도 있는 일 아니겠습니까? 추가로 훌륭한 인재가 있다면 스카웃도 하고요. 그런 이유로 전 아틀란티스 차원의 모든 훈련소에 사람을 심어 놓고 그 명단을 받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이반 선수가 아틀란티스 차원에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죠.”

    강현수의 말에 이반이 화들짝 놀랐다.

    “모든 훈련소에 사람을 심어 놓으셨다고요?”

    훈련소는 한두 개가 아니다.

    무려 수천 개에 달한다.

    그곳에 일일이 사람을 심어 놨다니?

    “별것 아닙니다. 약간의 돈과 인맥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 않습니까?”

    강현수의 너스레에도 이반의 얼굴은 쉬이 펴지지 않았다.

    한두 개의 훈련소도 아니고 모든 훈련소에 사람을 심어 놓는 건.

    절대 약간의 돈과 인맥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엄청난 돈과 인맥이 필요한 일로.

    웬만한 거대 길드도 쉬이 엄두를 내지 못할 일이었다.

    이반은 강현수가 자신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거물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전 로크토 제국군에 입대했습니다.”

    이미 계약을 했으니 자신을 스카우트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말이었다.

    “알고 있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정말 아쉬웠습니다. 제가 조금만 더 빨리 움직였다면, 이반 선수를 스카우트할 수 있었을 텐데 하고 말이죠.”

    “그런데 왜 저를 찾아오신 건지?”

    “제가 이반 선수의 팬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가장 사랑하고 존경했던 선수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걸 놓칠 수는 없지요.”

    이반의 얼굴이 환해졌다.

    혹 자신이 훈련소에서 올린 성과를 보고 스카우트를 위해 찾아온 게 아닌가 했는데, 정말 순수한 팬심으로 찾아온 것 같았다.

    “며칠 동안 휴가를 받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시간 동안 제가 당신과 함께할 수 있는 영광을 주시겠습니까? 경비는 모두 제가 부담하겠습니다.”

    강현수의 팬심이 넘치는 말에.

    “물론입니다. 하지만 경비는 반반씩 부담하는 걸로 하시죠. 저 역시 제 팬분과 만날 수 있어서 큰 영광입니다.”

    이반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시죠.”

    강현수는 이반과 함께 미리 예약해 놓은 최고급 여관으로 향했다.

    ***

    ‘여전히 호구력이 넘치네.’

    팬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팬심으로 대접을 해 주고 싶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순순히 따라오냐?’

    누군가가 이반의 정보를 입수하고 팬이라고 거짓말을 한 걸 수도 있다.

    또 정말 이반의 팬이라고 해도.

    ‘모두가 선의를 가지고 접근하는 건 아니지.’

    팬이라도 얼마든지 악의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다.

    ‘역시 호구왕답네.’

    이반은 회귀 전 유명한 호구였다.

    좋게 순화해서 표현하면.

    ‘사람이 참 좋지. 순수하고, 정도 많고.’

    그 때문일까?

    다른 사람도 자신과 같을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사람을 잘 믿었다.

    아마 나이가 어린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나.

    ‘아틀란티스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지.’

    순수하고 호구력 넘치던 이반은 아틀란티스 차원에 차차 적응해 나갔다.

    그리고 무자비한 군주가 되었다.

    하지만.

    ‘결국 천성을 버리지는 못했지.’

    이반은 가장 믿고 있던 이들에게 배신당해 죽었다.

    그것도 암살이라는 최악의 형태로.

    ‘이번에는 그렇게 허무하게 죽지는 않을 거다.’

    또 회귀 전 이반은 소환수를 제외하고 본신의 무력이 아예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특히 힘 스텟만으로 따지자면 지금도 웬만한 중레벨 플레이어를 능가하겠지.’

    강현수와 이반이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갔다.

    그러는 와중.

    [고유 스킬 레플리카 – S랭크를 사용합니다.]

    [스택 하나가 소모됩니다.]

    [괴력 – E랭크의 레플리카를 만듭니다.]

    [레플리카 스킬 괴력 – F랭크가 생성되었습니다.]

    [레플리카 스킬은 원본의 160%의 능력치를 갖습니다.]

    ‘얻었다.’

    이반의 고유 스킬 괴력을 얻어 냈다.

    강현수는 이반과 대화를 나누며 계속해서 레플리카 스킬을 시전하고 있었다.

    이반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강현수에게 주력 스킬을 넘겨준 꼴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반은 그 사실을 까맣고 모르고 있었다.

    ‘뭐, 레플리카야 그렇다고 칠 수도 있지.’

    최고레벨 플레이어들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거니 이건 당연했다.

    문제는.

    ‘누가 봐도 뻔한 거짓말인데도 믿고 속아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는 거지.’

    튜토리얼 때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이반이 로크토 제국군에 들어간 이유도 튜토리얼을 함께한 동료들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더 좋은 조건으로 거대 길드에 갈 수 있었는데 로크토 제국군 입대를 선택한 것이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로크토 제국군과의 계약 당시 튜토리얼을 함께한 동료들을 합격시키기 위해 자신이 급여를 자진해서 깎아 버렸다.

    ‘벌써부터 호구 짓을 하는구나.’

    아마 로크토 제국군에서 훈련소 수석을 했다고 준 휴가를 튜토리얼 동료들과 나눌 수 있었다면?

    자진해서 나누고도 남았을 놈이다.

    ‘그런다고 튜토리얼을 함께한 동료들이 너에게 고마워할 것 같냐?’

    처음에는 고마워했겠지만.

    나중에는 당연하다는 듯 이반의 몫을 자신들에게 달라고 요구할 게 뻔했다.

    만약 거절하면?

    이반을 나쁜 놈으로 몰고 갈 것이다.

    ‘지금 당장은 확실히 문제가 있어.’

    역시 로크토 제국군에 소속되어 3년 동안 구르며 세상의 쓴맛을 어느 정도 봐야 정신을 차릴 것 같았다.

    “여깁니다.”

    강현수가 최고급 여관으로 이반을 안내했다.

    “이건 너무 부담스러운데요. 제가 가진 돈이 얼마 되지 않아서.”

    이반은 빈말이 아니라 정말 경비의 절반을 부담할 생각이었다.

    “경비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모시겠습니다.”

    강현수가 웃는 얼굴로 이반을 잡아끌었다.

    최고급 여관으로 들어가자 이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구의 최고급 호텔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 시설을 가진 곳이 바로 최고급 여관이다.

    튜토리얼에서 집도 절도 없는 시간을 보내고 훈련소에서 5주를 구른 이반의 입장에서는 별천지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여깁니다.”

    강현수는 최고급 여관에서 가장 좋은 방을 잡았다.

    짝! 짝!

    강현수가 박수를 치자 음식들이 줄줄이 들어왔다.

    “이, 이건!”

    이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종업원들이 가지고 오는 음식들은.

    러시아 요리였으니까.

    “어떻게 이런!”

    익숙한 요리들의 모습에 이반이 화들짝 놀랐다.

    “이곳에서도 지구의 요리들을 어느 정도 재현할 수 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요. 어서 드시죠.”

    “네! 감사합니다!”

    이반이 눈을 번뜩이며 무서운 속도로 음식을 먹어 치웠다.

    커다란 덩치답게 먹는 양도 어마무시했다.

    ‘고향의 맛만큼 그리운 것도 없지.’

    타 차원에서 아틀란티스 차원으로 온 플레이어들은 모두 크든 작든 향수병을 앓고 있었다.

    그 향수병을 달래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치료제가 바로 고향 음식이었다.

    강현수와 이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마쳤다.

    그 후 강현수가 이반을 다른 방으로 데리고 갔다.

    그 방에는 A랭크 아이템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자, 다음은 제가 드리는 선물 목록입니다. 원하는 걸로 골라 보시죠.”

    “이렇게 비싼 물건을 제가 어떻게.”

    로크토 제국에 입대하면서 D랭크 아이템을 받고도 좋다를 연발했던 이반이다.

    한데 눈앞에 있는 아이템들은 무려 A랭크.

    무려 몇백만 골드의 가치를 지닌 아이템들이다.

    “저의 영웅에게 드리는 작은 선물일 뿐입니다. 이건 어떠십니까?”

    강현수가 웃는 낯으로 이반에게 아이템을 권했다.

    “이건 너무 부담스러운데.”

    이반은 계속 거절했지만.

    호구답게 강현수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강현수는 팬심으로 주는 거라며 여러 선물을 줬다.

    그리고 그렇게 강현수와 이반은 3일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이군요.”

    강현수의 말에.

    “너무 아쉽습니다. 조금만 더 빨리 강현수 씨를 만났다면 로크토 제국군에 입대하지 않았을 텐데. 우리 또 만날 수 있겠죠? 제가 최대한 빨리 다음 휴가를 얻어서…….”

    이반이 속사포처럼 아쉬움을 토로하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친혈육과 헤어져도 이렇게 아쉬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호구력이 충만한 이반은.

    3일 만에 강현수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완벽하게 구워삶아졌다.

    “제가 마지막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마지막 선물요? 아니요, 주시지 않아도 됩니다.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이미 많은 선물을 받은 이반은 강현수의 말이 엄청나게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강현수가 웬만한 수준으로는 흠집도 나지 않을 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계속 받기만 하니 너무 미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나 호구력 넘치는 이반은 강현수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강현수가 이반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은.

    바로 지휘관 임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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