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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레벨 플레이어-84화 (84/365)

신념

마룡 카라스가 이끄는 용종 몬스터 군단으로 인한 전쟁이 슬슬 마무리될 분위기였다.

‘회귀 전에는 반년 넘게 이어졌던 전쟁인데.’

이번에는 무려 이틀 만에 마무리될 것 같았다.

‘그런데 역시 의도적이었나.’

권황 차르토샤 대공과 무존 즈도라프 공작은 겉으로는 분개한 척했지만.

그다지 슬퍼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이 전쟁은 아군의 승리다.’

대도시 바란을 지키던 병력이 밖으로 진군해 용종 몬스터들을 몰살시키고 있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마룡 카라스를 제외한 모든 용종 몬스터가 전멸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척살대의 숫자가 줄어들면 위험해.’

그렇게 되면?

마룡 카라스를 사냥하는 게 불가능해질 수도 있었다.

‘오히려 척살대가 전멸하거나 마룡 카라스를 놓친다면?’

그간의 희생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척살대를 이끄는 권황 차르토샤 대공과 무존 즈도라프 공작도 그걸 느꼈는지.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살아남은 척살대원들의 실력이 뛰어난 덕분에 기동성이 올라가기도 했고 말이다.

-캬아아아앙!

마룡 카라스가 거칠게 저항했다.

콰콰콰콰콰콰!

브레스를 뿜어내기도 했고.

꽈아아아앙!

전신에 오러를 두르고 직접 육탄 공격을 가하기도 했다.

마룡 카라스가 공격적으로 나서자.

강현수도 몇 번이고 목숨이 위험할 뻔한 고비를 넘겼다.

‘소환수들이 없었다면 죽었을 수도 있지.’

도왕을 비롯한 소환수들은 다크 나이트 소속으로 척살대에 포함되어 있었고.

척살대에 있는 소환수들이 은연중 방패 역할을 해 준 덕분에 강현수도 지금까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전투가 치열하게 이어졌고.

그 결과 용종 몬스터들이 전멸했다.

“이제 끝이다, 마룡!”

살아남은 척살대의 숫자는 70명가량.

그러나 대도시 바란을 지키기 위해 남아 있던 랭커들이 합류했기에 전황은 아군에게 유리했다.

그 랭커들 중에는 송하나와 투황도 포함되어 있었다.

-큭큭큭!

그때 마룡 카라스의 입에서 실소에 가까운 웃음이 터져 나왔다.

-끝이라? 왜, 네놈들이 이긴 것 같으냐?

마룡 카라스의 말에 권황 차르토샤 대공과 무존 즈도라프 공작의 표정이 굳어졌다.

‘뭔가 수상하다.’

‘추가로 차원 게이트라도 열리는 건가?’

두 사람은 자신의 죽음을 목전에 둔 마룡의 여유로운 태도가 마음에 걸렸다.

‘허튼수작을 부리기 전에 숨통을 끊는다.’

‘그냥 죽여 버리면 그만이다.’

타악!

권황 차르토샤 대공과 무존 즈도라프 공작이 적극적으로 마룡을 향해 덤벼들었다.

그 뒤를 이어 무란의 수호성 칼무스 공작을 비롯한 척살대가 마룡에게 맹공을 가했다.

사아아아악!

그 순간.

수많은 용종 몬스터들과 플레이어들이 죽었던 자리에서.

무시무시한 마력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뭐지?’

이 갑작스러운 현상에 강현수도 적잖이 당황했다.

회귀 전 강현수는 마룡 카라스와 용종 몬스터 군단 토벌에 참여한 경험이 없었다.

그렇기에 외부에서 전해 들은 정보만으로 마룡 카라스와 용종 몬스터 군단에 대한 전력을 가늠했다.

하지만.

‘마룡 카라스가 죽은 자들을 이용해 뭔가를 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었는데.’

우드드득!

마력의 폭풍 한가운데 자리한 마룡 카라스의 모습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마에 돋아난 두 개의 뿔이 네 개로 늘어났고.

한 쌍의 날개가 두 쌍이 되었으며.

덩치 역시 무지막지하게 거대해졌다.

하나 가장 무서운 점은.

‘단순히 외형만 변한 게 아니야.’

마룡 카라스가 품고 있는 마력 자체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큭큭큭! 강한 놈들이 꽤 많이 죽어 준 덕에 충분한 제물이 모여 승급할 수 있었다. 고맙구나, 인간들아.

‘승급?’

강현수의 얼굴이 굳어졌다.

마족 역시 플레이어와 마찬가지로 성장하는 존재.

하나 마족의 성장은 쉽지 않다.

그렇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한번 성장하면 그만큼 월등히 강해진다는 뜻이지.’

플레이어가 벽을 뚫는 것과는 비교도 하기 힘들 정도로 말이다.

‘이런 망할.’

강현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회귀 전 강현수는 마룡이 여덟 개의 뿔과 네 쌍의 날개를 가진 존재라고 전해 들었다.

그런데 회귀 후 다시 만난 마룡은 두 개의 뿔과 한 쌍의 날개를 지닌 존재였다.

그래서 ‘변신이라도 하나?’ 하고 가볍게 생각했다.

그런데.

‘진짜 변신하는 거였네.’

마룡 카라스는 아틀란티스 차원을 침공해 수많은 희생자를 내며 계속해서 강해졌던 거다.

‘어쩐지 너무 무난하다 했지.’

이런 변수가 숨어 있었다.

‘회귀 전에는 더 강했던 거야.’

회귀 전의 마룡이었다면?

무란의 수호성 칼무스 공작과 플레이어들의 합공에 꼬리를 말고 도망칠 정도로 약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룡 카라스는 죽은 자의 힘을 흡수해 성장하는 존재.

회귀 전 인류는 마룡 카라스가 이끄는 용종 몬스터 군단의 침공에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무려 21명의 네임드 플레이어와 3백 명이 넘는 랭커가 사망했다.

일반인과 상중하위 레벨 플레이어의 희생은?

집계조차 힘들 정도로 엄청났다.

한데 지금은?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를 모두 합쳐 고작 2백 명 정도가 사망했을 뿐이다.

일반인은 아예 피해가 없었고 상중하위 레벨 플레이어들도 고작 수만 정도가 사망했을 뿐이다.

‘그래도 최악은 피했다.’

회귀 전과 같은 패턴으로 갔다면?

마룡 카라스는 지금보다 월등히 강한 존재로 거듭났을 것이다.

‘회귀 전에는 여덟 개의 뿔과 네 쌍의 날개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지금 상태에서 두 번은 더 성장을 했다는 뜻이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잡는다.’

이 자리에서 마룡 카라스의 숨통을 끊어야 했다.

그러지 못하면?

‘저놈은 계속해서 강해진다.’

사실 냉정하게 말해 강현수의 이득만 생각하면?

이 자리에서 마룡 카라스를 잡지 않는 것이 이득이다.

인류는 강하다.

여덟 개의 뿔과 네 쌍의 날개를 가진 마룡 카라스조차 결국 인류의 손에 죽었다.

마룡 카라스가 더 성장한 뒤 죽으면?

강현수의 소환수가 될 마룡 카라스도 더 강해진다.

또 마룡 카라스와의 싸움에 죽어 나갈 수많은 강자들도 강현수의 소환수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럼 수천만 명에 달하는 이들이 목숨을 잃겠지.’

강현수의 목적은.

첫 번째 배신자들에게 복수의 철퇴를 내리는 것.

두 번째 마왕군의 침공을 막고 지구로 귀환하는 것.

마지막 세 번째.

‘회귀 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리는 것.’

회귀 전 내전과 마왕군과의 전쟁으로 아틀란티스에 존재하는 인류의 99%가 목숨을 잃었다.

사실상 인류가 멸절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인간이다.’

결코 인간성이 말살된 괴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무란의 수호성 칼무스 공작이 살기를 바랐다.

하나 칼무스 공작은 마룡 카라스를 막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고.

‘그가 죽는다면 나는 그를 소환수로 만들겠지.’

하지만 일부러 그의 죽음을 바라지는 않았다.

배신자와 적들에게는 얼마든지 악마보다 더 잔혹한 존재가 될 수 있지만.

그 외의 사람들에게까지.

‘악마가 될 수는 없지.’

인간성을 저버린 괴물이 되지는 말자.

그게 회귀 전부터 지켜 온 강현수의 신념이었다.

그리고 그 신념은.

지금도 아무런 변화 없이 굳건했다.

“놈을 최대한 빨리 죽여야 한다!”

권황 차르토샤 대공의 외침과 동시에 척살대원들이 전력을 다해 마룡 카라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도 느낀 것이다.

이 자리에서 마룡을 죽이지 못하면.

더 큰 재앙이 닥친다는 사실을 말이다.

탱커들은 마룡 카라스의 움직임을 봉쇄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비행 아이템이나 스킬을 가진 탱커와 딜러 들이 벌 떼처럼 달라붙어 마룡 카라스의 날개를 찢어 버렸다.

마룡의 발톱에 몸이 찢기고 짓밟혀도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후방의 힐러들은 하나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즉사하지 않은 탱커들을 향해 힐 샤워를 퍼부었다.

그사이 원거리 딜러들이 일제히 포격을 가했다.

슈슈슈슈슉!

온갖 종류의 원거리 공격 스킬이 하늘을 뒤덮으며 마룡 카라스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꽈아아아아앙!

커다란 폭음이 터져 나왔고.

쿠우우웅!

마룡 카라스가 지상으로 추락했다.

-크르르르르!

하지만 날개만 만신창이가 되어 있을 뿐.

마룡 카라스의 몸뚱이는 멀쩡했다.

“죽여!”

“와아아아아!”

근접 딜러들이 힘찬 함성과 함께 목숨을 내놓을 각오로 마룡 카라스에게 접근해 각자 자신의 무기를 찔러 넣었다.

마룡 카라스의 몸에 크고 작은 상처가 생기기 무섭게 아물었다.

용종 특유의 자체 회복력에 힐 스킬이 더해진 결과였다.

모든 척살대원들이 최선을 다했지만.

날개가 더 이상 회복되지 못하게 막는 것 이상의 치명상을 입힐 수가 없었다.

-큭큭큭! 벌레 같은 인간들!

쿵! 쿵! 쿵!

마룡 카라스가 탱커들의 포위망을 뚫고 힐러들을 향해 돌진했다.

탱커, 딜러, 힐러.

이 연계는 상당히 까다로웠다.

그러나 힐러를 먼저 제거하면?

자신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탱커들을 모조리 쳐 죽일 수 있었다.

힐러와 탱커를 제거하면?

발이 느린 원거리 딜러부터 쥐새끼 같은 근접 딜러까지 순식간에 쓸어버릴 수 있었다.

푸욱!

그때 뱀피릭 오러에 휩싸인 강현수의 검, 탐식의 검이 마룡 카라스의 날개를 베어 냈다.

그리 큰 상처는 아니었다.

하지만.

“날개의 상처가 회복되지 않아!”

“저곳이 약점이다!”

탐식의 검이 가진 안티 힐 능력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했다.

상대는 마룡 카라스.

원래대로라면 안티 힐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그러나 상처가 채 아물기 전에 다른 플레이어들이 공격을 날리면?

상처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 후에 강현수가 다시 공격을 가하면?

안티 힐 효과로 인해 커진 상처가 또 치료되지 않는다.

“저곳에도 상처가 생겼어!”

“집중 공격을 해!”

플레이어들이 신이 나서 마룡 카라스의 부상당한 날개 부위를 후벼팠다.

그리고 결국.

좌악!

두 쌍의 날개 중 한쪽을 완전히 베어 내 버렸다.

-캬아아아악!

날개가 잘린 마룡 카라스가 고통에 찬 비명을 터트렸다.

그리고 자신의 상처가 회복되지 않게 하는 원인을 금세 찾아냈다.

-네놈이구나!

강현수가 상처를 후비기만 하면 자체 회복력이 사라지고 힐 스킬도 무용지물이 되니.

바보가 아닌 이상 알 수밖에 없었다.

-죽어라, 인간!

마룡 카라스가 1차 목표를 힐러에서 강현수로 바꿨다.

자신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마룡 카라스에게 있어서.

안티 힐 능력을 발휘하는 강현수는 힐러보다 더 위험한 존재였다.

“저 소년을 지켜라!”

무란의 수호성 칼무스 공작이 상황을 파악하고 재빨리 명령을 내렸고.

“크윽!”

자신의 몸으로 직접 마룡 카라스의 공격을 막아 냈다.

“소년을 지켜라!”

“저 소년이 있어야 우리가 승리할 수 있다.”

무란의 수호성 칼무스 공작에 이어 상황을 파악한 권황 차르토샤 대공과 무존 즈도라프 공작 역시 강현수를 지키기 위해 직접 나섰다.

어떤 스킬을 사용한 건지는 모르지만.

강현수의 공격이 마룡의 상처 회복을 막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다른 이들의 필사적인 보호에 힘입어.

좌악! 서걱! 푸욱!

강현수가 신나게 마룡 카라스의 몸에 칼질을 했다.

-크아아아앙!

마룡 카라스가 분노해 강현수를 잡아 죽이려고 했지만.

강현수는 얄밉게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갔다.

“집중 공격!”

강현수에 의해 안티 힐 효과가 발동한 곳에 척살대원들의 집중 공격이 쏟아지니.

마룡 카라스의 전신이 순식간에 피투성이로 변했다.

“얼마 남지 않았다!”

“마룡의 숨통을 끊자!”

승기가 보이자.

척살대의 사기가 올랐다.

-크르르릉!

반대로 마룡 카라스는 큰 위기감을 느꼈다.

그렇기에.

“어딜 노리느냐!”

콰직!

강현수의 앞을 가로막고 나선 척살대원들을 우선적으로 제거해 나가기 시작했다.

전투가 길어질수록 마룡 카라스의 몸이 점점 더 만신창이로 변해 갔고.

척살대원들의 숫자 역시 빠르게 줄어들어 결국은 23명까지 쪼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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