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종 몬스터 군단이 많기는 하지만 결국 마룡을 잡으면 오합지졸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렇기는 하지만, 마룡은 용종 몬스터 무리 한가운데 있습니다.”
부카쿠 백작의 발언에.
“그놈들이 나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은가?”
권황 차르토샤 대공이 되물었고.
“…….”
부카쿠 백작은 조용히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권황이라는 칭호를 가진 네임드 플레이어이자.
로크토 제국 황실의 일원인 차르토샤 대공의 말이다.
부카쿠 백작으로서는 감히 반박할 수가 없었다.
“나도 차르토샤 대공의 말에 찬성이다. 우리가 저 마룡을 최단 시간 안에 잡는 게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길 아닌가?”
무존 즈도라프 공작까지 찬성하고 나서자.
결국 작전이 변경되었다.
모든 병력이 대도시 바란을 수호한다.
그 사이 권황과 무존이 포함된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로 이루어진 척살대가 마룡을 사냥한다.
상당히 심플한 계획이면서 성공 가능성도 높았다.
대대적으로 병력이 증원된 만큼.
마룡만 막으면 대도시 바란이 위험할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강현수는 굳이 도왕을 움직여 이 작전을 반대하지 않았다.
본래 강현수의 계획과는 조금 달라졌지만.
오히려 대도시 바란은 조금 더 안전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마룡 카라스를 잡는 척살대의 피해인데.’
그건 강현수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척살대의 피해가 커지면 커질수록.
강현수의 소환수도 늘어나게 되니 손해 볼 건 없었다.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게 확실한데.’
로크토 제국의 지원군은 권황 차르토샤 대공과 무존 즈도라프 공작을 제외하면 대부분 제국군 소속이 아니라 거대 길드 소속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혹시 사망자가 나오더라도 로크토 제국 황실의 힘이 깎이는 건 최대한 피하겠다는 거겠지.’
이건 거대 길드들이 받아들였으니 큰 문제는 없었다.
그에 합당한 대가도 받았을 테고 말이다.
중요한 건 권황 차르토샤 대공과 무존 즈도라프 공작이 척살대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는 계획을 제안한 이유였다.
‘이 기회에 로크토 제국과 제후국에 있는 거대 길드 소속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 수를 줄일 생각인가?’
권황 차르토샤 대공과 무존 즈도라프 공작의 주도로 계획된 작전은 일반 병력의 피해는 줄어들지만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의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는 형태였다.
로크토 제국이 무란 왕국 백성들을 가엽게 여겨 이런 작전을 지시했을 리는 없으니.
‘뭔가 꿍꿍이가 있겠지.’
아마 거대 길드 소속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 전력 깎아 먹기일 확률이 높았다.
‘이놈들은 애초에 그랬지.’
어떻게든 기회만 있으면 통제가 힘든 타 차원 출신 거대 길드의 힘을 줄이고 싶어 했다.
무란 왕국은 전력을 다했지만.
로크토 제국과 그 제후국들은 지휘관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원군을 거대 길드 소속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 들로 구성했다.
그건 마룡 카라스가 이끄는 용종 몬스터 군단과의 격돌을 통해 거대 길드의 세력을 줄이겠다는 의도였다.
‘아마 정보 통제를 했겠지.’
보상에 눈이 멀어 자원한 거대 길드로서는 제대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격이었다.
‘그렇다고 싫다고 할 수도 없고.’
이미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거기다 권황 차르토샤 대공과 무존 즈도라프 공작이 직접 참여한 작전이다.
여기서 싫다고 거절했다가는?
‘명예가 땅에 떨어지는 것도 모자라 각국 정부의 대대적인 압박을 받겠지.’
너무 위험한 작전이라고 반대할 수도 없었다.
왜?
그 위험한 작전에 권황 차르토샤 대공과 무존 즈도라프 공작이 직접 참여하니까.
대공과 공작이 목숨 걸고 가겠다는데 평민 신분인 거대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어찌 거부하겠는가?
더군다나 힘없는 무란 왕국의 백성들을 지켜야 한다는 대의명분까지 있지 않은가?
‘가뜩이나 중화길드 때문에 사명이니 아틀란티스 차원 수호니 하는 바람이 불기도 했고.’
얄밉게도 중화길드는 마왕의 하수인에게 입은 피해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번 전투에 동원되지 않았다.
‘제대로 판을 짰네.’
로크토 제국은 마룡 카라스와 용종 몬스터 군단의 침공을 이용해 거대 길드들이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함정을 팠다.
‘그런데 몇 가지 오판을 한 게 있는 거 같은데.’
권황 차르토샤 대공과 무존 즈도라프 공작이 왜 이런 위험한 작전에 스스로 자원했을까?
당연히 살아남을 자신이 있어서다.
자신들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칼무스 공작이 마룡을 쫓아냈으니.
‘자신들은 살아남는 걸 넘어서 손쉽게 마룡 카라스를 사냥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
권황 차르토샤 대공과 무존 즈도라프 공작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그 오만이 자신들의 목숨을 앗아 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차르토샤 대공과 즈도라프 공작은 황과 존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지.’
그런 만큼 전사하기만 한다면?
소환수로 만들어 꽤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듯했다.
‘어차피 나중에 문제만 일으키는 놈들이기도 하고.’
권황 차르토샤 대공은 고위 귀족 출신으로, 황녀와의 혼인을 통해 황실의 일원이 된 인물이다.
상당히 권위적인 인물로, 특히 타 차원 출신 네임드 플레이어들과 수시로 마찰을 빚어 인류의 결속에 오히려 방해가 된 자다.
무존 즈도라프 공작 역시 고위 귀족 출신으로, 권황 차르토샤 대공과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어 타 차원 플레이어들에게 상당히 배타적이었다.
‘실력도 고만고만하지.’
지금은 권황이네 무존이네 거들먹거리지만.
나중에 시간이 흐르면 명예 권황과 명예 무존이라고 불리며 만인의 비웃음을 당하게 된다.
실력이 떨어졌음에도 최고위 귀족이라는 신분을 무기로 권황과 무존이라는 칭호를 꿋꿋이 지켰기 때문이다.
하나 칭호라는 것은 만인의 인정을 받아야 지킬 수 있다.
당사자와 그가 속한 국가가 아무리 빠득빠득 우겨 기존의 칭호를 지키려고 해도.
‘실력이 없으면 지킬 수가 없지.’
그 결과가 바로 명예 권황과 명예 무존이었다.
최후도 비참했다.
‘차르토샤 대공은 화염 여신의 손에 죽고 즈도라프 공작은 검신에게 죽었지.’
두 사람 모두 내부 분열이 극에 다른 상황에서 아군이라고 할 수 있는 지구 출신 플레이어의 손에 죽었다.
앞으로 발전 가능성도 낮고 특유의 오만함으로 내부 분열만 일으키는 인물들.
차라리 마룡 카라스와의 싸움에서 산화해 강현수의 소환수가 되는 게.
‘인류 전체에게는 더 큰 이득이지.’
회의가 끝났고.
척살대가 조직되었다.
* * *
-크아아아아앙!
마룡 카라스의 포효와 함께 용종 몬스터 군단이 2차 침공을 시작했다.
공격은 권황 차르토샤 대공과 무존 즈도라프 공작을 비롯한 287명의 척살대가.
수비는 나머지 모두가.
척살대는 전원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 들로만 이루어졌다.
척살대의 목적은 단 하나.
마룡 척살이었다.
“전군 출진!”
“마룡의 목을 베어 버리자!”
권황 차르토샤 대공과 무존 즈도라프 공작이 이끄는 287명의 척살대가 용종 몬스터 군단을 뚫고.
마룡 카라스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287명의 척살대원 중에는 강현수와 그 소환수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무란의 수호성 칼무스 공작은 강현수를 빼려고 했으나.
강현수가 자원해서 척살대에 들어갔다.
전사한 플레이어를 소환수로 만들기 위해서는 강현수가 척살대에 꼭 포함되어야 했다.
상당히 위험한 일이었지만.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지.’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당연히 강현수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 정도의 페널티는 짊어져야 했다.
‘몇 명이나 살아남으려나?’
아무리 낮게 잡아도 287명 중 절반 이상은 전사할 게 확실했다.
사실 전력 자체는 충분했다.
황과 존의 칭호를 받은 권황 차르토샤 대공과 무존 즈도라프 공작이 있었고.
필사의 거래를 통해 남은 이틀 동안은 권황 차르토샤 대공, 무존 즈도라프 공작과 대등한 힘을 발휘할 무란의 수호성 칼무스 공작이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문제는.
‘저놈이 정면 승부를 해 줄 리가 없지.’
마룡 카라스는 자기 보신을 최고로 여기는 놈이다.
그런 만큼 척살대와 정면 승부를 해 주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뭐, 알아서 하겠지.’
강현수는 말단 척살대원일 뿐.
지휘권 같은 건 없었다.
설사 척살대가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는다고 해도.
강현수로서는 손해 볼 게 없었다.
‘송하나와 투황도 척살대에서 제외시켰고.’
송하나와 투황은 강현수를 따라 척살대에 포함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강현수는 일부러 그 두 사람을 제외시켰다.
‘송하나와 투황을 온실 속의 화초로 키울 생각은 없지만.’
마룡 카라스와의 접전에 끼워 넣는 건 너무 위험했다.
‘또 포함되어 봤자 전력에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기도 하고.’
송하나와 투황은 아직 성장 중이었다.
그런 두 사람에게는.
‘마룡 카라스를 상대하는 것보다 용종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게 더 큰 도움이 될 거야.’
경험 많은 베테랑들도 아차 하는 순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마룡 카라스와의 전투.
송하나와 투황이 네임드 플레이어급 실력을 쌓았다면?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마룡 카라스 레이드에 포함시켰을 것이다.
도움도 되고 마룡 카라스 같은 강자를 상대하는 경험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아직 시기상조지.’
강현수는 자신이 애써 키운 송하나와 투황을 죽을 위험이 높으면서도 제대로 된 전투 경험도 얻을 수 없는 전장에 투입시켜 허무하게 잃어버릴 생각이 없었다.
‘부활이 가능하다고 해도 어떤 후유증이 있을지 모르니까.’
최악의 경우.
살아 있는 인간이 아닌 마력으로 이루어진 소환수로 부활할 가능성이 있었다.
‘이제 거의 다 왔네.’
이런저런 생각에 열중하는 사이 강현수가 포함된 척살대가 용종 몬스터 군단을 베어 넘기며 마룡 카라스에게 접근했다.
그 순간.
파지지직! 화르르륵! 콰콰콰콰!
마룡 카라스를 포함한 용종 몬스터들의 원거리 포격이 비처럼 쏟아졌다.
“전원 산개!”
권황 차르토샤 대공의 외침에 플레이어들이 흩어져 몸을 피하려고 했지만.
캬우우웅!
크아아아앙!
용종 몬스터들이 사방에서 달려들며 척살대원들의 도주로를 막아섰다.
꽈과과과과꽝!
커다란 폭음과 함께 척살대원 중 일부와 용종 몬스터들이 함께 산화했다.
“자기 부하들까지!”
“저런 간악한 놈!”
동료를 잃은 척살대원들이 분노를 표했지만.
그렇다고 죽은 동료들이 살아 돌아오지는 않았다.
‘연대 구성.’
사아아악!
강현수의 소환수로 부활하기는 했지만.
‘죽은 건 죽은 거니까.’
소환수는 살아 있는 생명체가 아닌 혼이 떠나고 남은 백으로 만든 인형.
엄밀히 말해 살아 돌아온 건 아니었다.
-건방진 인간 놈들!
마룡 카라스는 그렇게 호기롭게 외치고는.
“저 비열한 놈!”
“어딜 도망치느냐!”
날개를 펄럭이며 후방으로 물러나 용종 몬스터들을 투입시켰다.
척살대원들이 필사적으로 사방에서 달려드는 용종 몬스터를 베어 넘기며 전진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평지를 걸어 다니듯이 움직일 수는 없지.’
척살대원들의 이동속도가 느려지면.
어김없이 마룡 카라스의 공격이 날아들었다.
마룡 카라스는 탱커이자 근거리 딜러이며 원거리 딜러이자 힐러인 존재.
그런 만큼 참 얄밉게 치고 빠지기를 잘했다.
용종 몬스터들에게 둘러싸인 척살대원들이 가까스로 접근하면.
좌아아악!
꼬리와 발톱을 휘둘러 탱커들을 쓸어버린 뒤 얄밉게 뒤로 쏙 빠졌다.
“이런 짐승만도 못한 놈!”
“정정당당하게 나와 겨뤄 보자!”
권황 차르토샤 대공과 무존 즈도라프 공작이 큰 목소리로 분노를 토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자기들도 정정당당하지 못하면서.’
권황 차르토샤 대공과 무존 즈도라프 공작의 실력이라면.
다른 척살대원들보다 빠르게 마룡 카라스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왜?
‘자기들도 단독으로 마룡 카라스를 상대하는 위험을 감수할 생각은 없으니까.’
마룡 카라스는 권황 차르토샤 대공과 무존 즈도라프 공작보다 강하다.
둘이 힘을 합치더라도 다른 척살대원들의 도움이 없으면?
큰 부상을 입거나 죽을 수 있다.
그렇기에 입으로만 큰소리를 칠 뿐.
단독으로 마룡 카라스에게 접근하지는 않았다.
계속해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이어졌다.
그 결과.
‘벌써 2백 명도 넘게 죽었네.’
척살대원의 숫자가 1백 명 아래로 떨어졌다.
성과가 없는 건 아니었다.
무려 2만에 가까운 용종 몬스터가 목숨을 잃었다.
대도시 바란을 공격하다 사망한 용종 몬스터의 숫자까지 합치면?
용종 몬스터의 수는 이제 고작 1만 마리도 채 남지 않은 상태였다.
마룡 카라스의 방패 역할을 할 용종 몬스터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그와 반대로.
‘소환수의 질이 크게 올라갔어.’
강현수의 휘하에 있는 소환수 목록에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 2백 명이 추가되었다.
강현수의 입장에서는.
제대로 대박이 터진 것이다.
하지만.
‘아직 메인 디시가 남아 있지.’
마룡 카라스.
가장 맛있는 먹잇감을 아직 사냥하지 못했다.
‘뭐, 겸사겸사 권황 차르토샤 대공과 무존 즈도라프 공작도 죽으면 좋고.’
마룡 카라스가 메인 디시라면.
권황 차르토샤 대공과 무존 즈도라프 공작은 메인 디저트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