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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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식 (4)

“부카쿠 백작 각하! 용종 몬스터 군단이 대도시 바란을 향해 진군 중입니다!”

“용종 몬스터의 숫자가 족히 5만은 되어 보입니다!”

미리 뿌려 놨던 정찰병들이 속속 복귀해 보고를 올렸다.

“전군 전투준비!”

부카쿠 백작의 외침과 함께 대도시 바란에 모여 있던 병력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미리 전투준비 태세를 해 놓았기에 큰 혼란은 없었다.

“당장 추가 지원 요청을 하도록.”

“추가 지원 말입니까? 하지만…….”

무란 왕실도 부카쿠 백작의 말을 무겁게 생각했기에 전력이란 전력은 다 끌어서 보내 줬다.

무란 왕실을 호위하는 근위대와 국경을 수비하는 병력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병력을 싹싹 다 긁어서 보낸 것이다.

쉽게 말해 더 보내 줄 전력이 없다는 뜻이었다.

“로크토 제국이 있지 않은가?”

종주국이라는 게 뭔가?

제후국이 위험해 처하면 도와주는 게 종주국으로서의 사명 아니겠는가?

‘그간 종주국이랍시고 상납금을 받아 갔으면 이럴 때 화끈하게 도와줘야지.’

5만의 용종 몬스터도 문제지만.

부카쿠 백작은 방금 전 들렸던 포효의 주인인 거대한 마룡이 신경 쓰였다.

그 포효에 실려 있던 강대한 마력은 부카쿠 백작의 역량으로는 가늠하기조차 힘들었다.

저 정도라면?

‘황급 칭호를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가 지원을 오지 않는 이상 힘들지도 모른다.’

부카쿠 백작의 얼굴이 긴장감으로 물들었다.

‘과연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무란 왕국의 전력은 현재 대도시 바란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크토 제국의 지원군이 올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버틴다.’

지원이 올 때까지 무조건 버텨야 했다.

버티지 못하면?

대도시 바란에 거주하는 무란 왕국의 백성들이 떼죽음을 당할 것이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대도시 바란은 무란 왕국의 서쪽 국경을 지키는 최후의 방패.

더군다나 현재 무란 왕국의 주력 플레이어들이 모두 몰려 있다.

이런 대도시 바란이 함락당하면?

‘무란 왕국 전체가 불바다로 변한다.’

설사 이 자리에서 전원 옥쇄하는 한이 있더라도.

추가 지원군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무조건 대도시 바란을 사수해야 했다.

쿠우웅! 쿠우웅! 쿠우웅!

5만에 달하는 용종 몬스터 군단의 진군은 보는 것만으로 기가 질릴 정도로 엄청난 위용을 자랑했다.

“용종 몬스터들이 사거리에 들어왔습니다.”

“총공격!”

부카쿠 백작의 명령에 따라.

화르르륵!

파지지직!

콰콰콰콰!

온갖 원거리 공격 스킬들이 용종 몬스터 군단을 향해 날아갔다.

그 순간 최선두에 자리 잡고 있던 드래곤 터틀 부대가 탱커를 자처했다.

꽈아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드래곤 터틀들이 죽어 나갔다.

아무리 등껍질이 단단한 드래곤 터틀이라고 해도.

대도시 바란에 모여 있는 플레이어들의 집중 공격을 막아 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피해가 적어.’

드래곤 터틀은 중위 용종이지만 등껍질의 방어력만큼은 최상위 용종에 필적한다.

그런 드래곤 터틀이 최전방에 있었기에 원거리 공격으로 인한 피해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드래곤 터틀은 원거리 공격으로 잡기 힘들다.’

정석적인 드래곤 터틀 사냥 방법은 근접 딜러들이 머리나 팔다리를 노리는 것이다.

하지만.

‘근접 딜러들에게 저곳으로 가서 드래곤 터틀을 사냥하라는 것은 죽으라는 명령을 내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까운 근접 딜러들을 그렇게 소모할 수는 없었다.

쩌어억!

그때 상위 용종들이 일제히 입을 쩍 하고 벌렸다.

콰콰콰콰콰!

상위 용종들의 입에서 일제히 브레스가 뿜어져 나왔다.

꽈아아아앙!

성벽이 뒤흔들릴 정도의 엄청난 충격이 전해졌다.

“아아아악!”

“커억!”

성벽 위에 있던 병사 중 일부가 사망했다.

하지만 극히 일부였다.

또 성벽이 무너지지는 않았다.

대규모 몬스터 웨이브에 대비해 성벽을 보수하고 방어 스킬을 덕지덕지 발라 놨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집단의 경고 덕분이었다.

‘그자들이 경고해 주지 않았다면?’

성벽을 보수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방금 전 공격으로 성벽이 박살 났을 거다.’

내심 그 집단의 경고를 우습게 넘기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위기는 끝난 게 아니었다.

이제 시작이었다.

용종 몬스터 군단이 성벽을 향해 계속 진군했다.

그와 동시에 와이번 같은 비행이 가능한 용종 몬스터들이 하늘을 날아올라 빠르게 접근해 왔다.

“비행형 용종 몬스터를 최우선으로 처리해라!”

부카쿠 백작의 명령에 따라 원거리 딜러들이 일제히 하늘을 향해 공격 스킬 포격을 실시했다.

꽈아아앙! 꽈아아앙!

폭음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비행형 용종 몬스터들이 대도시 바란 내부로 들어오지는 못했다.

성벽에 덕지덕지 발린 방어 스킬이 대도시 바란 전체를 거대한 요새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리적인 성벽이 있는 공간과 아무것도 없는 허공은 아무래도 방어력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비행형 용종 몬스터들을 최우선으로 처리해야 했다.

“가자!”

조인족 플레이어들이 일제히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조인족 플레이어들의 구성은 다양했다.

독수리 수인, 올빼미 수인, 부엉이 수인, 비둘기 수인, 까마귀 수인, 참새 수인 등등.

그들의 가장 큰 장점은?

근접 딜러임에도 공중전이 가능하다는 거였다.

꽈아앙! 꽈아앙!

하늘 위에서 비행형 용종 몬스터들과 조인족 플레이어들의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그러는 사이.

원거리 딜러들의 집중포화를 뚫고 용종 몬스터들이 성벽 바로 아래까지 도달했다.

쿠오오오오!

쿠우웅! 쿠우웅!

드레이크와 바실리스크 같은 상위 용종 몬스터들이 성문을 향해 돌진했고.

카오오오!

리자드맨 같은 하위 용종 몬스터들은 갈고리 같은 발톱을 이용해 성벽을 기어올랐다.

“죽어라!”

“네놈들은 절대 성벽을 넘을 수 없다.”

그간 가만히 대기하고 있던 근접 딜러들이 성벽을 기어오르는 용종 몬스터들을 향해 공격 스킬을 퍼부었다.

문제는 성문을 공격하고 있는 상위 용종이었다.

아무리 방어 스킬이 덕지덕지 발려 있다고 해도.

성문은 성벽보다 약하다.

특히 저렇게 한 점에 집중 타격을 받으면?

성문이 박살 날 수도 있다.

“가자.”

네임드 플레이어들과 랭커들이 성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성문을 공격하고 있는 상위 용종들과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아직까지는 무난하다.’

하지만 부카쿠 백작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이건 전초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공을 부유할 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거대한 마룡.

그놈이 움직이는 순간.

‘진짜 전쟁이 시작된다.’

* * *

‘대비를 잘했네.’

강현수는 대도시 바란 안에 있었다.

그것도 수비군으로 자원해 성벽 위에서 싸우고 있었기에 그 누구보다도 전장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약이 바짝 올랐을 텐데.’

강현수는 마룡 카라스를 공격하는 데 일인연대의 장점을 적극 활용했다.

송하나와 투황을 비롯한 소환수들을 내버려 둔 뒤 강현수 홀로 전장을 이탈했다.

그 후 송하나와 투황을 비롯한 소환수들이 맹공을 퍼붓고 마룡 카라스가 반격하려고 할 때.

송하나와 투황은 연대 소환을 통해 자신의 곁으로 불러들였고 나머지 소환수들은 역소환을 통해 모두 돌려보내 버렸다.

마룡 카라스만 닭 쫓던 개 꼴이 된 것이다.

‘그래서 바로 달려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신중했다.

직접 나서지 않고 철저하게 수하인 용종 몬스터들만 전장에 투입하고 있었다.

‘하긴 저놈 성격상 먼저 나설 리가 없지.’

카라스는 엄청나게 강력한 힘을 가진 마룡이다.

그렇기에 처음 차원 게이트를 통과할 때도 그렇고 대도시 바란을 공격할 때도 그렇고 본인이 직접 나서는 것이 승리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저놈은 회귀 전에도 유난히 몸을 사렸지.’

마룡 카라스는 수하인 용종 몬스터들은 소모품 취급하면서 자신의 몸은 끔찍이도 아꼈다.

‘회귀 전 패배한 것도 결국은 너무 몸을 사렸기 때문이지.’

용종 몬스터들로 상대의 전력을 파악한다거나.

또는 고기 방패로 삼아 치고 빠지는 전략이 나쁜 건 아니었다.

회귀 전 그것 때문에 복장이 터진 플레이어들도 많았다.

하지만 마룡 카라스는 그게 너무 과했다.

또 전략적인 승리를 위해서 치고 빠지는 게 아니라 자신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두고 치고 빠졌다.

그렇기에 용종 몬스터들의 소모가 너무 빨라 결국은 모두 전멸해 버렸다.

마룡 카라스가 회귀 전 몸을 사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무란 왕국은 그대로 멸망했을 것이고 로크토 제국도 위험했을 것이다.

‘계속 그렇게 몸을 사린다면 회귀 전보다 더 빨리 무너지게 될 거다.’

왜?

강현수의 환영식 덕분에 병력인 용종 몬스터의 숫자가 대폭 줄어들었으니까.

쿠쿠쿠쿠!

그때 막대한 마력이 응축되는 게 느껴졌다.

‘바보는 아니네.’

마력을 응축시키고 있는 존재는 마룡 카라스였다.

‘브레스인가.’

대비를 철저하게 해 놓기는 했지만.

마룡 카라스가 전력을 다해 뿜어내는 브레스를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런데 뭔가 들었던 거랑 좀 다른데.’

강현수가 듣기로 마룡 카라스는 여덟 개의 뿔과 네 쌍의 날개를 가진 존재였는데.

지금 강현수의 눈에 마룡 카라스의 뿔은 두 개에 불과했고 날개도 한 쌍밖에 없었다.

‘변신이라도 하나?’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뭐, 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생김새가 어찌 생겼든 저놈이 마룡 카라스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방어 스킬에 모든 마력을 쏟아부어!”

“무조건 막아야 한다!”

플레이어들도 사력을 다해 성문을 보강했다.

성문을 지키고 있던 네임드 플레이어들과 랭커들은 갈팡질팡했다.

일부는 몸을 피했고 일부는 상위 용종들의 육탄 공세를 막기 위해 자리를 지켰다.

그 순간.

콰콰콰콰콰!

마룡 카라스가 뿜어낸 브레스가 대도시 바란의 성문을 강타했다.

꽈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성문이 산산조각 났다.

그것도 모자라 성문 근처에 있던 성벽까지 무너져 내렸다.

몸을 피하는 대신 성문을 지키는 선택을 한 네임드 플레이어 하나와 랭커 넷 그리고 상위 용종들 역시 그대로 산화해 버렸다.

‘엄청나다.’

상위 용종들의 공격으로 방어력에 손상을 입기는 했지만.

단 일격으로 성문을 박살 내다니.

실로 엄청난 위력의 공격력이었다.

카아아악!

크르르릉!

뚫린 성문을 향해 용종 몬스터들이 물밀듯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막아라!”

부카쿠 백작의 외침과 함께 플레이어들이 몸으로 성문을 틀어막았다.

“아아악!”

캬아앙!

서로 죽고 죽이는 접전이 벌어졌다.

‘이제 슬슬 나서야겠네.’

성문이 뚫리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도왕과 화염의 기사 정도면 적당하겠지.’

강현수는 직접 자신의 정체를 드러낼 생각은 없었다.

다만 소환수를 통해 적절한 도움을 줄 생각이었다.

‘부카쿠 백작이 머리가 있다면 적대하지는 않겠지.’

도왕의 무력과 화염의 기사의 방어력이라면?

충분히 부서진 성문을 대체할 수 있었다.

강현수가 도왕과 화염의 기사를 소환해 뚫린 성문을 막아 내려는 순간.

“아우우우우!”

긴 하울링과 함께 낭인족 플레이어 하나가 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꽈앙! 꽈앙! 꽈앙!

전신을 푸른 오러로 휘감은 낭인족 플레이어가 순식간에 성문을 밀고 들어오는 용종 몬스터들을 도륙했다.

그 순간.

“와아아아아!”

모든 플레이어들이 커다란 함성을 터트렸다.

“무란의 수호성!”

“수인족 최강의 전사!”

“칼무스 공작께서 직접 이곳에 오시다니!”

플레이어들의 사기가 미친 듯이 올라갔다.

“이곳은 내가 맡겠다. 다른 곳을 지원해라!”

“예!”

낭인족 플레이어의 외침에 주변에 있던 플레이어들이 화들짝 놀라 복명했다.

‘무란의 수호성 칼무스 공작.’

황과 동일한 위치에 놓인 성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 중 하나다.

‘거품이라는 평가가 좀 있기는 하던데.’

그래서 무란 왕국에서는 무란의 수호성이라고 부르고 타국에서 무란의 수호자라고 불렀다.

하지만 자국에 한해서라고 해도 성의 칭호를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거였다.

왜?

무란 왕국 한정이기는 하지만 칭호를 가진 네임드 플레이어 모두가 그를 자신의 위로 인정했다는 뜻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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