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식 (2)
드라칸과 드래고니안은 개체 수는 적지만 인간과 대등한 지성을 가지고 있고 전투력 역시 랭커급으로 강력하다.
‘평균 레벨도 800~900레벨대로 상당히 높지.’
드라칸과 드래고니안은 근접 전투력도 뛰어나고 원거리 전투력도 뛰어났다.
송하나 같은 마검사 타입이랄까?
‘그래도 굳이 구분하자면 드라칸은 전사에 가깝고 드래고니안은 마법사에 가깝지.’
특히 드라칸과 드래고니안은 용종 몬스터들의 지휘관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기에 필수적으로 제거해야 했다.
‘마룡 카라스를 제거할 때 가장 성가셨던 존재도 드라칸과 드래고니안이었어.’
회귀 전 차원 게이트를 빠져나온 드라칸과 드래고니안의 숫자는 모두 합쳐 1백 마리가 조금 넘었다.
하지만 무란 왕국은 고작 1백 마리가 조금 넘는 숫자의 몬스터들에게 말로 표현하기 힘든 심대한 피해를 입었다.
‘드라칸과 드래고니안을 각개격파 하면?’
마룡 카라스를 제거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그럼 회귀 전처럼 심각한 피해를 입는 일도 사라지겠지.’
문제가 하나 있다면.
‘쉽지는 않겠지.’
계획의 성공을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무려 랭커급 몬스터가 1백여 마리.
도왕, 화염의 기사, 검귀, 일살권, 마도기사, 중화 1~2호, 카발 1~7호를 모두 합쳐도 고작 14기.
강현수, 송하나, 투황이 힘을 보탠다고 해도.
17 대 100이었다.
네임드 플레이어급이나 랭커급이 아닌 소환수들도 있기는 했지만.
기껏해야 고기 방패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또 드라칸과 드래고니안 역시 수많은 상위 용족들을 거느리고 나타나 함께 싸울 것이 확실했다.
‘감당할 수 있으려나?’
잠시 그런 생각을 하던 강현수가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해야지.’
무조건 해내야 했다.
그래야 무란 왕국의 피해가 줄어들고 허무하게 죽어 갈 플레이어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철저하게 준비했잖아.’
계획대로만 흘러간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전투는 순조롭게 흘러갔다.
강현수가 거느린 소환수의 숫자는 서서히 늘어났다.
질도 올라갔다.
레벨이 낮은 소환수가 소멸하고 레벨이 높은 상위 용종으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차원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상위 용종들은 나오는 족족 죽음을 맞이해 강현수의 소환수로 재탄생했다.
강현수의 소환수 숫자가 1,900마리에 도달했을 때쯤.
드라칸과 드래고니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인간들이 우리가 올 걸 알고 있었나?
드라칸과 드래고니안 들은 차원 게이트를 넘는 순간 이변을 감지했다.
원래대로라면 수만 마리에 달하는 상중하위 용종들이 차분하게 정렬해 자신들의 지시를 기다려야 했다.
한데 지금 보니 중하위 용종은 그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고 상위 용종 몇백 마리 정도만 힘겨운 저항을 하고 있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저건 뭐야?
-카블과 베이크가 왜 저런 모습이 된 거야?
용종을 베이스로 하여 만들어진 강현수의 소환수 부대가 용종을 공격하고 있다.
인간들이 볼 때 용종 몬스터는 그놈이 그놈이다.
비늘 색이 다른 것 정도를 제외하면 전부 그놈이 그놈처럼 보인다는 뜻이다.
하지만 같은 용종인 드라칸과 드래고니안 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각기 다른 생김새를 가진 용종으로 보였다.
특히 드레이크 무리의 수장 카블과 바실리스크 무리의 수장 베이크의 경우는 못 알아보고 싶어도 못 알아볼 수가 없었다.
수시로 드라칸과 드래고니안 들의 지시를 받아 왔기에 그만큼 자주 만났고.
일반 드레이크나 바실리스크와는 덩치부터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한데 그놈들이 자신의 동족을 공격하고 있었다.
-저건 카블과 베이크가 아니다.
-그렇군.
-마력으로 이루어져 있어.
-산 자의 생기가 느껴지지 않아.
-뭔가 인위적으로 만든 무생물 같은 느낌이 난다.
드라칸과 드래고니안 들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다시 돌아가서 이곳 상황을 자신들의 군주인 마룡 카라스에게 보고하고 싶었지만.
차원 게이트는 아틀란티스 차원의 플레이어들의 반격과 탐색을 대비하고자 일방통행으로 구성되어 있었기에 돌아갈 수가 없었다.
그럼 남은 방법은 단 하나.
힘을 모아 자신의 부하인 상중하위 용종들을 이 꼴로 만든 장본인을 제거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굳이 드라칸과 드래고니안 들이 나설 필요는 없었다.
왜?
그들의 수하들을 이 꼴로 만든 장본인이 먼저 달려들었으니까.
강현수가 송하나, 투황, 도왕, 화염의 기사, 검귀, 일살권, 마도기사, 중화 1~2호, 카발 1~7호를 이끌고 드라칸과 드래고니안에게 달려들었다.
-감히!
-인간 주제에 우리 용종에게 도전한다는 말인가?
-상위 용종과 우리는 그 격이 다르건만.
드라칸과 드래고니안 들은 크게 분노했다.
최상위 용종인 그들은 자존심이 강하고 드라칸과 드래고니안이라는 종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멍청한 놈들.’
강현수는 분노를 드러내는 드라칸과 드래고니안 들을 보고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당장 도망쳐도 모자랄 판에.’
강현수가 가장 걱정했던 사태는 1백여 마리의 드라칸과 드래고니안 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것이었다.
하나 다행스럽게도 드라칸과 드래고니안 들은 고작 20마리만 모습을 드러냈다.
나머지는?
드레이크나 바실리스크 같은 상위 용종들로 채워져 있었다.
이런 상황은.
강현수에게 있어서 잘 차려진 밥상과도 같았다.
꽈아아아앙!
강현수 일행이 드라칸과 드래고니안 들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캬아아악!
드라칸들의 육신은 강인했다.
그러나 도왕의 도에 서린 칙칙한 회색빛 오러를 막아 내지는 못했다.
-죽어라, 인간!
드래고니안들의 원거리 공격 스킬은 속도도 빠르고 파괴력도 강했다.
하지만.
콰아앙!
화염의 기사의 단단한 몸을 박살 내기에는 화력이 부족했다.
-콰콰콰콰콰!
드라칸과 드래고니안 들이 입에서 브레스를 뿜어내기도 했지만.
서걱!
검귀가 가볍게 브레스를 회피하며 검을 휘둘렀다.
네임드 플레이어를 베이스로 만들고 강현수가 직접 대대장으로 임명해 전투력이 상승한 도왕, 화염의 기사, 검귀는 드라칸과 드래고니안 들이 어찌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강현수 일행은 압도적인 화력으로 드라칸과 드래고니안 들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드라칸과 드래고니안 들도 쉽게 쓰러지지는 않았다.
드라칸들이 강인한 육체를 바탕으로 방어진을 펼쳤고, 드래고니안들은 근접 공격 스킬과 원거리 공격 스킬을 난사하고 힐 스킬과 버프 스킬을 시전하며 드라칸들을 서포트했다.
그것도 모자라 함께 차원 게이트를 넘어온 상위 용종들을 동원해 치열하게 저항했다.
사실 몬스터라고 다 같은 몬스터가 아니었다.
지성이 없는 몬스터와 지성이 있는 드라칸과 드래고니안 들은 그 격이 달랐다.
또 용종 몬스터의 경우 같은 레벨이라고 해도 인간형이나 동물형 몬스터보다 더 강인한 신체 능력과 특별한 스킬을 지녔다.
용종 몬스터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최상위 용종 드라칸과 드래고니안의 경우는?
지금 보이는 것처럼 랭커 플레이어에 뒤지지 않는 전투력을 가졌다.
-버텨라! 버티면 동료들이 올 것이다!
-전력을 최대한 보존해라!
-우리의 군주 카라스 님을 위해 싸우자!
드라칸과 드래고니안 들의 항전은 실로 눈물겨웠다.
드라칸과 드래고니안 들은 뿔과 날개가 잘려 나가고 사지 중 하나가 날아가도 투지를 잃지 않았다.
오히려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경우 강현수 일행과 함께 죽겠다는 각오로 더욱 사납게 날뛰었다.
‘훌륭하네.’
역시 드라칸과 드래고니안이었다.
뛰어난 전투력, 꺼지지 않는 투지, 서로 협력할 줄 아는 지성, 모시는 군주를 향한 끝없는 충성심까지.
모든 게 강현수의 마음에 들었다.
“연대 구성.”
강현수의 한마디에.
사아아악!
방금 전사한 드라칸 세 마리와 드래고니안 한 마리가 강현수의 소환수로 부활했다.
부활한 드라칸 세 마리와 드레고니안 한 마리가 강현수을 향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좋아.’
강현수는 드라칸 세 마리와 드래고니안 한 마리를 중대장으로 임명했다.
“저놈들을 너의 동료로 만들어라.”
-충!
드라칸 세 마리와 드래고니안 한 마리가 강현수의 명령에 짧은 대답과 함께 몸을 일으키더니.
-캬아아아앙!
방금 전까지 함께 싸우던 자신들의 전 동료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럴 수가?
-어찌 우리를 공격한다는 말인가?
-우리의 군주 카라스 님의 진노가 두렵지 않은가!
그간 투지를 잃지 않았던 드라칸과 드래고니안 들은 동료들이 적으로 되살아난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신들 역시 저렇게 변할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이었다.
-캬아악!
-크아아악!
필사적으로 저항하던 드라칸과 드래고니안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었다.
공포 때문에 사기가 떨어진 것도 있지만.
강현수 일행의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드라칸과 드래고니안 들의 숫자는 계속 줄어드니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
-커억!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드래고니안의 죽음을 끝으로.
총 20마리의 드라칸과 드래고니안 들이 전멸한 후 강현수의 소환수로 다시 태어났다.
‘좋아.’
강현수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아무런 피해 없이 적 전력의 20%를 날려 버렸다.
‘아마 계속 20마리씩 나올 확률이 높아.’
1백여 마리의 드라칸과 드래고니안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 어쩌나 하는 게 가장 큰 걱정이었는데.
그 걱정거리가 해결되었다.
그럼?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었다.
강현수 일행은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는 상위 용종들을 족족 때려잡았다.
그때.
-이게 무슨?
-어째서 인간들이?
정확히 20마리의 드라칸과 드래고니안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죽여라.”
강현수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강현수의 소환수들이 달려들었다.
-프라스두, 마키아로 자네가 어째서?
-크아아악!
새롭게 등장한 20마리의 드라칸과 드래고니안 들은 앞서 등장했던 이들보다 더 빨리 목숨을 잃었다.
‘슬슬 스텟이 딸리네.’
강현수는 그간 잔뜩 쌓아 놓았던 스텟이 바닥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용종 몬스터를 대량으로 잡아 광렙을 했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더 빨리 스텟이 바닥났을 것이다.
‘스킬 강화.’
강현수가 스킬 강화를 사용해 다시금
로 돌아갔다.
‘쿨타임이 줄어서 다행이야.’
지난 1년간 강현수가 보유하고 있던 스킬 랭크들이 성장했다.
그 결과 스킬 강화의 경우 B랭크로 성장했고, 쿨타임은 7일로 줄어들었다.
‘이제 광렙을 해 볼까.’
레벨이 다시 0이 되었으나.
강현수가 앞으로 사냥할 몬스터들은 600~900레벨에 달하는 상위 용종과 최상위 용종.
‘400레벨까지 금방 다시 찍을 수 있겠어.’
잘하면 500레벨을 찍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강현수는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상위 용종들을 사냥하며 광렙을 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도대체 무슨 일이?
-왜 인간들이 여기에?
새로운 드라칸과 드래고니안 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숫자는 정확하게 20마리였다.
‘개꿀이네. 고맙다, 카라스.’
강현수는 마룡 카라스에게 마음속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자신의 수하들을 정확히 20마리씩 먹기 좋게 포장해서 갖다 바쳐 주니.
강현수 입장에서는 마룡 카라스가 예뻐 죽을 지경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레벨 업을 해서 스텟 보충하라고 상위 용종들 역시 쭉쭉 보내 주지 않는가?
그 덕분에
였던 강현수는 어느새 200레벨을 찍어서 스텟 2,000을 확보할 수 있었다.
강현수 입장에서는 개이득도 이런 개이득이 없었다.
‘정말 정말 고맙다, 카라스. 내가 이 은혜는 꼭 갚아 주마.’
강현수는 마룡 카라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꼭 소환수로 만들어서.
‘가장 예뻐해 줄게.’
이번에 입은 은혜를 평생 두고두고 갚아 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