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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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충 군단의 등장 (2)

‘일단 머릿수부터 맞춰야겠어.’

지금 당장 질로 일인연대를 성장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양으로라도 밀어붙여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중이떠중이로 채울 수는 없지.’

최하 600레벨 이상.

그 정도가 아니라면 만족할 수가 없었다.

‘스텟만 넉넉했어도.’

카발길드와 중화길드의 정예들을 모조리 소환수로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스텟 부족으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지금쯤 혼도 사라지고 백도 모두 흩어졌겠지.’

어쩔 수 없이 부족한 소환수는 몬스터로 채워야 할 것 같았다.

사냥터는 문제 될 게 없었다.

왜?

중화길드가 마이트어 왕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니까.

중화길드의 이름으로 마이트어 왕국이 관리하고 있는 사냥터를 사용하면 그만이다.

‘나중에는 국가가 사냥터 통제 따위는 하지 못하게 만들어야겠지만.’

마이트어 왕국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틀란티스 차원의 모든 국가가 동일한 정책을 시행하는 만큼.

지금 당장은 해결책이 없었다.

‘그놈들이 알아서 사냥터 통제를 포기하도록 만들어야 해.’

이건 힘이 아니라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이었다.

강현수가 아무리 강한 힘을 가져도.

강제로 아틀란티스 차원의 모든 국가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는 없다.

‘그놈들의 권력욕은 상상을 초월하니까.’

만약 그러려고 한다면?

강현수와 각국 간의 전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그놈들을 모두 쳐 죽일 수는 없지.’

아틀란티스 차원의 각국 정규군은 마왕군을 상대할 가장 훌륭한 고기 방패였다.

전체적인 질도 높았고 숫자도 가장 많았다.

그런 훌륭한 자원을 강현수의 손으로 제거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었다.

‘일단 힘부터 키우자.’

강현수는 회귀 후 고작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엄청난 성과를 이뤄 냈다.

레벨은 0이었지만.

스텟은 400레벨대 플레이어 수준이었고.

살황과 투황을 휘하로 거두었으며.

도왕, 화염의 기사, 검귀, 일살권, 마도기사를 소환수로 만들었고.

멸마창 진구평과 중화길드도 손에 넣었다.

이게 겨우 회귀하고 1년 남짓한 시간 만에 이루어 낸 성과였다.

‘하지만 고작 이 정도에 만족할 수는 없지.’

강현수에게는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강현수는 송하나와 투황을 데리고 다시금 사냥에 열중했다.

사냥터는 한산했다.

중화길드와 카발길드의 주력이 대거 공멸해 버린 덕분이었다.

강현수는 스텟이 모이는 족족 소환수를 늘렸고.

송하나와 투황은 빠르게 레벨을 올리며 성장해 나갔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갔다.

* * *

‘이제 독충 군단이 활개를 칠 때가 왔어.’

강현수는 지난 1년간 사냥을 하는 와중에도 지속적으로 구오피밭을 늘렸다.

중화길드의 협조가 있으니 일이 더 쉬워졌다.

1년 전 카발길드와의 전면전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중화길드였지만.

고작 1년 만에 과거의 성세를 대부분 회복했다.

길드 마스터 멸마창 진구평은 중화길드를 노리는 적들을 상대로 놀라운 신위를 보이며 멸마창왕이라는 새로운 칭호를 손에 넣었다.

SSS랭크 아이템 펜리르의 이빨과 강현수가 지휘관 임명과 지휘관의 축복으로 준 버프의 힘 덕분이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왕의 칭호를 손에 넣은 멸마창왕 진구평이 안정적으로 도왕 경위강의 빈자리를 대체할 수 있었다.

또 중화길드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검존 주위천이 빠르게 성장해 검마라는 칭호를 손에 넣으며 회귀 전보다 빠르게 네임드 플레이어의 반열에 올라섰다.

주위천 외에도 중간에 영입한 플레이어들과 성장한 플레이어들 덕에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의 숫자도 총 일곱 명으로 늘어났다.

물론 아무리 늘어났다고 해 봐야.

질은 1년 전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

하지만 카발길드의 사냥터까지 집어삼킨 덕분에 규모 자체는 1년 전에 비해 오히려 더 거대해졌다.

이러니 중화길드가 과거의 성세를 모두 회복한 것으로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내 도움이 없었다면 진작 무너졌겠지.’

강현수는 소환수들을 통해 중화길드에 힘을 보태 주었다.

그 덕분에 중화길드는 마이트어 왕국의 다른 거대 길드인 골드길드와 적화길드의 견제를 버틸 수 있었다.

강현수의 도움이 없었다면?

야금야금 이권을 빼앗겨 거대 길드라는 명칭 대신 강소 길드라는 명칭을 썼어야 했으리라.

‘그간 창고에 쌓아 두기만 했는데, 이제 대량으로 팔리겠네.’

구오피는 강현수의 든든한 캐시 카우가 되어 줄 것이다.

‘독충 군단은 앞으로도 계속 등장하니까.’

중저레벨 플레이어들에게 구오피는 사냥 시 꼭 구비해야만 하는 필수품.

아틀란티스 차원에 존재하는 중저레벨 플레이어들의 숫자를 생각하면?

돈을 갈퀴가 아니라 굴삭기로 긁어모으는 수준의 수익이 날 것이다.

‘그놈에게 맡겨 놓으면 알아서 잘 굴리겠지.’

강현수가 포섭할 예정인 대상이 하나 있었다.

회귀 전 황금 군주라고 불렸던 인물.

‘대단했지.’

그는 힐러였다.

그런데 빛의 성자라든가 전장의 구원자 같은 칭호가 아니라.

황금 군주라는 뜬금없는 칭호를 얻었다.

‘지금쯤 엄청 잘나가고 있겠지.’

황금 군주는 장사의 신이었다.

특히 아틀란티스 토박이임에도 지구 문물에 일찍 눈을 뜬 인물이었다.

‘설마 아틀란티스 차원에서 보험사를 차려 버릴 줄은 몰랐어.’

그것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플레이어를 상대로.

모두가 망하려고 작정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상해보험으로 대성공을 해 버렸지.’

황금 군주는 힐러.

당연히 힐이 가능했다.

일반적으로 아틀란티스 차원의 원주민이 힐러로 각성하면?

왕국군이나 거대 길드에 들어가는 걸 선택할 텐데.

상인 가문의 가주였던 황금 군주의 선택은 달랐다.

상단에 플레이어들을 고용해 함께 사냥하며 레벨을 올렸고.

어느 정도 레벨이 오르자 보험사를 차린 후 상해보험을 판매했다.

보험료를 내면 해당 플레이어가 중상을 입을 경우 직접 치료를 해 주는 식으로 고객을 늘렸다.

‘다른 힐러들이 멍청이라고 비웃었지.’

힐러들은 큰돈 벌기 상당히 좋은 직업이었다.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도 중상을 입은 이가 돈을 싸 들고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 돈을 받고 힐 스킬 한 방 넣어 주면?

엄청나게 큰돈을 벌 수 있었으니까.

한데 그 권리를 푼돈을 받고 팔고 있으니 다른 힐러들 입장에서는 황금 군주가 천하의 바보 천치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힐러인 황금 군주가 운영하는 상해보험은 망하고 싶어도 망할 수가 없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손해를 볼 확률은 있었다.

황금 군주가 다른 힐러들처럼 거액을 받고 돈 많은 이들만 치료해 줬을 때보다 수익이 나지 않으면?

치료받을 권리를 헐값에 판 꼴이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상해보험 판매는 초대박이 났다.

‘애초에 다치고 싶어서 다치는 사람은 없지.’

지구처럼 다친다고 보험금을 주는 것도 아니고 직접 치료를 해 주는 거니 보험 사기를 칠 이유도 없다.

또 플레이어의 경우 몬스터를 사냥하던 도중 중상을 입으면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동료가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파티가 괴멸 직전인 상황에서 중상을 당한 동료를 챙길 정신이 어디 있겠는가?

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많은데 치료받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으니 당연히 초대박이 날 수밖에 없었다.

황금 군주는 상해보험을 플레이어가 아닌 일반인들에게까지 판매했다.

또 초대박이 났다.

황금 군주는 포션 제조 공방을 인수하고 힐러들을 고용해 사업 영역을 더욱더 확장했다.

그 결과 지금 현재의 황금 군주는 채 서른이 넘지 않은 나이에 사클란트 제국의 10대 상인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조만간 쫄딱 망할 일만 남았지.’

독충 군단의 등장은 상해보험을 통해 승승장구했던 황금 군주에게 최악의 지옥이나 마찬가지였다.

중상을 입은 환자들이 죽지도 않고 살아서 돌아와 줄줄이 치료를 요구하고.

제조 공방에서 생산하는 포션과 고용한 소수의 힐러들로 줄줄이 몰려드는 환자들을 모두 치료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적자도 엄청났고.’

황금 군주 본인이 치료를 해 주는 건 돈이 들지 않지만.

포션 공방에서 포션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인건비와 재료비가 들어간다.

또 다른 지역에 있는 힐러들의 고용을 유지하는 데도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결국 망했지.’

몰려드는 환자들과 치료를 받지 못한 플레이어들의 환불 요구로 사클란트 제국의 10대 상인 자리까지 올랐던 황금 군주는 결국 망해 버리고 만다.

‘그 뒤에 기적처럼 재기에 성공하기는 하지만.’

재기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무려 10년이 걸렸으니까.’

이유는 두 가지.

첫째 독충 군단의 등장으로 지게 된 빚이 너무 많았다.

둘째 상해보험을 해지한 이들에게 전에 돌려주지 못했던 보험료를 환불해 주느라 일을 하든 사업이 성공하든 돈을 모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결국 성공했지.’

독충 군단의 등장으로 엄청난 빚을 지고 보험료를 모두 환불해 준 후.

황금 군주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겠지.’

대신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강현수가 구오피를 대량으로 생산한 것이다.

하지만.

‘사지 못하면 꽝이지.’

황금 군주가 강현수에게 구오피를 대량으로 구입하지 못한다면?

회귀 전처럼 망할 수밖에 없었다.

‘충분히 가능하겠어.’

구오피를 미끼로 황금 군주를 수하로 만든다.

그 후 돈을 맡기면.

황금 군주가 알아서 잘 불려 놓을 것이다.

‘한번 망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독충 군단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에 의한 것이었고.

그런 사고에도 불구하고.

신용을 지키기 위해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막대한 빚과 상해보험 보험료를 전액 환불해 주고.

‘결국은 아틀란티스 차원 최고의 상인이 되는 인물이니까.’

* * *

찰스 파티는 열심히 몬스터를 잡으며 사냥에 열중했다.

위이잉!

그때 기이한 날갯짓 소리와 함께 벌을 닮은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건 뭐야?”

“처음 보는 몬스터네.”

처음 보기는 했지만 몬스터는 몬스터.

찰스 파티는 벌을 닮은 몬스터를 손쉽게 사냥했다.

문제는.

위이이이잉!

놈들이 벌처럼 무리 생활을 한다는 점이었다.

“막아!”

“죽여!”

“다들 힘내! 이놈들 별거 아니야!”

찰스 파티는 다행히 별다른 피해 없이 다수의 벌을 닮은 몬스터를 사냥했다.

“이놈들 나쁘지 않네. 흡수되는 잔존 마력은 푸짐한데 상대적으로 약해.”

그 후에 다수의 벌레형 몬스터들이 등장했지만.

찰스 파티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손쉽게 퇴치했다.

그리고 다음 날.

찰스 파티는 지속적인 고열과 복통으로 앓아눕고 말았다.

이런 일이 아틀란티스 차원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당연히 황금 군주가 활동 중인 사클란트 제국도 독충 군단의 습격을 막을 수는 없었다.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상단주 님!”

골드로드상단주 사에마알은 며칠 전 갑자기 일어난 난리 통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평소에는 하루에 한 명 올까 말까 한 중상자가 400~500명씩 몰려들었다.

문제는 본점이 그나마 양호한 상황이라는 점이었다.

지점의 경우는 본점보다 더 많은 환자들이 몰려들어 완전히 난리가 났다.

‘모두를 치료하는 건 불가능해.’

마력이 회복되는 속도보다.

스킬의 쿨타임이 돌아오는 속도보다.

환자들이 몰려오는 속도가 더 빨랐다.

당연히 환자들이 누적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해독 포션을 만드는 약초들의 가격이 30배나 올랐습니다!”

“그래도 사들여!”

시간이 흐르면 겨우 30배가 아니라 3백 배가 될 수도 있다.

“포션 장인들이 인건비를 세 배 인상해 주지 않으면 위약금을 내고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합니다!”

“세 배 올려준다고 해! 대신 위약금을 열 배로 올려!”

마음 같아서는 열 배가 아니라 1백 배로 올리고 싶지만.

그러면 포션 장인들이 위약금을 내고 계약을 파기할 확률이 높았다.

“지점 힐러들이 임금을 지금의 열 배로 올려 주지 않으면 당장 그만두겠다고 합니다!”

“올려 줘!”

열 배가 아니라 20배, 30배를 주더라도 힐러들을 붙잡고 있어야 했다.

‘해결책을 찾아야 해.’

그간 벌어 놓은 자금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지금 이대로 가다가는 무조건 망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해결책이 없다는 것.

아틀란티스 차원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문제이기에 어떻게 손을 써 볼 수가 없었다.

‘이대로 망하는 건가?’

망하지 않을 방법은 그간 받은 상해보험료를 가지고 야반도주를 하는 거였다.

하지만 그건 더욱더 크게 망하는 길이었다.

상인은 신용을 잃으면 끝장이었으니까.

그때.

“로크토 제국의 제후국인 마이트어 왕국에서 치료 약초인 구오피가 대량으로 유통 중이라고 합니다!”

다행히 살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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