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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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비 협상 (2)

“그건 불가능하다.”

S랭크 이상의 아이템은 모두 랭커나 네임드 플레이어의 소유다.

그걸 양도하는 건 진구평의 권한으로도 당연히 불가능했다.

아니, 권한을 떠나 남는 수량이 없으니 줄 수도 없었다.

“S랭크 이상의 아이템에는 모두 주인이 있다.”

“검귀가 전사하며 남긴 물건이 있을 텐데? 설마 그걸 챙기지 못한 건 아니겠지?”

“그건 아니지만.”

네임드 플레이어 검귀는 SS랭크 아이템의 소유자였다.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당연히 검귀의 SS랭크 아이템은 챙겼다.

하지만 그건.

따로 주인이 있었다.

“사실 검귀가 사용하던 SS랭크 아이템의 진짜 소유주는 길드 마스터다. 검귀는 잠시 빌려서 사용했을 뿐이지.”

S랭크 이상의 아이템 수량은 극히 드물다.

당연히 아무나 가질 수가 없다.

그건 네임드 플레이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귀가 SS랭크 아이템을 갖게 된 이유는?

바로 SS랭크 아이템이 검이었기 때문이다.

도를 사용하는 길드 마스터 도왕 경위강이 사용할 수도 없고 창을 사용하는 부길드 마스터 멸마창 진구평이 사용할 수도 없다.

중화길드에서 검을 사용하는 네임드 플레이어 중 가장 실력이 뛰어난 이가 바로 검귀였다.

그 덕에 검귀는 운 좋게 SS랭크 아이템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검귀가 죽었다고 해도 그 아이템은 여전히 길드 마스터의 소유다. 아마 검을 사용하는 다른 길드원에게 배정될 거다.”

‘그렇겠지.’

회귀 전.

그 아이템은 검존의 손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번에도 검존의 손에 들어가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그 아이템은 A랭크에 오른 뒤 성장이 더뎌진 탐식의 검을 위한 먹잇감이 되어야 한다.

“검귀가 전사할 때 카발길드에게 빼앗겼다고 하면 그만 아닌가?”

강현수의 물음에 멸마창 진구평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사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귀의 SS랭크 아이템 회수를 비밀에 부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오픈할 생각이었다.

전투에서 대패하고 검귀가 죽은 것도 모자라 SS랭크 아이템까지 빼앗겼다?

길드 마스터인 도왕 경위강이 멸마창 진구평을 가만히 둘 리가 없었다.

SS랭크 아이템을 빼돌려 이득을 보려고 해도 일단 자리를 유지하고 있어야 가능한 일.

그렇기에 멸마창 진구평은 검귀가 사용하던 SS랭크 아이템을 다시금 도왕 경위강에게 넘길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이미 대승을 거둔 상황이야. 굳이 길드 마스터에게 검귀가 사용하던 SS랭크 아이템을 넘길 필요는 없어.’

검귀가 죽고 SS랭크 아이템을 빼앗겼다고 해도.

도왕 경위강이 크게 질책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카발길드를 박살 내고 다시금 SS랭크 아이템을 회수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 사실을 자각하자 멸마창 진구평의 마음속에 작은 욕심이 끓어올랐다.

‘내가 가져도 된다.’

멸마창 진구평이 현재 가지고 있는 창은 S랭크.

다른 아이템 역시 S랭크나 A랭크였다.

‘잘하면 검귀의 SS랭크 아이템을 다른 SS랭크 아이템으로 교환할 수 있어.’

그렇게 되면?

멸마창 진구평에게도 SS랭크 아이템이 생기게 된다.

“그건 무리다. 다른 조건을 말해 봐라.”

멸마창 진구평의 말에 강현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욕심이 머리끝까치 차올랐구나.’

강현수는 멸마창 진구평이 검귀의 소유였던 SS랭크 아이템을 꿀꺽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내가 원하는 건 오직 S랭크 이상의 아이템뿐이다.”

“계속 불가능한 조건을 이야기하면 나로서도 대가를 지불해 줄 수가 없다.”

멸마창 진구평의 태도는 여유로웠다.

이미 상대의 도움을 받아 카발길드를 상대로 대승을 거뒀다.

대승을 거두기 전에 찾아와 딜을 했다면?

무조건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다른 대가를 말해 봐라. 골드는 얼마든지 줄 수 있다.”

‘미친놈.’

강현수는 어이가 없었다.

SS랭크 아이템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보물이다.

거기다 얼마든지 줄 수 있다고 했지만.

강현수가 1백억 골드를 달라고 하면?

절대 못 줄 것이다.

“필요 없다. 중화길드가 줄 수 없다면 카발길드를 찾아가면 그만이니.”

“뭐?”

강현수의 말에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던 멸마창 진구평의 얼굴이 돌처럼 굳어졌다.

“난 그저 중화길드와 카발길드의 싸움에서 S랭크 이상의 아이템을 얻길 원했을 뿐이다. 중화길드가 줄 수 없다면, 카발길드를 찾아가는 수밖에.”

당연히 뻥카다.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마왕의 하수인들을 도울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멸마창 진구평은 그걸 모르지.’

갑자기 등장한 한국인 랭커들.

멸마창 진구평의 입장에서는 중국인들의 길드인 중화길드에 협력할 수도, 영국인들의 길드인 카발길드에 협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리라.

“카발길드가 자신의 길드원을 죽인 네놈과 거래를 할 성싶으냐?”

“그건 모르는 일이지. 그리고 내가 카발길드원을 죽였는지 안 죽였는지 어떻게 알겠나? 큰일이군. 카발길드가 대대적으로 반격을 하면 다시 사냥터를 잃을 텐데.”

강현수의 비웃음 섞인 말을 들은 멸마창 진구평이 어금니를 악물었다.

“고작 랭커 둘이 더 추가된다고 우리가 무너질 것 같나?”

“누가 둘이라고 했지?”

그 말과 함께 검귀가 마력을 폭발시켰다.

그리고 그에 동조하듯 근처에 몸을 숨기고 있던 카발 1호, 2호, 3호, 4호가 일제히 갈무리했던 마력을 뿜어냈다.

멸마창 진구평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몸을 숨기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은 알았다.

하지만 모두가 랭커 플레이어일 줄은 몰랐다.

‘소환수들의 전투력이 생전보다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건 붙어 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지.’

소환수들의 전투력이 생전보다 떨어지는 건 기본적인 신체 능력 부족도 있지만.

지성 없이 본능적으로 전투를 치르는 탓이 컸다.

하지만 직접적인 전투가 아니라 이렇게 마력만 뿜어내 존재감을 과시하는 거라면?

‘마력으로 이루어진 소환수가 오히려 유리하지.’

떠돌이 랭커 플레이어 둘을 거래 상대로 생각하고 왔을 멸마창 진구평으로서는 적잖이 당황스러울 것이다.

‘아마 여차하면 힘으로 제압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겠지.’

멸마창 진구평이라면?

랭커 플레이어 둘 정도는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이곳은 중화길드의 본진인 루자베누.

여차하면 얼마든지 지원군을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다섯은 무리지.’

오히려 자신이 역으로 당할 수도 있다.

멸마창 진구평이 두 눈을 감았다.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는 모양이었다.

“검귀가 사용하던 SS랭크 아이템을 넘겨라. 그럼 우리가 당신에게 힘을 빌려주지. 하지만 거절하면 카발길드를 찾아가겠다.”

강현수의 협박을 가장한 채근에 멸마창 진구평이 눈을 떴다.

“언제까지 힘을 빌려줄 수 있지?”

“도왕 경위강이 복귀하기 전까지.”

“그 이후에도 힘을 빌려줄 수 있나?”

“그에 걸맞은 대가를 지불한다면.”

“좋다, 그렇게 하지. 이틀 후 이곳에서 다시 만나자.”

“아니, 장소와 시간은 우리가 정한다. 연락을 기다려라.”

그 말을 끝으로 강현수가 검귀와 카발 1~4호의 소환을 해제했다.

사아아악!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력이 흩어지고 존재감이 사라진다.

소환수의 존재를 모르는 멸마창 진구평으로서는.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사라질 수 있지? 은신 스킬을 익힌 암살자?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게 가능한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 * *

강현수 일행은 계속해서 사냥을 나갔다.

의욕이 충만한 송하나와 투황은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

강현수는 레벨을 올려 소모된 스텟을 복구하기 위해서.

그러는 와중에.

거래가 성사되었다.

‘SS랭크 아이템, 절멸의 검.’

검귀가 사용하던 검.

‘이거라면!’

A랭크에서 성장이 멈췄던 탐식의 검을 단숨에 SS랭크로 성장시킬 수 있다.

‘앞으로는 더 힘들어지겠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었다.

강현수가 탐식의 검에 마력을 흘려 넣었다.

사아아악!

하지만.

콰콰콰콰!

절멸의 검이 강력한 마력을 뿜어내며 탐식의 검에서 흘러나온 마력을 튕겨 내 버렸다.

[탐식의 검 A랭크가 절멸의 검 SS랭크를 흡수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어?”

강현수의 표정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

탐식의 검이 절멸의 검을 포식하는 데 실패했다.

‘랭크의 차이가 커서 그런가?’

그럴 확률이 높았다.

2단계 차이.

저랭크에서도 2단계 차이면?

완전히 다른 아이템이라고 불릴 정도로 성능 차이가 크다.

하물며 A랭크 이상부터는?

‘그 격이 다르지.’

탐식의 검이 절멸의 검을 먹어 치우려면 최소한 S랭크는 되어야 할 듯싶었다.

어쩌면 S랭크가 된다고 해도 SS랭크 아이템 포식이 불가능할 수도 있었다.

아이템은 랭크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격의 차이가 극심하게 벌어졌으니까.

‘앞으로도 골치 아프겠네.’

SS랭크부터 이 모양이면?

앞으로 SSS랭크나 EX랭크 아이템을 얻는다고 해도 탐식의 검으로 포식이 불가능할 수 있었다.

아이템은 랭크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격의 차이가 극심하게 벌어졌으니까.

‘그냥 내가 쓸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옵션이 구려.’

탐식의 검은 회귀 전 검신의 애병이자 아틀란티스 최강의 명검으로 칭송받았던 아이템.

그렇기 때문일까?

탐식의 검은 A랭크임에도 불구하고 옵션 자체는 SS랭크인 절멸의 검보다 좋았다.

특히 안티 힐 옵션의 경우.

SS랭크가 아니라 SSS랭크나 EX랭크 아이템을 가지고 와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사아아악!

강현수가 검귀를 소환했다.

“받아라.”

강현수가 검귀에게 절멸의 검을 넘겼다.

“충!”

검귀가 공손히 무릎을 꿇고 강현수가 건네준 검을 받아 들었다.

‘결국은 다시 이놈한테 가네.’

검귀가 사용하던 무기가 다시 검귀 손에 들어갔다.

현재 강현수의 소환수 중에서 가장 강한 게 검귀니 당연한 수순이었다.

송하나에게 넘겨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너무 높은 수준의 아이템을 주는 건 오히려 성장하는 데 독이 되지.’

지금 수준의 송하나에게는 B랭크 정도가 딱 맞았다.

결정적으로 소환수에게는 줬다 뺏어도 아무런 악감정이 생기지 않지만.

‘송하나는 다르지.’

사람 마음이라는 게 간사해서 원래 줬다 뺏으면 더 기분 나쁜 법이다.

“잘 써라.”

“충!”

검귀가 힘차게 대답했다.

‘그런데 이놈 지능은 언제 올라가는 거야?’

지금까지 자의로 한 말이 충이라는 단어 하나밖에 없었다.

‘그나마 전투 센스가 올라갔으니 다행이기는 한데.’

언어 구사력은 영 못 쓸 수준이었다.

‘그래도 내 의지에 따라 말을 내뱉을 수 있으니 다행이지.’

소대장으로 임명된 카발 1~4호들은 강현수가 의지를 보내도 그걸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다.

검귀가 앵무새 정도의 지능이라면, 카발 1~4호는 금붕어 수준의 지능이랄까?

‘뭐,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지성이 있어야 조금이라도 전투 지능이 올라가니까 말이다.

* * *

중화길드는 사냥터를 되찾았다.

하지만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했다.

“카발길드의 사냥터를 우리가 점령한다.”

“알겠습니다!”

부길드 마스터 멸마창 진구평의 명령에 따라 중화길드가 카발길드의 사냥터로 쳐들어갔다.

치열한 전투는 없었다.

그저 일방적인 학살만 있었을 뿐.

이에 카발길드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중화길드가 그랬듯 익숙한 사냥터를 바탕으로 게릴라전을 시행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멸마창 진구평의 의뢰가 강현수에게 날아들었다.

‘아주 어려운 일만 골라 시키네.’

멸마창 진구평은 강현수에게 자신이 원하는 날 카발길드의 길드 하우스를 공격해 줄 것을 주문했다.

카발길드의 랭커들을 대도시 다이온 밖으로 끌어내기 위한 미끼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엄청나게 위험한 일이지.’

만약 멸마창 진구평과 협력하는 이들이 정말 랭커로 이루어진 플레이어 집단이었다면?

거절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강현수에게는?

그리 큰 리스크가 아니었다.

‘이 정도야 얼마든지 해 줄 수 있지.’

소환수들만 투입시켜 난동을 피운 후.

빠져나오면 그만이었다.

죽을 위험이 높기는 했지만.

‘그럼 그냥 소환 해제를 하면 그만이지.’

소환 해제가 실패하면 소환수를 잃을 수도 있지만.

‘그럼 스텟을 소모해 부활시키면 그만이고.’

하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해 줄 수는 없지.’

소환수에게는 별것 아니지만 플레이어라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한 임무다.

당연히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받아야 했다.

‘S랭크 아이템 정도면 적당하겠네.’

탐식의 검은 SS랭크 아이템을 흡수하지 못했다.

하지만 S랭크 아이템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지.’

사실 탐식의 검이 S랭크 아이템을 흡수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강현수도 모른다.

모르면?

‘테스트를 해 보면 되지.’

강현수가 S랭크 아이템을 뜯어내기 위해 진구평에게 검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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