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58화 (58/365)

어부지리 (3)

“이게 무슨?”

카발길드 소속 랭커 플레이어는 자신의 동료가 되살아나 자신에게 달려드는 모습을 바라보며 경악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몸은 정직하게 반응했다.

콰콰콰콰콰!

푸른빛 오러를 뿜어내 자신에게 덤벼드는 옛 동료의 공격을 막아 낸 것이다.

꽈아아앙!

랭커 플레이어를 베이스로 만든 소환수와 랭커 플레이어의 격돌.

꽈아앙! 꽈아앙!

기세 좋게 달려든 것이 무색하게.

강현수의 소환수가 일방적으로 밀렸다.

‘역시 한계가 명확하네.’

랭커 플레이어를 베이스로 만들었다고 해서 그 소환수가 랭커 플레이어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지휘관 임명.’

강현수가 지휘관 임명 스킬을 사용해 방금 만든 소환수를 소대장에 임명했다.

총스텟이 5%나 증가했다.

그러나.

꽈아아앙!

소대장에 임명한 게 무색하게도 일방적으로 밀리는 건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하나가 아닌 둘이라면?

“가라.”

강현수가 검귀를 베이스로 만든 소환수에게 명령을 내렸다.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 플레이어를 바탕으로 만든 소환수 둘의 합공.

랭커 플레이어를 바탕으로 만든 소환수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던 카발길드 소속 랭커 플레이어가 서서히 밀리기 시작했다.

‘둘을 붙였는데도 이 정도라니? 이게 최선인가?’

검귀와 카발 1호(?)가 힘을 합쳤음에도 카발길드 소속 랭커 플레이어를 밀어붙이는 게 다였다.

시간이 지나면 이기기는 하겠지만.

2 대 1의 대결임을 감안하면 무척이나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소환수와 살아 있는 플레이어는 달라.’

스펙도 밀리고 전투 센스와 응용력도 떨어졌다.

‘그나마 검귀는 좀 낫네.’

지성을 어느 정도 회복한 덕인지 그 움직임이 카발 1호보다는 매끄러웠다.

하지만 생전의 전투력에 비하자면.

엄청나게 실망스러운 전투력이었다.

‘본래 실력을 되찾으려면 한참 걸리겠네.’

지휘관의 축복과 지휘관 임명 스킬의 랭크가 일인대대와 동급인 C랭크 정도는 되어야 생전의 전투력이 복원될 것 같았다.

아쉬운 마음이 살짝 들었지만 강현수는 실망하지 않았다.

‘직업 랭크와 스킬 랭크를 더 올리면 해결할 수 있어.’

그럼 숫자 제한은 있지만 소환수들을 생전보다 더 강하게 강화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도왕 같은 최상위 네임드 플레이어를 소환수로 만들고 최대치로 강화하면 얼마나 강해질까?’

상상만으로 가슴이 뛰었다.

‘지금 당장은 머릿수부터 늘리자.’

강현수가 전투에 합류했다.

2 대 1까지는 어느 정도 버티던 카발길드 소속 랭커 플레이어는 강현수가 합류하는 순간 힘없이 무너졌다.

사실 2 대 1도 힘겹게 버티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합공에 능숙한 강현수가 끼어들었으니.

서걱!

강현수의 검이 손쉽게 카발길드 소속 랭커 플레이어의 목을 베어 버렸다.

‘대대 구성.’

강현수가 다시금 대대 구성 스킬을 사용해 방금 죽은 카발길드 소속 랭커 플레이어를 소환수로 부활시켰다.

‘C랭크가 되니까 넉넉하네.’

대대 구성 스킬의 스택은 총 16개.

600레벨대 플레이어들을 소환수로 만드는 데 세 번, 랭커 플레이어를 소환수로 만드는 데 두 번 썼음에도 아직 11번은 더 쓸 수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확실히 랭커 플레이어는 스텟 소모가 너무 커.’

그간 쌓아 놨던 스텟이 절반 넘게 소모되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아직 절반이나 남은 거지.’

랭커 플레이어를 둘이나 더 소환수로 만들 스텟이 남아 있었다.

저벅저벅.

강현수가 중화길드 소속 랭커 플레이어들과 카발길드 소속 랭커 플레이어들이 싸우던 장소로 이동했다.

‘둘 다 빠지려고 눈치만 보고 있네.’

중화길드 소속 랭커 플레이어들은 근처에서 벌어지는 싸움에 긴장해 몸을 빼려고 했다.

원래대로라면 중화길드 소속 랭커 플레이어들의 후퇴를 악착같이 막아야 할 카발길드 소속 랭커 플레이어들.

그들 역시 기다리던 지원이 오지 않자 이변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몸을 빼려고 했다.

‘이렇게 끝나면 섭섭하지.’

강현수가 네 명의 랭커 플레이어가 어우러져 있는 전장에 검귀와 카발 1호를 투입시켰다.

검귀와 카발 1호의 목표는 카발길드 소속의 랭커 플레이어들이었다.

꽈아아앙!

갑작스러운 검귀와 카발 1호의 난입에 팽팽하던 균형이 깨져 버렸다.

‘이게 무슨?’

‘지원 오기로 한 이들이 모두 당한 건가?’

카발길드 소속 랭커 플레이어들은 적잖이 당황했다.

원래 두 명의 랭커 플레이어가 지원을 와야 했다.

한데 적이 두 명이나 늘어 버렸다.

반면 상황을 알지 못해 몸을 빼려고 했던 중화길드 소속 랭커 플레이어 두 명은 눈을 번뜩였다.

‘부길드 마스터가 손을 쓴 건가?’

‘저들이 도와준다면 무조건 승리한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지원군.

중화길드 소속 랭커 플레이어들은 지원군에 대해 들은 바가 없었다.

어쩌면 지원군이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저들이 자신들의 적인 카발길드 소속 랭커 플레이어들을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했다.

중화길드 소속 랭커 플레이어들은 적의 적은 아군이라는 손쉬운 진리를 모를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카발길드 랭커 플레이어 수를 줄일 좋은 기회야.’

슬금슬금 몸을 빼려던 중화길드 소속 랭커 플레이어들이 전력을 다해 카발길드 랭커 플레이어들을 공격했다.

꽈아아앙! 꽈아아앙!

오러의 파편이 사방으로 터져 나갔고 강력한 위력을 가진 공격 스킬들이 숲을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그러는 사이.

카발길드 소속 랭커 플레이어들의 몸에 하나둘 상처가 늘어 갔다.

카발길드 소속 랭커 플레이어들은 자신들에게 승산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렇기에 도주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익!”

하지만 중화길드 소속 랭커 플레이어들이 그걸 허락할 리 없었다.

푸욱!

결국 카발길드 소속 랭커 플레이어 하나가 목숨을 잃었다.

4 대 2도 버거워하던 상황이 4 대 1로 바뀌자 순식간에 승부가 났다.

서걱!

순식간에 카발길드 소속 랭커 플레이어 둘이 목숨을 잃었다.

방금 전까지 협력하던 중화길드 소속 랭커 플레이어들이 검귀와 카발 1호를 상대로 대치했다.

저벅저벅.

그때 검귀와 카발 1호가 앞으로 나서 전리품을 챙겼다.

사망한 카발길드 소속 랭커 플레이어의 아이템과 스킬북을 모조리 챙긴 검귀와 카발 1호가 조용히 물러났다.

‘막아야 하나?’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대가로 아이템과 스킬북을 받기로 한 건가?’

중화길드 소속 랭커 플레이어들이 막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와중에.

검귀가 입을 열었다.

“가서 전해라. 우리는 약속을 지켰다고.”

검귀의 말에 중화길드 소속 랭커 플레이어들의 눈이 번뜩였다.

‘역시 부길드 마스터가 손을 쓴 거야.’

‘함정일 확률이 높은데 공격을 명령한 건 역시 비책이 있기 때문이었어.’

중화길드 소속 랭커 플레이어들은 검귀와 카발 1호를 타 길드의 지원군이라고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중화길드 소속 랭커 플레이어들이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

다른 곳에서 싸우고 있는 길드원들을 도와야 했기 때문이다.

저벅저벅.

중화길드 소속 랭커 플레이어들이 떠나자 강현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아아악!

대대 구성 스킬을 사용하자 방금 전 목숨을 잃은 카발길드 소속 랭커 플레이어 두 명이 소환수로 되살아났다.

‘하루 만에 넷이나 늘었네.’

카발 1호와 카발 2호에 이어 카발 3호와 카발 4호가 탄생했다.

강현수는 카발 1호나 카발 2호와 마찬가지로 카발 3호와 카발 4호에게 지휘관 임명 스킬을 사용해 소대장으로 만들었다.

‘이제 사냥이나 해야겠네.’

스텟이 바닥을 드러냈으니 다시 채워야 했다.

‘카발길드 소속 랭커 플레이어 넷을 제거했으니 어느 정도 균형은 맞겠지.’

물론 아직까지도 전체적인 전력은 중화길드가 확실히 열세다.

하지만 이건 전면전이 아닌 게릴라전이다.

사냥터도 카발길드원보다 중화길드원에게 유리하다.

‘이 정도까지 해 줬는데 일방적으로 무너지지는 않겠지.’

강현수는 중화길드의 저력을 믿었다.

또 카발길드의 신속한 대처를 믿었다.

‘이변을 눈치 못 챌 놈들이 아니지.’

강현수가 아는 카발길드의 길드 마스터 화염의 기사 제이미라면.

분명히 병력을 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강현수의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 * *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화염의 기사 제이미가 이를 악물었다.

확실한 승리를 예상하고 작전을 실행했다.

한데 무려 랭커 넷을 잃었다.

그것도 고작 반나절 만에 말이다.

이건 타격이 컸다.

현재 카발길드의 랭커 플레이어의 수는 총 열 명.

그중 넷을 잃었으니.

무려 전체 랭커 전력의 40%가 날아간 것이다.

‘그간 얼마나 노력해서 모았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날아가다니.

피눈물이 날 것 같았다.

‘도왕이 복귀한 게 확실해.’

화염의 기사 제이미는 대원정을 떠났던 도왕 경위강과 중화길드의 랭커들이 복귀했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이런 일방적인 결과가 나올 수 없었다.

‘무리를 해서라도 도왕을 제거해야 해.’

도왕 경위강은 왕의 칭호를 손에 넣은 네임드 플레이어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자리한 실력자.

설치게 내버려 두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차라리 도왕 경위강만 복귀한 거라면 어떻게 든 처리가 가능하지만.’

대원정을 떠났던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 들까지 복귀했다면?

‘무리다.’

자칫 잘못하면.

‘일방적으로 학살당할 수도 있어.’

중화길드의 랭커 플레이어와 네임드 플레이어의 숫자는 여덟 명.

반면 카발길드의 랭커 플레이어와 네임드 플레이어의 숫자는 여섯 명.

고작 두 명 차이라고 무시하기에는.

‘숫자가 너무 적어.’

1백 명과 98명의 차이는 고작 2%지만.

여덟 명과 여섯 명의 차이는 무려 25%다.

‘성급했어.’

조금만 더 신중하게 움직였다면?

오늘 네 명의 랭커 플레이어를 잃지 않았을 것이고.

충분히 할 만한 싸움 구도를 만들었을 수도 있다.

‘어쩔 수 없다. 당장 손해가 크더라도 그 방법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어.’

그간 강림 의식에 집중하기 위해 최대한 타 길드와의 분쟁을 피해 왔다.

하지만 더는 그럴 수가 없다.

지금 상황에서 꼬리를 말면?

중화길드는 더 거칠게 카발길드를 물어뜯을 것이다.

아니, 중화길드만이 아니라 다른 길드들 역시 카발길드를 만만하게 보고 공격할 것이다.

“존, 리암, 폴에게 강제 강림을 준비해라.”

화염의 기사 제이미가 지시를 내렸다.

“셋이나 말입니까?”

“그래.”

“손해가 클 겁니다.”

“이미 넷을 잃었다. 더 잃느니 셋을 희생시키는 게 낫다.”

“알겠습니다.”

강제 강림.

강림 의식을 통해 서서히 마족화가 진행되고 있는 플레이어들의 몸에 강제로 마족을 강림시키는 기술.

제물로 중레벨 플레이어 수백의 생명을 바쳐야 한다.

그 대가는 실로 보잘것없다.

그저 미완의 육체에 보름 정도 강제로 마족을 강림시킬 뿐이다.

마족화가 끝난 육체에 강림하는 것이 아니라 미완의 육체에 강제로 강림시키는 것이기에 지속 시간이 짧다.

보름이 지나면?

마족의 강림을 감당하지 못한 육체가 붕괴해 버린다.

카발길드로서는 보름 정도의 시간 동안 세 명의 절대 강자를 얻는 대가로 랭커 플레이어 세 명과 중레벨 플레이어 수백을 영구적으로 잃어버리게 된다.

‘어쩔 수 없어.’

그간 힘들여 키운 랭커 플레이어 셋과 수백의 중레벨 플레이어를 잃게 되겠지만.

중화길드를 꺾으면 그 누구도 카발길드의 아성이 도전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좀 더 수월하게 강림 의식을 치를 수 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것뿐이다.’

화염의 기사 제이미가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저, 그런데 길드 마스터.”

“왜 그러지?”

“토마스 녀석이 사라졌습니다.”

미래 예지 스킬의 소유자 토마스의 실종.

평소라면 난리가 났을 대사건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 녀석이 왜 갑자기 사라졌지? 납치? 아니면 도주?”

토마스 역시 마족과 계약을 맺은 플레이어.

카발길드를 배신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배신하는 게 아니라 도주하는 거라면?

얼마든지 가능했다.

괜히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혹시 이번 일에 대한 미래를 본 건가?’

아직 쿨타임이 다 돌지 않았으니 새로운 미래를 본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과거 미래 예지를 발동시키고 본 정보 중 보고하지 않은 게 있을 수도 있었다.

‘혹시 이번 일에 대한 미래? 그래서 전투가 벌어지자 도망친 건가?’

괜히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찾아. 납치면 몸 성히 데리고 오고, 그게 아니라 도주라면 두 다리를 잘라 버려. 두 번 다시 도망치지 못하게.”

“예, 길드 마스터.”

카발길드는 토마스 수색 작전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강현수에게 목숨을 잃은 토마스를 찾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 * *

강현수 일행이 사냥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다들 고생했어.”

“어.”

“그래.”

송하나와 투황이 힘없이 대답했다.

‘지쳐서 그러나?’

짧은 시간이었지만 랭커급 강자와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그 후에는 쉼 없이 몬스터를 사냥했다.

송하나와 투황으로서는 정신적인 피로와 육체적인 피로가 클 수밖에 없었다.

“씻고 저녁 먹으러 가자.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아니.”

“딱히 없어.”

강현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항상 활기가 넘치던 송하나가 비 맞은 강아지처럼 풀이 잔뜩 죽어 있었다.

평소 먹을 거라면 환장을 하는 투황이 먹고 싶은 게 있냐는 물음에 긴 귀를 축 늘어트린 채 먹고 싶은 게 없다고 말했다.

‘이상해.’

평소의 송하나와 투황이 아니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강현수의 물음에.

“저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

송하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얼마든지 물어봐.”

강현수가 웃는 얼굴로 송하나의 대답을 기다렸다.

“너한테 우리가 필요하기는 해?”

“뭐?”

“아니, 우리는 항상 네 도움만 받고 있잖아. 너한테 별다른 도움도 안 되고. 마치 짐덩어리같이.”

‘이게 무슨 소리야?’

강현수은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적잖이 당황했다.

그때 투황이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네 소환수 엄청 세잖아! 우리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투황의 외침에 강현수는 그제야 두 사람이 왜 이렇게 풀이 죽어 있는지 알아차렸다.

그리고.

강현수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고작 그런 이유로 풀이 죽은 거였어?’

그런 이유라면 대환영이다.

송하나와 투황의 충성심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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