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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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임명 (2)

송하나가 초조한 표정으로 여관 앞에서 서성거렸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송하나는 속이 타들어 갔다.

갑작스러운 휴식.

강현수의 외출.

별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갑자기 중화길드와 카발길드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다.

그저 단순한 우연이라고 넘어가면 좋겠지만.

‘분명히 관련이 있어.’

강현수가 중화길드와 카발길드의 전쟁을 일으켰다는 묘한 확신이 들었다.

바로 거리에 돈 소문 때문이었다.

-그간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을 실종시킨 범인이 카발길드였다.

-카발길드가 중화길드의 길드 마스터와 정예들이 대원정을 떠난 틈을 노려 싸움을 걸었다.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을 실종시킨 건 강현수 일행이었다.

한데 갑자기 등장한 카발길드가 엉뚱한 누명을 썼다.

‘엄청난 숫자의 플레이어들이 죽을 거야.’

국가를 대표하는 두 거대 길드의 충돌.

이건 자칫 잘못하면 마이트어 왕국과 라메파질 왕국의 전쟁을 불러올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였다.

“강현수는?”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여관을 나섰던 투황이 복귀하자마자 강현수의 행방을 물었다.

“아직, 뭔가 더 알아낸 게 있어?”

“첫 전투에서 중화길드가 대패했어.”

“그래? 의외네.”

루자베누에 머무는 이들의 대다수가 이번 싸움에서 중화길드의 무난한 승리를 예상했다.

한데 첫 전투에서 대패를 하다니?

“카발길드의 저력이 만만치 않은 모양이야.”

투황은 자신이 수집해 온 정보를 송하나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이 인간은 도대체 왜 안 오는 거야? 혹시 전쟁에 휘말린 건 아니겠지?”

정보 전달을 끝낸 투황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송하나에게 물었다.

“그럴 리가 없어.”

송하나는 강현수를 믿었다.

“하긴, 그 녀석이라면 더 큰 전쟁이 벌어져도 멀쩡하겠지.”

투황 역시 강현수를 믿고 있었다.

그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신의 걱정을 덜어 줄 대답을 듣기 위해.

송하나에게 동의를 구한 것뿐이었다.

저벅저벅.

그때 익숙한 발소리가 투황의 귀에 들려왔다.

쫑긋 솟은 토끼 귀가 레이더처럼 발소리가 난 곳을 찾아냈고.

그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강현수!”

“현수야!”

두 사람을 걱정하게 만든 원흉이 모습을 드러냈다.

“너, 지금까지 어디서 뭘 하다가 온 거야?”

“이번 일은 그냥 못 넘어가.”

투황과 송하나의 다그침에 강현수가 옅은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

“일단 들어가자. 배고파서 밥부터 먹어야겠어. 자세한 이야기는 그 후에 해 줄게.”

“정말 이야기해 주는 거야?”

송하나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전처럼 어물쩍 넘어갈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데 자세한 이야기를 해 주겠다니?

“그래.”

강현수의 확답에 송하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런데 밥은 뭐 먹을 거야? 나도 배고픈데?”

투황의 물음에 강현수가 피식하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네가 좋아하는 거. 너도 먹을 거지?”

“좋아.”

세 사람은 숙소 1층에 자리한 식당으로 향했다.

그 후 상다리가 부러지게 음식을 시켜 배부르게 먹고 숙소로 들어갔다.

달칵!

숙소 문을 잠갔다.

보안과 방음이 철저한 고급 여관인 만큼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갈 일은 없었다.

“자,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인 건지 설명해 봐.”

송하나의 물음에 강현수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내용은 간단했다.

어떻게 중화길드와 카발길드를 싸움 붙였는지.

그 싸움으로 무슨 이득을 얻었는지.

차분히 설명할 뿐이었다.

“우리는 완벽하게 의심 선상에서 벗어났네?”

“앞으로도 전쟁 때문에 중화길드는 사냥터 관리 따위 못 할거고?”

송하나와 투황의 물음에 강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래도 괜찮은 거야? 중화길드 놈들이야 사라지는 게 낫다 싶을 정도로 얄미운 놈들이지만, 카발길드는 아무런 죄도 없잖아.”

“맞다. 거기다 카발길드는 평판도 상당히 좋은 길드다. 이런 식으로 사라지면 인류 전체에 큰 손해가 된다.”

송하나와 투황의 말에 강현수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카발길드는 마왕의 하수인들이 만든 길드야.”

“뭐?”

송하나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게 정말이야?”

투황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그래.”

“그걸 어떻게 알았어?”

송하나는 증거가 있냐고 묻지 않았다.

또 카발길드가 마왕의 하수인이라는 강현수의 말을 의심하지도 않았다.

투황 역시 그게 정말이냐고 묻기는 했지만.

강현수의 말을 의심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오히려 강현수의 말을 믿기에 놀라서 되묻는 것이었다.

“얼마 전에 새롭게 얻은 스킬이 하나 있어.”

강현수가 그 말과 함께 미래 예지 스킬에 대한 정보를 오픈했다.

“미래 예지?”

“이런 스킬이 있었다니!”

송하나와 투황은 크게 놀랐다.

쿨타임이 꽤 길다는 단점을 제외하면 말 그대로 사기적인 스킬이었다.

“그 스킬로 미래를 본 거야?”

송하나의 물음에 강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래에 우리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

송하나가 다급한 표정으로 강현수를 향해 물었다.

‘집으로 돌아간다라.’

강제로 지구에서 아틀란티스로 끌려온 이들 중에는 지구로의 귀환을 바라는 이들이 꽤 많았다.

인간을 초월한 힘을 갖게 되었다지만.

그 대신 목숨을 걸고 싸워야 했다.

평화 대신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치러야 했다.

거기다.

‘TV도 컴퓨터도 인터넷도 없지.’

어디 그뿐인가?

자장면도 없고 라면도 없고 피자도 없고 콜라도 없고 김치도 없다.

절대다수의 지구 출신 플레이어들은 지구로의 귀환을 간절히 바랐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평범했던 지구에서의 삶과 달리 절대적인 힘과 권력을 손에 넣은 이들은 차라리 아틀란티스 차원에서 영원히 살기를 소망했다.

훈련소를 퇴소하고 받은 퀘스트를 완수하고 지구로 귀환하는 과정에서.

플레이어로서의 힘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그렇게 되면?

지구로 돌아가 평범한 소시민의 삶을 살아야 한다.

설사 지금 보유한 힘을 가지고 귀환한다고 해도.

평화로운 지구에서 플레이어로서의 힘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런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퀘스트를 완료할 생각이 없었다.

왜?

지구로 귀환하는 것보다 차라리 아틀란티스 차원의 권력자 중 하나로 살아가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으니까.

지구 출신 플레이어들이 고향으로 귀환하기 위해서는 마왕군을 상대로 완벽한 승리를 거둬야 했다.

‘그렇기에 배신자가 생기는 거지.’

더 강한 힘을 위해 영원한 권력을 위해 완전히 마왕군으로 전향한 이가 있는가 하면.

이 전쟁이 영원히 이어지기를 바라며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이들도 있다.

‘소극적으로 대처하던 이들 중 마왕군의 꼬임에 넘어간 놈들도 많지.’

마왕군의 꼬임은 달콤했다.

아틀란티스 차원을 점령하면 그다음 목표는 지구다.

지구 점령에 성공하면?

지구의 영토 중 일부를 떼어 너의 영지로 하사하겠다.

이런 꼬임에 넘어간 자들이 꽤 많았다.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이 조금 더 일찍 알려졌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텐데.’

마왕군과의 전면전이 시작되면 퀘스트 내용이 변경된다.

그와 동시에 퀘스트 완료 시 지구로의 귀환과 아틀란티스 차원 잔류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퀘스트 갱신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이루어졌다면?

더 많은 권력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마왕군과의 전쟁에 임했을 것이다.

물론 단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타 차원 플레이어들이 잔류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일찍 알려졌다면 아틀란티스 원주민들의 견제가 극심해졌겠지.’

최악의 경우 내전으로 발전했을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일장일단이 있는 셈이었다.

“그건 나도 몰라. 스킬 지속 시간이 너무 짧아서 많은 걸 볼 수는 없거든.”

“그래.”

송하나가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실망할 필요는 없어. 이 전쟁이 끝나면 우리는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겠지?”

전쟁의 종료.

지구로의 귀환.

그게 대다수의 지구 출신 플레이어들이 바라는 소망이었다.

“저기, 분위기 깨서 미안한데.”

투황이 약간 심통이 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카발길드가 마왕의 하수인이라는 정보를 그냥 공개해 버리면 안 돼? 그럼 카발길드가 순식간에 박살 날 거 아니야?”

투황의 말은 옳았다.

하지만 거기에는 큰 오류가 있었다.

“너희들이니까 내 말을 믿어 주는 거지, 누가 내 말을 믿겠어?”

“스킬 정보를 공개하면 되지 않을까?”

“그래도 믿지 않을 거야. 오히려 나만 곤란해지겠지.”

카발길드는 철저하다.

절대 마왕의 하수인이라는 증거를 남기지 않았다.

강현수의 말만이 유일한 증거인데.

강현수가 거짓 미래를 꾸며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정적으로.

‘나를 손에 쥐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어나겠지.’

강현수를 통해 미래에 대한 정보를 독점하거나 혹은 거짓 미래를 꾸며내 세력을 확장하려는 이들이 꼭 나올 것이다.

강현수는 차분하게 송하나와 투황에게 미래 예지라는 스킬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그로 인해 벌어질 일들에 대해 설명했다.

사실 미래 예지는 그 정도까지 가치 있는 스킬은 아니다.

원하는 미래를 볼 수 없으니까.

하지만 강현수는 일부러 그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왜?

‘그래야만 앞으로 내가 하는 일에 의문을 갖지 않을 테니까.’

회귀자인 강현수에게 있어서 미래 예지라는 스킬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도구였다.

“알았어. 비밀 꼭 지킬게.”

투황이 입에 ‘자크’를 다는 시늉을 했다.

“나도 절대 발설하지 않을게.”

송하나가 감격한 눈빛으로 강현수에게 말했다.

투황과 송하나.

이 두 사람은 적잖이 감동한 상태였다.

강현수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미래 예지라는 스킬의 존재를 밝히는 게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한데 강현수는 그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들에게 ‘진실’을 이야기했다.

그건 강현수가 송하나와 투황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원하는 결과가 나왔네.’

강현수는 감동한 송하나와 투황을 보며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애초에 이런 결과가 나올 걸 알고 밝힌 거였다.

또 미래 예지를 통해 그 두 사람이 자신과 함께한다는 사실도 확인한 터였다.

그 말인즉.

‘이 둘이 내 제안을 받아들일 확률이 100%라는 말이지.’

강현수가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말인데, 두 사람에게 제안할 게 하나 있어.”

“제안?”

“그게 뭔데?”

“내가 이번에 얻은 새로운 스킬이 있거든.”

강현수가 얻은 새로운 스킬.

지휘관 임명.

[지휘관 임명 – C랭크]

-액티브 스킬

-스텟을 소모해 병사들의 지휘관을 임명합니다.

-중대장으로 임명된 소환수나 플레이어의 기본 스텟이 10% 증가합니다.

-소대장으로 임명된 소환수나 플레이어의 기본 스텟이 5% 증가합니다.

-분대장으로 임명된 소환수나 플레이어의 기본 스텟이 1% 증가합니다.

-소환수가 지휘관으로 임명될 경우 생전의 지성을 일부 회복합니다.

-소멸한 지휘관을 재구성시키는 경우 스텟 소모가 2배 증가합니다.

-직업 랭크와 스킬 랭크가 동일하게 고정됩니다.

-인원 제한 : 중대장 1/4 소대장 0/12 분대장 0/48

이 스킬은.

‘소환수에게만 시전 가능한 게 아니야.’

플레이어에게도 시전이 가능하다.

계급에 따라 차등이 있기는 하지만 스텟이 증가한다.

거기다 지휘관으로 임명되면?

‘지휘관의 축복 효과도 받을 수 있지.’

스텟이 중복으로 증폭되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스킬 랭크가 상승한다면?

중복으로 증폭되는 능력치가 더 올라간다.

그렇게 되면?

‘초월적인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지.’

거기다 강현수가 소멸하는 게 아니라면.

‘불멸이지.’

-소멸한 지휘관을 재구성시키는 경우 스텟 소모가 2배 증가합니다.

‘이 문구는 대대 구성 스킬을 통해 소멸한 지휘관을 부활시키는 게 가능하다는 뜻이야.’

그 지휘관이 소환수가 아닌 플레이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결정적으로.

이 스킬에는 한 가지 숨겨진 효과가 있다.

그건 바로 절대적인 충성.

‘소환수가 나에게 반기를 들지 못하듯. 지휘관으로 임명된 플레이어도 나에게 반기를 들 수 없어.’

아니, 반기를 넘어서 강현수에게 해되는 행동 자체를 할 수가 없다.

그게 끝이 아니다.

소환수는 강현수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바친다.

지휘관에 임명된 플레이어도 시간이 흐를수록 강현수에 대한 충성심이 증가한다.

지휘관 임명이 바로 강현수가 오래전부터 기다려 왔던 ‘그 스킬’이었다.

강현수는 송하나와 투황에게 지휘관 임명 스킬을 받았을 때 얻을 이득에 대해 설명했다.

스텟 증가, 불사 등등.

“지휘관 임명 스킬을 받아 보지 않을래?”

설명을 끝마친 강현수가 송하나와 투황에게 ‘나와 계약해서 충성스러운 지휘관이 되어 줘.’라는 제안을 던졌다.

잠시 고민하던 송하나와 투황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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