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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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예지 (2)

불확실성.

그게 미래 예지 스킬의 최대 단점이었다.

대상도 불확실했다.

자신의 미래를 볼 수도 있고 전혀 상관없는 타인의 미래를 볼 수도 있다.

막말로 상점 주인이 물건 파는 미래를 볼 수도 있고.

일국의 왕이 중요한 국가 대사를 결정하는 미래를 볼 수도 있다.

미래 예지로 본 미래가 당장 내일 실행될 수도 있고 1백 년 뒤에 실행될 수도 있다.

‘마치 계륵 같은 스킬이지.’

하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감과 중요한 미래를 볼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절대 포기하기 힘든 스킬이다.

특히 개인이 아니라 단체인 국가나 길드의 입장에서는 말이다.

전쟁, 지진, 가뭄, 전염병, 몬스터 웨이브 등등.

아틀란티스 전역을 뒤흔드는 문제를 미리 파악한다면?

운 좋게 날짜나 시간까지 알 수 있다면?

그로 인해 상상을 초월하는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로또 같은 거지.’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한국 로또가 아니라 미국의 메가밀리언 복권 같은 거다.

그것도 당첨금이 한 나라를 살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뻥튀기된 메가밀리언 복권.

‘뭐, 그것도 스킬을 가진 이가 진실만을 이야기했을 경우 해당되는 거지만.’

미래를 보는 것은 스킬을 발동시킨 플레이어로 한정된다.

그 말인즉.

스킬을 사용한 플레이어가 거짓을 말하면?

그대로 믿고 따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뭐, 미치지 않고서야 거짓된 미래를 고할 리가 없지만.’

그런 짓을 한다면?

평생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처지가 된 상태로 미래 예지만 토해 내는 살아 있는 토템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었다.

‘실제로 그렇게 되기도 했고.’

카발길드가 마왕의 하수인이라는 사실이 발각된 뒤.

미래 예지 스킬의 주인 토마스는 실제로 살아 있는 미래 예지 토템 신세로 변했다.

뭐, 그 후 아군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예지한 적이 없기는 했지만.

‘카발길드가 마왕의 하수인이 된 이유가 저놈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고.’

토마스가 마왕군이 승리하는 미래를 봤기에 카발길드가 마왕의 하수인이 되었다.

그런 소문이 돈 적이 있었다.

‘마왕의 하수인들이 퍼트린 헛소문이었지.’

토마스는 마왕군이 승리하는 미래를 본 적이 없었다.

애초에 카발길드가 마왕의 하수인이 된 것은 토마스가 길드원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결정된 사항이었다.

‘하지만 지금 미래 예지 스킬에 대해 정확한 진실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지.’

아마 카발길드도 모를 것이다.

토마스는 아틀란트스 차원에 온 지 아직 1년이 지나지 않았고.

미래를 예지한 것 역시 단 한 번밖에 없었으니까.

‘그 한 번이 꽤 쓸 만한 예지였었지.’

그래서 카발길드는 저레벨에 전투 능력도 별 볼 일 없는 토마스를 귀하게 대접했다.

‘뭐, 스킬 랭크가 올라가면 좀 더 정확한 예지가 가능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하나 쿨타임이 줄어들었을 뿐.

원하는 미래를 보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건 아무도 모르는 정보지.’

오직 강현수밖에 모르는 정보였다.

사실 회귀자인 강현수에게 미래 예지 스킬 같은 건 필요 없었다.

이미 모든 미래를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미래 예지 스킬은 송하나와 투황 같은 이들을 설득하고 앞으로 보여 주는 강현수의 행동에 대한 의문을 사라지게 하는 역할을 해 줄 것이다.

‘그래도 한번 사용해 볼까?’

도움이 될 만한 미래를 볼 확률이 극히 희박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애초에 송하나와 투황을 비롯해 앞으로 포섭할 이들을 설득하고 납득시킬 도구로 손에 넣은 스킬이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기는 했다.

‘미래 예지.’

강현수가 스킬을 사용했다.

화악!

그 순간 강현수의 시야가 변했다.

치열한 전투의 현장.

시야의 주인이 수많은 대군을 이끌고 마왕군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내 미래군.’

대군의 정체는 바로 소환수들이었다.

‘운이 좋아.’

허망한 미래를 보게 되는 건 아닌 듯했다.

시야에 송하나와 투황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 두 사람은 압도적인 무위를 발하며 강현수의 휘하에서 싸우고 있었다.

‘회귀 전의 무위를 뛰어넘었군.’

두 사람은 살황과 투황이 아니라 살신과 투신이라는 칭호를 붙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두 사람 말고 자신을 따르는 다른 플레이어들의 모습이 멀찍이 보였다.

그들을 정체를 확인하려는 순간.

화악!

강현수의 시야가 다시금 본래의 위치로 돌아왔다.

‘너무 짧군.’

고작 2초?

1초만 더 있었어도 다른 이들의 모습까지 확인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하나 그 아쉬움을 보답하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레플리카 스킬 미래 예지 – F랭크가 E랭크로 성장하였습니다.]

단 한 번 사용했을 뿐인데 스킬 랭크가 바로 상승했다.

‘쿨타임이 얼마나 줄었지.’

-쿨타임 : 360일

‘겨우 5일?’

이런 속도라면 랭크가 올라가더라도 근 1년에 한 번 사용할까 말까였다.

‘뭐, 상관없지.’

강현수는 애초에 미래 예지 스킬에 의존할 필요가 없는 인물이었다.

‘그저 운이 좋았던 거기도 하고.’

자신의 미래.

거기다 엄청나게 성장한 송하나와 투황이 여전히 자신과 함께하는 모습을 봤다.

강현수는 그걸로 만족했다.

막말로 농부가 농사짓는 모습이나 상인이 물건 파는 모습을 보지 않은 게 어딘가?

‘그나저나 이놈은 어떤 스킬을 떨어트렸을까?’

강현수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토마스가 사라진 장소로 다가가 남은 스킬북을 집어 들었다.

‘어?’

스킬북을 확인한 강현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미래 예지 – E랭크를 습득하시겠습니까?]

“하하하!”

너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사망한 플레이어가 자신의 고유 스킬을 스킬북으로 남기는 경우는 그야말로 극악의 확률이다.

한데 그 극악의 확률이 강현수의 눈앞에 펼쳐졌다.

‘습득한다.’

[미래 예지 – E랭크를 습득하셨습니다.]

레플리카 스킬 미래 예지는 아직 쿨타임이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스킬북을 통해 습득한 미래 예지 스킬은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었다.

‘굳이 미뤄 둘 필요는 없지.’

강현수가 미래 예지 스킬을 사용했다.

화악!

빛무리와 함께 시야가 변했다.

땅! 땅! 땅!

망치를 든 손이 뻘겋게 물든 쇳덩어리를 내리친다.

‘내 미래가 아니군.’

시야도 붉은 쇳덩어리에 고정되어 있었다.

땅! 땅! 땅!

‘대장장인가?’

화악!

강현수의 시야가 다시금 현실로 돌아왔다.

‘약간 길어졌다.’

3초는 되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2초보다는 확실히 길었다.

‘랭크가 오를수록 미래를 볼 수 있는 시간도 증가한다.’

강현수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쿨타임만 줄어드는 게 아니었다.

‘랭크는 오르지는 않는 건가?’

F랭크 미래 예지는 한 번의 사용으로 E랭크로 성장했다.

하나 E랭크는 변화가 없었다.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다.’

미래 예지라는 스킬을 동시에 두 번 사용할 수 있다.

그건 강현수에게 도움이 되는 미래를 볼 확률이 두 배로 올라갔다는 뜻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제 슬슬 가 볼까.’

지금쯤 중화길드와 카발길드가 정면으로 충돌했을 것이다.

서둘러 가야 강현수가 원하는 전리품을 챙길 수 있으리라.

* * *

중화길드와 카발길드의 정예들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감히 우리 중화길드를 공격하다니! 네놈들이 그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중화길드의 부길드 마스터 진구평의 외침에 카발길드의 길드 마스터 제이미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먼저 뒤통수를 쳐 놓고 저런 거짓 명분을 들이밀다니?

중화길드의 기습 때문에 오래전부터 준비하던 소환 의식이 뒤로 미뤄졌다.

제이미 입장에서는 피가 거꾸로 솟을 만한 일이었다.

“헛소리! 기습적으로 우리 카발길드원들을 공격한 건 바로 네놈들이 아닌가! 네놈들이야말로 그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제이미의 말에 진구평은 분노했다.

‘어디서 명분 쌓기를! 길드 마스터가 잠시 자리를 비우니 우리 중화길드가 만만해 보인다 이건가?’

길드 마스터가 자리를 비우고 부길드 마스터인 진구평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 싸움을 걸었다.

그건 진구평을 우습게 본다는 방증이었다.

사실 좀 더 확실한 승리를 위해서는 원정을 떠난 중화길드의 주력이 돌아온 후 카발길드에 싸움을 거는 것이 옳았다.

진구평은 대규모 원정을 떠난 원정군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전령을 보냈다.

하지만 진구평은 길드 마스터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마음이 없었다.

‘그럼 내 커리어는 끝장이다.’

거기다 카발길드 따위에게 겁을 집어먹었다는 오명까지 뒤집어쓰게 될 것이다.

현재 중화길드에 700레벨대 플레이어는 고작 11명만 남아 있었다.

그에 반해 적들은 총 21명의 700레벨대 플레이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명백한 열세.

그러나 진구평은 이 전쟁의 승리를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랭커의 질은 우리가 월등히 우위에 있다.’

중화길드의 랭커 숫자는 총 아홉 명.

현재 네 명이 대원정으로 빠져 있기는 했지만.

아직도 다섯 명이 남아 있다.

특히 그중 세 명은.

랭커들의 랭커라 불리는 네임드 플레이어.

그에 반해 카발길드의 랭커는 총 다섯 명.

네임드 플레이어는 고작 두 명밖에 없었다.

‘초반에 700레벨대 파티 하나만 전멸시키면 모든 면에서 우리가 우월하다.’

중화길드 소속 300~400레벨대 플레이어의 숫자는 1천 명 남짓.

카발길드 소속 300~400레벨대 플레이어의 숫자도 동일하게 1천 명 남짓이다.

하지만.

‘하위 길드의 규모는 차원이 다르지.’

진구평은 중화길드의 영향을 받는 길드들에 총동원령을 내렸다.

그 결과.

현재 중화길드의 휘하에 있는 300~400레벨대 플레이어의 숫자는 총 5천에 달했다.

총병력 규모가 무려 다섯 배 차이.

거기다 랭커 숫자는 동일하지만.

네임드 플레이어의 숫자는 하나 더 많다.

진구평이 생각할 때 이 싸움은.

‘지고 싶어도 질 수가 없는 싸움이지.’

휘익!

진구평이 등에 멘 창을 뽑아 들었다.

“전원 총공격!”

힘찬 외침과 함께 진구평이 가장 먼저 튀어 나갔다.

“와아아아아!”

그와 동시에 5천 명이 넘는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일제히 1천 명이 조금 넘는 규모의 카발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에게 달려들었다.

* * *

‘제법 볼만하네.’

거의 7천 명에서 조금 모자라는 숫자의 플레이어들이 벌이는 대접전.

평범한 플레이어라면 입이 떡하고 벌어질 만한 장관이다.

하나 수천 규모가 아니라 수십, 수백만이 어우러지는 대전쟁을 직접 경험한 강현수의 입장에서는.

고작해야 제법 볼만한 수준에 불과했다.

‘중화길드가 불리해.’

겉으로 보이는 전력은 중화길드가 우세했다.

타 길드 소속 정보원들은 길드 마스터를 포함한 정예들이 대원정을 떠났음에도 이 정도 군세를 유지하는 중화길드의 저력에 경악했으리라.

‘하지만 진짜 경악할 건 따로 있지.’

바로 카발길드의 숨겨진 저력이었다.

‘랭커급 플레이어의 숫자가 열 명이 넘었지 아마?’

그 랭커급 플레이어들의 정체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다.

‘강림 의식을 통해 마족화가 진행 중인 플레이어지.’

강림 의식은 인간인 플레이어의 육체를 서서히 마족으로 변화시킨다.

마족화가 진행 중인 플레이어는 레벨 업을 하지 않아도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강해진다.

하나 아무런 대가 없이 강해질 수는 없는 법.

마족화가 완전히 끝난 플레이어는 결국 강림한 마족에게 육체의 주도권을 빼앗겨 버린다.

훗날 마족화가 완전히 끝난 플레이어의 숫자는 무려 1백 명을 넘어선다.

‘그러니 그렇게 되기 전에 조기 처단을 해야지.’

원래는 1년 후쯤 처단할 생각이었지만.

중화길드의 사냥터 독점에 시간을 앞당길 수밖에 없었다.

‘너희들이 자초한 거다.’

1년 후쯤 전쟁이 벌어졌다면?

중화길드의 피해는 월등히 줄어들었을 거다.

강현수가 직접 나서서 마족화가 진행 중인 플레이어들을 처단했을 테니까.

하지만 현재의 강현수에게는 그럴 만한 힘이 없었다.

그러니 마족화가 진행 중인 플레이어는.

‘너희 중화길드가 알아서 처리해야지.’

피해가 꽤 크기는 하겠지만.

패배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적절한 도움을 줄 생각이니까.’

단 현재 줄 수 있는 도움은 1년 후에 줄 수 있는 도움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 도움이 부족해 중화길드가 존속이 어려울 정도의 심대한 피해를 입는다면?

‘자업자득이지.’

그건 강현수로 하여금 전쟁의 시기를 1년이나 앞당길 수밖에 없게 만든.

중화길드의 책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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