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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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간계 (4)

‘잘도 싸우네.’

강현수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사생결단을 낼 듯 서로를 향해 칼을 휘두르는 두 집단을 바라봤다.

‘팽팽하네.’

중화길드와 카발길드.

각각 중국과 영국을 대표하는 거대 길드다.

그래서 그런지 수준이 상당히 높았다.

‘저놈들 중에서 랭커가 나왔을 수도 있겠어.’

하지만 지금은 다 쓸모없는 일이었다.

저들의 대다수는 지금 이 자리에서 죽을 테니까 말이다.

‘주변 차단은 완료했고.’

이곳은 중화길드의 영토다.

그런 만큼 전투가 장기화되면 중화길드의 지원군이 몰려올 확률이 높았다.

강현수가 저 두 무리를 인적이 드문 곳으로 유인하기는 했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다.

강현수는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소환수들을 풀어 다른 플레이어들의 접근을 막았다.

‘그래도 긴장은 해야지. 중화길드 놈들이 신호탄 같은 걸 쏘아 올릴 수도 있으니까.’

카발길드에서 알아서 처리해 주면 좋겠지만.

중화길드와 팽팽한 접전을 벌이는 와중이라 놓칠 확률도 있었다.

강현수가 편안한 마음으로 두 집단의 전투를 바라보던 와중에.

“아악!”

첫 번째 사상자가 발생했다.

‘중화길드 놈들, 너무 방심했어.’

첫 번째 사상자는 중화길드에서 나왔다.

예상치 못한 동료의 죽음.

중화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이 잔뜩 흥분해 더 공격적으로 달려들었다.

그러는 와중에.

피우우웅!

한 줄기 화염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불리해지니 이제야 신호탄을 쏘네.’

퍼어엉!

강현수가 나설 틈도 없이 카발길드 소속 플레이어 하나가 신호탄을 제거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컸다.

서걱!

신호탄을 막은 대신 자신의 목숨이 날아간 것이다.

강현수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신호탄을 제거할 방법을 계획해 놓기는 했지만.

‘괜한 의심을 사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

중화길드와 카발길드에서 각각 한 명씩의 동료를 잃었다.

그래서였을까?

두 집단은 더욱더 격렬하게 서로가 서로를 죽이기 위해 달려들었다.

* * *

‘도대체 왜 안 오는 거야?’

중화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의 리더는 점점 속이 타들어 갔다.

벌써 다섯 명이나 사망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카발길드 놈들도 동일하게 다섯 명이 사망했다는 점이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공멸이다.’

처음에는 공을 독점할 생각으로 신호탄을 쏘지도 않았다.

한데 카발길드 놈들의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

겁 많은 허풍선이.

그게 카발길드를 바라보는 중화길드의 시선이었다.

그건 중화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 리더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쉽게 생각했다.

그런데 카발길드의 실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방심했던 탓일까?

너무 허무하게 파티원 한 명을 잃었다.

뒤늦게 신호탄을 쐈다.

하지만 카발길드의 신속한 대처에 막혀 버렸다.

계속해서 전투를 벌이며 본대의 지원을 기다렸다.

무려 700레벨대 플레이어들로 이루어진 파티가 충돌하고 있다.

이곳이 외진 곳이라고는 하지만.

주변에 사냥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자신들의 전투를 목격한다면?

그 후 본대에 이 사실을 알린다면?

자신들은 살 수 있었다.

한데.

‘왜 안 오는 거야?’

아무리 기다려도.

본대의 지원이 없었다.

‘우리가 지원 요청을 해야 하나?’

마음 같아서는 파티원 한 명을 빼서 본대에 지원을 요청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틈이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 한 명이 빠지면 순식간에 팽팽한 균형이 깨진다.

그럼 자신들은 죽은 목숨이었다.

‘거기다 본대에 지원 요청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저놈들이 자신들을 죽이고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본대에 지원을 요청하려는 파티원을 추격해 죽일 것이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저놈들을 이 자리에서 전멸시켜야 한다.’

상대를 제압한다는 생각은 진작에 버렸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조건 저들을 죽여야 했다.

계속해서 전투가 이어졌다.

중화길드와 카발길드 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이 하나둘 목숨을 잃어 갔다.

결국 각 파티의 리더 단둘만 살아남았다.

‘죽여 버린다.’

중화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의 리더가 눈을 번뜩였다.

아끼던 파티원들이 모두 죽었다.

동료들의 원혼을 갚기 위해서라도 저놈을 지금 이 자리에서 죽여야 했다.

둘은 치열하게 싸웠다.

그러나.

둘의 실력은 한 끗 차이로 카발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의 리더가 더 앞서 있었다.

‘이렇게 죽는 건가?’

중화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의 리더가 상처투성이 몸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이를 악물었다.

두두두두!

그때 멀리서 거친 발소리가 들려왔다.

땅이 울리는 진동으로 봐서 그 수가 최소 수십은 넘어 보였다.

“칫!”

그 순간 카발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의 리더가 짧은 침음과 함께 표정을 굳히고는 그대로 몸을 피했다.

“이 자식이!”

중화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의 리더는 당장 저놈을 붙잡고 싶었다.

하지만 도저히 그럴 만한 몸 상태가 아니었다.

‘왜 이렇게 늦게 온 거야?’

중화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의 리더는 지원 온 이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때였다.

크르르릉!

몬스터의 낮은 으르렁거림이 들려왔다.

‘지원군이 아니었어?’

거친 발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몬스터 무리였다.

‘운이 좋았군.’

카발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의 리더는 중화길드의 지원군이라고 생각하고 몸을 피했다.

한데 아니었다.

그건 몬스터 무리의 발소리였다.

‘나도 몸을 피해야 해.’

몸 상태가 만신창이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500레벨대 몬스터 따위 수십 수백 마리가 덤벼들어도 여유롭게 처리할 수 있지만.

지금은 열 마리도 채 감당하기 힘들었다.

‘두고 보자.’

본대로 돌아가 이 사실을 보고할 것이다.

그럼 카발길드는 피의 보복을 당하게 되리라.

중화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의 리더는 동료들의 유품을 챙길 새도 없이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중화길드와 카발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의 리더들이 떠난 자리에.

크르르릉!

백여 마리의 몬스터들이 모여들었다.

저벅저벅.

강현수가 몬스터들을 가르며 모습을 드러냈다.

‘계획대로 딱딱 맞아떨어졌어.’

중화길드와 카발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은 서로가 서로를 오해했다.

그리고 치열하게 싸웠다.

그 결과.

‘18명이 죽었지.’

사실 그 둘을 죽이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하나 강현수는 그러지 않았다.

‘더 큰 전쟁을 위해서라도 그 둘은 살아서 진실을 본대에 보고해야 해.’

그렇기에 몬스터형 소환수들을 동원해 중화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의 리더를 살려 준 것이다.

‘엄청나네.’

A랭크 아이템들의 향연이 이어졌다.

B랭크 아이템은 가뭄에 콩 나듯 보이는 게 전부였다.

씨익.

강현수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먹어 치워라.’

사아아악!

강현수가 탐식의 검에 마력을 주입했다.

그 순간 탐식의 검이 아이템들을 무차별적으로 먹어 치웠다.

[탐식의 검 A랭크가 성장하였습니다.]

[탐식의 검 A랭크가 성장하였습니다.]

[탐식의 검 A랭크가 성장하였습니다.]

……후략……

‘아깝네.’

꽤 많은 A~B랭크 아이템을 먹어 치웠음에도.

탐식의 검을 S랭크로 성장시키지는 못했다.

‘뭐 S랭크는 격이 다르니까.’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였다.

이제 강현수는 다른 전리품에 관심을 가졌다.

‘스킬북도 꽤 쓸 만한 게 많네.’

강현수가 알뜰하게 스킬북을 챙겼다.

하나 이건 어디까지나 보너스였다.

‘진짜 전리품은 따로 있지.’

강현수가 중화길드와 카발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이 죽고 죽인 자리를 향해.

중대 구성 스킬을 사용했다.

사아아아악!

방대한 스텟이 물밀듯이 빠져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700레벨대 플레이어들로 만들어진 18마리의 소환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현수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 순간.

[일인중대 - D랭크가 일인대대 - C랭크로 성장하였습니다.]

가장 큰 선물이 강현수를 찾아왔다.

‘드디어.’

오랜 시간 D랭크에 머물렀던 직업이 드디어 C랭크가 되었다.

‘고작 한 끗 차이지만 격이 다르지.’

일인중대는 고작 150마리의 소환수를 다룬다.

하지만 일인대대는 무려 6백 마리의 소환수를 다룬다.

가용할 수 있는 소환수의 수가 무려 네 배나 증가한 것이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드디어 이 스킬을 손에 넣었어.’

이 스킬이 있으면.

휘하로 끌어들인 플레이어들의 절대적인 충성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거기다 강현수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스킬도 추가되었다.

‘이런 스킬이 있었나?’

[지휘관의 축복 - F랭크]

-액티브 스킬

-스텟을 소모해 부대원의 기본 스텟을 1% 강화합니다.

-스킬 랭크가 직업 랭크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인원 제한 0/10

-쿨타임 : 24시간

‘어쩐지. 회귀 전 그가 부리던 수환수에 비해 내 소환수가 유난히 약한 느낌이 있다 했는데.’

회귀 전 일인군단이라고 불렸던 이는 총 3천 마리에 달하는 소환수를 부렸다.

그 소환수들은 하나하나가 상당히 강력했다.

특히 최상위 소환수 다섯 마리의 경우.

네임드 플레이어에 근접한 전투력을 보여 줄 정도로 강력했다.

‘소환수를 3천 마리 이상 보유하지 않은 이유가 이거였나.’

소환수의 숫자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소환수의 전투력도 중요했다.

소환수는 베이스가 되는 몬스터나 플레이어에 비해 약하다.

중저레벨 수준에서는 물량으로 커버가 가능하지만.

‘최고레벨 수준에서는 어림도 없지.’

지금 강현수가 만든 녀석들도 마찬가지였다.

700레벨대 최상위 플레이어들을 베이스로 탄생했지만.

실제 700레벨대 최상위 플레이어들과 충돌한다면?

‘순식간에 박살 나겠지.’

하지만.

지휘관의 축복이라는 스킬로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F랭크가 무려 1%야.’

지휘관의 축복 랭크가 상승한다면?

1%를 넘어서 최대 45%까지 강화가 가능하다.

‘더 이상 스텟을 낭비할 필요가 없어.’

그 전에는 스텟이 남더라도 중대 구성 스킬 랭크 상승을 위해 기존 소환수를 소멸시키고 새로운 소환수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러다 남는 스텟을 스텟 고정과 스킬 강화를 통해 누적시켰다.

비효율적이었다.

더 많은 스텟을 남겼다면?

스텟 고정과 스킬 강화를 사용했을 때 더 많은 스텟이 누적되었을 테니까.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일인중대라는 직업을 성장시킬 스킬이 중대 구성과 중대 소멸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나 이제는 지휘관의 축복이라는 스킬이 생겼다.

‘소환수 6백 마리를 600레벨 이상으로 꽉꽉 채운다.’

그 후 지휘관의 축복을 이용해 강화한다.

엄청나게 많은 스텟이 소모되겠지만.

강현수에게는 스텟을 무한대로 충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문제는 600레벨 이상 소환수의 베이스를 구하는 건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바로 600레벨 이상의 사냥터는 모조리.

‘각국의 왕실에서 관리하고 있다는 거지.’

거대 길드들도 각국의 왕실에 보상과 양해를 구해 사냥을 할 뿐.

감히 사냥터의 소유권을 주장하지는 못했다.

‘미친놈들이지.’

몬스터는 마왕군이 보낸 침략의 첨병이다.

한데 그 첨병을 국가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최상위 플레이어와 랭커 들을 국가에서 통제하기 위함이지.’

자기 말 잘 듣는 놈들은 키워 주고 안 듣는 놈은?

사냥할 기회 자체를 빼앗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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