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49화 (49/365)

이간계 (3)

“이놈들이 미쳤나?”

카발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은 자신들에게 덤벼드는 이들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우리 발목을 잡으려는 속셈일 수도 있어. 최대한 빠르게 정리한다.”

“알겠어.”

카발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이 자신들에게 덤벼드는 적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목숨을 도외시한 공격이 쏟아졌지만.

그것도 실력 차이가 적당히 나야 통하는 법이다.

압도적인 격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적들의 목숨을 도외시한 공격은 그다지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끝이다.’

카발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 하나가 자신의 심장을 찌르고 들어오는 공격을 가볍게 막아 내며 도끼를 내리찍었다.

그 순간.

꽈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적의 몸이 폭발했다.

“이게 무슨?”

카발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폭발의 충격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이 700레벨대 플레이어이기에 크지 않은 것이다.

500레벨대 플레이어였다면?

목숨이 위험할 정도의 폭발이었다.

꽈아아앙! 꽈아아앙!

사방에서 폭음과 함께 적들의 몸이 폭발했다.

‘이놈들 마력을 폭주시켜 자폭하는 스킬을 익히고 있다.’

그런 스킬이 아니고서야 아무리 플레이어라고 해도 스스로의 몸을 폭탄처럼 사용할 수는 없었다.

‘중화길드 이 지독한 놈들.’

설마 길드원들에게 이런 악독한 스킬을 익히게 했을 줄은 몰랐다.

본래 플레이어가 플레이어를 죽이면 상대의 잔존 마력을 흡수한다.

하지만 자폭을 해서 그런지 그런 현상이 없었다.

그저 입고 있던 옷가지가 흩날릴 뿐이었다.

그리고 그 옷가지 속에.

“어?”

중화길드의 마크인 황룡을 형상화한 브로치가 뒤섞여 있었다.

“역시 중화길드 소속이었어.”

99%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 증거가 없어 애를 먹었다.

한데 죽은 적들의 몸에서 중화길드의 브로치가 나왔다.

이 브로치는 오직 중화길드원들만 가지고 있다.

브로치 생산 자체를 중화길드에서 했고 수량도 철저히 통제했기 때문이다.

‘절대 가품이 아니야.’

이중 코팅 처리가 되어 있고 미량의 황금이 섞여 있는 이 브로치에는 화폐에 준하는 위조 방지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었다.

보통 거대 길드의 경우 신분을 증명하는 브로치를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었다.

길드 소속이 아닌 자가 길드의 이름을 팔아 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만큼 가품은 한눈에 티가 났다.

이 브로치는 진품이 확실했다.

“쫓아!”

자신들의 앞을 막아선 적들을 모조리 쓰러트린 카발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이 눈에 불을 켜고 남은 잔당을 쫓았다.

* * *

‘딱 맞아떨어지네.’

소환수들이 시간을 끌어 준 덕에 타이밍이 적절해졌다.

‘아깝기는 하네.’

80마리의 소환수들이 소멸했다.

소멸한 소환수는 중대 구성 스킬을 통해 다시 복구시킬 수 있다.

하지만 중대 구성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스텟을 소모해야 했다.

강현수 입장에서는 소환수 80마리분의 스텟을 날린 것이다.

‘거기다 남은 20마리도 포기해야 하고.’

하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정체를 들키지 않은 게 다행이지.’

소환수는 마력으로 만들어진 존재.

살아 있는 인간이 아니다.

당연히 소멸할 때 티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강현수는 일인중대로 전직한 후 얻은 한 가지 스킬 덕에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다.

‘중대 소멸.’

애초에 소환수는 그 숫자가 한계치에 달하면 알아서 소멸한다.

그렇기에 굳이 중대 소멸이라는 스킬이 생길 필요가 없었다.

한데 생겼다.

그리고 굳이 중대 소멸이라는 스킬이 생긴 이유가 있었다.

‘소멸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는 거지.’

전처럼 조용히 사라지게 할 수도 있었고.

‘지금처럼 소환수를 구성하는 마력 자체를 폭주시켜 소멸시킬 수도 있지.’

소환수를 소멸시킬 때의 선택지가 넓어진 것이다.

‘크게 쓸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폭발력이 크기는 하지만 일회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소모되는 스텟이 너무 컸다.

그렇기에 소환수가 한계치에 달할 때만 사용하고 있었는데.

‘플레이어를 상대로 상당히 쓸 만하네.’

소환수의 정체를 감출 수 있는 개꿀 스킬이었다.

‘이제 마지막 엔딩을 장식해 볼까.’

강현수가 마지막 남은 20마리의 소환수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다.

공격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20마리의 소환수가 장렬히 산화했다.

강현수가 보유한 인간형 소환수 1백 마리가 모두 소모된 것이다.

그러나 강현수는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기대가 되었다.

‘과연 누가 이기려나?’

중화길드와 카발길드 최상위 무력 부대끼리의 충돌.

‘누가 이기든 큰 피해가 생기겠지.’

아마 절반 이상은 무조건 죽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죽은 중화길드와 카발길드의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은.

강현수의 소환수로서 재탄생할 것이다.

* * *

꽈아아앙!

커다란 폭발과 함께 중화길드의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에게 덤벼들었던 적이 폭발했다.

“이 악독한 놈들!”

적들은 지독했다.

설마 붙잡힐 위기가 되자 자폭을 할 줄은 몰랐다.

“어떻게 하지?”

기껏 꼬리를 잡았는데 모두 자폭해 버렸다.

이대로 돌아가면?

중화길드의 부길드 마스터인 진구평이 지랄발광을 하며 자신들을 갈굴 게 뻔했다.

“잠깐, 이것 좀 봐.”

그때 중화길드의 700레벨대 플레이어 중 하나가 바닥에 떨어진 브로치 하나를 주워 들었다.

힘차게 포효하는 사자를 형상화한 브로치.

“이건?”

“카발길드 마크?”

바로 카발길드의 정식 길드원임을 입증하는 브로치였다.

“설마 이놈들 카발길드 소속이었어?”

카발길드.

중화길드에 싸움을 걸 만한 규모이기는 했다.

그동안 자신들과 분쟁이 생길 때마다 크고 작은 손해를 봤으니 원한도 가질 수 있었다.

하나 그간 중화길드는 카발길드를 용의 선상에서 제외했다.

왜냐?

지금까지 너무 고분고분했으니까.

중화길드에게 있어 카발길드는 조폭에게 정기적으로 용돈을 상납하는 동네 양아치에 불과했다.

양아치가 자기 동네에서는 조폭인 양 목에 힘을 잔뜩 주고 다니지만.

진짜 조폭과 시비가 붙으면?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간 갈취한 돈 중 일부를 상납금으로 바친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조폭과 싸우면 개박살 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화길드는 카발길드 따위가 자신들에게 이를 드러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감히 자신들에게 덤벼들었다가는 개박살 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이들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 이놈들이 미쳤나?”

“제정신이 아닌데.”

“끝까지 안 들킬 줄 알았나?”

그간 쌓인 게 많은 양아치가 몰래 조폭의 뒤통수를 쳤다.

뒤통수를 쳤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았으면 모르겠지만.

그 사실을 들킨 이상.

절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당장 부길드 마스터에게 보고해야겠어.”

“그래야지.”

“전쟁이 벌어지겠네.”

“그런데 당장 전쟁은 무리 아닐까? 길드 마스터와 길드 주력이 원정을 나갔잖아.”

“카발길드 놈들도 그걸 알고 움직인 걸 거야. 하지만 절대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카발길드 놈들 정도야 우리끼리도 충분히 응징이 가능하다고.”

중화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이 그렇게 목소리를 높일 무렵.

퍼어어엉!

근처에서 커다란 폭음이 들려왔다.

한데 그 폭음이.

방금 전 자폭했던 카발길드원들이 냈던 소리와 동일했다.

“뭐지?”

“혹시 잔당인가?”

중화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잔뜩 분노한 얼굴의 카발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이 중화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을 보더니 무기를 움켜쥐었다.

“카발길드의 쥐새끼들이 바로 여기 숨어 있었네.”

중화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허탕 치고 갈 줄 알았는데.

제대로 꼬리를 잡았다.

* * *

현재 카발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은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태였다.

하지만 그들은 결정권자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중화길드의 브로치를 가지고 복귀하려고 했다.

한데 그런 그들의 눈앞에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의 복귀를 막으려는 건가?’

카발길드 소속 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이 자신들의 무기를 움켜쥐었다.

그 모습을 본 중화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카발길드의 쥐새끼들이 바로 여기 숨어 있었네.”

중화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의 말에 카발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의 눈빛에 살기가 피어올랐다.

방금 전 발언을 들은 카발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은 중화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이 자신들을 제거해 증거를 지우려고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쥐새끼는 우리가 아니라 너희 중화길드 놈들이겠지.”

카발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의 말에 중화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중화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은 자신들을 습격한 자들이 카발길드의 브로치를 가지고 있는 걸 봤다.

그런 상태에서 또 다른 카발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을 만난 것이다.

그것도 중화길드의 영역인 사냥터에서.

중화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로서는 저들이 자신들을 습격했던 무리와 공범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라도 순순히 물러난다면 우리도 돌아가겠다.”

카발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의 리더가 중화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에게 말했다.

카발길드는 그래도 상식이라는 게 있었다.

어차피 증거인 브로치는 확보한 상황.

일단 돌아가서 길드 마스터에게 보고를 하고 전쟁을 하든 배상을 받든 하면 된다.

모든 증거가 명명백백하게 드러난 상황이지만.

카발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의 리더는 적법한 절차를 지킬 생각이었다.

“하, 뭐? 순순히 물러나?”

중화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은 어이가 없었다.

감히 대중화길드 소속의 플레이어들을 학살한 죄를 저질렀다.

그런 행위를 발각당했으면 무릎 꿇고 엎드려 빌어야 했다.

한데 순순히 물러나라니?

중화길드를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저런 말을 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감히 카발길드 떨거지 놈들이 대중화길드의 영토에 발을 들이고도 살아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역시 우리를 살려 보낼 생각이 없었군. 역시 개새끼들이랑은 말을 섞는 게 아니었어.”

카발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의 리더가 괜한 짓을 했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뭐 놀라울 건 없었다.

애초에 저들이 몰려온 이유가 자신들을 죽여 증거를 인멸하려는 거라는 것쯤은 예상하고 있었으니까.

“저놈들을 제압해서 길드 본부로 압송한다. 반항하는 자는 죽여도 좋다.”

카발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의 리더가 외친 말에 중화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은 어이가 없었다.

“우리도 저놈들을 제압한다. 죽여도 좋고 팔다리 따위는 얼마든지 잘라도 좋다. 단 한 놈만 살려 놔라.”

중화길드 소속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의 리더가 그리 말함과 동시에.

“죽여!”

“모조리 쓸어버려!”

카발길드와 중화길드의 최정예인 700레벨대 플레이어들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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