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46화 (46/365)

술래잡기 (2)

강현수 일행은 다음 날 사냥을 나갔다.

다행히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하나 3일째 되는 날 문제가 생겼다.

“너희들, 어디 소속이야?”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과 시비가 붙은 것이다.

‘이놈들도 참 자부심이 넘쳐흐르네.’

사냥터에서 다른 플레이어와 마주치면 서로 거리를 벌리고 피하는 게 상식이다.

괜히 접근했다가는 머더러 플레이어로 의심받기 십상이었으니까.

하나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은 거리낌이 없었다.

거기다.

“꽤 반반한데.”

“저년 우리한테 넘기고 꺼져.”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은 행실 자체가 거대 길드의 길드원이 아니라 시정잡배 같았다.

‘양아치들 집합소도 아니고.’

중화길드는 마이트어 왕국 소속의 거대 길드다.

또 사실상 대도시 루자베누를 지배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하는 행동들이 아주 가관이었다.

‘그러고 보니 첫 시비도 그놈들이 송하나를 보고 껄떡거린 게 시작이었지.’

중세 시대 부패한 유럽의 귀족이나 조선의 양반들이 저랬을까?

저놈들은 갈취, 폭행, 살인, 강간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역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들이야.’

아니, 오히려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게 인류 전체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중대 소환.’

강현수가 소환수들을 소환해 주변의 시선을 차단했다.

그리고.

서걱!

당당한 태도로 다가오던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의 팔을 잘라 냈다.

“아아악!”

“이놈이 감히 무슨 짓을!”

“너, 미쳤어!”

분노한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길길이 날뛰며 강현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놈들은 어째 레퍼토리가 변하지를 않냐.’

중화길드가 최고라는 생각에 매몰되어 있었다.

‘머리가 있으면 생각이라는 걸 좀 할 것이지.’

얼마 전 벌어졌던 실종 사건에 대해 떠올렸다면?

저들은 덤벼드는 대신 도망쳤으리라.

‘뭐, 어차피 소용없는 일이기는 하지.’

퇴로는 소환수들에 의해 차단되었으니까 말이다.

좌악! 서걱!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죽는 이는 없었다.

그저 사지 중 서너 개가 날아가 전투 불능이 되거나 기절할 뿐.

전투는 순식간에 끝났다.

‘이제 겨우 500레벨을 찍은 놈들이었네.’

객관적으로 보면 자신감이 충만할 만했다.

이곳은 중화길드의 앞마당이었고.

그들은 400레벨의 벽을 뚫고 500레벨에 도달해 중화길드의 정예가 되었으니까 말이다.

“가자.”

강현수가 그 말과 함께 몸을 날렸다.

송하나와 투황이 강현수를 따라 움직였고.

크르르릉!

소환수들이 막고 있던 몬스터들이 중화길드 플레이어들을 덮쳤다.

잠시 후.

상황이 정리되자 강현수 일행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좋은 아이템을 많이 가지고 있네.’

대부분이 B랭크, 낮은 게 C랭크였다.

죽으면서 토해 낸 스킬북 역시 랭크가 꽤 높았다.

‘이 정도면 단시간 안에 탐식의 검이 성장하는 걸 기대해 볼 수도 있겠어.’

A랭크에 도달한 탐식의 검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고랭크 아이템들이 필요했다.

한데 그 수량을 중화길드가 채워 주고 있었다.

거기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중대 구성.’

죽은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강현수의 소환수가 되어 부활했다.

‘아낌없이 주는구나.’

아이템, 스킬북, 소환수까지.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은 강현수에게 있어 아낌없이 주는 나무나 마찬가지였다.

강현수 일행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냥을 계속했다.

그리고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사냥을 나갔다.

그렇게 한 달이 흘렀을 때.

실종된 중화길드원들의 수가 1백 명을 넘어섰다.

* * *

꽈아앙!

“이 머저리 같은 놈들아! 왜 범인을 못 잡는 거야! 도대체 왜!”

중화길드 부길드 마스터 멸마창 진구평이 길길이 날뛰며 노성을 터트렸다.

처음 제5팀 소속 8번 파티가 복귀하지 않았을 때와는 사정이 달랐다.

그때는 변명의 여지라도 있었다.

하나 제6팀 조사대가 실종되었을 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남아 있는 7팀을 총동원해 조사를 했지만.

범인의 꼬리는 잡히지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 야금야금 실종자가 늘어났다.

임시방편으로 두 개의 파티를 하나로 묶어서 사냥을 하도록 시켰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실종되는 인원이 더 많이 늘어났다.

멸마창 진구평은 마음 같아서는 두 개가 아니라 열 개의 파티를 하나로 묶고 싶었다.

하나 그렇게 하면 사냥 효율이 너무 심하게 떨어졌다.

두 개 파티를 하나로 묶는 것만으로도 불만이 차고 넘치는데 열 개 파티를 묶는다?

이건 5팀 소속 파티들에게 사냥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결정적으로.

‘열 개 파티가 한 번에 사라지면 감당이 안 돼.’

현재는 제5팀의 1/4이 사라졌다.

한데 열 개 파티가 실종된다면?

또 1/4이 사라진다.

‘무조건 범인을 잡아야 해.’

이미 피해가 너무 컸다.

이건 빼도 박도 못한다.

원정이 끝나고 길드 마스터가 복귀하면?

자신은 무조건 부길드 마스터 자리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길드 마스터가 복귀하기 전에 범인을 잡아야 했다.

그래야 자리를 보존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었다.

“복수의 인장을 가지고 있는 놈은 찾아냈어?”

“못 찾아냈습니다.”

“죽은 길드원들 아이템을 처분한 놈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조사대는 죽은 길드원이 있던 장소를 몇 번이고 찾아냈다.

하나 남아 있는 아이템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건 실종된 플레이어들이 몬스터에게 당하지 않았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였다.

몬스터는 아이템을 가지고 가지 않는다.

먹지도 않는다.

아이템이 필요한 존재는 플레이어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범인이 루자베누 내부에 있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중화길드는 지금까지 범인이 루자베누 안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길드원들을 모두 풀어 루자베누 전체를 이 잡듯이 뒤졌다.

그러나.

복수의 문양을 가진 플레이어를 발견하지 못했다.

또 대형 상점부터 소형 상점까지 모조리 수색했지만.

실종된 길드원들이 보유하고 있던 아이템을 찾아내지 못했다.

“사실 처음부터 이상했습니다. 루자베누에서 생활하는 이들 중 누가 감히 우리 중화길드를 공격하겠습니까?”

부관의 말에 멸마창 진구평이 그럴듯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루자베누는 중화길드의 영토다.

상위 플레이어 대부분이 중화길드에 소속되어 있었다.

중소 길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중소 길드들은 사실상 중화길드의 자회사나 마찬가지였다.

수입도 상납하고 통제에도 잘 따르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길드 소속이 아닌 파티 단위로 활동하는 플레이어들은 거론할 가치가 없었다.

미친 게 아니고서야 적게는 서너 명 많아 봐야 열몇 명 정도의 규모로 거대 길드인 중화길드에 싸움을 걸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면 싸움을 걸 능력이 되지 않았다.

파티 단위로 활동하는 플레이어들은 거대 길드, 중소 길드 그리고 마이트어 왕국군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쭉정이들뿐이었으니까.

그 쭉정이들에게 중화길드의 정예가 1백 명 넘게 당했다?

지나가던 개도 웃을 일이었다.

“그럼 누구야?”

“네?”

“어떤 놈들이 우리를 공격하고 있는 거냐고!”

“일단 마이트어 왕국 내부에서는 골드길드와 적화길드가 있습니다.”

골드길드와 적화길드는 중화길드와 마찬가지로 중국인들이 만든 거대 길드였다.

그러나 중화길드에 대적하기에는.

세력 차이가 너무 컸다.

골드길드와 적화길드를 합쳐도 그 규모가 중화길드의 2/3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는 골드길드와 적화길드의 세력이 약하다기보다는.

중화길드의 세력이 너무 비대하기에 발생한 격차였다.

“그놈들이 미친 게 아니라면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저도 그렇게 생각하기는 합니다. 그래서 타국의 길드 하나를 용의 선상에 올려놓고 있습니다.”

“어딘데?”

“카발길드입니다.”

“영국 해적 놈들이 만든 거기?”

“예, 카발길드는 우리 중화길드와 비견될 정도의 규모를 가진 거대 길드입니다. 또 사냥터가 우리 영토와 겹치기에 가끔씩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놈들은 바로 꼬리를 내렸잖아.”

카발길드와 중화길드의 사냥터는 하나로 이어져 있다.

그렇기에 종종 카발길드원과 중화길드원이 충돌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카발길드원들은 중화길드원과 부딪치면 무조건 충돌을 피하고 물러났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아마 그놈들은 아닐 거야. 그놈들이 얼마나 겁이 많은데.”

“그럼 골드길드와 적화길드 위주로 파 볼까요?”

“그렇게 해 봐. 그리고 당분간 5팀이랑 6팀 사냥 금지시켜.”

“예? 사냥 금지요? 그러면 반발이 엄청날 겁니다.”

5팀은 500레벨대 플레이어들로, 6팀은 600레벨대 플레이어로 이루어져 있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 400레벨대의 벽을 깬 플레이어들은 모두가 사냥광이다.

아니, 사냥광이 아니고서야 400레벨대의 벽을 뚫을 수가 없다.

하루라도 사냥을 나가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사냥광들을 상대로 사냥을 가지 말라니?

“당분간이야. 이번 일의 범인만 잡으면 당연히 재개시켜 줄 거야.”

그 말은 범인을 잡기 전까지 무기한 사냥 금지라는 뜻이다.

“저, 그게…….”

부관은 쉽게 알겠다고 대답하지 못했다.

500레벨대와 600레벨대의 레벨 업은 당연히 400레벨대보다 더 힘들다.

그런 만큼 500레벨대와 600레벨대 플레이어들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사냥을 간다.

하루라도 쉬면 그만큼 레벨 업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500레벨대와 600레벨대 플레이어들은 그간의 경험으로 하루하루가 쌓여 한 달이 되고 1년이 된다는 이치를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단 하루라도 사냥을 쉬려 하지 않는다.

그런 이들에게 하루도 아니고 당분간 사냥을 하지 말라고 한다?

절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무조건 반발하는 이가 나올 것이다.

“차라리 5팀만 사냥을 금지시키는 건 어떻습니까?”

“그러다 6팀에서 실종자가 나오면? 네가 책임질 거야?”

이미 6팀 조사대가 당한 전적이 있다.

그러니 6팀이라고 안전하지는 않다.

“엄청난 반발이 있을 겁니다.”

“말 안 듣는 놈은 길드에서 제명시켜 버린다고 해.”

멸마창 진구평의 말에 부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위험합니다. 길드 마스터가 복귀하면 5팀과 6팀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부길드 마스터를 파면하자고 주장할 겁니다.”

5팀은 중화길드의 든든한 중진이고 6팀은 중화길드의 차기 수뇌부다.

당연히 그 영향력이 적지 않았다.

“어차피 이대로 가면 이 자리 유지 못 해.”

이미 1백 명이 넘는 인원이 실종됐다.

멸마창 진구평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이 상황에서 5팀과 6팀의 실종자가 더 늘어난다?

‘파면으로 끝나지 않겠지.’

막말로 길드 마스터 손에 맞아 죽을 수도 있었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고 범인을 잡는다.’

그게 멸마창 진구평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범인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

멸마창 진구평이 7팀 소속 파티장들을 소집했다.

* * *

‘꼼짝도 안 하네.’

요 며칠간 사냥터에서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말끔하게 사라졌다.

‘뭐, 나쁠 거 없지.’

강현수는 쾌적한 환경에서 사냥을 이어 나갔다.

그러던 중.

몬스터를 사냥하는 중화길드 소속의 플레이어들을 발견했다.

‘사냥 금지령이 내려진 거 아니었나?’

강현수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몬스터를 사냥하는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을 주시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뭐가 저렇게 딱딱 맞아떨어져.’

겉으로는 치열한 접전인 것처럼 보이지만.

전장에서 30년을 뒹군 강현수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현재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의 움직임에는 단 1그램의 낭비도 없었다.

가히 완벽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몬스터를 사냥했다.

탱커로 보이는 플레이어가 몬스터의 공격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했다.

남들이 보면 죽을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넘긴 것처럼 보이겠지만.

강현수의 눈에는 군더더기 없는 최적화된 동작으로 보였다.

탱커만 그런 게 아니었다.

근접 딜러로 보이는 플레이어도 완벽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몬스터와 치열한 공방을 이어 나갔다.

‘모두가 너무 완벽해.’

파티원 전원이 일절 군더더기가 없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 줬다.

‘이럴 수 있는 경우는.’

파티원 전원이 엄청나게 뛰어난 전투 센스를 가진 천재이거나.

‘몬스터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경우.’

레벨 차이가 압도적으로 나면?

몬스터의 움직임이 눈에 훤히 보이니 굳이 크게 움직일 필요가 없다.

‘저놈들.’

절대 500레벨대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다음 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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