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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길드와의 충돌 (3)

스스릉.

강현수가 검을 뽑아 들었다.

이에 송하나도 검을 뽑아 들었고 투황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전투준비를 갖췄다.

“하! 네까짓 놈들이 감히 우리 중화길드에 반항하겠다는 거냐?”

중화길드 소속 6팀 조사대의 리더 왕진평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파티장님, 어쩌면 저놈들이 제5팀 소속 8번 파티의 실종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군.”

수하의 말에 왕진평이 눈을 가늘게 뜨고 강현수 일행을 노려봤다.

복수의 문양이 보이지 않으니 범인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저들의 반항적인 태도를 보아하니 범인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사 범인과 연관이 없더라도 상관없었다.

감히 중화길드의 사냥터에서 허락도 없이 사냥을 했다.

또 그것도 모자라 중화길드 소속인 자신들의 지시에 반항했다.

그런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죄인들이니.

‘연관이 있건 없건 끌고 가야지.’

왕진평은 자신들이 패배할 거라는 생각을 눈곱만큼도 하지 않았다.

상대는 고작 셋.

그에 비해 자신들은 열.

결정적으로 이곳은 50

들의 사냥터였고.

자신들은 전원 60

들이다.

“저 셋 모두 생포해.”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중화길드 소속 6팀 조사대원들이 강현수 일행에게 달려들었다.

꽈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강현수 일행과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순식간에 마법계 공격 스킬과 오러가 난무하는 접전이 벌어졌다.

‘이게 무슨?’

압승을 예상했던 왕진평은 적잖이 당황했다.

전황이 자신이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갔기 때문이다.

‘저놈, 확실히 우리보다 강하다.’

가장 먼저 무기를 뽑아 들었던 놈이 무려 네 명에 달하는 수하들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압도적인 힘과 속도 앞에 수하들은 크게 당황해 손발이 어지러워지고 있었다.

뒤에서 버프 스킬과 방어 스킬을 지원해 주는 힐러가 없었다면?

벌써 당했을 수도 있었다.

‘저 둘도 보통이 아니야.’

저놈만큼 압도적인 강함을 보여 주지는 못했다.

힘과 속도도 수하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나 전투 기술과 센스 차이가 너무 크게 났다.

마검사로 보이는 플레이어는 뛰어난 검술과 검사 계열 스킬, 마법사 계열 스킬의 조화로.

무투가로 보이는 플레이어는 마치 상대의 공격 루트를 미리 알고 움직이는 듯한 몸놀림과 예상치 못한 변칙적인 움직임으로.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스킬 랭크가 상대적으로 낮다.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 랭크도 그리 높은 편이 아니고.’

약간의 변수가 있기는 했지만.

이 정도라면.

‘내가 나서기만 하면 말끔하게 해결할 수 있어.’

스르릉.

가만히 구경만 할 생각이었던 왕진평이 자신의 무기를 뽑아 들었다.

‘일단 저놈부터 잡는다.’

탱커 하나와 근접 딜러 셋 거기다 힐러 하나가 붙었음에도 밀리고 있다.

다섯 중 하나라도 당한다면?

당장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타악!

무기를 뽑아 든 왕진평이 강현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드디어 움직이네.’

강현수가 자신에게 달려드는 왕진평의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보험을 들어 놓기는 했지만, 살짝 불안했는데 말이야.’

강현수는 전투가 벌어지는 즉시 중대 소환 스킬을 사용해 소환수들로 이루어진 포위망을 구성했다.

전투에 합류시키기 위함이 아니었다.

고작 열 명.

이 정도는 소환수의 도움 없이도 얼마든지 처리가 가능했다.

문제는 저놈들 중 전황이 불리해지면 전장을 이탈해 도주하는 놈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점.

그리고 늦은 시간이기에 가능성이 희박하기는 했지만.

‘야간 사냥을 하고 있는 플레이어 파티가 있을지도 몰라.’

강현수는 다른 플레이어 파티를 모두 적으로 간주했다.

‘이놈들이 하는 꼬라지를 보아하니 이곳에서 사냥하는 플레이어들은 모두 중화길드 소속이라고 봐도 무방해.’

중화길드 소속이 아니더라도 중화길드의 허락과 통제를 받으며 수입의 일정 부분을 상납하고 있으니 넓은 범위에서 보면 중화길드 소속이 맞았다.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가 원청 회사 직원이라면 중화길드의 허락을 받고 사냥하는 플레이어는 하청 회사 직원이랄까?

‘목격자가 지금 상황을 중화길드에 알리면 곤란해.’

그럼 중화길드에서 지원군을 보낼 수도 있다.

중화길드의 정예 열 명 정도를 상대하는 건 일도 아니지만.

그 숫자가 수천 수백 명으로 늘어나면 강현수로서도 감당할 수가 없다.

‘아직까지는 말이지.’

또 얼굴이 팔리는 것도 조심해야 했다.

현재 루자베누는 중화길드가 지배하고 있다.

자칫 잘못해서 강현수의 존재가 드러나면?

사냥도 사냥이지만 루자베누에 있는 구오피밭의 소유권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었다.

‘저놈이 도망치면 어쩌나 했는데.’

지금 강현수 일행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은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다.

레벨도 높아 보였고 전투 경험도 출중했다.

그런 이들의 리더라면?

700레벨에 근접한 플레이어일 확률이 높았다.

‘아직은 소환수 레벨이 낮아.’

강현수의 소환수들은 고작해야 500레벨대 몬스터와 플레이어로 이루어져 있다.

소환수의 전투력이 생전보다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포위망이 뚫릴 위험이 있어.’

차라리 정면 전투라면 숫자로 밀어붙일 수 있다.

하나 도주한다면?

700레벨에 근접한 플레이어를 500레벨대 소환수들이 막기는 무리였다.

그래서 일부러 실력의 일정 부분을 감췄다.

왕진평이 도주가 아니라 전투를 결정하도록 말이다.

‘죽이지만 않으면 된다.’

그럼 복수의 문양을 걱정할 필요가 사라진다.

송하나와 투황은 레벨을 초월한 강함을 지니고 있다.

그런 두 사람이 각각 두 명의 플레이어를 상대함에도 팽팽함을 유지하는 이유 역시 죽이지 않고 제압하기 위함이었다.

원래 죽이는 것보다 죽이지 않고 제압하는 게 더 까다로운 법이니.

‘송하나와 투황에게 좋은 훈련이 되겠어.’

퍼어엉!

5 대 1의 싸움이 6 대 1의 싸움으로 변했다.

강현수는 능숙하게 중화길드 소속 6팀 조사대원들의 공격을 방어하며 차분히 기회를 노렸다.

‘다리를 노려야 해.’

팔을 다치면 전투에 큰 지장을 준다.

그러나 도주하는 데는 큰 지장을 받지 않는다.

반대로 다리를 다치면?

‘도주할 수가 없지.’

강현수는 적들을 몰아붙이기는 했지만.

부상을 입힌 적은 없었다.

탐식의 검이 가진 안티 힐 능력을 최대한 숨기기 위해서였다.

팔이나 몸통에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안티 힐 기능이 발동하면?

적들이 전투를 포기하고 도주할 위험이 있었다.

‘순식간에 제압해야 해.’

여섯 중 하나라도 도주하면 일이 골치 아파진다.

강현수는 방어에 집중하며 차분하게 기회를 노렸다.

“실력이 제법 뛰어나구나! 하나 우리 중화길드의 정예를 넘어설 수는 없다!”

왕진평이 맹공을 퍼부으며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외쳤다.

“지금이라도 순순히 투항해라! 그럼 목숨만은 살려 주마!”

왕진평이 계속해서 입을 털었다.

강현수는 굳이 그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차분히 기회를 노릴 뿐이었다.

한편 전투에 합류한 왕진평은 적잖이 당황한 상태였다.

강현수가 자신의 예상보다 더 강했기 때문이다.

‘이놈, 왜 이렇게 잘 버티는 거야?’

처음에는 자신이 합류하기만 하면 순식간에 제거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한데 아니었다.

자신이 합류했음에도 팽팽한 접전을 유지하고 있다.

‘뭔가 이상해.’

합공을 당하고 있음에도 상대의 표정이 너무 차분했다.

움직임에도 여유가 넘쳐흘렀다.

마치 강자가 약자들을 상대로 아량이라도 베풀듯이 말이다.

기이한 불안감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그 불안감을 떨쳐 내기 위해 계속해서 목소리를 높였지만.

끝내 불안감을 떨쳐 낼 수는 없었다.

‘분명히 전투는 팽팽한데.’

거기다 아군 측에는 서포트를 해 주는 힐러가 있다.

이대로 장기전이 되면?

상대가 작은 부상이라도 입는다면?

확실히 승기는 아군 쪽으로 기운다.

한데도 이상하게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거기다.

‘전에도 이랬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든다.

이런 상황을 겪어 본 것 같은 데자뷰가 느껴졌다.

‘그때 그 대련.’

왕진평은 이 익숙한 느낌의 정체를 떠올렸다.

그는 과거 수하들과 함께 랭커이자 중화길드 서열 5위인 철혈검에게 단체로 지도 대련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도 지금 같은 느낌을 받았다.

분명히 팽팽한 대결을 이어 가고 있음에도.

아니, 오히려 유리한 상황임에도.

왠지 지고 있는 기분.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상대가 여유를 가지고 자신들을 봐주고 있는 것 같은 느낌.

‘그럴 리가 없어.’

철혈검과의 지도 대련은 그와 수하들의 패배로 끝났다.

하나 그건 당연한 결과였다.

상대는 랭커이자 네임드 플레이어였으니까.

그러나 눈앞의 상대는 고작 500레벨대 사냥터에서 몬스터를 잡던 플레이어일 뿐이다.

“버틴다고 승기를 바꿀 수 있을 것 같으냐!”

왕진평이 더욱더 목소리를 높이며 맹공을 퍼부었다.

바로 자신의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떨쳐 내기 위해서였다.

‘최대한 빨리 저놈을 쓰러트려야 해.’

그래야만 이 기이한 불안감을 떨쳐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였다.

‘빈틈?’

지금까지 바늘 하나 찌를 틈도 없을 것같이 완벽하게 방어하던 상대의 상단에 순간적으로 빈틈이 생겼다.

슈욱!

왕진평이 재빨리 상대의 빈틈을 노렸다.

하나 상대의 빈틈을 노린 이는 왕진평만이 아니었다.

왕진평을 비롯한 수하들이 일제히 상대의 빈틈을 노렸다.

‘어?’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완벽한 방어를 이어 가던 상대가 자신뿐만 아니라 수하들의 눈에도 보이는 약점을 노출했다?

‘함정인가?’

하나 이미 공격을 거두기에는 너무 늦었다.

‘그럴 리가 없어.’

눈앞에 드러난 빈틈은 절대 함정이 될 수가 없었다.

불사신이 아닌 이상.

심장이 터지고도 살아남을 수는 없으니까.

‘끝이다.’

검이 상대의 몸에 닿았다.

그 순간.

퍼어어어엉!

커다란 폭음과 함께 자신들의 공격이 일제히 튕겨 나갔다.

‘이게 무슨?’

서걱!

당혹감에 휩싸인 왕진평의 귀에 검이 살을 베는 듯한 소음이 들리는 동시에.

“크윽!”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이놈이!”

상대가 자신과 수하들의 다리를 공격한 것이다.

근육이나 인대가 베인 이도 있었고 다리가 반쯤 잘려 뼈가 보이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다리가 완전히 잘린 사람은 없었다.

왕진평은 당황하지 않고 방어 자세를 잡았다.

그건 수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화아아악!

왕진평과 그 수하들에게 순백의 빛무리가 흩뿌려졌다.

후방에 있던 힐러의 치료 스킬이 발동된 것이다.

왕진평과 수하들이 믿고 있던 것 역시 후방에 있는 힐러의 존재였다.

‘사지가 떨어져 나간 게 아닌 이상 얼마든지 회복이 가능해.’

후방의 힐러는 즉사하거나 사지가 떨어져 나간 게 아니라면 그 어떤 상처도 순식간에 회복시킬 수 있는 실력자였다.

그런데.

“이게 무슨?”

상처가 치료되지 않았다.

타악!

상대가 힐러를 향해 몸을 달렸다.

“막아!”

왕진평이 외침과 함께 몸을 날렸다.

하지만 근육과 인대가 절단된 상태에서 제대로 움직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익!”

당황한 힐러가 계속해서 왕진평과 그 수하들에게 치료 스킬을 시전했다.

그러나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퍼억!

단 일격에 힐러가 기절했다.

저벅저벅.

힐러를 기절시킨 상대가 다시금 자신들을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검을 휘둘렀다.

“이익!”

“막아!”

왕진평과 수하들이 용을 쓰며 상대의 공격을 막아 내려 했지만.

다리를 다쳐 기동성이 무너진 상태에서 그게 될 리가 없었다.

퍼억! 퍼억!

상대의 검이 한번 휘둘러질 때마다.

왕진평의 수하들이 하나둘 정신을 잃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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