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43화 (43/365)
  • 중화길드와의 충돌 (2)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강현수는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의 죽음을 확인했다.

    ‘이것저것 많이 남겼네.’

    강현수는 일단 스킬북을 챙겼다.

    스킬북은 익혀 버리거나 다른 지역에서 팔아 버리면 그만이다.

    아이템이 가장 위험하기는 하지만.

    사아아아악!

    강현수는 탐식의 검에게 먹이로 던져 주는 것으로 그 문제를 해결했다.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사용하던 아이템은 대부분 B랭크였다.

    C랭크가 가뭄에 콩 나듯 보였고 D~F랭크의 아이템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탐식의 검이 B랭크에서 A랭크로 성장하였습니다.]

    다수의 B랭크 아이템을 먹어 치운 탐식의 검이 드디어 A랭크로 성장했다.

    ‘진짜 오래 걸렸네.’

    B랭크와 A랭크는 고작 한 끗 차이지만.

    그 격이 달랐다.

    강현수가 A랭크로 성장한 탐식의 검의 정보를 확인했다.

    [탐식의 검 - A랭크]

    -유일 아이템

    -다른 아이템을 흡수해 성장합니다.

    -공격력이 25% 증가합니다.

    -공격 속도가 25% 증가합니다.

    -관통 확률이 25% 증가합니다.

    -적의 피와 살을 흡수해 체력과 상처를 빠르게 회복합니다.

    -피격한 대상에게 안티 힐 효과를 발생시킵니다.

    모든 옵션의 증가 폭이 20%에서 25%로 올라갔다.

    그리고 새로운 옵션이 추가되었다.

    ‘드디어 나왔네.’

    탐식의 검이 검신의 애병으로 이름을 떨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

    ‘안티 힐.’

    안티 힐 효과를 가진 탐식의 검에 부상을 당하면?

    힐 스킬이나 자체 회복 스킬을 사용해도 상처가 회복되지 않는다.

    물론 영구적인 건 아니다.

    안티 힐 효과가 떨어지면 힐 스킬이나 자체 회복 스킬을 사용해 상처를 치료할 수 있다.

    또 플레이어의 스킬 저항력이 높다면?

    안티 힐의 지속 시간이 급격히 짧아진다.

    하지만 괜찮다.

    ‘안티 힐은 마력 스텟의 영향을 받으니까.’

    마력 스텟이 높은 이가 탐식의 검을 휘두르면?

    당연히 안티 힐의 지속 시간이 늘어난다.

    검신은 전형적인 검사였다.

    검사치고 마력 스텟이 높은 편이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같은 검사와 비교했을 때지.’

    마법사 계열 플레이어들과 비교하면 마력 스텟이 월등히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위용을 보여 줬지.’

    강현수는 쿨타임이 돌 때마다 스텟 고정과 스킬 강화를 사용했다.

    그 결과 레벨은 계속해서 0레벨로 돌아갔지만.

    모든 스텟이 꾸준히 상승했다.

    ‘대략 100레벨대 플레이어 수준인가?’

    0레벨을 기준으로 칭호로 얻은 스텟을 제외한 순수 누적 스텟은 고작 그 정도에 불과했다.

    스킬 강화의 쿨타임이 너무 길고 스텟 고정 스킬의 랭크가 너무 낮은 게 문제였다.

    ‘둘 다 C랭크밖에 안 되니까.’

    그나마 D랭크였던 스텟 고정이 얼마 전 C랭크로 올라 효율이 조금 올라간 게 다행이었다.

    ‘스텟 고정은 상대적으로 쿨타임이 짧으니까.’

    스킬 강화는 C랭크가 되었음에도 쿨타임이 무려 21일이나 되었다.

    반면 C랭크로 상승한 스텟 고정의 쿨타임은 고작 12시간.

    스텟 고정과 스킬 강화 모두 원래보다 쿨타임이 정확히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애초에 쿨타임 차이가 너무 컸다.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는 게 중요해.’

    고작 100레벨의 스텟.

    하지만 스킬 강화를 사용해 0레벨로 돌아간 후의 스텟이라는 게 중요했다.

    ‘레플리카 스킬, 스킬 강화, 스텟 고정의 랭크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누적 스텟도 증가한다.’

    지금은 고작 100레벨 수준의 스텟에 불과하지만.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진다면?

    0레벨에 100레벨 스텟이 아니라 1000레벨 스텟을 얻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일단은 이 정도로 만족하자.’

    0레벨로 돌아가면 강현수는 순간적으로 약해진다.

    하지만 사냥을 하면 금방 레벨이 오른다.

    현재 스킬 강화의 쿨타임은 이틀이 남은 상태.

    강현수는 13일 전 0레벨이었지만.

    지금은 무려 381레벨이었다.

    다른 이들은 몇 년에 걸려 올려야 하는 레벨을 열흘 남짓한 기간에 올린 것이다.

    누적 스텟과 강현수가 가진 칭호까지 합치면?

    현재 강현수의 스텟은 고레벨이라 불리는 600~700레벨대 플레이어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나마 쿨타임이 돌 때마다 중대 구성 스킬을 사용해 스텟이 떨어져서 이 정도지.

    중대 구성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강현수의 스텟은 랭커 수준인 800~900레벨대 플레이어들과 맞먹었으리라.

    ‘하지만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지. 중대 구성.’

    강현수가 중대 구성 스킬을 사용해 죽은 중화길드원들을 소환수로 만들었다.

    “다 끝났어?”

    송하나의 물음에 강현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럼 다시 사냥하러 가자.”

    “오늘은 야간 사냥을 하는 거지?”

    강현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투황이 물었다.

    “그래야 할 것 같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강현수의 몸에는 복수의 문양이 남긴 표식이 남아 있다.

    최소 6시간에서 최대 9시간.

    안전을 위해서라도 9시간 정도는 더 사냥한 후에 루자베누로 복귀해야 했다.

    “도시락 안 싸 왔는데.”

    투황이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강현수 일행은 점심 도시락은 챙겼지만.

    저녁 도시락은 안 챙겼다.

    보통 루자베누로 복귀해서 저녁을 먹었기 때문이다.

    “조금 늦게 먹는다고 생각해.”

    “조금이 아닌데.”

    “오늘은 먹고 싶은 거 먹게 해 줄게. 그러니까 조금만 참아.”

    “먹고 싶은 걸 다 먹게 해 준다고? 그게 정말이야?”

    “그래.”

    “알았어! 참을게!”

    방금 전까지 울상이던 투황의 얼굴이 환해졌다.

    강현수는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누굴 닮아서 저렇게 식탐이 많은 거야?’

    강현수의 머릿속에 ‘저 녀석, 토인족이 아니라 저인족이나 웅인족인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 *

    중화길드 내부 부길드 마스터실.

    “제5팀 소속 8번 파티가 복귀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네.”

    “언제 나갔지?”

    “출입 기록을 보면 오전 9시에 출발한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복귀하지 않았단 말이야?”

    “네.”

    중화길드 부길드 마스터 멸마창 진구평이 얼굴을 찌푸렸다.

    해가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아무리 숙련된 플레이어들이라고 해도 밤은 위험하다.

    거기다 일반적으로 오전 9시쯤 나갔다면 오후 6~7시에는 복귀를 해야 했다.

    획득한 아이템과 마석을 들고 다니기도 거추장스럽고 휴식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도 사람이다.

    9~10시간 동안 몬스터와 드잡이질을 하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칠 수밖에 없다.

    “혹시 저녁 식사를 챙겨 나갔나?”

    저녁 식사를 챙겨 나갔다면?

    애초에 야간 사냥을 작정하고 나갔을 가능성이 있다.

    “점심 식사만 챙겨 갔다고 합니다.”

    “그럼 사고가 발생했다는 건데.”

    멸마창 진구평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하필 길드 마스터가 대규모 원정으로 자리를 비우고 내가 총책임자가 되자마자 이런 사고가 터지는 거야.’

    안 그래도 자신의 자리를 노리는 경쟁자들이 많다.

    제5팀은 500레벨대 플레이어들로 이루어져 있다.

    400레벨대의 벽을 뚫은 플레이어들.

    실전 경험도 많고 전투 능력도 출중해 중화길드에서 정예 취급을 받는 게 바로 5팀부터다.

    쉽게 보충이 가능하고 은근히 사고 빈도가 높은 200~400레벨대 플레이어들로 이루어진 제2팀이나 제3팀 그리고 제4팀에서 발생한 사고와는 그 결이 다르다.

    “출입구를 감시하던 인원들에게서 온 보고는?”

    복수의 문양을 달고 들어온 이들이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없었다고 합니다.”

    “그럼 몬스터한테 당한 건가?”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험 많고 전투 능력이 출중한 5팀 소속 파티라고 해도 사냥에서 언제 어떻게 될 줄은 아무도 모른다.

    “지금 당장 6팀 소속 조사대 파견해.”

    6팀은 600레벨대 플레이어들로 이루어져 있다.

    5팀 소속 파티가 강력한 몬스터에게 전멸했다고 해도.

    6팀 소속 조사대의 상대가 될 수는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 * *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과 충돌한 후 9시간이 지났다.

    해는 진작에 떨어진 상태.

    “이제 돌아가자.”

    강현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힘없이 축 늘어져 있던 투황의 귀가 쫑긋 세워졌다.

    “진짜? 어서 가자! 오늘 먹고 싶은 거 다 먹게 해 준다는 약속 꼭 지켜야 해!”

    “알았어.”

    강현수는 어이가 없었다.

    ‘누가 보면 평소에 굶기는 줄 알겠네.’

    투황은 평소에도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은 다 시켜 먹었다.

    “일단 소고기 스테이크랑 통돼지 바비큐를 시키고 그다음에는 생선찜이랑 오리 구이 그리고…….”

    정정한다.

    ‘다 시켜 먹지는 못했었구나.’

    평소에도 메인 요리 두 개는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우는 투황이다.

    강현수는 덩치와 다르게 먹성이 좋다고만 생각했었는데.

    투황에게는 그것도 부족했던 모양이다.

    ‘뭐, 돈은 넉넉하니까.’

    강현수는 투황의 우승에 베팅을 두 번이나 했다.

    그리고 그 덕에 꽤 큰돈을 벌었다.

    비록 그 돈을 약초밭 사는 데 다 투자하기는 했지만.

    강현수 일행이 사냥을 하는 와중에 나온 마석과 잡템만 상점에 가져다 팔아도.

    최고급 여관에서 고급 요리를 마음껏 먹고도 남을 정도의 돈을 벌 수 있었다.

    강현수 일행이 주린 배를 움켜쥐며 루자베누로 복귀하는 길.

    “거기 잠깐.”

    일단의 플레이어들이 강현수 일행의 앞을 막아섰다.

    ‘중화길드원이네.’

    갑옷에 중화길드의 마크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거기다 옷에도 중화길드의 마크인 황룡이 형상화된 브로치가 달려 있었다.

    “혹시 오늘 사냥하던 와중에 이런 놈들 보지 못했나?”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열 명의 플레이어가 그려진 초상화를 내밀며 물었다.

    ‘빠르네.’

    초상화의 주인공들은 강현수 일행과 충돌했던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었다.

    “못 봤습니다.”

    강현수가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 그런데 너희는 어디서 온 놈들이지?”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눈을 가늘게 뜨며 강현수 일행에게 물었다.

    역시 언어가 문제였다.

    “무란 왕국에서 왔습니다.”

    “왜?”

    “사냥하러요.”

    강현수의 말에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가 얼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여기서 사냥하려면 우리 중화길드의 허락을 받고 수입의 일정 부분을 상납해야 한다. 사냥 허가서 있나?”

    “없는데요?”

    “하! 없어? 우리 허락도 받지 않고 감히 루자베누에서 사냥을 했단 말이야?”

    “사냥 허가서라는 게 있어야 사냥을 할 수 있나 보군요? 그런 게 필요한지 몰랐습니다. 오늘 바로 발급받도록 하겠습니다.”

    강현수가 충돌을 피하기 위해 대충 둘러댔다.

    ‘겨우 복수의 문양이 사라졌는데 또 만들 수는 없지.’

    눈앞에 있는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을 제거하는 건 간단하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겨우 사라진 복수의 문양이 다시 생긴다.

    ‘숙소에 복귀하지 않으면 그만이기는 하지만, 그럼 괜한 의심을 사게 돼.’

    강현수 일행은 중국인도 아니고 루자베누의 원주민도 아니다.

    그런 만큼 사건이 벌어지면 가장 먼저 용의 선상에 오를 수밖에 없다.

    의심스러운 놈들이 복귀까지 안 했다?

    그럼 일단 조사랍시고 끌고 가려고 할 게 확실했다.

    체포 영장? 조사할 권리? 무죄 추정의 원칙?

    그런 건 아틀란티스 차원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공정한 조사와 법에 의한 공정한 판결 역시 마찬가지였다.

    ‘굳이 의심을 살 필요는 없어.’

    중화길드와 충돌하는 건 강현수로서도 위험 부담이 컸다.

    충돌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았다.

    하지만.

    속으로 욕이 절로 나오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이 미친놈들은 진짜 루자베누가 자기들 땅인 줄 아나.’

    설사 루자베누가 진짜 중화길드의 땅이라고 하더라도 그 주변 사냥터를 통제할 권리는 없었다.

    사냥터는 주인이 없는 땅이기 때문이다.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땅은 점령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누구도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는다.

    심지어 마이트어 왕국의 국경조차 대도시인 루자베누까지만 그어져 있다.

    그런 상황에서 사냥터의 소유권을 주장하니 강현수의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 바로 발급받겠다고? 그렇다고 해서 네놈들이 그동안 저지른 죄가 없어질 것 같아? 당장 이놈들 포박해!”

    “네, 파티장님!”

    저벅저벅.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마력 억제 스킬이 새겨진 포승줄을 들고 강현수에게 다가왔다.

    “하아!”

    강현수 입에서 긴 한숨이 터져 나왔다.

    “진짜 어쩔 수 없네.”

    굳이 권주를 마다하고 자청해서 벌주를 마시겠다고 하니.

    정말 정말 주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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