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42화 (42/365)

중화길드와의 충돌

“막아!”

“우리가 숫자는 더 많아!”

방금 전까지 얼굴 가득 비웃음을 띠고 있던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다급한 표정으로 외쳤다.

하나.

서걱! 좌악!

그 외침이 무색하게도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은 너무도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하룻강아지 열 마리가 힘을 합쳤다고 해서 대호를 이길 수는 없는 법.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가 된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도, 도망쳐!”

“본대에 도움을 청해!”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은 결국 강현수에게 대항하는 것을 포기했다.

같은 사냥터에서 사냥하고 있기에 당연히 비슷한 레벨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비슷한 레벨이라면 숫자도 더 많고 탱커와 딜러 그리고 힐러가 조합된 자신들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큰 착각이었다.

탱커가 단 일격을 버티지 못하고 목이 날아가는 상황에서 힐러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나 그들은 도주조차도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파지지직!

송하나가 펼친 칠흑빛 뇌전의 장막과.

퍼엉! 퍼엉! 퍼엉!

황금빛 오러에 휩싸인 채 번개 같은 속도로 날아오는 투황의 권격이.

그들의 퇴로를 막아 버렸기 때문이다.

“우, 우리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살려 주십시오.”

저항도 도주도 불가능한 상황이 되자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은 결국 백기를 들었다.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저항을 멈추자 퇴로를 막고 있던 송하나와 투황이 잠시 공격을 멈추고 강현수에게 시선을 돌렸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걸 다 드리겠습니다.”

“목숨만 살려 주세요.”

“다 저놈이 잘못한 겁니다.”

“맞아요. 우리는 당신들에게 대적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송하나와 투황의 행동을 본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강현수에게 자신들의 아이템과 돈주머니를 내려놓으며 목숨을 구걸했다.

“그럴 수야 없지. 네놈들을 살려 주면 우리가 중화길드 전체와 싸워야 하잖아.”

“입 꼭 다물고 있겠습니다.”

“오늘 일은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몬스터에게 당했다고 보고하겠습니다. 맹세합니다.”

“저도 저놈 싫어했습니다. 잘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현수의 말에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앞다투어 비밀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입에 발린 말을 믿을 강현수가 아니었다.

지금이야 살기 위해 저렇게 말하지만.

‘위기를 넘기고 나면 이를 갈며 복수를 다짐하겠지.’

특히 중화길드의 경우 자신들의 길드원을 공격한 대상을 절대 용서하지 않았다.

은혜는 두 배로 갚고 원한은 열 배로 갚는다.

그게 중화길드의 신조였다.

‘회귀 전에도 유명했지.’

중국인들은 대부분 체면을 중시한다.

그건 중국인들로 이루어진 중화길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중화길드는 길드원을 건드린 이를 절대 가만히 두지 않았다.

당하고 가만히 있으면 자신들의 체면이 손상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놈의 체면 때문에 전쟁까지 벌인 놈들이지.’

회귀 전 중화길드는 사소한 시비에서 비롯된 분쟁으로 인해 미국인들로 이루어진 피닉스길드와 전쟁을 치른 전적이 있었다.

그것도.

‘마왕군과 전면전을 치르는 와중에 아군을 상대로 말이야.’

그런 놈들이 이번 일을 그냥 넘길 리가 없었다.

결정적으로.

‘나를 죽이겠다고 먼저 덤벼든 놈들을 살려 줄 필요가 없지.’

콰콰콰콰콰!

강현수의 검에 핏빛 오러가 피어올랐다.

그 모습을 본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사, 살려 주세요!”

“오늘 일은 절대 발설하지 않겠습니다!”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다시금 목숨을 구걸했다.

“저기, 살려 주는 게 어때?”

그때 투황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살려 주자고?”

강현수의 말에 투황이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아직 살려 준 것도 아닌데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투황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했다.

자신들의 살길은 투황의 눈에 드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잘못을 저지른 건 죽은 저들의 리더지 저들은 아니잖아.”

투황이 소심하게 항변했다.

“이놈들도 똑같은 놈들이야. 그때 실실 웃고 있던 거 보면 모르겠어? 거기다 이놈들이 입을 나불거리면 우리는 중화길드라는 거대 길드를 적으로 돌리게 돼.”

“그건 나도 알고 있어. 그렇지만 죽이는 건 좀 과하잖아. 혀를 뽑고 양팔을 자르면 우리에 대한 정보를 알릴 방법이 없지 않을까? 아, 발로 글을 쓸 수도 있으니 발도 잘라야 하나?”

투황의 한마디에.

방금 전까지 투황을 생명의 은인처럼 바라보던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의 눈빛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혀를 뽑고 사지를 자르겠다니?

그럼 목숨은 건지겠지만.

평생을 남의 도움에 의지하며 살아가야 한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단칼에 죽이는 것보다 더 잔인했다.

“그럴 수는 없어. 중화길드 정도면 잘려 나간 혀와 사지를 재생시킬 수 있는, 실력 있는 힐러 정도는 보유하고 있다고.”

“아, 그런가?”

강현수의 말에 투황이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이놈들을 왜 살려 주자고 하는 거야?”

강현수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투황이 정이 많고 호구 같은 면을 많이 보이기는 하지만.

적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냉정한 인물이다.

강현수가 투황과 술을 함께하고 강도들의 습격을 받은 날.

투황은 무자비하게 범죄자들의 숨통을 끊었다.

한데 지금은 왜 살려 주자고 하는 것일까?

“그게 나도 딱히 잘 모르겠어. 그런데 왠지 이놈들을 죽이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계속 들더라고.”

“느낌?”

투황의 말에 강현수의 눈이 번뜩였다.

“어, 그런 느낌이 들어.”

강현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투황의 느낌은 쉽게 무시할 수가 없다.

바로 투황의 고유 스킬 야성의 감각 때문이다.

강현수는 야성의 감각이 전투에만 도움을 준다고 생각했다.

한데 아니었다.

동물적인 본능이랄까?

그런 게 생겼다.

강현수가 레플리카로 복사한 야성의 감각 스킬의 랭크는 고작 C.

반면 투황의 경우 야성의 감각 스킬 랭크가 무려 A였다.

야성의 감각이 C랭크인 강현수도 가끔 감이 좋지 않을 때가 있었다.

그런 때는 꼭 투황도 감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꼭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다.

감의 발동 빈도는 강현수보다 투황이 월등히 높았다.

특히 야성의 감각이 A랭크인 투황의 경우.

감이 거의 점쟁이 수준으로 정확했다.

투황이 꺼림칙하다고 말한 곳에 가면?

예상치 못한 강력한 몬스터가 등장해 죽을 뻔한 위기를 겪었다.

투황이 느낌이 이상하다고 제지한 일을 실행하면?

저주에 걸리거나 함정에 빠지는 등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놈들을 죽이면 뭔가 문제가 생긴다는 건데. 혹시 저주? 그게 아니면 자동으로 발동하는 추적 스킬?’

아마 그럴 확률이 높았다.

휘익!

강현수가 검을 휘둘렀다.

“히이익!”

목표가 된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가 기겁하며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강현수의 검이 노린 목표는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의 목숨이 아니었다.

서걱!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 하나가 입고 있던 옷이 갈가리 찢겨 나갔다.

‘역시.’

강현수의 눈에 왼쪽 허벅지에 새겨진 문신이 들어왔다.

익숙한 형태의 문신이었다.

‘복수의 문양.’

플레이어가 플레이어를 죽이면?

승자가 패자의 잔존 마력을 흡수한다.

복수의 문양은 그 과정을 이용한다.

자신을 죽인 대상이 잔존 마력을 흡수할 때 복수의 문양이 함께 흡수되어 마력으로 이루어진 표식을 남기는 것이다.

휘익! 휘익!

강현수가 검을 휘둘러 다른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의 몸을 확인했다.

위치는 조금씩 달랐지만.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몸 어딘가에 복수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이래서 투황이 느낌이 좋지 않다고 한 거네.’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의 몸에 새겨진 복수의 문양은 기껏해야 E랭크나 D랭크 정도로 그 수준이 낮았다.

랭크가 낮으면?

마력으로 이루어진 표식의 유지 시간이 상당히 짧다.

고작해야 2~3시간 정도?

‘하지만 복수의 문양은 계속해서 중첩되지.’

아무리 수준이 낮다고 해도 여러 개가 중첩되면 그 위력이 상당히 강해진다.

‘내가 죽인 자가 셋. 송하나와 투황이 죽인 자가 각각 하나. 만약 내가 남은 다섯을 다 죽였다면?’

복수의 문양이 최소 반나절, 길면 하루 정도 유지되었을 것이다.

‘지금도 위험해.’

셋을 죽였다.

그럼 복수의 문양이 최소 6시간에서 최대 9시간 동안 유지된다는 뜻이다.

“덕분에 살았다.”

강현수가 투황을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정말 투황 덕에 살았다.

투황이 느낌이 이상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저들에게 복수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고 루자베누로 복귀했을 터.

‘루자베누에 들어가는 순간 중화길드의 척살 대상이 되었겠지.’

정말 큰일 날 뻔했다.

“내 덕분에 살았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게. 저 문신이 뭔데?”

투황과 송하나가 궁금증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저건…….”

강현수가 간단하게 복수의 문양에 대해 설명해 줬다.

“저런 게 있을 줄은 몰랐네.”

“그러게 말이야.”

강현수의 설명을 들은 투황과 송하나는 적잖이 놀랐다.

그리고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투황과 송하나 모두 플레이어들과 충돌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걱정할 필요는 없어. 문양을 새길 수 있는 문양사는 상당히 드무니까.”

문양사 같은 비전투 직종 플레이어는 그 수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그중에서도 전투에 관련된 문양이 아니라 복수의 문양같이 추적형 문양을 새길 수 있는 이의 수는 훨씬 더 적었다.

‘회귀 전에 어떻게 그렇게 길드원을 죽인 범인을 잘 찾아내나 했더니.’

이런 무식한 방법을 쓰고 있을 줄이야.

‘이게 돈이 얼만데.’

문양을 새기는 데는 마석이 소모된다.

전투에 도움이 되는 문양도 아니고 죽은 후에 범인을 찾는 복수의 문양을 전 길드원들의 몸에 새겨 놓다니!

돈지랄도 저런 돈지랄이 없었다.

은혜는 두 배로 갚고 원한은 열 배로 갚는다는 신조를 가지고 있는 중화길드니 저런 무식한 짓을 한 것이리라.

‘길드원들도 모르고 있었던 것 같고.’

아마 간부들끼리만 공유하는 정보였으리라.

일반 길드원이 알아봐야 길드원이 아닌 이들에게 정보가 퍼져 나갈 확률만 올라가니까 말이다.

‘복수의 문양은 새겨져 있다는 것만 알면 해결책이 쉽게 나오지.’

휘익!

강현수가 검을 휘둘렀다.

퍼억! 퍼억!

강현수가 검의 옆면으로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당연히 마력은 듬뿍 담았다.

털썩! 털썩!

중화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힘없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죽이면 안 된다며?”

투황과 송하나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네가 알려 준 해결책을 쓰려고.”

강현수가 투황을 바라보며 말했다.

“뭐? 내가?”

투황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 네가 혀를 뽑고 사지를 잘라 버리자고 했잖아.”

투황이 말했던 방법.

그게 바로 복수의 문양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물론 강현수는 정말 혀를 뽑고 사지를 잘라 버리지는 않았다.

그냥 마력이 듬뿍 담긴 검을 몽둥이처럼 휘둘러 뇌에 강한 충격을 줘서 일시적인 뇌진탕 상태로 만들었을 뿐이다.

“잠깐 자리 좀 피하자.”

강현수의 말에 송하나와 투황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어딜?”

“저놈들 놓고 가도 되는 거야?”

“그냥 내버려 두면 몬스터가 알아서 처리해 줄 거야. 우리는 이놈들이 있는 곳으로 접근하는 다른 플레이어가 있는지만 확인하면 돼.”

“아!”

“그러네. 우리가 직접 죽이지만 않으면 되는구나.”

투황과 송하나는 그제야 강현수가 생각해 낸 해결책을 깨달을 수 있었다.

차도살인.

몬스터의 손을 빌려 중화길드 플레이어들을 제거하면?

복수의 문양으로 인한 보복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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