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피릭 오러
실력은 확실했다.
검존의 전투력은 검신에 비하면 손색이 있었지만.
검황과 검성에게는 전혀 밀리지 않았다.
하나 순수한 검술 실력만을 평가하자면.
‘아틀란티스 검사들 중에 10위권은커녕 100위권에도 간신히 턱걸이할 만한 양반이지.’
검존은 명성에 비해 상당히 낮은 검술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존은 아틀란티스 차원을 대표하는 4인의 검사 중 1인이었다.
또한 일대다의 전투에서는 검황과 검성을 능가하는 절대 강자의 풍모를 자랑했다.
검신 이광호조차도 일대다의 전투에서는 검존을 능가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고유 스킬 뱀피릭 오러 덕분이지.’
뱀피릭 오러는 검존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 스킬이다.
스킬의 대표 옵션 효과는.
‘발동 시 접촉한 대상의 마력을 흡수해 사용자의 마력을 회복시킨다.’
상당히 심플했다.
하나 그 심플한 옵션 효과에 담긴 뜻은 어마어마했다.
뱀피릭 오러는 다른 종류의 오러를 포함해 마법계 스킬이나 저주계 스킬, 방어계 스킬 등등.
마력으로 이루어진 모든 스킬들을 흡수했다.
쉽게 말해 검존과 싸우는 이들은 지속적으로 마력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정말 대단했지.’
검존은 마왕군과의 전면전 당시.
자신에게 날아오는 수많은 공격 스킬들을 뱀피릭 오러가 담긴 검을 한 번 휘두르는 것으로 사라지게 만들었다.
공격 스킬을 구성하고 있는 마력을 모조리 흡수해 버린 것이다.
‘검존이 아니라 검신의 칭호를 받아도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었지.’
아마 검신 이광호의 존재만 아니었다면?
검존이 검신이라는 칭호를 받았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위용을 보여 주던 검존이었지만.
의외로 마왕을 상대할 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뱀피릭 오러를 빼면 별 볼 일 없는 인물이기도 했고.’
검술 실력, 전투 센스, 스킬 응용력 등등.
뱀피릭 오러를 빼면 검존의 실력은 아무리 높게 쳐줘도 하위 랭커 수준에 간신히 턱걸이할 정도였다.
사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플레이어로 각성하는 순간부터 뱀피릭 오러라는 절대 보검을 손에 쥐고 있었다.
굳이 검술 실력을 갈고닦지 않아도.
전투 센스와 스킬 응용력을 키우지 않아도.
검존은 절대적인 강자였다.
‘사실 그런 환경에서 그 정도 검술 실력을 갖춘 것도 대단한 일이지.’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했다는 증거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았지.’
검신, 검황, 검성이 뱀피릭 오러를 가지고 있었다면?
하다못해 한 끗발 떨어지는 검왕, 검귀, 검마 같은 이들이 뱀피릭 오러의 주인이었다면?
‘검존보다 월등히 강한 모습을 보여 줬겠지.’
검황이나 검성은 뱀피릭 오러가 없음에도 검존과 대등한 전투력을 보였다.
마력을 빼앗아 가는 오러와 끊임없이 부딪치면서도 검술 실력과 전투 센스 그리고 적절한 스킬 사용으로 동수를 이룬 것이다.
‘사실 동수라고 하기에도 민망하기는 하지.’
검황이나 검성의 맹공을 검존이 간신히 버텨 낸다는 게 옳은 표현이리라.
버티고 버티다 보면?
지속적으로 마력을 강탈당한 검황과 검성이 먼저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검신 이광호의 경우는 검존을 손쉽게 꺾었다.
‘그것도 아이템빨이 컸지.’
탐식의 검이라는 사기 아이템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는 강현수의 검이지만.
회귀 전 탐식의 검은 검신 이광호의 것이었으니까.
‘회귀 전에는 검존을 너무 늦게 만났어.’
강현수는 마왕군과의 전면전이 시작된 후에야 겨우 검존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검존이 가진 스킬 뱀피릭 오러를 레플리카로 복사했다.
문제는 뱀피릭 오러를 너무 늦게 얻었다는 점이었다.
기존에 SSS랭크까지 성장시켜 놨던 레플리카 스킬 하나를 포기하면서까지 선택한 뱀피릭 오러.
하나 강현수가 목숨을 잃었을 당시 뱀피릭 오러의 랭크는 고작.
‘A랭크였지.’
뱀피릭 오러가 A랭크가 아닌 EX랭크였다면?
낮은 확률이지만 배신자들의 공격에 죽지 않고 살아남았을 수도 있었다.
‘이번에는 그런 실수를 할 수 없지.’
강현수는 회귀 전 수많은 오러 스킬들을 레플리카로 복사해 사용했다.
그중에는 검신, 검황, 검성의 오러 스킬도 있었다.
강현수가 회귀 전 최종적으로 선택했던 오러 스킬은.
검황의 주력 스킬이었던 스피릿 오러였다.
검신, 검황, 검성 셋의 오러 스킬 중 가장 성능이 좋았기 때문이다.
강현수는 스피릿 오러를 EX랭크까지 성장시켜 사용했다.
스피릿 오러는 최상위 오러 스킬 중 하나.
당연히 상당히 강력한 위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뱀피릭 오러만은 못했지.’
회귀 전에는 너무 늦게 얻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를 거다.’
검존은 중국인이었다.
그리고 현재.
그는 마이트어 왕국의 최남단 루자베누에 머무르고 있었다.
* * *
강현수 일행은 루자베누에 도착한 첫날 숙소를 잡고 푹 쉬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사냥을 나갔다.
캬아아악!
몬스터들이 강현수 일행을 향해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퍼엉!
서걱!
파지직!
강현수 일행은 사방에서 달려드는 몬스터들을 상대로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헉헉헉!”
투황이 거친 숨을 토해 냈다.
“이거 만만치 않네.”
송하나는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부상당한 부위에 포션을 뿌렸다.
‘당연히 만만치가 않지.’
루자베누 지역 몬스터들의 평균 레벨은 무려 500~600.
이제 겨우 400레벨을 찍은 투황과 송하나 입장에서는 버거울 수밖에 없었다.
아니, 버거운 수준을 넘어서 강현수의 도움 없이는 사냥 자체가 불가능했다.
강현수의 소환수가 없었다면?
투황과 송하나는 이 자리에서 뼈를 묻어야 했을 수도 있었다.
“그래도 레벨은 잘 오르잖아.”
“그건 그래.”
“조금 힘들기는 하지만 효율은 정말 최고야.”
강현수의 말에 투황과 송하나가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대답했다.
400레벨을 찍은 이후.
무란 왕국의 소도시 소크에서 마이트어 왕국의 대도시 루자베누까지 이동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몬스터의 습격을 받았다.
그러나 레벨은 단 하나도 오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루자베누에 도착한 이후 투황과 송하나는 하루에 한 번씩 레벨 업을 할 수 있었다.
레벨이 월등히 높은 몬스터를 대량으로 사냥했기에 얻을 수 있는 성과였다.
‘뭐, 얼마 전에 400레벨을 찍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실 400레벨 중반만 되어도 지금과 같은 속도의 레벨 업은 불가능했다.
“이만 돌아가자.”
슬슬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이제는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알았다! 오늘 대련이 기대되는군.”
“아, 숙소에서 편하게 쉴 수 있다니 너무 행복해.”
투황과 송하나 모두 기운이 넘쳐흘렀다.
‘이제 적응이 끝났네.’
사실 강현수 일행은 상당한 강행군을 하고 있었다.
도착한 다음 날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사냥을 나갔으니 말이다.
사냥 자체도 몬스터들의 레벨이 높다 보니 난이도가 상당히 높았다.
투황과 송하나는 체력과 마력이 쥐꼬리만큼 남아 있는 상태에서 몬스터들과 쉼 없이 목숨을 건 혈투를 벌여야 했다.
그럼에도 투황과 송하나는 아무런 불만도 내비치지 않았다.
이 정도 강행군은.
북부에서 벌였던 석 달 동안의 원정과 비교하면 강행군도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내일은 쉴 거야. 자유 시간 줄 거니까 하고 싶은 거 해.”
“그게 정말인가?”
“진짜?”
투황과 송하나가 놀란 토끼 눈이 되어 물었다.
강현수가 휴식을 하루간 선언하는 경우는 정말 정말 드물었다.
소도시 소크에서 강현수를 조르고 졸라 딱 하루 쉰 것.
석 달간의 원정을 마치고 하루 쉰 것.
이 두 번이 현재까지 강현수 파티의 유이한 휴식이었다.
“어, 진짜야.”
“저게 왜 저러지? 혹시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가?”
“그럴지도 몰라. 혹시 내일모레부터 원정 가는 거 아닐까?”
“설마, 원정은 없다고 하지 않았나? 강현수 저놈이 한 입으로 두말하는 소인배일 리가 없다.”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현수가 그런 몰상식한 사람일 리가 없지.”
투황과 송하나가 제법 큰 목소리로 숙덕거렸다.
마치 강현수보고 들으라는 듯이 말이다.
“원정 같은 건 없어. 그냥 쉴 때가 돼서 쉬는 거야. 내일모레부터는 다시 강행군이니까 딴생각하지 말고 푹 쉬어.”
강현수의 확답에 투황과 송하나의 얼굴이 환해졌다.
“정말이지? 나중에 말 바꾸는 거 아니지?”
“현수야, 너 약속했어. 어기면 안 돼.”
“그래.”
어차피 내일은 강현수도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내일 뭐 하고 놀지?”
“난 잠이나 푹 잘 거다!”
“잠만 자기는 좀 아깝지 않냐?”
“뭐, 그렇기는 하지.”
“그럼 내일 나랑…….”
송하나와 투황이 쉴 새 없이 떠들며 내일 놀 계획을 짰다.
두 사람이 그러거나 말거나 강현수의 시선은 한곳을 향해 있었다.
대도시인 루자베누에서도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화려하게 꾸며진 고대 중국풍의 고층 건물.
저곳이 바로 검존이 속해 있는 중화길드의 길드 하우스였다.
‘내일 중화길드가 대규모 원정을 간다고 했지.’
이 정도 대규모 원정에 중화길드의 간부인 검존이 빠질 리가 없었다.
* * *
이른 아침.
송하나와 투황이 빠져나간 숙소에 강현수만 홀로 남아 있었다.
끼이이익!
강현수가 창문을 열었다.
‘잘 보이네.’
강현수 일행이 머무르고 있는 숙소는 중화길드의 길드 하우스 바로 앞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동안은 허탕만 쳤지만, 오늘은 다를 거다.’
그간 강현수는 숙소에 있을 때는 직접 중화길드의 길드 하우스를 살폈다.
사냥을 나가 숙소를 비울 때는 소환수를 남겨 놓고 중대장의 시선 스킬을 사용해 중화길드의 길드 하우스를 주시했다.
검존을 찾기 위해서였다.
하나 허사였다.
돈을 풀고 사람을 써서 검존에 대한 정보를 얻어 볼까도 했지만 포기했다.
‘괜한 주목을 받을 필요는 없지.’
루자베누는 중화길드의 앞마당이나 마찬가지인 곳이다.
강현수가 중화길드의 간부인 검존에 대한 정보를 모은다면?
오히려 역으로 강현수에 대한 정보가 중화길드의 귀에 들어갈 위험이 있었다.
강현수는 느긋하게 기다렸다.
잠시 후.
중화길드의 정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현수가 재빨리 중화길드 정예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있다.’
선두 그룹에 검존이 있었다.
‘촉망받는 인재이긴 한 모양이네.’
검존은 중화길드의 길드장을 비롯한 주요 간부들과 함께 있었다.
회귀 전과 다르게 회귀 후의 검존은 아직 성장 중이었다.
아마 아직 검존라는 칭호를 얻지도 못했을 것이다.
‘기회가 얼마 없어.’
강현수가 검존을 대상으로 레플리카 스킬을 시전했다.
[고유 스킬 레플리카 – B랭크를 사용합니다.]
[스택 하나가 소모됩니다.]
[일도양단 – B랭크의 레플리카를 만듭니다.]
[레플리카 스킬 일도양단 – F랭크가 생성되었습니다.]
[레플리카 스킬은 원본의 100%의 능력치를 갖습니다.]
……후략……
‘이놈은 뭐 이렇게 스킬을 많이 익혔어.’
스택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강현수가 원하는 스킬인 뱀피릭 오러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번에 뱀피릭 오러를 얻지 못하면?
중화길드의 원정이 끝낼 때까지 손가락만 빨면서 기다려야 했다.
그때였다.
[고유 스킬 레플리카 – B랭크를 사용합니다.]
[스택 하나가 소모됩니다.]
[뱀피릭 오러 – A랭크의 레플리카를 만듭니다.]
[레플리카 스킬 뱀피릭 오러 – F랭크가 생성되었습니다.]
[레플리카 스킬은 원본의 100%의 능력치를 갖습니다.]
‘나왔다.’
강현수가 그렇게 원했던 오러 스킬.
뱀피릭 오러를 손에 넣었다.
‘운이 좋았어.’
스택의 절반도 소모하지 않았는데 뱀피릭 오러를 얻었다.
운이 좋은 건 그것만이 아니었다.
‘설마 성화의 신녀도 있을 줄이야.’
강현수가 검존이 아닌 다른 플레이어에게 시선을 돌렸다.
‘성화의 신녀.’
중화길드를 넘어서서 모든 중국인 플레이어들이 보물처럼 떠받들었던 최고 힐러.
지금은 평범한 저레벨 힐러에 불과하지만.
먼 훗날.
성화의 신녀라는 칭호를 얻고 아틀란티스 차원을 통틀어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최고의 힐러가 된다.
‘벌써 소환됐을 줄은 몰랐네.’
성화의 신녀가 두각을 나타내며 이름을 떨친 건 대략 10년쯤 후다.
그렇기에 강현수는 성화의 신녀가 지구에서 아틀란티스 대륙으로 소환되는 게 최소 5년 후라고 생각했다.
한데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