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왕의 목걸이 (2)
‘다 실패했네.’
강현수는 일단 얼음 왕의 목걸이가 탐식의 검이나 수호의 반지처럼 성장할 수 있는지를 실험했다.
하나 결과는 대실패.
‘아이템을 흡수하는 것도 아니고 스킬을 흡수하는 것도 아니야.’
혹시 플레이어의 마력을 먹고 성장하나 하는 생각에 마력을 주입해 보기도 했고, 몬스터의 피나 잔존 마력을 흡수하나 싶어서 사냥을 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단 하나도 성공하지 못했다.
‘마음 편하게 먹자.’
수호의 반지도 성장시킬 방법을 몰라 적잖은 시간 F랭크를 유지했다.
그러나 결국은 성장 방법을 찾았다.
‘얼음 왕의 목걸이를 성장시킬 방법도 언젠가는 찾을 수 있을 거야.’
일단 지금 중요한 건.
바로 사냥이었다.
크아아앙!
좌악!
캬악!
파지지직!
하루 동안의 휴식 덕분일까?
‘아주 펄펄 날아다니네.’
송하나와 투황이 물 만난 물고기처럼 날뛰며 몬스터를 사냥했다.
“둘 다 기운이 넘쳐흐르네.”
“하루를 푹 쉬니까 피로가 싹 풀리더라고.”
“이게 바로 휴식의 힘이다!”
송하나와 투황의 말에 강현수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럼 앞으로는 주기적으로 하루 정도는 휴식할 수 있게 해 줄게.”
“정말?”
“그게 진짜냐?”
“응.”
“와아아!”
“더 열심히 사냥하겠다!”
강현수의 확답에 송하나와 투황이 잔뜩 흥분해 더욱더 몬스터 사냥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이번처럼 대략 1백 일에 하루 정도면 되려나?’
강현수의 속마음을 알았다면.
지금처럼 기뻐하지는 못했으리라.
강현수 일행은 사냥에 전념했다.
그리고 서서히 해가 저물어 가기 시작하자 성안으로 이동했다.
북부의 추위는 밤에 더 매서워진다.
강현수 일행은 체력과 마력 안배를 위해서 낮에 사냥하고 밤에 휴식을 취하는 전략을 취했다.
“오늘은 뭘 먹지? 소고기 스테이크? 꿩 구이? 생선 구이?”
투황이 진지한 표정으로 저녁 식사 메뉴를 고민했다.
‘은근히 식탐이 많아.’
또 저 작은 몸집으로 먹기도 엄청나게 많이 먹었다.
특히 고기를 좋아했다.
‘뭐, 반은 인간이니까.’
또 애초에 토끼라는 동물 자체가 초식이기는 하지만 종종 육식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뭐, 지금 실컷 먹어 두는 게 좋기는 하지. 당분간은 먹고 싶어도 못 먹을 테니까.’
강현수는 슬슬 원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 석 달 동안 송하나와 투황의 레벨이 많이 올랐다.
그 때문에 소도시 소크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과의 레벨 차이가 꽤 많이 벌어졌다.
‘이제 익숙해졌을 테니, 좀 더 깊숙이 들어가야지.’
그래야 슬슬 느려지는 레벨 업 속도를 다시금 늘릴 수 있었다.
유일한 단점은.
맛있는 식사와 따듯한 잠자리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 정도?
‘포션 확보 끝나면 곧바로 원정이다.’
강현수가 그런 생각으로 하던 와중.
[자연의 냉기를 흡수하여 얼음 왕의 목걸이가 E랭크로 성장했습니다.]
갑자기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어라?’
강현수의 눈이 동그래졌다.
‘자연의 냉기를 흡수해서 성장했다고? 얼음 왕의 목걸이를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이 그거였어?’
너무도 허무한 해결 방법이었다.
‘제나가 얼음 여왕으로 위명을 떨친 건 지금으로부터 3년 뒤.’
제나가 언제 얼음 왕의 목걸이를 손에 넣었는지는 강현수도 모른다.
‘최대 3년, 적으면 1년 미만.’
그 시간만 있으면?
‘얼음 왕의 목걸이를 EX랭크로 성장시킬 수 있어.’
냉기와 시간만 있으면 된다.
‘회귀 전에는 거짓말을 했구나.’
힘을 갖추지 못한 자가 보물을 가지면 목숨이 위험하다.
평범한 중저레벨 플레이어였던 제나는 얼음 왕의 목걸이가 EX랭크로 성장할 될 때까지 일부러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며 조용히 숨죽이고 있었던 게 확실했다.
소도시 소크에 장시간 머물렀던 이유 역시 아마도 얼음 왕의 목걸이를 성장시키기 위해서였으리라.
‘3년이나 여기 묶여 있을 수는 없는데.’
강현수에게는 얻어야 할 것들이 많았다.
당연히 소도시 소크에서 3년이나 머무를 여유가 없었다.
‘문제는 자연의 냉기를 흡수한다는 건데.’
마력도 자연의 기운이기는 하다.
그럼 마력으로 만든 냉기도 흡수하지 않을까?
‘한번 실험해 보자.’
소도시 소크로 복귀한 강현수가 곧바로 실험에 들어갔다.
냉기 계열 스킬들을 사용해 얼음 왕의 목걸이를 성장시키려 한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실패네.’
아무리 냉기를 퍼부어도 얼음 왕의 목걸이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강현수는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애초에 성공 확률이 낮을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 방법이 통했다면 제나가 굳이 3년이나 소도시에 불과한 소크에 머무르지 않았겠지.’
마력 자체는 자연의 기운이 맞다.
‘하지만 인위적인 가공이 들어갔지.’
애초에 순수한 자연의 냉기와 어떤 성질로도 변형이 가능한 마력으로 만든 냉기는 같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한다?’
송하나와 투황은 지난 석 달간 광렙을 했다.
그 결과 소도시 소크 주변의 몬스터로는 레벨이 잘 오르지 않아 원정을 준비하고 있다.
문제 아닌 문제가 있다면.
‘두 사람의 성장 속도가 내 예상보다 너무 빨라.’
강현수는 본래 소도시 소크에 1년 정도는 머무를 작정이었다.
그래서 1년 안에 얼음 왕의 목걸이를 찾으려고 했다.
한데 송하나와 투황이 강현수의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원정을 가더라도 소도시 소크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석 달 정도에 불과해.’
그 이상 머무를 수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사냥 효율이 엄청나게 떨어진다.
얼음 왕의 목걸이를 찾지 못했다면?
사냥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소도시 소크에 좀 더 머물렀을 것이다.
그러나 강현수는 이미 얼음 왕의 목걸이를 손에 넣었다.
그것도 예상보다 월등히 빠르게 말이다.
‘얼음 왕의 목걸이를 찾기만 하면 소크에 올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얼음 왕의 목걸이가 완성형이 아니라 성장형이라는 게 강현수의 발목을 잡았다.
‘어떻게 하지?’
강현수는 석 달 후 소크를 떠나야 한다.
하나 얼음 왕의 목걸이는 최소 1년에서 최대 3년 정도는 북부의 냉기를 흡수해야 한다.
‘그 방법이라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강현수의 머릿속에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렇지만 그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한 건지는 확실치 않았다.
‘한번 테스트를 해 보자.’
테스트가 성공한다면?
소크를 떠나더라도 얼음 왕의 목걸이를 안전하게 EX랭크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
* * *
“내일 원정을 갈 거야.”
“원정?”
“어디로?”
강현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송하나와 투황이 궁금증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당연히 더 위쪽이지.”
“위쪽? 거기도 도시가 있어?”
송하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없을걸. 내가 알기로 소크가 최북단에 위치한 유일한 도시야.”
투황이 송하나의 물음에 답했다.
“확실해?”
“어, 확실해.”
송하나와 투황의 시선이 강현수에게 쏠렸다.
“우리의 원정 목적지는 도시가 아니야.”
강현수의 말에 송하나와 투황의 머리 위에 일제히 물음표가 떠올랐다.
“도시가 아니라고?”
“그럼 어딜 가겠다는 거야?”
“그냥 위쪽. 요즘 레벨 업 속도가 떨어졌잖아. 좀 더 위로 올라가야 몬스터 수준도 올라가고 사냥 효율도 올라가지.”
강현수의 대답을 들은 송하나와 투황은 여전히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강현수 일행은 지금도 소도시 소크의 최북단에서 사냥을 하고 있었다.
그런 만큼 더 올라갈 곳이 없었다.
“잠깐 원정?”
송하나의 머릿속에서 불길한 가정 하나가 떠올랐다.
그때 투황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너 설마 야영을 하면서 위로 올라가자는 건 아니지?”
그리고.
투황이 송하나의 머릿속에 있던 불길한 가정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제발.’
‘아니라고 해라.’
송하나와 투황이 간절한 표정으로 강현수를 바라봤다.
하지만.
“맞아.”
강현수의 짧은 한마디가.
송하나와 투황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았다.
* * *
“이건 미친 짓이야. 얼어 죽을 거라고.”
등에 자기 키보다 큰 짐을 지고 있는 투황이 입을 삐죽거리며 불만을 토해 냈다.
“안 죽어.”
그러나 강현수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정말 괜찮을까?”
송하나가 걱정 어린 표정으로 강현수에게 물었다.
“걱정하지 말라니까. 안 죽어.”
강현수의 확답에도 송하나와 투황의 표정은 쉽게 펴지지 않았다.
소도시 소크까지 오는 동안에도 살을 에는 추위 때문에 죽을 고생을 했다.
한데 더 위로 올라가야 하다니?
최북단에 위치한 소도시 소크는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소크 위에 왜 도시가 없겠는가?
도저히 인간이 살아갈 만한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데 그런 곳에서.
앞으로 석 달간 야영을 하며 먹고 자야 하다니?
상상만으로 끔찍했다.
“둘 다 가기로 했잖아. 그러니까 불평은 그만하고 출발하자.”
강현수의 말에 송하나와 투황이 죽을상을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 * *
석 달 후.
거지 몰골을 한 3인이 소도시 소크에 모습을 드러냈다.
“따듯한 물, 따듯한 음식, 따듯한 물, 따뜻한 음식…….”
여자 상거지가 같은 말을 계속 중얼거렸다.
“따듯한 침대에서 3일 동안 잠만 잘 거야. 잠만 잘 거라고.”
토인족 상거지는 잠만 잘 거라는 말을 반복했다.
“어서 여관으로 가자.”
남자 상거지가 여자 상거지와 토인족 상거지를 이끌고 여관으로 향했다.
“휴우!”
따듯한 물에 몸을 담근 강현수가 긴 한숨을 토해 냈다.
‘진짜 얼어 죽을 뻔했네.’
석 달간의 북부 야영.
그건 회귀 전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강현수에게도 무척 힘든 일이었다.
하나.
‘성과가 꽤 좋았어.’
송하나와 투황이 모두 400레벨을 찍었다.
강현수 역시 레플리카 스킬을 B랭크로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제 100%야.’
B랭크로 성장한 레플리카 스킬에는 아무런 페널티도 없었다.
모든 레플리카 스킬이 습득 즉시 원본과 동일한 성능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마력의 심장과 야성의 감각 그리고 야성의 분노 역시 모두 C랭크로 성장했고, 스텟 고정과 수호의 반지 역시 D랭크가 되었다.
얼음 왕의 목걸이 역시 짧은 시간에 D랭크까지 성장했다.
아쉬운 게 있다면.
‘스킬 강화와 일인중대가 제자리걸음이네.’
사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했다.
둘 모두 쿨타임이 무척이나 긴 스킬들이었으니까 말이다.
‘아직 1년도 안 지났어.’
그 짧은 시간 동안 강현수는 회귀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성과를 이뤄 냈다.
하지만.
‘고작 이 정도에서 만족할 수는 없지.’
복수를 위해서도.
마왕군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도.
강현수는 더 강해져야 했다.
* * *
강현수 일행은 소도시 소크를 떠나 무란 왕국의 수도인 굴라로 향했다.
투황의 레벨이 400을 찍었으니 301~400레벨 무투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떠나기 전에 400레벨을 찍어서 다행이네.’
강현수는 석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무조건 소도시 소크를 떠나 무란 왕국의 수도인 굴라로 갈 생각이었다.
1년에 네 번 열리는 301~400레벨 무투 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무투 대회가 끝나면 무란 왕국을 떠난다.’
강현수는 현재 무란 왕국에 왔던 목적을 모두 이뤘다.
유키무라의 고유 스킬 스텟 고정도 얻었고, 투황을 포섭했으며, 얼음 왕의 목걸이도 손에 넣었다.
더 이상 무란 왕국에 머무를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야지.’
투황에게 무투 대회에 참가하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깰 수는 없었다.
‘나도 손해 보고 싶지는 않고.’
투황이 무투 대회에 나가서 우승하면?
강현수도 큰돈을 벌 수가 있다.
‘얼음 왕의 목걸이는 잘 있나?’
강현수가 일인중대로 전직하면서 얻은 스킬 중 하나인 중대장의 시선을 사용했다.
그러자 최북단 눈덩이 속에 파묻혀 있는 소환수들과 시야를 공유할 수 있었다.
‘잘 있네.’
강현수가 한 소환수의 손에 들려 있는 얼음 왕의 목걸이를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