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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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시 소크 (2)

“으으으.”

“춥다. 얼어 죽을 것 같아.”

송하나와 투황이 덜덜 떨며 눈길을 헤치고 걸음을 옮겼다.

대도시 모크스에서 방한용품을 챙기기는 했지만.

극한의 추위를 막아 내기는 쉽지 않았다.

“마력 운용 연습을 한다고 생각해. 마력을 옅게 전신으로 퍼트려. 그럼 추위를 견딜 수 있을 거야.”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잖아!”

강현수의 말에 투황이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현수야, 계속 시도하고 있는데 쉽지가 않아. 너무 어려워.”

송하나도 볼멘소리를 했다.

“쉽지 않아도 해야 해. 그래야 견딜 수 있어.”

강현수가 송하나와 투황에게 알려 준 추위를 버틸 수 있는 방법은 간단했다.

마력을 전신에 옅게 퍼트리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마력을 전신에 퍼트리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그저 강하게 마력을 뿜어내는 거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당연히 그렇게 해도 추위를 견딜 수 있다.

문제가 있다면.

그렇게 하면 마력이 금방 바닥을 드러내고 만다는 점이다.

마력의 심장을 가지고 있는 송하나도 아직 스킬 랭크가 낮아 무한대로 마력을 뿜어낼 수는 없다.

거기다.

크아아아앙!

중간중간 눈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몬스터들이 습격을 가해 왔다.

서걱!

퍼억!

퍼엉!

강현수, 송하나, 투황이 짧은 전투를 치렀다.

“가자.”

몬스터를 사냥한 세 사람이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계속되는 몬스터의 습격.

이런 상태에서 무방비하게 마력을 낭비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마력을 너무 적게 퍼트리면?

“으! 귀랑 발이 너무 시려!”

투황의 경우처럼 마력이 적은 부위는 극심한 추위를 그대로 느꼈다.

“마력 아까워!”

거기다 귀한 마력을 극소량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런 이득도 없이 소모하게 된다.

투황은 섬세한 마력 조절에 미숙했다.

그렇기에 몸과 팔은 마력을 적당히 퍼트렸으면서도.

발과 귀에 마력을 퍼트리는 일에 계속 실패했다.

섬세한 마력 조절에 서투른 건 송하나도 마찬가지였다.

‘왜 자꾸 실패하는 거야?’

마력의 흐름을 균일하게 유지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 덕에 송하나는 아까운 마력을 잔뜩 낭비하고도 덜덜 떨며 추위를 느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마력 회복력이 좋아서 그나마 살았네.’

송하나는 마력의 심장 덕분에 투황에 비해서는 월등히 빠른 마력 회복력을 갖췄다.

그 덕분에 투황보다는 덜 춥게 이동할 수 있었다.

‘이게 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거다.’

강현수는 덜덜 떨며 고생하는 송하나와 투황을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마력은 플레이어의 근본이다.

동일한 마력을 사용해도 운용 능력에 따라 그 효과는 천차만별이다.

마력을 자신의 의지대로 다루지 못하는 플레이어는 절대 랭커가 될 수 없다.

‘두 사람 다 재능이 뛰어나.’

겨우 말로 한 번 설명했을 뿐이다.

한데 반쪽짜리이기는 하지만 어찌 되었든 성공했다.

지금 현재도 실시간으로 마력 운용 능력이 높아지고 있다.

평범한 플레이어였다면?

‘저 정도 수준에 오르기까지 반년은 족히 걸렸을 거야.’

송하나와 투황은 남들이 반년 동안 죽어라 노력해야 오르는 경지를 반나절 만이 터득한 것이다.

‘좀 더 빡세게 굴려도 괜찮겠어.’

추위를 견디기 위해 최선을 다해 마력을 운용하고 있는 송하나와 투황.

그 두 사람이 이런 강현수의 생각을 알았다면?

살기 위해 줄행랑을 쳤을 것이다.

하나 안타깝게 송하나와 투황에게 강현수의 속마음을 읽는 능력 따위는 없었다.

* * *

눈보라를 헤치고 가는 강현수 일행의 눈에 커다란 성벽이 보였다.

소도시 소크였다.

“다 왔네.”

강현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와! 드디어 도착했어!”

“이제 살았다!”

송하나와 투황이 서로 얼싸안으며 환희에 가득 찬 외침을 토해 냈다.

“어?”

“음?”

그러다 어색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다 재빨리 떨어졌다.

“당장 따듯한 물로 목욕하고 싶어!”

“난 푹신한 침대에서 아무 생각 없이 푹 자고 싶다!”

송하나와 투황이 방금 전 벌어진 참사(?)를 모르는 척하고 요구 사항을 토해 냈다.

강현수, 송하나, 투황은 며칠간의 노숙으로 인해 상거지 꼴을 하고 있었다.

그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제대로 씻지도 못했다.

어디 그뿐인가?

불침번과 수시로 이루어지는 몬스터의 야간 습격 탓에 마음 편히 잠도 잘 수도 없었다.

송하나와 투황에게는 휴식이 간절했다.

“오늘 하루는 푹 쉬자.”

“나도 찬성! 당장 여관으로 가자!”

송하나와 투황이 간절함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강현수를 바라봤다.

“나도 그럴 생각이었어.”

그간의 강행군에 강현수도 적잖이 피로가 쌓였다.

또 아무리 튼튼한 밧줄이라도 팽팽하게 당기기만 하면 결국 끊어지고 만다.

‘적당히 풀어 줘야 탄성이 유지되지.’

그런 이유로 애초에 소도시 소크에 도착하면 송하나와 투황이 요구하지 않더라도 푹 쉴 생각이었다.

“와아아!”

“살았다!”

“짐만 풀고 곧바로 사냥하러 가지고 할까 봐 겁났는데.”

“그러게 말이다. 나도 그게 무서웠다.”

송하나와 투황이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눴다.

‘역시 함께 굴려야 친해지는구나.’

함께 고생하고 구른 사이일수록 정이 돈독해지는 법이다.

‘내일부터 더 빡세게 굴려 주마.’

강현수의 이런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서 가자. 더 있다가는 얼어 죽겠어.”

“송하나 말이 맞다. 어서 가자.”

송하나와 투황이 어서 소도시 소크로 들어가자고 재촉했다.

“그래, 가자.”

강현수 일행은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친 후 소도시 소크로 입성했다.

그 후 상급 여관으로 들어가 따듯한 물로 씻고, 따듯한 음식을 먹고, 따듯한 침대로 다이빙해 곧바로 곯아떨어졌다.

다음 날 아침.

강현수 일행이 아침 식사를 했다.

“맛있어!”

“오랜만에 따듯하고 푹신한 침대에서 자니까 좋았다!”

송하나가 투황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재잘거리며 아침 식사를 즐겼다.

“덕분에 피로는 싹 풀렸지.”

강현수가 웃으며 말하자, 송하나와 투황의 얼굴에 피어 있던 미소가 말끔하게 사라졌다.

“싹 풀리지는 않았는데.”

송하나가 소심한 변명을 했고.

“하나 말이 맞다! 하루 가지고 되겠느냐? 적어도 오늘까지는 쉬어야 피로가 싹 풀릴 것 같다!”

투황은 하루 더 쉬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너네 체력 스텟이 얼만데 피로가 안 풀려? 하룻밤 쉬었으면 충분해. 아침 먹고 바로 밖으로 나간다.”

당연히 묵살당했다.

아침 식사 후.

송하나와 투황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심정으로 소도시 소크의 성문을 넘었다.

* * *

크아아아앙!

거대한 아이스 트롤 한 마리가 성난 포효와 함께 강현수에게 날카로운 발톱을 휘둘렀다.

서걱!

강현수의 검이 아이스 트롤의 오른팔을 말끔하게 베어 냈다.

퍼엉!

그 순간 송하나가 날린 공격 스킬이 트롤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그러나 쉴 틈이 없었다.

아이스 트롤이 한두 마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족히 열 마리가 넘는 아이스 트롤 무리가 강현수 일행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강현수 일행은 잠시 쉴 틈도 없이 검을 휘두르고 공격 스킬을 난사하며 전투를 이어 나갔다.

전투가 끝난 후.

“헉헉!”

송하나는 거친 숨을 토해 냈고.

“체력이랑 마력 소모가 너무 빨라!”

투황은 투덜거렸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지.’

현재 강현수 일행이 사냥하는 지역은 머리카락과 눈썹에 서리가 끼고 피부가 얼어붙을 정도의 강추위를 가지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그대로 얼어 죽는다.

얼어 죽지 않으려면?

‘잠시도 쉬지 않고 마력을 순환시켜야지.’

그게 제대로 되지 않으면 마력도 낭비되고 체력도 소모된다.

생존하는 것만으로도 마력과 체력을 소비하는 강추위 속에서 몬스터를 사냥하니.

당연히 빨리 지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크르르르!

또다시 몬스터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잠시도 쉴 틈이 없네.”

“여기는 몬스터가 뭐가 이렇게 많아!”

송하나와 투황이 울상을 지으며 몬스터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지.’

강한 추위 때문에 북부의 사냥 환경은 최악이다.

사냥 환경이 좋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플레이어들에게 외면받았다.

가끔 강현수 일행처럼 광렙을 위해 북부로 오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일주일도 채 못 버티고 떠나 버리지.’

사냥하는 플레이어가 없으니 몬스터 개체 수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버티기만 하면 그만이야.’

혹독한 추위, 빠르게 소모되는 체력과 마력, 쉴 틈을 주지 않고 덤벼드는 몬스터.

상당히 가혹하기는 하지만.

잘 버텨 내기만 하면?

단기간에 빠르게 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거기다 찾아야 할 것도 있고.’

회귀 전 행운의 대명사로 모든 플레이어들의 부러움을 사던 인물이 있었다.

플레이어 제나.

그녀는 흔하디흔한 중저레벨 플레이어였다.

하나 운 좋게 얻은 아이템 하나로.

‘무려 왕의 칭호를 받았지.’

왕의 칭호를 받은 이는 최상위 랭커들 중에서도 극소수에 불과했다.

랭커들의 랭커로 불리는 존재가 바로 왕의 칭호를 받은 이들이다.

애초에 왕과 황제가 존재하는 세상에서.

평민에 불과한 일개 플레이어가 왕이나 황으로 불린다는 건 웬만한 실력을 가지고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한데 그녀는 운 좋게 얻은 아이템 하나로 평범한 중저레벨 플레이어서 단숨에 랭커들의 랭커인 왕의 칭호를 받았다.

‘얼음 왕의 목걸이.’

평범한 중저레벨 플레이어를 단숨에 최상위 랭커로 만들어 준 아이템.

단일 공격 스킬인 얼음 화살, 광역 공격 스킬인 얼음 폭풍, 단일 방어 스킬인 얼음 방패, 광역 방어 스킬인 얼음 성.

이 네 가지 스킬이 저장되어 있는 EX랭크 아이템.

‘수호의 반지나 탐식의 검과는 달라.’

수호의 반지와 탐식의 검이 서서히 성장시켜 나가는 성장형이라면?

‘얼음 왕의 목걸이는 완성형이야.’

처음 발견한 순간부터 EX랭크였던 아이템.

‘즉시 전력감이 될 수 있어.’

제나는 얼음 왕의 목걸이에 저장되어 있는 네 개의 스킬 덕분에 얼음 여왕이라는 칭호를 손에 넣었다.

물론 본인이 가지고 있던 전투 센스와 재능은 평범 그 자체였기에.

마왕군과의 전면전이 벌어지자 왕의 칭호를 가진 것에 비해 너무도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다.

얼음 왕의 목걸이라는 보물 덕에 얻은 힘을 자신의 힘이라고 착각한 대가였다.

‘그 탓에 마왕군의 손에 얼음 왕의 목걸이가 들어가서 무척 골치 아팠지.’

강현수가 얼음 왕의 목걸이를 선점하면?

제나의 목숨도 구하고 얼음 왕의 목걸이가 마왕군의 손에 들어가는 것도 막을 수 있다.

‘회귀 전에는 이 네 가지 스킬을 얻고 싶어도 얻을 수가 없었지.’

레플리카는 플레이어의 스킬을 대상으로만 발동이 가능했다.

그런 단점이 있었기에 아이템에 내장된 스킬이나 몬스터의 스킬은 복사할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달라.’

수호의 반지, 탐식의 검, 얼음 왕의 목걸이.

이 셋을 모두 손에 넣는다.

회귀 전 신, 황, 왕의 칭호를 받았던 이들의 상징과도 같은 아이템을 모두 독점한다.

‘그래야만 그놈들을 막을 수 있어.’

또 자연스럽게 배신자들에 대한 복수도 달성할 수 있었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거지.’

소도시 소크에서 습득했다는 사실만 알 뿐.

몬스터를 사냥하다가 나온 아이템인지, 던전을 클리어하고 보상으로 얻은 아이템인지, 눈 속에 파묻혀 있는 아이템을 주운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얼음 여왕은 입이 무거웠으니까.’

수호신 이철민과 검신 이광호가 수호의 반지와 탐식의 검을 얻은 과정을 자랑하듯 떠들고 다녔던 것에 비해.

얼음 여왕 제나는 소도시 소크에서 활동하다 중 얻었다는 짧은 언급만 있었을 뿐이다.

‘계속 사냥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나오겠지.’

그런 이유로.

강현수는 계속 이동하며 사냥터를 바꿔 볼 생각이었다.

* * *

사냥, 수련, 휴식.

강현수 일행은 이 세 가지를 무려 석 달 넘게 무한 반복했다.

“오늘 하루만 쉬면 안 될까?”

“그래, 쉬어야 한다. 이 스케줄을 계속하다가는 분명히 죽고 말 거다.”

송하나와 투황이 다 죽어 가는 표정으로 말했지만.

“그 정도로는 안 죽어. 짧기는 하지만 휴식 시간은 충분히 주고 있어. 거기다 레벨과 스킬 랭크도 팍팍 오르고 있잖아. 마력 운용도 능숙해졌고.”

강현수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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