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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레벨 플레이어-26화 (26/365)

투황

‘일단 돌아가자.’

오늘 홀로 밖에 나온 목적은 모두 이룬 거나 마찬가지였다.

강현수가 문을 열고 숙소 내부로 들어갔다.

“오셨어요?”

개운한 표정으로 거실 소파에 누워 있던 송하나가 벌떡 일어났다.

“같이 나갔어야 했는데 죄송해요.”

“아닙니다.”

오히려 혼자 나갈 수 있어서 좋았다.

“배고프시죠? 저녁 먹으러 가죠.”

“좋아요.”

강현수와 송하나는 여관 1층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종류도 많네.’

중급 여관과 다르게 판매하는 음식의 종류가 다양했다.

‘맛도 꽤 괜찮았지.’

강현수가 회귀 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음식을 주문했다.

잠시 후 음식이 나왔고.

“맛있어요!”

송하나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강현수가 회귀 전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음식들을 주문했으니 맛이 없을 리가 없었다.

강현수와 송하나는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저녁 식사를 이어 갔다.

그때.

“저기, 이제 말이랑 호칭 정도는 편하게 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송하나가 조심스럽게 강현수에게 물었다.

“말이랑 호칭이요?”

“네, 서로 존대를 쓰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좀 거리감이 느껴져서요.”

“그럼 하나 누나라고 불러 드릴까요?”

“풉!”

강현수의 말에 송하나의 입에 있던 음식물들이 접시로 비상했다.

“죄송해요. 아, 누나라고 불러 달라는 게 아니고 서로 편하게 이름 부르면서 말도 편하게 하자고요. 친구처럼요.”

“아.”

송하나의 말이 무슨 뜻인지 강현수도 납득했다.

‘하긴 한국인들한테는 그게 더 익숙하겠지.’

아직 지구 물이 덜 빠진 송하나의 입장에서 계속 누구 씨 누구 씨 하는 건 거리감이 느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강현수와 엄청나게 가깝고 친해졌다고 생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좋아요.”

“친구처럼 말도 편하게 해 달라니까요.”

송하나의 말에 강현수가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알았어. 그러니까 너도 말 편하게 해.”

“응, 그렇게 할게.”

강현수와 송하나는 미소를 지은 뒤 편하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저녁 식사를 마쳤다.

* * *

테라 왕국에서 무란 왕국으로 이동했지만 강현수와 송하나의 일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매일 아침 일찍 사냥터로 향한다.

그 후 몬스터를 사냥하며 레벨을 올린다.

날이 저물면?

숙소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평범하다면 평범한 일상의 반복이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C랭크가 마의 구간으로 불리기는 하지만 정말 더럽게 안 오르네.’

C랭크에 도달한 레플리카와 스킬 강화 이 두 가지가 성장할 생각을 안 한다는 점이었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기는 한데.’

사실 강현수의 성장은 비정상적으로 빨랐다.

성장이 빠른 송하나 역시 주력 스킬이자 처음부터 C랭크였던 마력의 심장 하나만 마의 구간을 깨고 B랭크에 도달했을 뿐이다.

다른 스킬들은 C랭크는커녕 D랭크나 E랭크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래도 그간 쏟아부은 경험치가 얼만데.’

아쉬움이 들 수밖에 없었다.

레플리카 스킬이 B랭크가 되면?

‘모든 레플리카 스킬의 효율이 70%에서 100%로 향상된다.’

레플레카 스킬이 아무런 페널티 없이 본래 스킬의 위력을 고스란히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너무 조바심 내지는 말자.’

강현수가 애써 아쉬움을 억눌렀다.

‘회귀 전에 비하면 엄청난 성장 속도야.’

회귀 전 강현수가 보유한 레플리카는 지금쯤 고작 E랭크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걸 생각하면 C랭크에 도달해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거였다.

‘초반에 얻어야 할 건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다 얻었어.’

일인중대, 스킬 강화, 스텟 고정, 탐식의 검, 수호의 반지, 수많은 업적.

거기다 보너스로 마력의 심장과 대량의 골드까지.

강현수는 자신의 계획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

‘오늘이었지?’

강현수가 베팅한 201~300레벨 무투 대회의 결승전.

투황은 당연하다는 듯 무패로 결승에 진출했다.

‘직관해야겠다.’

오늘 같은 날은 직접 가서 경기를 구경해야 했다.

‘겸사겸사 투황에게 빼먹을 스킬이 있는지도 한번 살펴봐야지.’

투황은 다른 플레이어들과 달리 대표 스킬이나 아이템이라고 할 만한 게 딱히 없었다.

‘대신 압도적인 신체 능력과 전투 센스를 가졌지.’

혹시 투황의 압도적인 신체 능력과 전투 센스가 스킬을 통해 얻은 거라면?

투황의 신체 능력과 전투 센스를 강현수가 얻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어디 가?”

송하나가 외출을 준비하는 강현수를 보며 물었다.

“무투 대회 결승전이 열린다고 해서 한번 가 보려고.”

“그래? 재미있겠다. 나도 같이 가서 구경해도 괜찮아?”

“얼마든지.”

강현수의 허락에 송하나가 잔뜩 신이 난 표정으로 외출을 준비했다.

‘여기에는 딱히 오락거리라고 할 만한 게 없으니까.’

즐길 거리가 넘쳐 나는 지구와는 사정이 달랐다.

사이 좋게 숙소를 빠져나온 강현수와 송하나가 무투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투황 덕을 톡톡히 보겠네.’

투황이 우승하면?

강현수에게는 총 1백만 골드가 넘는 자금이 생긴다.

무투장 수수료가 20%로 꽤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최소 80만 골드는 손에 넣을 수 있다.

‘절반 정도만 사용해도 B랭크 스킬북과 아이템을 충분히 구입할 수 있어.’

스킬북은 방어 계열로 구입해 수호의 반지를 성장시키고 아이템은 탐식의 검에게 먹잇감으로 던져 줄 생각이었다.

‘돈으로 성장시킬 수 있어서 좋네.’

경험치를 잔뜩 먹어 치우고 랭크 성장은 더딘 레플리카에 비하면…….

‘천사지, 천사야.’

돈만 퍼부으면 빠르게 성장하는 수호의 반지와 탐식의 검이 강현수의 눈에는 천사처럼 보였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 미래를 알고 있기에 빠르게 돈을 불릴 수 있는 강현수만이 가능한 방법이었다.

범죄자들을 소탕하며 운 좋게 시드 머니도 두둑하게 마련했고 말이다.

‘대회 규모가 아쉽네.’

사실 마음 같아서는 스킬북과 아이템 구입을 뒤로 미루고 80만 골드를 다음 무투 대회 베팅에 투자하고 싶지만.

저레벨 무투 대회이기에 베팅 규모 자체가 너무 작았다.

‘40만 골드도 너무 많아.’

강현수가 80만 골드를 투입하면?

투황에게 뭔가 있다고 생각한 다른 이들이 베팅에 동참할 수도 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이런.’

무투장에 도착한 강현수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좀 심하네.’

베팅 후 아홉 배 정도였던 배율이.

일곱 배로 줄어들어 있었다.

‘이러면 백만 골드가 아니라 80만 골드가 들어오게 되잖아.’

무투장 수수료 20%까지 생각하면 고작 63만 골드 정도밖에 손에 넣을 수가 없다.

‘뭐, 어쩔 수 없지.’

어쨌든 원금이 다섯 배 정도로 불어나는 일이었다.

‘201~300레벨 대회와 301~400레벨 대회의 베팅 규모는 고작해야 두 배 정도야.’

12만 골드를 투입해 이 난리가 났는데 40만 골드를 투입하면?

‘베팅 금액을 더 줄어야겠어.’

40만 골드가 아니라 30만 골드를 투자하는 게 더 효율이 좋을 것 같았다.

“여기가 무투장이야?”

“어.”

“얼른 들어가자.”

잔뜩 신이 난 송하나가 강현수의 손을 잡아끌었다.

강현수와 송하나는 좌석표를 끊고 자리를 잡았다.

“저 사람이 결승 진출자야?”

송하나가 놀란 표정으로 투황을 가리키며 물었다.

“맞아.”

“이런 데 나오기에는 너무 어린 것 같은데.”

“종족이 다르니까. 어려 보여도 우리보다 나이가 많을 수도 있어.”

수인족의 평균 수명은 150살.

지구인이나 아틀란티스 차원의 인간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수명이 길다.

투황의 올해 나이는 34살.

실제로 강현수나 송하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았다.

그저 투황이 동안이고 체격도 상당히 왜소한 편이라 더 어려 보일 뿐.

‘체격이 왜소한 건 토끼 수인들의 특징이지.’

토끼 수인들은 성장을 끝마쳐도 키가 140센티미터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작았다.

투황의 키는 토끼 수인들 중에서도 작은 편으로, 고작 130센티미터에 불과했다.

그에 반해 상대는.

“신체 조건 차이가 너무 큰데.”

송하나가 걱정스러워할 만큼 거대했다.

‘곰 수인.’

타고난 신체 조건 자체가 최상위에 속하는 최강의 수인족 중 하나.

곰 수인의 키는 무려 2미터가 넘었다.

키 차이가 70센티 이상 나는 상대.

‘눈에 보이는 차이가 너무 컸지.’

겉으로 보이는 신체 조건의 차이.

토인족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

이 두 가지 차이 때문에 투황은 꽤 오랜 시간 진흙 속에 파묻힌 진주로 살아가야 했다.

‘하지만.’

삐익!

경기가 시작된 순간.

타악!

모두의 예상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펼쳐졌다.

퍼버버벅!

투황이 번개 같은 속도로 움직이며 곰 수인을 난타했다.

“커억! 크윽!”

곰 수인은 제대로 된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정신없이 두들겨 맞기에 바빴다.

크어어어엉!

곰 수인이 참지 못하고 고유 스킬인 야수화 스킬을 사용했다.

덩치가 2미터를 넘겨 3미터에 가까울 정도로 거대해졌고 형태도 인간보다는 야수에 가까운 형태로 변했지만.

퍼억! 퍼억!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아예 상대가 안 되네.’

두 배 가까이 나는 키 차이가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일단 스킬이나 뽑아 보자.’

강현수는 경기를 지켜보며 투황을 대상으로 레플리카 스킬을 연속으로 시전했다.

[고유 스킬 레플리카 – C랭크를 사용합니다.]

[스택 하나가 소모됩니다.]

[강철 피부 – D랭크의 레플리카를 만듭니다.]

[레플리카 스킬 강철 피부 – F랭크가 생성되었습니다.]

[레플리카 스킬은 원본의 70%의 능력치를 갖습니다.]

……후략……

계속해서 스킬을 시전했지만.

‘특별한 게 없네.’

대부분이 흔하디흔한 스킬들이었다.

‘그런데 보유한 스킬이 정말 엄청나게 많네. 스킬을 이렇게 많이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나?’

스킬이 많아지면 랭크를 올리기가 더 힘들어지니 강현수로서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고유 스킬 레플리카 – C랭크를 사용합니다.]

[스택 하나가 소모됩니다.]

[야성의 감각 - B랭크의 레플리카를 만듭니다.]

[레플리카 야성의 감각 – F랭크가 생성되었습니다.]

[레플리카 스킬은 원본의 70%의 능력치를 같습니다.]

……후략……

‘뭐지?’

난생처음 들어 보는 스킬이 레플리카로 만들어졌다.

‘야성의 감각?’

강현수는 재빨리 스킬 정보를 확인했다.

[야성의 감각 – F랭크]

-패시브 스킬

-레플리카 스킬입니다.

-야성의 감각을 가지게 해 줍니다.

‘이거였구나.’

투황 특유의 전투 센스가 어디서 발휘되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역시 특별한 스킬을 보유하고 있었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저레벨 시절부터 무쌍의 무위를 보여 준 투황이 별 볼 일 없는 스킬만 가지고 있을 리가 없었다.

‘아니, 투황이 특별했기에 야성의 감각이라는 스킬을 가지게 된 건가?’

강현수가 난생처음 본 스킬이라는 말은 대중적인 스킬이 아니라는 뜻이다.

‘아마 고유 스킬이겠지.’

아틀란티스 차원의 원주민들 역시 플레이어로 각성하는 순간 그간 자신의 행적이나 신체적, 정신적 특성에 의해 고유 스킬이 만들어진다.

‘애초에 투황이 천부적인 전투 센스를 가지고 있었겠지.’

그 천부적인 전투 센스가 플레이어로 각성한 순간 야성의 감각이라는 고유 스킬로 화했을 확률이 높았다.

“저 작은 아이가 이겼어!”

강현수가 새롭게 얻은 레플리카 스킬 야성의 감각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결승전이 끝났다.

‘역시 투황이 이겼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다.

‘고맙다, 투황.’

돈도 벌게 해 주고 새로운 스킬까지 선물해 줬으니.

강현수 입장에서는 투황이 이뻐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만 일어나자.”

결승전을 봤고 투황의 주력 스킬도 얻었으니 이제는 돌아가야 할 때였다.

‘내일 사냥이 기대되네.’

야성의 감각이라는 스킬이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 궁금해 몸이 근질근질했다.

‘뭐, 마음 같아서는 투황을 포섭하고 싶기도 한데.’

투황은 길드에 소속되거나 무란 왕국군에 입대하지 않았다.

방금 무투 대회에서 4연속 무패 우승을 했다고는 하지만.

뿌리 깊은 고정관념을 깨고 투황이 주목받는 때는 5연속 무패 우승 후.

그런 만큼 포섭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기는 했지만.

‘될 리가 없지.’

회귀 전.

투황은 그 어떤 길드나 왕국에도 속하지 않고 독자적인 길을 간 독불장군이었다.

‘투황은 온갖 금은보화와 공작의 작위도 걷어찬 인물이야.’

그런 투황이 길드나 왕국도 아니고 단 두 명만 소속된 파티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그래도 한번 찔러봐서 나쁠 건 없겠지?’

강현수가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지고 경기를 끝마친 투황을 향해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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