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텟 고정 스킬
‘아모트 백작 입장에서는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지.’
아모트 백작은 인신매매에 가담한 귀족들과 지오길드가 손을 잡고 눈엣가시인 자신을 제거하려 했다고 생각했다.
‘완전히 개판 났지.’
귀족들 간의 정치 싸움이 벌어졌다.
생포된 지오길드의 하급 길드원들은 도주한 것으로 알려진 지오길드 수뇌부의 위치를 대라며 모진 고문을 받았다.
하지만 지오길드의 수뇌부는 강현수의 손에 전멸한 상태.
지오길드 하급 길드원들로서는 수뇌부의 위치를 알 리가 만무했다.
‘결국 지오길드와 손을 잡았던 귀족들도 등을 돌렸어.’
계획한 적도 없는 아모트 백작 암살 사건의 공범으로 몰리자 꼬리를 자른 것이다.
그 결과.
생포된 지오길드원들은 모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간 저지른 죄의 대가를 제대로 치른 것이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아모트 백작은 자신이 입수한 장부를 바탕으로 그간 억울하게 노예 신세가 된 플레이어들을 찾아내 그 신분을 자유민으로 복구시켰다.
‘인신매매 조직의 뿌리가 뽑혔어.’
오덕구를 제거함으로 인해 인류의 분열과 약화를 막아 냈다.
그 성과를 인정해서일까?
무려 업적을 받았다.
[놀라운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자유의 수호자 A랭크가 주어집니다.]
‘이것도 업적을 줄 줄은 몰랐는데.’
강현수로서는 초보자 사냥터의 수호자 업적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훗날 인류의 화가 될 악인을 제거했을 뿐이다.
한데 그걸로 새로운 업적을 받았다.
‘EX랭크가 아니라 A랭크인 이유는 아틀란티스 차원 전역의 인신매매를 뿌리 뽑지는 못했기 때문이겠지.’
오덕구가 인신매매범 중 가장 큰손이기는 했다.
하나 다른 자잘한 인신매매범들은 지금도 활개를 치고 있었다.
‘기회가 될 때마다 때려잡아야겠어.’
계속 때려잡다 보면 자유의 수호자 칭호의 랭크를 EX로 올릴 수 있을 터였다.
* * *
강현수와 송하나는 국경을 넘어 무사히 무란 왕국에 입국했다.
‘살짝 걱정했는데.’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인장 위조범의 실력은 실로 완벽했다.
강현수와 송하나는 무란 왕국 내부에 존재하는 텔레포트 게이트를 통해 수도 굴라로 이동했다.
‘이제 유키무라만 찾으면 된다.’
어느 길드에 속해 있는지도 알고 있으니 이제 곧 스텟 고정 스킬을 얻을 수 있을 터였다.
“이곳이 지구와 다른 차원이라는 게 더 실감이 나네요.”
무란 왕국의 수도 굴라에 도착한 송하나가 주변을 지나가는 무란 왕국인들을 보며 말했다.
“테라 왕국은 인간들만의 왕국이지만 무란 왕국은 아니거든요.”
무란 왕국은 수인족이 소수의 인간들과 힘을 합쳐 만든 나라다.
대다수의 인구가 수인족이었기에 지구인들의 관점에서 볼 때는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거리를 누비는 인구의 90% 이상이 수인들이니,’
사자 수인, 호랑이 수인, 고양이 수인, 소 수인, 양 수인, 사슴 수인 등등.
지구 출신에 지금까지 테라 왕국에서 살아온 송하나로서는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일단 숙소부터 잡을까요?”
강현수의 말에 송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최상급 여관으로 가야지.’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니 더 이상 중급 여관을 갈 필요가 없었다.
강현수와 송하나는 최상급 여관을 잡았다.
‘시설이 좋네.’
넓고 화려한 거실과 두 개의 방이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샤워 부스와 욕조가 있어요!”
욕실에 들어간 송하나가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외쳤다.
그간 중급 여관에서는 씻기 위해 물을 길어 오거나 점원에게 보수를 주고 부탁을 해야 했다.
하나 최고급 여관은 현대에서나 볼 법한 샤워 부스와 욕조가 있었다.
“수세식 변기까지!”
송하나가 현대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욕실을 보며 입을 쩍 하고 벌렸다.
‘최상급 여관은 지구의 호텔과 비교해도 꿀릴 게 없지.’
역시 돈이 좋기는 좋았다.
“현수 씨, 지금 당장 상점에 가야 하나요?”
송하나가 욕망 가득한 눈빛으로 욕실을 노려보며 물었다.
‘하긴 그동안 이동하느라 제대로 씻지도 못했지.’
강현수가 꼬질꼬질한 송하나의 모습을 보고 입을 열었다.
“상점은 저 혼자 다녀올게요. 그동안 씻고 푹 쉬고 있으세요.”
“네? 아니에요. 저도 같이 가요.”
“괜찮아요. 상점에 들른 후에 무란 왕국 물가랑 지리도 파악할 겸 천천히 혼자 둘러보고 올게요. 그러니까 오늘은 푹 쉬세요.”
“죄송해요.”
“죄송하긴요. 그럼 다녀올게요.”
강현수는 송하나를 여관 안에 두고 홀로 밖으로 나갔다.
‘어차피 잠시 떼어 놓을 핑곗거리가 필요했는데.’
돈을 불리는 것부터 유키무라를 만나는 것까지.
혼자서 해야 할 일이 많은 강현수의 입장에서는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송하나를 떼어 놓는 게 편했다.
‘일단 상점부터.’
강현수는 상점으로 향했다.
지오길드를 털면서 얻은 전리품들을 처분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지오길드의 전리품 처분이 테라 왕국을 떠나 무란 왕국으로 온 공식적인 이유기도 했다.
‘송하나한테 유키무라의 스킬에 대해서 이야기할 필요는 없으니까.’
강현수는 회귀 전 이용했던 상점에서 지오길드를 털어 얻은 전리품을 모두 처분했다.
그 결과 보유 자금이 12만 골드로 늘어났다.
‘꽤 큰돈이기는 하지만.’
A랭크는 꿈도 못 꾸고 B랭크 아이템이나 스킬북 대여섯 개 정도를 구입하면 바닥날 돈이었다.
하나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돈을 불릴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특히 이곳은 테라 왕국이 아닌 무란 왕국.
강현수가 알고 있는 정보 중 하나를 이용하면 12만 골드를 120만 골드로 만드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투황이 무란 왕국에 참가한 모든 무투 대회에서 무패 우승을 기록했지.’
1레벨에서 50레벨까지 참가가 가능한 무투 대회를 시작으로 무제한급까지.
투황은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고 전승으로 참가한 모든 무투 대회의 우승을 차지했다.
‘아직 투황이 이름을 떨치려면 멀었어.’
투황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건 무투 대회에서 5연속 무패 우승을 기록한 후였다.
‘그 전에는 운이 좋았다는 평가가 많았지.’
0~50레벨, 51~100레벨, 101~200레벨, 201~300레벨.
총 네 개의 대회에서 무패 우승을 했음에도 투황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수인족 중 최약체라고 불리는 토인족이었으니까.’
수인족은 베이스가 되는 동물이 누구냐에 따라 타고난 신체 스펙의 차이가 컸다.
육식동물 중에는 사자나 호랑이 또는 늑대나 하이에나 수인의 신체 스펙이 높았고, 초식동물 중에는 코끼리나 코뿔소 또는 하마나 물소 수인의 신체 스펙이 높았다.
토인족의 경우는.
‘타고난 신체 스펙 자체가 최약체지.’
수인족의 뿌리 깊은 종족 고정관념 덕에…….
투황은 5연속 무패 우승 이후 약간의 주목을 받고 8연속 무패 우승을 한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다.
‘지금은 몇 연속 우승이려나?’
강현수가 무투장으로 향했다.
무투 대회 일정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투황에게 걸면 무조건 딴다.’
투황이 세간의 주목을 받기 전인 만큼 배당률도 상당히 높을 것이다.
‘못해도 몇 배는 먹겠지.’
배당률이 정말 형편없다면?
수십, 수백 배를 먹는 것도 가능했다.
‘어디 보자.’
무투장에 도착한 강현수가 출전 선수 명단을 살펴봤다.
0~50레벨, 51~100레벨, 101~200레벨.
‘없나?’
무투 대회는 해당 레벨당 단 한 번씩만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
그러니 이번에 열리는 무투 대회에 투황이 참석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제발 있어라.’
사실 초조해할 필요는 없다.
무투 대회 일정을 계속 확인하다 보면.
강현수가 투황이 참석하는 무투 대회에 베팅할 기회는 무조건 생긴다.
하지만 기왕이면 그 기회를 빨리 잡고 싶었다.
강현수는 201~300레벨 대회 출전 선수 명단을 꼼꼼히 확인했다.
‘있다.’
투황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201~300레벨 대회라. 그럼 네 번째 출전이라는 거잖아.’
투황을 주목하던 이들이 거의 존재하지 않을 때다.
‘배당률이.’
무려 22배.
‘베팅 금액이 너무 적어서 아쉽네.’
201~300레벨 무투 대회다 보니 전체적인 베팅 규모가 작았다.
그렇다 보니 베팅 금액을 올리면 올릴수록 배당률이 떨어졌다.
‘이건 어쩔 수 없네.’
그래도 전 재산인 12만 골드를 모두 투자하면?
‘아홉 배 정도는 불릴 수 있겠어.’
강현수의 얼굴이 환해졌다.
‘어차피 당분간은 무란 왕국에서 활동할 생각이었으니까.’
투황이 무투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베팅을 하면?
돈을 계속해서 불려 나갈 수 있었다.
강현수는 무투장에서 운영하는 베팅 업체를 찾아가 12만 골드를 모두 투황의 우승에 걸었다.
‘모든 경기에 승패 맞히기 베팅이 있었으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을 텐데.’
예선과 본선 승자 베팅 없이 단순하게 우승자와 준우승자를 맞히는 룰이라서 배당률이 그리 높지는 않았다.
‘그래도 지금은 이게 최선이지.’
테라 왕국에 있었다면?
오히려 수익률이 더 낮았을 것이다.
테라 왕국에서도 돈을 불릴 방법이 있기는 했지만.
‘무투 대회에 베팅하는 게 더 큰 이득이지.’
베팅을 끝낸 강현수는 길드 하우스들이 모여 있는 동쪽 지구로 향했다.
‘유키무라가 길드 하우스에 있으려나?’
현재 유키무라가 길드 하우스에 있다면?
‘시간 낭비 없이 스텟 고정 스킬을 얻을 수 있어.’
만약 다른 이유로 길드 하우스에 없다면?
‘며칠 더 발품을 팔아야지.’
강현수가 유키무라의 소속 길드 무사시의 길드 하우스에 도착했다.
‘기다려 볼까.’
강현수는 길드 하우스 근처에 자리한 찻집에 자리를 잡고 차분하게 유키무라를 기다렸다.
수소문을 하면 더 빨리 유키무라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그랬다가 괜한 의심을 사면 곤란하지.’
강현수는 한국인 플레이어.
일본인 플레이어들이 주류인 무란 왕국에서는 뭘 하든 튀는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강현수는 묵묵히 기다렸다.
하지만.
‘오늘은 안 오려나?’
날이 슬슬 저물고 있었지만 유키무라는 모습을 보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때.
덜컹.
무사시길드의 길드 하우스의 문이 열리며 일단의 플레이어들이 우르르 빠져나왔다.
‘찾았다.’
드디어 유키무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이네.’
그래도 알아보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회귀 전 워낙 유명한 인물이었기에 용모파기를 수도 없이 봤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길드 하우스 안에 있었구나.’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강현수가 유키무라를 대상으로 레플리카 스킬을 시전했다.
[고유 스킬 레플리카를 사용합니다.]
[스택 하나가 소모됩니다.]
[아이언 바디 – SS랭크의 레플리카를 만듭니다.]
[레플리카 스킬 아이언 바디 – F랭크가 생성되었습니다.]
[레플리카 스킬은 원본의 70%의 능력치를 갖습니다.]
……후략……
‘쉽게 나오지 않네.’
유키무라는 생각보다 잡다하게 익힌 스킬들이 많았다.
‘천천히 좀 가지.’
스택은 여유가 있었지만.
유키무라가 동료들과 함께 점점 강현수의 시야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따라가야 하나? 아니면 다음 기회를 노려?’
강현수는 고민하며 레플리카 스킬을 계속 시전했다.
그때였다.
[고유 스킬 레플리카를 사용합니다.]
[스택 하나가 소모됩니다.]
[스텟 고정 – SSS랭크의 레플리카를 만듭니다.]
[레플리카 스킬 스텟 고정 – F랭크가 생성되었습니다.]
[레플리카 스킬은 원본의 70%의 능력치를 갖습니다.]
‘성공했다.’
아슬아슬하게 유키무라의 스킬 스텟 고정을 손에 넣을 수 있다.
‘한번 사용해 볼까?’
스텟 고정의 쿨타임은 24시간.
쿨타임이 긴 스킬 강화와 함께 사용해야 하는 강현수의 입장에서는?
스텟 고정의 쿨타임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스킬 강화도 사용 가능해.’
스킬 강화의 경우 쿨타임이 다 돌았음에도 일부러 아껴 놓은 상태였다.
강현수가 바로 스텟 고정 스킬을 사용했다.
그 후 스킬 강화를 발동시켰다.
[현재 보유 중인 모든 경험치를 소모해 레플리카 – C랭크의 등급을 상승시킵니다.]
[고유 스킬 레플리카 C랭크가 성장하였습니다.]
[레벨이 0으로 하락하였습니다.]
‘과연 스텟이 얼마나 남았을까?’
강현수가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스텟창을 확인했다.
스텟 : [힘 802] [민첩 807] [체력 803] [마력 825] [정신력 801]
미분배 스텟 : [0]
‘호오.’
스텟은 거의 남지 않았다.
대략 소모된 스텟의 1% 정도?
하지만.
이걸로 충분했다.
‘불안불안했는데 결국 통했어.’
강현수가 가장 걱정이었던 점은 스텟 고정 스킬을 사용했음에도 레벨 업을 통해 올린 모든 스텟이 증발하는 것이었다.
하나 그러지 않았다.
고작 1%이긴 했지만.
레벨이 0으로 내려갔음에도.
‘레벨 업을 통해 올린 스텟이 남았어.’
스텟 고정의 랭크는 고작 F.
또 원본의 70%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레플리카의 랭크가 오르고 스텟 고정의 랭크가 오르면?’
스킬 강화를 통해 레벨을 0으로 만들더라도.
‘레벨 업을 통해 얻은 스텟을 고스란히 남길 수 있어.’
그렇게 되면?
강현수는 0레벨을 유지하며 무한대로 스킬 랭크와 스텟을 올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