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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직!

    강현수가 힘으로 잘린 금고의 문을 열었다.

    좌르르륵!

    그러자 그 속에 숨겨져 있던 금화가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돈도 있었네?”

    “그, 그게 저도 몰랐습니다!”

    강현수의 말에 지오길드의 부길드장이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누가 봐도 거짓말일 게 뻔했지만.

    강현수는 굳이 지오길드의 부길드장을 타박하지 않았다.

    ‘대충 10만 골드 정도 되겠네.’

    강현수와 송하나가 금화를 챙겼다.

    지오길드 부길드장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저 돈이 어떤 돈인가?

    그간 지오길드원들이 피땀 흘려 번 전 재산이었다.

    그 피 같은 돈이 지오길드를 무너트린 장본인의 주머니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질 것 같았다.

    ‘저게 다 내 돈인데.’

    지오길드의 부길드장이 순순히 강현수의 명령에 따른 것도 다 저 돈을 독점하기 위해서였다.

    한데 그 돈을 모조리 빼앗겼다.

    ‘반드시 되찾고 말겠어.’

    지금은 목숨이 경각에 달려 얌전히 있을 수밖에 없지만.

    위기가 지나가면 저 돈을 찾을 길이 분명히 나올 것이다.

    금화를 모두 챙긴 강현수가 다시금 금고를 살폈다.

    ‘역시 있네.’

    금고 깊숙한 곳에 여러 개의 장부가 있었다.

    강현수는 지오길드 부길드장이 눈치채지 못하게 장부를 챙겼다.

    “이제 가야겠네.”

    강현수의 말에 지오길드 부길드장의 눈이 번뜩였다.

    “정말 가시는 겁니까?”

    “필요한 거 다 챙겼으니까 가야지.”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고마워.”

    강현수와 송하나는 지오길드 부길드장의 안내를 받으며 밖으로 나갔다.

    “앞으로는 나쁜 짓 하지 말고 착하게 살아.”

    강현수의 말에 지오길드 부길드장이 이를 악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쌍욕을 퍼붓고 싶었다.

    하지만 참았다.

    “예, 착하게 살겠습니다.”

    “그래, 우리 다시는 보지 말자.”

    그 말을 끝으로 강현수와 송하나가 떠났다.

    ‘정말 간 거 맞지?’

    강현수와 송하나가 자신을 죽이려 하면 최대한 저항할 생각이었다.

    한데 정말 그냥 간 것이다.

    지오길드 부길드장이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아무런 낌새가 없었다.

    ‘혹시 모르니까.’

    지오길드 부길드장이 길드 하우스에 남아 있는 길드원들을 모조리 호출했다.

    레벨도 낮고 전투 경험도 낮은 쭉정이들이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이 정도 숫자면 충분하겠지.’

    이곳은 도시 밖이 아니라 안이다.

    소란이 생기면 금방 치안 유지군이 몰려온다.

    치안 유지군의 평균 레벨은 300~400.

    지휘관들의 경우는 500레벨이 넘었다.

    아무리 두 연놈이 강해도 치안 유지군을 어찌할 수는 없다.

    자신을 죽이지 않고 간 것도 소란이 벌어지면 치안 유지군이 몰려올 걸 두려워해서 그런 게 확실했다.

    ‘지금쯤 꽁지가 빠져라 도망치고 있겠지.’

    으득!

    절로 이가 갈렸다.

    ‘순순히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

    지오길드 부길드장이 외출을 준비했다.

    길드원들을 이끌고 선을 대고 있는 귀족들을 만나러 갈 생각이었다.

    ‘귀족들이 힘을 쓰면 그 연놈을 잡는 건 일도 아니야.’

    귀족들은 지오길드와 서로 상부상조하는 관계였다.

    ‘그동안 받아 처먹은 돈이 얼만데.’

    귀족들은 정기적으로 뇌물과 노예를 공급받았다.

    지오길드가 이대로 무너지면 그들도 손해였다.

    ‘귀족들을 설득하면 치안 유지군을 움직일 수 있어.’

    그럼 그 연놈들을 잡는 것도 금방이었다.

    ‘어느 정도는 건질 수 있겠지.’

    두 연놈이 가지고 간 금화와 스킬북.

    치안 유지군을 움직이는 대가로 꽤 많은 양을 귀족들에게 상납해야 하겠지만.

    ‘완전히 다 잃어버리는 것보다는 낫지.’

    지오길드 부길드장이 길드원들을 이끌고 길드 하우스를 나섰다.

    “어?”

    길드 하우스를 나선 지오길드 부길드장은 화들짝 놀랐다.

    ‘저놈들이 왜?’

    치안 유지군들이 완전무장 상태로 지오길드의 길드 하우스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 사냥터에서 벌어진 일이 알려진 건가?’

    자신을 제외한 지오길드원과 인간 사냥꾼들은 사냥터에서 전멸했다.

    하지만.

    ‘생존자가 있었을 수도 있어.’

    꽤 장시간 벌어진 전투였다.

    전투 와중에 몰래 빠져나간 생존자 하나둘 정도는 있을 수도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전투를 목격한 누군가가 지오길드가 괴한에게 습격당했다는 사실을 치안 유지대에 알렸을 수도 있다.

    ‘잘된 일이군. 괜한 수고를 덜었어.’

    치안 유지군이 움직인 것을 보니 손을 잡고 있던 귀족들이 먼저 손을 쓴 모양이었다.

    지오길드 부길드장으로서는 귀족들을 설득할 시간을 번 셈이었다.

    “마침 잘 오셨습니다. 당장 그 범죄자 놈들을 쫓아…….”

    휘익!

    지오길드 부길드장이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선두에 선 치안 유지군의 지휘관이 검을 휘둘렀다.

    “히익!”

    재빨리 몸을 피했지만 조금 늦었다.

    서걱!

    지오길드 부길드장의 투구 앞부분이 순식간에 종잇장처럼 잘려 나가며 이마에 붉은 실선이 그어졌다.

    검날이 조금만 더 깊게 들어왔다면?

    지오길드 부길드장의 머리가 두 동강 났으리라.

    “이게 무슨 짓입니까!”

    지오길드 부길드장이 성난 목소리로 항의했다.

    “무슨 짓? 네놈들이 감히 아모트 백작 각하를 암살하려 하고도 무사할 줄 알았더냐!”

    치안 유지군 지휘관의 말에 지오길드 부길드장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희가 아모트 백작 각하를 암살하려고 했다니요?”

    아모트 백작은 훈련소가 포함된 이 도시를 다스리는 세 명의 최고위 귀족 중 한 명이었다.

    하나 지오길드와는 상성이 좋지 않았다.

    아모트 백작은 지독한 원칙주의자였다.

    그 때문인지 뇌물이 통하지 않았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아모트 백작은 인간 사냥꾼에 대한 신고가 들어오면 곧바로 치안 유지군을 동원해 대대적인 소탕 작전을 벌일 정도로 임무에 충실했다.

    아모트 백작은 지오길드가 인신매매업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아마 다른 최고위 귀족 두 명을 포섭하지 못했다면?

    지오길드는 인신매매업을 접어야 했으리라.

    그러나 아무리 상성이 나빠도.

    그가 인신매매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해도.

    지오길드가 길드의 존망을 걸면서까지 아모트 백작의 암살할 필요는 없었다.

    조금 귀찮기는 했지만.

    다른 두 명의 최고위 귀족 덕분에 인신매매 사업 자체는 잘 돌아가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지오길드의 길드장이 직접 나서서 암살을 시도했음에도 발뺌하는 것이냐!”

    치안 유지군 지휘관의 말에 지오길드 부길드장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죽은 길드장이 무슨 수로 아모트 백작 암살을 시도해?’

    함정이다.

    함정이 확실했다.

    ‘그 연놈의 짓이 확실하다.’

    지오길드를 박살 내고 알맹이만 쏙 빼낸 그 연놈들이 엉뚱한 누명까지 씌운 것이다.

    “누, 누명입니다. 길드장님은 몇 시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죽은 사람이 어떻게 암살 시도를 한다는 말입니까?”

    지오길드 부길드장의 항의에 치안 유지군 지휘관의 표정이 더 험악해졌다.

    “내 두 눈으로 조금 전에 암살자가 보랏빛 뇌전을 사용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런데 몇 시간 전에 죽었다고?”

    보랏빛 뇌전은 지오길드장 오덕구의 트레이트마크다.

    적어도 이 도시에서 오덕구와 비슷한 스킬을 사용하는 플레이어는 없었다.

    ‘죽은 자를 살려 내 소환수로 부리는 스킬.’

    지오길드 부길드장의 머릿속에 강현수의 스킬이 떠올랐다.

    “길드장님을 죽인 놈이 죽은 길드장님을 소환수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니까 그건 길드장님이 아니라 길드장님을 죽인 놈의 소환수입니다!”

    “그런 헛소리를 내가 믿을 것 같으냐?”

    “정말입니다!”

    지오길드 부길드장은 정말 억울했다.

    죽은 자가 소환수로 되살아나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

    하지만.

    “내가 목격한 암살자는 지오길드장만이 아니다! 지오길드의 주력이 모두 몰려왔다! 하나도 아니고 수십을 죽이고 되살려 소환수로 부렸다는 헛소리를 변명이라고 할 셈이냐!”

    상대가 믿지 않으면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아모트 백작님을 암살하려 한 범죄자들을 모조리 체포해라! 저항하면 죽여도 상관없다!”

    지휘관의 말에 치안 유지군들이 포위망을 좁혀 왔다.

    지오길드원들은 저항해야 하는지 항복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저항하면 끝장이다.’

    치안 유지군들의 평균 레벨은 300~400.

    지오길드의 주력이 모두 모여 있다고 해도 패배가 확정적이다.

    한데 여기 모여 있는 건 지오길드의 주력도 아니고 어중이떠중이였다.

    ‘저항하면 그대로 몰살이다.’

    지오길드 부길드장은 일단 항복하기로 결정했다.

    일단 살아남아야 진실을 밝히든 뭘 하든 할 거 아니겠는가?

    “항…….”

    파지지직!

    지오길드 부길드장이 막 항복을 외치려던 순간.

    지오길드의 길드 하우스에서 보랏빛 뇌전이 뿜어져 나와 치안 유지군을 공격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길드 하우스에서 온갖 공격 스킬들이 쏟아져 나와 치안 유지군에게 쏟아졌다.

    “아악!”

    갑작스러운 기습 공격에 치안 유지군들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터트렸다.

    “이 더러운 암살자 놈들! 총공격! 모조리 죽여라!”

    “와아아아아!”

    지휘관의 명령에 치안 유지군이 지오길드원들에게 달려들었다.

    좌악!

    가장 먼저 지오길드 부길드장의 목이 날아갔다.

    그걸 시작으로 무차별적인 살육이 시작되었다.

    “어? 어?”

    지오길드원들은 당황했다.

    “일단 막아!”

    “가만히 있으면 다 죽는다!”

    지오길드원들은 살기 위해 저항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 상대가 될 리가 만무했다.

    치안 유지군들의 공격에 지오길드원들이 순식간에 쓸려 나갔다.

    “길드 하우스를 점령해! 암살자 놈들을 모조리 죽여라!”

    지휘관의 명령에 치안 유지군이 지오길드의 길드 하우스로 진입했다.

    하지만.

    “아무도 없습니다!”

    “도주한 모양입니다!”

    “멀리는 못 갔을 것이다! 주변을 이 잡듯이 뒤져라!”

    지오길드원들을 죽이거나 생포한 치안 유지군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하나 그들 중 누구도 지오길드의 길드 마스터와 정예들을 잡지 못했다.

    * * *

    ‘끝났네, 끝났어.’

    숙소를 나서는 강현수의 눈에 사방에 붙어 있는 수배 전단이 들어왔다.

    길드장인 오덕구를 시작으로 지오길드의 정예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의 수배 전단이 도시 전역에 흩뿌려졌다.

    ‘뭐, 그럴 만도 하지.’

    아틀란티스 차원의 귀족들은 자신들의 안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특히 평민이 귀족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그건 타 차원의 플레이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오히려 타 차원의 플레이어가 귀족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사회 체계 자체가 너무 다르니까.’

    군주제와 신분제 사회가 유지되고 있는 아틀란티스 차원.

    민주주의와 신분제 폐지 사회에서 살다 온 지구의 플레이어.

    아틀란티스 차원의 왕과 귀족들 입장에서 지구 출신 플레이어들은 자신들의 사회 체계를 무너트릴 수 있는 악성종양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필요하니까 힘을 합치기는 하지만.’

    군주제와 신분제 사회에 대항하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하위 귀족도 아니고 무려 고위 귀족인 백작의 암살 시도니까.’

    평민들의 집단인 지오길드가 고위 귀족인 아모트 백작을 죽이려 했다.

    이건 지오길드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던 귀족들이라고 해도 절대 실드가 불가능한 사건이었다.

    ‘뭐, 그래서 저지른 거지만.’

    강현수는 소환수로 되살아난 오덕구와 지오길드원들을 이용해 아모트 백작을 공격했다.

    실패할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공격 후에 곧바로 소환을 해제했다.

    아모트 백작은 당연히 길길이 날뛰었고 곧바로 치안 유지군이 지오길드의 길드 하우스로 출동했다.

    강현수는 지오길드의 길드 하우스에 소환수를 소환해 치안 유지군을 공격한 후 소환을 해제했다.

    그 결과.

    ‘대부분 목이 날아갔지.’

    생존자가 없는 건 아니었다.

    전투 중 생포된 지오길드원들도 있었다.

    그들은 억울하다고 무고를 주장했다.

    자신들의 사냥개가 갑자기 이런 미친 짓을 저지를 리 없다고 생각한 인신매매에 가담했던 귀족들도 슬그머니 이의를 제기했다.

    그때 강현수가 지오길드의 길드 하우스에서 가지고 온 장부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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