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비 (2)
[수호의 반지 - E랭크]
-방어력이 상승합니다.
-2개의 스킬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저장 스킬 : 최후의 방패 E랭크
발동 시 상대의 공격 스킬을 무효화시킵니다.
쿨타임 : 일주일
수호의 반지 랭크와 최후의 방패 랭크가 동일하게 고정됩니다.
-두 번째 저장 스킬 : 없음.
‘이게 뭐야?’
강현수의 표정이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최후의 방패 옵션을 그대로 흡수했잖아.’
이런 아이템은 듣도 보도 못했다.
‘탐식의 검도 이러지는 못했어.’
탐식의 검은 그저 성장할 때마다 새로운 옵션을 부여해 줬다.
그에 반해 수호의 반지는?
‘흡수한 스킬들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준다.’
강현수는 그제야 수호신 이철민이 수호의 반지를 왜 그리 애지중지했는지 알 수 있었다.
‘완전 사기잖아.’
수호의 반지에 흡수된 스킬을 고스란히 사용할 수 있다니?
거기다 랭크도 반지 등급과 동기화된다니?
‘그놈이 왜 그렇게 단단했는지 이제야 알겠네.’
회귀 전 이철민이 사용했던 수호의 반지는 EX랭크였다.
F랭크였던 수호의 반지를 EX랭크로 성장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스킬을 먹였겠는가?
그 수많은 스킬들 중에서 가장 옵션이 좋은 스킬이 무려 두 개나 그대로 유지되고 그것도 모자라 EX랭크가 된다?
사기도 그런 사기가 없었다.
‘랭크가 올라갈 때마다 저장할 수 있는 스킬이 하나씩 늘어난다면?’
총 열 개의 EX등급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어쩌면 두 개씩 늘어날 수도 있어.’
그러면 총 18개의 EX등급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스킬을 바꿔치기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고.’
F랭크 스킬북을 통해 스킬을 익히더라도 수호의 반지에 흡수되면 굳이 랭크를 올릴 필요가 없었다.
수호의 반지 랭크와 동일하게 고정되어 F랭크 스킬이 단숨에 EX랭크 스킬로 변할 테니까 말이다.
‘그것까지 가능하면 완전 초대박이네.’
방어 스킬에 한정한다고는 하지만 원하는 스킬을 최소 열 개에서 최대 18개까지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엄청 단단한 주제에 공격력도 수준급이라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이철민은 수호신이라는 칭호를 얻은 최강의 탱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S랭크 공격 스킬을 다섯 개나 가지고 있었다.
그 덕에 힘과 민첩 스텟이 낮음에도 최하위권 딜러 랭커 수준의 공격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항상 의문이었는데.
‘이제야 알겠네.’
강현수는 어이가 없었다.
‘진짜 운이 엄청 좋은 놈이었네.’
수호의 반지가 있는 한 탱커 스킬은 스킬북으로 익히기만 하면 자동으로 랭크가 올라간다.
그럼 이철민은 자신의 모든 역량을 공격 스킬의 랭크를 올리는 데 올인했다는 뜻인데.
‘그러고도 SS랭크 공격 스킬을 고작 다섯 개밖에 못 얻었다고?’
상위 랭커의 필수 조건 중 하나가 바로 SSS랭크 스킬의 보유 여부다.
최상위 랭커가 되기 위해서는 다수의 SSS랭크 스킬을 보유해야 했다.
다섯 개의 SS랭크 공격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면?
높게 쳐줘야 중위 랭커 수준이다.
‘최강의 탱커로 불렸던 놈의 본래 실력이 겨우 중위 랭커 수준이었다니.’
자력으로 얻은 스킬 중 EX랭크가 하나도 없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수호의 반지로 올린 방어력 덕에 공격 스킬 랭크도 비교적 손쉽게 올렸을 테니.’
이철민의 실제 실력은 랭커에 채 들어가지도 못하는 수준일 확률이 높았다.
‘아무리 높게 쳐줘도 최하위 랭커가 최대치야.’
어처구니가 없었다.
수호신이라는 칭호를 얻었던 인류 최강의 탱커 이철민.
그가 그런 위명을 떨칠 수 있었던 게.
‘고작 튜토리얼에서 운 좋게 수호의 반지를 골랐기 때문이라니.’
허무해도 이렇게 허무할 수가 없었다.
만약 다른 최상위 랭커가 수호의 반지를 얻었다면?
‘회귀 전의 이철민보다 월등히 강했겠지.’
수준급 딜을 가진 가장 단단한 탱커 수준을 넘어서서.
최강의 공격력과 방어력을 가진 역사상 전무후무한 전설적인 딜탱이 탄생했을 수도 있었다.
‘뭐, 나한테는 잘된 일이지.’
수호의 반지가 이철민이 수호신이라고 불릴 수 있었던 수많은 이유 중 하나가 아니라 모든 것이라면?
‘수호의 반지 하나를 선점한 걸로 내가 수호신의 방어력을 얻게 된 셈이야.’
자신의 뒤통수를 친 배신자에게 복수할 생각으로 수호의 반지를 선점했다.
그러면서도 약간 걱정스러웠다.
강현수 자신이 수호신 이철민이 가진 탱커로서의 능력을 대체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괜한 걱정이었네.’
오히려 자신이 선점한 게 다행이었다.
회귀 전처럼 이번 생에도 이철민이 수호의 반지를 소유했다면?
‘수호의 반지가 가진 진가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겠지.’
인류 전체를 위해서라도 강현수가 수호의 반지를 가지는 게 이득이었다.
‘앞으로 방어 계열 스킬북을 최대한 모아야겠어.’
최대한 빨리 수호의 반지 랭크를 올려야 했다.
강현수가 창고에 쌓인 스킬북들 중에서 방어 계열을 골라냈다.
끼이이익!
그러는 와중에 송하나와 지오길드 부길드장이 인장 위조범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데리고 왔습니다.”
지오길드 부길드장이 인장 위조범을 가리키며 말했다.
‘원주민 플레이어군.’
인장 위조범은 지구나 타 차원에서 온 플레이어가 아니라 아틀란티스 차원의 원주민 플레이어였다.
아틀란티스 차원의 원주민들은 대다수가 평범한 일반인이다.
하나 그중 극소수는 각성을 통해 플레이어의 자격을 얻는다.
원주민 중 플레이어로 각성하는 비율은 대략 0.1% 정도.
보잘것없는 신분의 원주민이 플레이어로 각성한다면?
그건 로또 맞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것치고는 운이 없네.’
원주민이 플레이어로 각성했음에도 범죄자들과 손잡고 인장 위조나 하고 있다는 건 고유 스킬과 재능 모두 평균 이하라는 뜻이었다.
“인장 위조 전문가라고 들었는데, 노예 인장 말고 다른 것으로 바꿀 수도 있나?”
강현수의 물음에 인장 위조범이 지오길드 부길드장을 힐끔 바라봤다.
“성실하게 대답해 드리게. 앞으로 우리 지오길드에서 중책을 맡게 되실 분이시네.”
지오길드 부길드장의 말에 인장 위조범이 입을 열었다.
“가능합니다.”
“어떤 게 가능하지?”
“귀족 신분으로 인장을 위조하는 게 아니면 다 할 수 있습니다.”
인장 위조범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강현수가 눈을 반짝였다.
“로크토 제국 자유민 신분도?”
“물론입니다.”
“위조 인장은 얼마나 정교하지?”
“각국에서 운영하는 인장 감식기는 모두 통과할 수 있습니다.”
“확실한가?”
“제가 원래 로크토 제국에서 훈련소 졸업한 플레이어들에게 인장 위조해 주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왜 테라 왕국에 와 있는 거지? 설마 위조한 인장이 걸린 건가?”
“그럴 리가 있습니까? 제 인장 위조는 완벽했습니다!”
강현수의 말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인장 위조범이 눈썹이 일그러트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
“제 실력이 너무 뛰어났던 게 문제였죠. 아무리 완벽해도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아니겠습니까? 제가 인장을 위조해 준 덕에 로크토 제국군에 입대하는 플레이어의 숫자가 확 줄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이미 로크토 제국군에 입대했던 플레이어들이 무더기로 퇴역하는 일이 발생했죠. 그런 상황이니 문제가 안 생겼겠습니까?”
‘진짜라면 그럴 만도 하지.’
플레이어가 로크토 제국의 자유민 신분을 얻기 위해 의무 복무를 해야 하는 기간은 무려 3년.
3년 동안 군대에서 고생하지 않고 자유민 신분을 얻을 수 있다면?
‘아마 벌 떼처럼 달려들었겠지.’
“그때 로크토 제국군에게 잡혀서 목이 날아갈 뻔했습니다. 그간 인장 위조로 번 돈을 다 털어 넣어 가며 겨우겨우 도망쳐 테라 왕국으로 온 거죠.”
“그 정도 실력이면 테라 왕국의 자유민 인장을 로크토 제국 자유민 인장으로 위조하는 것 정도는 식은 죽 먹기겠군.”
“할 수는 있지만…… 설마 저한테 노예 인장 위조 말고 로크토 제국 자유민 신분 인장 위조를 맡기실 생각이십니까? 그건 싫습니다. 제 인생 신조는 안전제일입니다.”
인장 위조범은 로크토 제국에서의 일로 인해 과유불급의 이치를 깨달았다.
또 로크토 제국의 추격대가 얼마나 무서운 놈들인지도 뼈저리게 경험했다.
그렇기에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로크토 제국과는 또 엮이고 싶지 않았다.
“저한테 그 일을 강요하신다면, 전 지오길드를 떠나겠습니다.”
인장 위조범이 지오길드를 선택한 이유는 안전하기 때문이었다.
자유민을 노예로 만드는 건 엄연한 불법.
하나 지오길드는 윗선에 뇌물을 바치며 탄탄한 동반자 관계를 유지했다.
그 결과 설사 문제가 생겨 조사가 들어오더라도 잔챙이들만 잡혀 나갈 뿐 지오길드에는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
“너한테 그런 일을 맡길 생각은 없어. 난 그저 로크토 제국의 자유민 신분 두 개가 필요할 뿐이야.”
강현수의 말에 인장 위조범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곳은 테라 왕국이다.
아무리 로크토 제국 자유민 신분의 범용성이 좋아도 당연히 테라 왕국에서는 테라 왕국 자유민 신분이 받는 혜택이 더 많았다.
“길드장이 타국으로 사업을 확장할 생각인데 내가 선봉대라서 말이야.”
강현수의 말에 인장 위조범이 이제야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로크토 제국 쪽으로 말입니까?”
“아니, 주변 왕국부터 시작할 생각이야. 타국의 여러 나라에서 사업을 하려면 로크토 제국 자유민 신분이 가장 좋잖아.”
“그렇기는 하죠.”
인장 위조범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강현수의 말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이유는 바로.
“길드장님이 맨날 한다 한다 하시더니 정말 하시는군요.”
지오길드의 길드장 오덕구가 평소에 타국에 진출하겠다고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진출하기도 했지.’
회귀 전 오덕구는 테라 왕국을 넘어서 아틀란티스 차원 최고의 악덕 노예 상인으로 이름을 떨쳤다.
“지금 바로 위조가 가능한가?”
“물론입니다.”
“그럼 바로 시작해 주게.”
“그럼 시술 도구를 가지고 오겠습니다.”
자신의 작업실에서 시술 도구를 가지고 온 인장 위조범이 강현수와 송하나의 인장 위조를 시작했다.
‘내가 배울 수는 없겠네.’
인장 위조범은 여러 가지 도구와 약품을 이용해 인장의 문양을 테라 왕국의 것에서 로크토 제국의 것으로 바꿔 나갔다.
여러 스킬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인장을 위조하는 건 전적으로 인장 위조범의 기술과 손재주였다.
‘스킬 같은 게 있었으면 편했을 텐데.’
그럼 레플리카를 통해 그 스킬을 그대로 복사했을 테니 말이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오히려 이렇게 빨리 실력이 뛰어난 인장 위조범을 만난 걸 행운으로 생각해야 했다.
만약 지오길드의 인장 위조범이 단순히 테라 왕국 자유민 인장을 노예 인장으로 바꾸는 것밖에 못 하는 인물이었다면?
‘무란 왕국으로 넘어가는 게 더 늦어졌겠지.’
강현수로서는 잘된 일이었다.
“끝났습니다.”
인장 위조는 금방 완료되었다.
“수고했네.”
“하하하, 보너스나 두둑하게 챙겨 주십시오.”
강현수의 말에 인장 위조범이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하지.”
강현수는 인장 위조가 끝난 후 인장 위조범을 돌려보냈다.
그 후 스킬북을 챙기고 오덕구가 사용하던 길드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푹!
검을 뽑아 길드장실 이곳저곳을 찌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지오길드 부길드장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얼마나 검으로 헤집어 놨을까?
챙!
검이 나무를 꿰뚫는 소리가 아니라 금속과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서걱!
강현수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마력을 둘러 검을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나무 벽 사이에 숨어 있던 금고가 반쯤 잘린 상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다음 권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