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청소 (3)
“이게 무슨?”
오덕구의 표정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다 이겼다고 생각한 순간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강현수의 소환수들 때문이었다.
“저건 뭐야?”
“인간이 아니잖아?”
“저런 몬스터는 본 적도 없는데?”
지오길드의 정예들과 인간 사냥꾼들도 갑작스러운 적의 등장에 적잖이 당황했다.
그 순간.
“모두 죽여.”
강현수의 명령이 떨어졌다.
두두두두!
그 순간 150기의 소환수들이 각자 자신의 무기를 뽑아 들고 지오길드의 정예들과 인간 사냥꾼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꽈아아아앙!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성난 황소 떼처럼 달려든 소환수들이 지오길드의 정예 및 인간 사냥꾼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아악!”
“살려 줘!”
“싸워!”
“이것들 그렇게 강하지는 않아!”
아비규환의 상황이 펼쳐졌다.
“이런 빌어먹을!”
오덕구가 욕설을 내뱉으며 검을 휘둘렀다.
‘이놈들은 도대체 뭐야?’
인간도 아니고 몬스터도 아니다.
마력으로 만들어진 무생물.
한데 그놈들이 플레이어처럼 무기를 휘두르고 스킬을 사용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언데드 같은 불사의 존재는 아니야.’
강한 타격을 입히면 그 부위가 손상되고 결국은 소멸해 버린다.
실력도 그리 높지는 않았다.
기껏해야 인간 사냥꾼들과 비슷한 수준.
문제가 있다면.
‘숫자가 너무 많아.’
무려 150기의 병력.
실력이 비슷한 수준이던 인간 사냥꾼들의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오덕구와 지오길드의 정예들이 최대한 힘을 내고 있지만.
수적으로 너무 열세였다.
‘저놈을 죽여야 해.’
오덕구가 정체불명의 병력을 소환한 주체인 강현수를 노려보았다.
‘저놈만 죽이면 다 끝난다.’
오덕구가 전신의 마력을 끌어모으며 B랭크 공격 스킬 자전뇌공을 발동시켰다.
파지지직!
유형화된 마력이 보랏빛 뇌전으로 변해 오덕구의 몸을 휘감았다.
자전뇌공은 보기 드문 뇌전 계열 스킬로, 오덕구의 트레이트마크 같은 스킬이었다.
꽈아아앙!
오덕구의 몸이 한 발의 탄환이 되어 소환수들의 포위망을 향해 달려들었다.
사방에서 소환수들의 공격이 날아왔다.
콰직!
서걱!
오덕구는 소환수들의 공격을 자전뇌공으로 막기도 하고 피하기도 하며 돌파를 시도했다.
그리고 그 결과.
‘뚫었다.’
작은 상처들을 입기는 했지만.
소환수들의 포위망을 꿰뚫었다.
‘넌 끝이다.’
오덕구가 환히 어린 미소를 지으며 강현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파지지직!
오덕구가 보랏빛 뇌기로 물든 검을 강현수를 향해 휘둘렀다.
그 순간.
“중대 구성.”
강현수의 한마디가 울려 퍼졌고.
사아아아악!
그간 전투에서 목숨을 잃은 지오길드 정예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소환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퍼엉!
커다란 방패를 든 소환수가 오덕구의 공격을 막아 냈다.
방패를 든 소환수의 뒤에서 긴 창을 든 소환수들이 오덕구를 공격했다.
“이게 무슨?”
오덕구의 표정이 당혹감과 절망으로 물들었다.
갑자기 소환수가 추가로 나타났다.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문제는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소환수들의 전투력이 방금 전 쓰러트렸던 소환수들보다 월등히 강하다는 점이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 전투 진형은…….’
오덕구가 정예 길드원들에게 가르친 것이었다.
화르르륵!
푸른 화염을 휘감은 창이 번개 같은 속도로 날아온다.
파강!
‘이건 병수의 주력 스킬이잖아?’
익숙한 전투 진형과 합공 방법.
낯익은 스킬들의 연속적인 출현.
“설마?”
그제야 소환수들의 무장과 체형이 눈에 들어왔다.
‘병수, 진호, 상민이.’
강현수의 소환수들은 칠흑빛 마력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제외하면.
‘똑같아.’
그 모습이 지오길드의 정예 길드원들과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강현수의 소환수들이 자신의 부하들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오덕구의 얼굴이 광기 어린 분노로 일그러졌다.
“이 개새끼야!”
오덕구가 분노 어린 일갈과 함께 소환수들을 돌파해 강현수에게 달려들었다.
돌파 와중에 자잘한 상처가 아니라 치명상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상처들이 생겼지만 개의치 않았다.
“죽어!”
오덕구가 광기에 가득 찬 눈빛으로 강현수에게 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서걱!
강현수의 검이 오덕구의 오른팔을 베어 냈다.
“크윽!”
화끈거리는 통증과 함께 오른팔을 잃은 오덕구의 몸이 균형을 잃고 휘청거렸다.
서걱!
그 순간 강현수가 검이 오덕구의 양다리를 베어 냈다.
좌악!
말끔하게 잘려 나간 갑옷 사이로 붉은 핏물이 분수처럼 터져 나왔고.
털썩!
오른팔과 양다리를 잃은 오덕구의 몸이 힘없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너 이 개새끼!”
오덕구가 핏발 선 눈동자로 강현수를 노려봤다.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면?
오덕구는 이미 강현수를 시체로 만들고도 남았으리라.
하나 오덕구에게는 사람을 눈빛만으로 죽일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오늘 지오길드가 사라지겠네.”
강현수의 말에 오덕구가 피눈물을 흘렸다.
평생을 바쳐 만들어 온 자신의 왕국이 이렇게 어이없게 무너질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지오길드는 사라져도 너와 길드원들은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
“뭐? 그, 그게 무슨?”
“난 지금까지 인간쓰레기 짓을 했던 너희들에게 속죄의 기회를 줄 거야.”
“그게 정말입니까?”
원망과 분노로 가득 차 있던 오덕구의 눈빛이 번뜩였다.
오른팔과 양다리가 잘리기는 했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힐러.
고레벨 힐러의 힐 스킬을 받으면?
떨어져 나간 팔다리 정도는 얼마든지 다시 붙일 수 있었다.
이미 죽어 버린 부하들?
어차피 좀 더 쓸 만한 소모품이었을 뿐이다.
다시 키우면 그만이다.
‘목숨만 건지면 얼마든지 재기할 수 있어.’
아니, 재기뿐만 아니라 복수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제 모든 것을 다 바쳐 속죄하는 삶을 살겠습니다. 그간 제가 저지른 악행을 모두 갚아 나가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될 거야.”
강현수의 말에 오덕구의 얼굴이 환해졌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덕구의 대답을 들은 강현수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나한테 감사할 필요는 없어. 오히려 내가 고마워해야지. 넌 지금까지 내가 얻은 재료들 중에서 최고의 품질을 가진 최상급품이거든.”
“그게 무슨?”
오덕구의 표정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푸욱!
그 순간 강현수의 검이 오덕구의 심장을 꿰뚫었다.
“앞으로 넌 나의 소환수로서 평생 속죄하는 삶을 살게 될 거야.”
그 말을 들은 오덕구의 얼굴이 분노와 증오로 일그러졌다.
“이런 개 같은…….”
하나 채 말을 다 이어 나갈 틈도 없이 오덕구의 숨통이 끊어졌다.
“중대 소환.”
강현수가 오덕구를 새로운 소환수로 만들었다.
“가라.”
강현수의 말에 소환수로 새롭게 태어난 오덕구가 자신의 수하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 * *
‘얻은 전리품이 많네.’
탐식의 검 랭크를 상승시켜 줄 수 있는 질 좋은 아이템.
쓸만한 건 익히고 필요 없는 건 팔아서 돈을 벌 수 있는 스킬북.
그리고.
[놀라운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300레벨 이상 차이 나는 플레이어를 쓰러트린 자 D랭크가 주어집니다.]
[놀라운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초보자 사냥터의 수호자 SSS랭크가 주어집니다.]
업적.
지오길드의 악업을 증명이라도 하듯 초보자 사냥터의 수호자 같은 경우는 무려 두 단계나 성장했다.
‘하지만 가장 좋은 성과는 이놈들이지.’
강현수가 새롭게 구성된 중대원 150명을 바라보았다.
소환수들의 질이 크게 성장했다.
‘오덕구와 지오길드 정예를 베이스로 만들어진 소환수 같은 경우는 당분간 재활용을 해도 되겠어.’
전투 중 박살 난 소환수는 얼마든지 되살릴 수 있다.
하나 강현수는 그간 그냥 새로운 소환수를 만드는 방법을 선택했다.
박살 난 소환수를 부활시킬 때마다 처음 소환수를 만들 때처럼 스텟이 소모된다는 단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새로 만드나 박살 난 놈을 부활시키나 대가가 똑같았던 것이다.
‘앞으로는 질에 신경 써야지.’
레벨이 높은 소환수들은 박살 나도 계속 부활시켜서 사용한다.
레벨이 낮은 소환수들은 계속해서 더 높은 레벨의 소환수로 바꿔 준다.
이렇게 하면 강현수는 끊임없이 강해질 수 있었다.
“현수 씨, 다 골랐어요.”
그때 송하나의 말에 강현수가 고개를 돌렸다.
송하나는 한 자루의 검과 갑옷 그리고 액세서리를 챙긴 상태였다.
“그걸로 되겠어요?”
이번 전투를 통해 노획한 아이템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다.
송하나는 그중에서 무기와 갑옷 그리고 액세서리를 하나씩만 챙겼다.
“원래 쓰던 것보다 좋은 아이템이잖아요.”
강현수가 송하나가 선택한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했다.
모두 C랭크였다.
“당분간만 사용하세요.”
이번 전투에서 송하나는 상당히 큰 활약을 했다.
당연히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해 줘야 했다.
C랭크 검, 가죽 갑옷, 액세서리는 송하나가 한 일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될 수 없었다.
“스킬북을 판매한 돈으로 B랭크 아이템을 맞춰 드릴게요.”
강현수는 탐식의 검 성장을 위해 이번 전투에서 얻은 아이템을 모두 사용하기로 했다.
아이템을 독점했으니 스킬북을 통해 얻은 이득은 송하나에게 주는 게 당연했다.
‘사실 그렇게 해도 송하나가 손해 보는 상황이지.’
스킬북은 쓰러트린 플레이어 하나당 하나만 떨어진다.
그마저도 C랭크부터 F랭크까지 수준이 제각각이다.
아이템은 한 플레이어가 최소 세 개 이상, 많으면 6~7개씩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랭크도 대부분 D~C랭크였다.
이번 전투에서 강현수가 세운 공이 더 크다는 점을 고려해도 전리품 분배 비율 차이가 너무 극심했다.
하지만.
“배려해 주셔서 감사해요.”
송하나는 오히려 강현수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는 송하나의 진심이었다.
송하나는 자신이 튜토리얼을 통과하고 지금까지 초고속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강현수 덕분임을 알고 있었다.
‘현수 씨의 도움이 없었으면 난 진작 죽었을 거야.’
살아남은 것도 모자라 강현수의 도움과 배려로 이만큼 강해질 수 있었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오만한 인간이었다면?
그 은혜를 진작 잊어버렸을 수도 있다.
하나 송하나는 그런 부류의 인간이 아니었다.
오히려 현대에서도 아틀란티스 차원에서도 보기 드문 제대로 된 인성을 가진 인간이었다.
‘더 강해져야 해.’
송하나는 빠르게 강해지는 강현수를 보며 미약한 불안감을 느꼈다.
혹시 강현수에게 버려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강현수는 송하나에게 있어 이 낯선 곳에서 유일하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강현수의 휘하에 있는 소환수의 숫자가 무려 150기다.
강현수가 더 강해진다면?
소환수가 더 늘어난다면?
강현수는 더 이상 송하나라는 존재를 필요치 않게 될지도 몰랐다.
‘그건 싫어.’
송하나는 필요 없는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았다.
버림받고 싶지 않았다.
그런 상처는 가족들에게 받은 것으로 충분했다.
송하나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강현수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송하나를 놓칠 수는 없어.’
송하나의 성장 속도는 실로 무시무시했다.
특히 이번 전투를 거치며 레벨과 스킬 랭크가 크게 성장했다.
‘합당한 보상을 해 줘야 해.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송하나가 나를 떠나갈 수도 있어.’
송하나는 강현수가 회귀 전과 후를 합쳐 본 플레이어들 중 최고의 재능과 성장 속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송하나가 상태창을 공개해 주고 아이템을 양보할 정도로 강현수를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송하나의 진심이 얼마나 갈지는 모를 일이었다.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야.’
강현수는 기본적으로 인간이 가진 선의를 믿지 않았다.
회귀 전 인간이라는 존재를 믿었다가 목숨을 잃은 경험이 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인간이라는 존재를 믿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