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사냥꾼 (2)
“이놈들은 또 뭐야!”
“저리 비켜!”
적들이 강현수가 소환수들을 공격했다.
파각! 퍼억!
수환수들은 적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썩어도 준치라고 100레벨 중후반의 레벨을 가지고 있었다.
고작해야 40~50레벨의 몬스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소환수들이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시간 정도야 충분히 끌 수 있지.’
강현수가 미소를 지으며 소환수들에게 발목이 잡힌 적들의 숨통을 하나둘 끊어 나갔다.
잠시 후.
생포한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적들을 쓰러트릴 수 있었다.
“네놈들, 인간 사냥꾼이냐?”
강현수가 생포한 적에게 물었다.
“아니야! 우리는 그냥 지나가던…….”
푸욱!
강현수의 검이 사내의 손등을 꿰뚫었다.
“아아아악!”
사내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거짓말하지 말고 솔직하게 대답해. 네놈들 인간 사냥꾼이냐?”
“맞아!”
“동료들이 더 있나?”
“없어, 우리가 전부야.”
“동업자들에 대한 정보는 알고 있나?”
강현수의 물음에 사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너 알고 있구나.”
강현수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 * *
푸욱!
정보를 모두 캐낸 강현수가 인간 사냥꾼의 숨통을 끊어 주었다.
고통받던 인간 사냥꾼은 안도한 표정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꽤 많은 걸 얻었어.’
강현수의 입가가 환해졌다.
처음에는 갑작스러운 적의 등장에 긴장했다.
하나 생각보다 적들의 수준이 낮았다.
‘화가 복이 됐네.’
인간 사냥꾼들은 강현수에게 많은 선물을 주었다.
첫 번째는 대량의 경험치.
두 번째는 D랭크와 C랭크 스킬북.
세 번째는 탐식의 검의 먹잇감이 될 아이템.
네 번째는.
“소대 구성.”
100레벨 중후반의 인간 사냥꾼들 그 자체였다.
사아아악!
마력으로 구성된 열 명의 소환수가 탄생했다.
그와 동시에.
[스택 하나가 소모되었습니다.]
[스텟이 영구적으로 소모되었습니다.]
[새로운 소대를 구성하셨습니다.]
[기존의 소대가 소멸합니다.]
[소대 구성이 E랭크에서 D랭크로 성장하였습니다.]
소대 구성 스킬이 D랭크가 되었다.
‘역시 저랭크 때는 쭉쭉 오르네.’
강현수는 탐식의 검에게 방금 얻은 아이템들을 먹잇감으로 던져 주었다.
[탐식의 검이 D랭크에서 C랭크로 성장하였습니다.]
‘이제부터는 쉽지 않겠어.’
C랭크부터는 성장이 상당히 어려워진다.
‘뭐, 계속 먹이다 보면 성장하겠지.’
스킬 랭크도 올릴 방법이 있고 탐식의 검도 성장시킬 방법이 있었다.
유일하게 신경 쓰이는 게 하나 있다면.
‘수호의 반지는 도대체 어떻게 성장시키는지 모르겠네.’
강현수는 수호의 반지를 성장시키기 위해 꾸준히 사용해 줬다.
하지만 수호의 반지는 여전히 F랭크에 불과했다.
‘언젠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겠지.’
강현수가 마지막 다섯 번째 보상을 확인했다.
‘사실 이게 가장 크지.’
지금까지 받은 선물들도 좋았지만.
마지막 다섯 번째 선물의 가치가 가장 컸다.
바로 업적이었다.
[놀라운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100레벨 이상 차이 나는 플레이어를 쓰러트린 자 F랭크가 주어집니다.]
[놀라운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초보자 사냥터의 수호자 C랭크가 주어집니다.]
무려 두 개의 업적을 얻었다.
‘튜토리얼이 아니라서 업적 얻기가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물론 튜토리얼에서 업적을 달성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아틀란티스 차원에서의 업적 달성 난이도와 비교한다면?
거의 퍼 준다고 생각될 정도로 막대한 업적을 준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았어.’
강현수는 아틀란티스 차원에서 높은 랭크의 업적을 획득할 방법들을 꽤 많이 알고 있었다.
하나 그중에 ‘100레벨 이상 차이 나는 플레이어를 쓰러트린 자’와 ‘초보자 사냥터의 수호자’라는 칭호를 획득하는 방법은 없었다.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네.’
한데 그 보너스가 단발로 끝날 것 같지 않았다.
‘100레벨 이상 차이 나는 플레이어를 쓰러트렸다고 F랭크 칭호를 줬으니까 그 이상도 준다는 거겠지.’
200레벨 300레벨 차이가 나는 플레이어를 쓰러트릴 때마다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플레이어가 가능했다면 몬스터도 가능할 확률이 높아.’
일반적으로 100레벨 이상 차이가 나는 플레이어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업적을 주었으리라.
‘하지만 100레벨 이상 차이 나는 몬스터를 이기는 것도 불가능하긴 마찬가지야.’
100레벨 이상 차이 나는 몬스터를 사냥하면 업적을 줄 확률이 높았다.
‘거기다 초보자 사냥터의 수호자라.’
튜토리얼의 수호자와 비슷한 업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것도 EX랭크로의 상승이 가능할지도 몰라.’
아니, 튜토리얼의 수호자가 성장했으니 초보자 사냥터의 수호자도 성장할 게 확실했다.
“하나 씨, 업적 받으셨나요?”
“네, 100레벨 이상 차이 나는 플레이어를 쓰러트린 자와 초보자 사냥터의 수호자를 받았어요.”
“초보자 사냥터의 수호자 랭크를 더 올려 볼 생각인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찬성이에요. 우리도 더 강해질 수 있고 초보자 사냥터에 있는 플레이어도 지킬 수 있으니까요.”
“그럼 한번 해 보죠.”
강현수와 송하나는 몬스터 사냥 대신 인간 사냥꾼 사냥에 돌입했다.
* * *
“오늘은 꽤 짭짤하네.”
“그러게 말이야. 역시 멋모르는 병아리 사냥이 가장 쉽다니까.”
인간 사냥꾼들이 생포한 저레벨 플레이어들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사실 그간은 수입이 저조했다.
하나 훈련소를 수료한 신입들이 쏟아져 들어오자 수익률이 확 올라갔다.
“그놈들한테 바치는 돈만 아니면 수익이 더 좋을 텐데.”
“그러게 말이야. 고고한 척하는 놈들이 더 돈을 밝힌다니까.”
“그래도 참아야지. 그놈들한테 뒷돈 안 먹이면 토벌당할 수도 있다고.”
인간 사냥꾼들이 상납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을 때.
포로가 되어 버린 저레벨 플레이어들은 깊은 절망에 빠져 있었다.
좋은 스킬을 얻지 못했다.
좋은 장비를 손에 넣지도 못했다.
전투 센스도 없었고 특출난 재능도 없었다.
하지만 강해지기 위해 쉼 없이 노력했다.
한데 그 노력의 대가가 노예가 되는 것이라니?
‘차라리 성 밖으로 나오지 말걸.’
그랬다면 이렇게 비참한 꼴을 당하지는 않았을 터였다.
“이제 슬슬 돌아가자.”
리더의 말에 인간 사냥꾼들이 생포한 저레벨 플레이어들을 끌고 이동을 시작했다.
‘어떻게든 탈출해야 하는데.’
‘이대로 노예가 될 수는 없어.’
생포된 저레벨 플레이어들은 어떻게든 도주하기 위한 기회를 노렸다.
하나 무기를 들고도 이기지 못했던 이들에게서 손과 발이 포박되고 눈과 입도 틀어막힌 상태에서 탈출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젠장, 이대로 노예가 되는 건가?’
‘내 인생은 끝났어.’
저레벨 플레이어들의 눈에 점점 절망의 그늘이 짙어질 무렵.
화르르륵!
꽈아아앙!
“아아아악!”
“습격이다!”
붉은 화염과 함께 구원이라는 황금 동아줄이 내려왔다.
서걱! 서걱!
강현수와 송하나가 거침없이 적들의 숨통을 끊어 나갔다.
인간 사냥꾼들은 너무 방심했다.
저레벨 사냥터에서 자신들을 공격할 존재가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한 것이다.
방심의 결과는 뼈아팠다.
전투 시작과 동시에 다섯 명이 당했다.
“죽여 버려!”
“감히 우릴 건드려!”
하나 남은 아홉 명이 잔뜩 분노해 강현수와 송하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까보다 수준이 높다.’
이들은 200레벨 초중반 정도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강현수 역시 아까보다 강해진 상태였다.
거기다 이제는 제법 전력으로 써먹을 만한 소환수도 있었다.
“소대 소환.”
대부분의 수환수는 저레벨 몬스터였다.
하나 이 열 명은 달랐다.
저들과 같은 인간 사냥꾼 출신으로 100레벨 중후반대의 강함을 가지고 있었다.
꽈아앙! 꽈아앙!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가장 먼저 소멸한 것은 저레벨 몬스터로 만든 소환수들이었다.
인간 사냥꾼으로 만든 열 명의 소환수도 힘없이 뒤로 밀리고 있었다.
“이놈들 별거 아니야!”
“밀어붙여!”
인간 사냥꾼들의 사기가 올라갔다.
“소대 구성.”
그때 강현수가 직업 전용 스킬을 사용했다.
그 순간.
사아아아악!
방금 전 죽은 다섯 명의 인간 사냥꾼이 강현수의 소환수가 되어 되살아났다.
“이런 미친!”
“도대체 무슨 스킬이야?”
올라갔던 인간 사냥꾼들이 사기가 순식간에 떨어져 내렸다.
방금 전 죽은 동료가 되살아나 자신들을 공격하니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수준도 꽤 높지.’
새롭게 소대의 구성원으로 삼은 소환수들은 레벨이 레벨인 만큼 상당히 강력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다.
소환수들이 합류하자 인간 사냥꾼들이 순식간에 궁지에 몰렸다.
푸욱!
강현수의 검이 인간 사냥꾼의 심장에 틀어박혔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후략……
레벨이 무려 11이나 올라갔다.
그와 동시에.
[놀라운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200레벨 이상 차이 나는 플레이어를 쓰러트린 자 E랭크가 주어집니다.]
칭호 하나를 새롭게 손에 넣었다.
‘칭호가 성장하는 게 아니라 중복되는구나.’
더 고레벨의 플레이어를 쓰러트리며 칭호를 늘려 간다면?
F랭크부터 EX랭크까지 모든 업적을 획득할 수 있었다.
푸욱! 좌악!
강현수와 송하나의 맹공에 적들의 수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소대 구성.’
강현수가 다시금 소대 구성 스킬을 사용했다.
직업인 일인분대가 일인소대로 성장하며 스택이 두 개에서 네 개로 늘어났기에 아직은 여유가 있었다.
사아아악!
강현수의 마력이 흘러 들어가며 죽은 적이 소환수로 되살아났다.
“히익!”
“어떻게 이런 일이!”
인간 사냥꾼들은 패닉에 빠졌다.
기습을 당해 불리한 형태로 전투를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분명 자신들이 유리했다.
한데 죽은 동료들이 적의 아군이 되어 되살아나자 상황이 반전되어 버렸다.
“난 살고 싶어!”
“너 이 자식, 어딜 가는 거야!”
결국 이탈자가 생겼다.
그게 시작이었다.
“이런 젠장!”
“너까지 빠지면 어떻게 해!”
“그럼 여기서 죽으란 말이야!”
이탈자가 늘어났다.
그와 동시에 인간 사냥꾼들 사이에서 내분이 벌어졌다.
‘범죄자 놈들한테 신뢰와 의리 따위가 있을 리가 없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게 범죄자들의 사고방식이었다.
“하나 씨, 저놈들을!”
“네, 제가 처리할게요!”
송하나가 전투에서 이탈해 도주하는 적들의 뒤를 추격했다.
“아아악!”
“저리 가, 이년아!”
도주하던 적들이 하나둘 송하나의 검과 마법에 목숨을 잃었다.
‘최고다.’
강현수의 눈빛이 희열로 가득 찼다.
‘송하나를 얻은 게 튜토리얼 최고의 행운이었어.’
강현수 혼자였다면?
업적을 얻기 위해 숫자도 많고 레벨도 높은 인간 사냥꾼들을 습격할 수 있었을까?
‘위험 부담이 너무 커서 시도하지 않았겠지.’
아마 저들이 흩어지기를 기다리거나.
아예 포기하고 더 작은 규모의 인간 사냥꾼을 찾아야 했으리라.
하나 송하나가 합류함으로 인해서 상황이 달라졌다.
‘어차피 업적은 각각 얻을 수 있어.’
강현수가 얻을 업적을 송하나가 빼앗아 가는 게 아니다.
강현수도 업적을 얻고 송하나도 업적을 얻는다.
상부상조.
서로 힘을 합쳐 강현수와 송하나 모두 빠르게 업적을 획득해 강해질 수 있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나를 전적으로 신뢰해 준다.’
상태창을 오픈해 줄 정도로.
튜토리얼의 보스 몬스터를 강현수에게 양보할 정도로.
실력을 숨기라는 말에 순순히 따라, 손쉽게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왕국군이나 거대 길드에 들어가는 길을 포기할 정도로.
강현수에게 있어 송하나는…….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파트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