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사냥꾼
다음 날 아침.
간단하게 식사를 마친 강현수와 송하나는 상점에 들러 스킬북과 마석을 판매했다.
그렇게 해서 얻은 수입이 무려 21골드였다.
하루 만에 전 재산이 열 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이제 숙박비랑 식비 걱정은 안 해도 되겠죠?”
“그렇겠네요.”
강현수의 말에 송하나가 이제야 안심이 된다는 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하긴 나랑은 상황이 다르지.’
강현수는 회귀자다.
이미 한번 걸어갔던 길을 다시 가는 것인 만큼 모든 게 익숙했고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송하나에게는 아니었다.
이 모든 게 처음 겪는 일이었다.
그런 만큼 모든 게 두렵고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당분간 숙소는 같이 써요. 중급 여관이라고 해도 안심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게 하죠.”
송하나의 말에 강현수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직 불안한 모양이네.’
중급 여관은 하급 여관보다 치안이 좋다.
하나 방범 스킬과 방어 스킬이 적용된 상급 여관이 아닌 이상 범죄자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여관방 내부로 침입해 올 수 있었다.
‘나쁘지 않아.’
송하나는 기본적으로 경계심이 강했고 사람을 잘 믿지 않았다.
튜토리얼에서도 그랬고 훈련소에서 그랬다.
그런 송하나가 강현수에게만은 달랐다.
‘나를 믿고 의지해 주고 있어.’
송하나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얼마든지 있었다.
강현수의 말을 듣지 않고 훈련소에서 실력을 드러냈다면?
얼마든지 거대 길드나 왕국군에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될 수 있었다.
하지만 송하나는 안정된 길을 버리고 강현수를 따라 프리를 선택했다.
이유는 단 하나.
거대 길드나 왕국군 소속 교관들의 말보다 강현수의 말을 더 깊게 신뢰했기 때문이다.
‘이대로 유대 관계를 쌓아 간다.’
그렇지만 조심해야 했다.
‘너무 믿으면 안 돼.’
자신을 전적으로 믿는 송하나의 행동에 점점 마음이 풀어지려 하고 있었다.
강현수는 회귀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송하나보다 더욱더 믿었던 상대에게 배신당했던 기억을 말이다.
‘배신당하지 않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야.’
믿음을 주지 않으면 된다.
그럼 배신당할 일도 없다.
‘일인소대의 랭크가 올라서 그 스킬을 손에 넣을 때까지만 조심하자.’
그렇게 된다면.
강현수는 아무 의심 없이 전적으로 송하나를 믿고 의지할 수 있었다.
“얼른 사냥 가요.”
송하나가 강현수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러죠.”
강현수가 미소를 지으며 송하나와 함께 사냥터로 향했다.
* * *
‘오늘도 사람이 많네.’
초보자 사냥터는 오늘도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들어가죠.”
강현수와 송하나는 당연하다는 듯 숲 초입을 지나 더 깊은 곳으로 진입했다.
“어제보다 사람이 늘었어요.”
송하나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초보자 사냥터에서 조금 더 진입한 20~30레벨 사냥터.
어제는 텅 비어 있던 곳에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하루 만에 자신감이 붙은 모양이네요.”
“그러게요.”
“어차피 우리랑은 상관없는 일입니다. 더 깊이 들어가죠.”
“네.”
강현수와 송하나가 더 깊은 숲속으로 향했다.
그럴수록 점점 더 인적이 드물어지고 등장하는 몬스터의 숫자가 늘어났다.
크아아아앙!
맹수형 몬스터들이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좌악!
강현수와 송하나는 차분하게 몬스터를 사냥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후략……
0레벨에 불과한 강현수의 레벨이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송하나의 레벨 역시 꾸준히 오르고 있었다.
강현수만큼은 아니지만 송하나 역시 튜토리얼에서 꽤 많은 업적을 얻었다.
그 결과 튜토리얼을 차석으로 수료할 수 있었고 그 덕에 SSS랭크 업적을 손에 넣었다.
거기다 송하나는 레벨 업을 통해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었다.
그 결과 겨우 송하나는 40레벨대임에도 불구하고 스텟 자체는 200레벨대 플레이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수준이었다.
‘오늘은 더 깊이 들어가 볼까?’
현재 강현수와 송하나가 사냥을 하고 있는 숲의 몬스터 레벨은 어제와 같은 30~40.
강현수와 송하나의 실력이라면?
더 높은 레벨의 몬스터도 손쉽게 사냥이 가능했다.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200레벨대 몬스터를 사냥하고 싶었다.
문제가 있다면.
‘힐러가 없는 게 살짝 걸리네.’
탱커는 강현수가 하면 되고 딜러는 강현수와 송하나가 나눠서 하면 된다.
문제는 힐러.
힐러는 희귀했다.
강현수는 훈련소에서 교관과 훈련병 들을 상대로 스택이 충전될 때마다 계속해서 레플리카 스킬을 시전했다.
그럼에도 힐 스킬을 습득하지는 못했다.
‘아직 포션을 구매하지는 못했으니 무리하지 말자.’
뭐니 뭐니 해도 안전이 최우선이었다.
‘그래도 적당히 수준을 높이기는 해야겠네.’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 100~150레벨대 몬스터를 사냥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응?’
그때였다.
멀리서 무언가가 은밀히 접근하는 기척이 느껴졌다.
‘뭐지?’
강현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상식적으로는 몬스터일 확률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이곳은 고작 30~40레벨 사냥터.
30~40레벨의 몬스터가 이 정도로 기척을 잘 숨길 리가 없었다.
‘플레이어였군.’
강현수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숫자는 무려 열 명.
‘좋은 뜻으로 온 것 같지는 않군.’
이곳에서 사냥을 하고자 온 거라면?
몬스터를 사냥을 하면 된다.
한데 저들은 몬스터를 사냥하지 않고 기척을 숨겼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강현수와 송하나를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나와 송하나를 노리는 건가?’
강현수와 송하나는 테라 왕국에서 딱히 은원 관계를 맺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들이 강현수와 송하나를 노린다면?
‘인간 사냥꾼인가.’
강현수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테라 왕국은 대한민국 같은 민주주의국가가 아닌 왕정 국가였다.
당연히 신분제가 존재했다.
그리고 그 신분제의 밑바닥에는…….
‘노예가 있지.’
문제는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점이다.
테라 왕국에서 신분이 노예로 떨어지는 경우는 단 두 가지뿐이다.
바로 전쟁 포로와 반역자였다.
‘두 방법 다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지.’
타 차원의 침공이 시작된 이후.
아군이라고 할 수 있는 아틀란티스 차원 국가 간의 전쟁은 거의 소멸한 상태였다.
당연히 전쟁 포로를 이용한 노예 수급에도 문제가 생겼다.
반역 역시 일어나기 힘들었다.
타 차원과의 전쟁이 시작되며 왕권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가끔 정치적인 문제로 반역자가 생기긴 하지만 그 수가 너무 적었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지.’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줄어들었다.
당연히 그 틈을 노리는 범죄가 성행하기 시작했다.
‘인신매매.’
인신매매범들은 합법적인 방법이 아닌 불법적인 방법으로 노예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자유민을 납치해 서류를 조작해 노예로 신분을 바꾸는 것이다.
‘인신매매범들이 가장 좋아하는 납치 대상이 바로 갓 훈련소를 졸업한 플레이어들이지.’
특히 왕국군이나 길드에 입단하지 못한 쭉정이들은 갑자기 실종되어도 찾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또 아틀란티스 차원에 연고가 없다 보니 노예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증명해 줄 만한 가족이나 지인도 없었다.
‘테라 왕국에서도 의도적으로 묵인하고 있는 것 같고.’
자유민을 노예로 만드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었다.
하나 테라 왕국의 관리들은 이에 대한 단속을 거의 하지 않았다.
‘남자는 광산이나 투기장에 팔고 여자는 창관에 팔아넘겨 돈을 챙기는 쓰레기들.’
강현수는 같은 인간을 사냥해 노예로 판매하는 이들을 혐오했다.
‘기다린다.’
거의 100% 저들이 인간 사냥꾼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지만.
‘아닐 확률을 배제할 수는 없지.’
저들이 인간 사냥꾼이 아니라면?
조용히 지나갈 것이다.
만약 인간 사냥꾼이 맞다면?
‘싸워야 한다.’
단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인간 사냥꾼들의 숫자는 무려 열 명.
머릿수부터 달린다.
거기다 인간 사냥꾼들의 레벨은 대략 200대 이상일 확률이 높다.
강현수의 스텟이 300레벨대 플레이어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스킬 랭크가 너무 낮아.’
또 확률이 낮기는 하지만.
인간 사냥꾼들 중 300레벨대 플레이어가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강현수가 사냥 속도를 늦췄다.
그리고 훈련소에서 배운 수신호를 통해 송하나에게 자신들을 노리는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송하나가 표정이 굳히며 알겠다는 수신호를 보냈다.
강현수는 레벨 업을 통해 얻은 미분배 스텟을 민첩 스텟에 올인했다.
그러는 사이 적들이 흩어져 포위망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확실하네.’
저들이 인간 사냥꾼이든 아니든 강현수와 송하나에게 적의가 있는 건 확실했다.
‘이때가 기회다.’
하나로 뭉쳐 있던 적들이 포위망 구성을 위해 흩어진 지금.
각개격파를 해야 했다.
강현수가 송하나에게 수신호로 공격 명령을 내렸다.
화르르륵!
송하나가 만들어 낸 불화살들이 사방으로 난사되었다.
꽈아아아앙!
“악! 이게 뭐야?”
기습을 하려다 반대로 기습을 당한 적들이 적잖이 당황했다.
타악!
그 순간 강현수와 송하나가 적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서걱!
강현수는 거침없이 검을 휘둘러 당황한 적의 목을 베어 냈다.
푸욱!
송하나 역시 기습의 묘리를 살려 적의 심장에 검을 틀어박았다.
“이런 씨발!”
“잡아!”
포위망을 구성하기 위해 흩어졌던 적들이 강현수와 송하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반면 두 명의 적을 제거한 강현수와 송하나는 그 틈을 통해 몸을 피했다.
‘충분히 상대할 만해.’
적들의 레벨이 예상보다 낮았다.
‘200레벨대가 아니라 100레벨대다.’
이 정도로 스텟 차이가 나면?
스킬 랭크가 낮더라도 충분히 할 만한 싸움이 된다.
휘익!
도주하던 강현수가 몸을 돌려 검을 휘둘렀다.
“건방진 놈!”
강현수를 얕잡아 본 상대가 대도를 휘둘렀다.
대도로 강현수의 검을 깨부술 생각인 듯했다.
현명한 판단이었다.
대도는 검보다 월등히 무겁고 파괴력이 강했으니까.
그러나.
‘그만큼 느리지.’
서걱!
강현수는 상대가 휘두른 대도를 가볍게 회피하며 검을 휘둘러 상대의 목을 날려 버렸다.
애초에 기본 스텟 자체가 강현수가 더 높았다.
거기다 강현수는 방금 전 모든 미분배 스텟을 민첩에 올인했다.
그런 상황에서 더 무겁고 느린 대검을 검보다 더 늦게 휘두르기까지 했으니.
강현수의 입장에서는 죽여 달라고 사정하는 꼴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강현수가 대도를 들고 있던 적을 제거한 사이.
“아악!”
송하나도 적 하나를 제거했다.
강현수가 워낙 규격 외의 강함을 가지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약해 보였을 뿐.
송하나는 역대 튜토리얼을 차석으로 마무리한 괴물 같은 재능과 스텟의 소유자였다.
“저 괴물 같은 연놈들은 도대체 뭐야?”
“이제 막 훈련소를 수료한 병아리 수준이 아니잖아!”
적들은 당황했다.
그들은 낙오자였다.
업적을 거의 획득하지 못해 동 레벨 플레이어들보다 스텟이 떨어졌다.
재능이 부족해 좋은 스킬도 획득하지 못했다.
그럼 노력이라도 해서 레벨과 스킬 랭크라도 올려야 하는데.
목숨을 걸고 사냥에 나설 만한 배짱도 없었다.
귀찮다는 이유로 스킬 랭크를 올리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조차도 하지 않았다.
그런 신세니 당연히 어디를 가나 외면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들이 노린 먹잇감이 바로 자신들보다 약한 저레벨 플레이어였다.
특히 저레벨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이제 갓 훈련소를 퇴소한 이들이 가장 만만한 먹잇감이었다.
한데 그 만만한 먹잇감이.
“으아아악!”
“흩어져서 도망쳐!”
역으로 자신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좌악!
붉은 피가 대지를 뒤덮었다.
강현수와 송하나는 거침없이 움직였다.
하지만 몸은 하나였다.
뿔뿔이 흩어져 도주하는 적들을 모두 쫓을 수는 없었다.
“소대 소환.”
강현수가 처음으로 실전에서 소대 소환 스킬을 사용했다.
사아아악!
마력으로 구성된 소환수들이 도주하는 적들의 앞을 가로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