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16화 (16/365)

스킬 강화 (2)

훈련소에서의 5주라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강현수는 절대 튀는 행동을 하지 않고 무난하게 훈련소 생활을 보냈다.

물론 그러는 와중에도 스택이 충전되는 즉시 레플리카 스킬을 사용했다.

레플리카 스킬의 랭크를 올리기 위해서였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강현수는 당장 쓸 만한 스킬들을 계속해서 사용해 마력을 모두 소모시켰다.

마력의 심장 스킬을 성장시키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마력의 심장 스킬이 E랭크로 성장했다.

레플리카 스킬 역시 꽤 많은 숙련도가 쌓였을 것이다.

‘이제 퇴소인가?’

훈련소에서 5주라는 시간을 보낸 대가를 받을 차례였다.

“그대들은 국왕 폐하의 하해와 같은 은혜를 받은……. 앞으로 그대들은 테라 왕국의 신민으로 살아갈 것이다!”

퇴소식은 지루했다.

그래서였을까?

“우와아아아아!”

길고 긴 연설이 끝나자마자 커다란 함성이 터져 나왔다.

긴 연설의 내용은 간단했다.

플레이어들을 테라 왕국의 신민으로 인정해 주겠다.

그러니까 세금 꼬박꼬박 잘 내고 전시 소집령 떨어지면 무조건 응해라.

‘왕국이 호구는 아니지.’

오히려 악랄한 빚쟁이에 가깝다.

퇴소식의 마지막은 각인 스킬을 사용해 왼손의 손등에 인장을 새기는 것이었다.

마력을 주입하면 드러나는 인장은 일종의 신분증 역할을 했다.

인장을 새기는 것을 끝으로 퇴소식이 끝났다.

그 결과.

[EX랭크 퀘스트가 발동했습니다.]

[당신은 튜토리얼과 아카데미 교육을 마치고 정식 플레이어가 되었습니다. 마왕군을 무찌르고 아틀란티스 차원을 지키십시오.]

[조건 - 마왕군이 전멸하거나 아틀란티스 차원 점령을 포기해야 합니다.]

[보상 – 지구로의 귀환.]

하나의 퀘스트가 생겨났다.

‘회귀 전에는 저 퀘스트를 깨지 못했어.’

하지만 이번 생에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저 퀘스트를 완료할 것이다.

퀘스트에 이어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뛰어난 업적을 획득하셨습니다.]

[칭호 훈련소를 수료한 자 C랭크가 주어집니다.]

바로 업적 메시지였다.

훈련소에서 5주를 버티면 업적 하나를 얻을 수 있었다.

‘고작 C랭크이기는 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

‘최고 성적을 낸다고 더 높은 랭크의 칭호를 주는 것도 아니고.’

만약 그랬다면?

강현수는 역대 최고 성적으로 훈련소를 수료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혜택은 없었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튜토리얼이 끝난 후 칭호를 얻는 건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깝지.’

훈련소를 수료했다고 C랭크 칭호를 주는 것 자체가 사실상 초보자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혜택이었다.

‘회귀 전에는 이것도 감지덕지했지.’

훈련소를 수료한 이들은 낙제 이하의 성적을 받지만 않으면 모두 C랭크 업적을 얻을 수 있었다.

교관들이 교육생을 두들겨 패면서까지 교육시킨 이유 역시 업적 획득을 위해서였다.

“뭐야? 난 이런 게 있는지도 몰랐다고!”

“왜 미리 안 알려 준 거야!”

드물게 낙제점을 받아 업적을 획득하지 못한 이들이 후회의 눈물을 흘렸지만.

이미 늦었다.

훈련소는 단 한 번만 입소할 수 있다.

두 번은 없었다.

‘한심한 놈들.’

교관들은 훈련소를 낙제 이상의 점수로 수료해야 불이익이 없다고 끊임없이 강조했다.

그 말을 듣고도 방만하게 행동한 건 그들의 책임이었다.

“현수 씨.”

송하나가 강현수에게 다가왔다.

숙소가 떨어져 있었지만 강현수와 송하나는 쉬는 시간마다 종종 만나 계속해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유대를 쌓았다.

훈련소를 수료한 뒤 함께 행동하기로 이미 말까지 맞춰 놓은 상태였다.

‘결국 훈련소에서는 아무도 못 건졌네.’

훈련소에서도 수하로 쓸 만한 이들이 있으면 포섭할 생각이었다.

하나 초기부터 두각을 나타낸 이들은 거대 길드에서 다 채 갔다.

혹시 실력을 감추고 있는 이들 중에 아는 얼굴이 있을까 싶어 훈련받는 도중 열심히 살펴봤지만.

결국에는 허탕이었다.

‘너무 욕심을 부렸나?’

애초에 포섭해야 하는 플레이어들의 명단은 이미 확보해 놓은 후였다.

혹시 흙 속에 진주가 있을까 싶어 살펴봤던 건데.

괜한 욕심이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송하나가 궁금한 표정으로 강현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훈련소를 수료한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왕국군에 들어가거나 중소 길드에 들어갔다.

프리로 활동하게 된 플레이어들은.

성적이 너무 나빠 아무 곳에서도 스카우트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선택이 아닌 강제였던 것이다.

강현수와 송하나 역시 이 그룹에 속해 있었다.

두 사람의 성적은 평균 이하였으니까 말이다.

‘어디에 들어가든 어느 정도 간섭은 있을 수밖에 없어.’

성적을 조금 올렸다면?

강현수와 송하나는 왕국군에 속하거나 중소 길드에 입단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거대 길드의 루키처럼 집중 관리를 받지는 않겠지만 왕국군과 중소 길드 역시 자유 시간이라는 게 거의 없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강현수는 프리를 선택했다.

“일단 숙소부터 정하죠.”

강현수의 말에 송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퇴소 전에는 질이 좀 떨어지기는 했지만.

훈련소 내에서 무료로 숙식을 해결할 수 있었다.

하나 앞으로는 아니었다.

직접 돈을 벌어 숙식을 해결해야 했다.

강현수와 송하나가 중급 여관으로 향했다.

“방 두 개 주세요.”

강현수의 말에 송하나가 화들짝 놀랐다.

“숙박비랑 식비가 너무 비싸지 않나요?”

송하나가 조심스러운 어조로 강현수에게 물었다.

강현수와 송하나가 퇴소하면서 받은 돈은 각각 1골드.

합쳐 봐야 고작 2골드다.

중급 여관에 머무를 경우 두 사람이 지불해야 하는 하루 숙박비와 식비는 대략 10실버.

1백 실버가 1골드이니 고작 20일 정도를 머무르면 두 사람은 빈털터리가 되는 것이다.

“하급 여관으로 가는 건 어떨까요?”

하급 여관의 경우 숙박비와 식비가 중급 여관의 1/3 수준이다.

같은 돈이라도 20일이 아니라 두 달 정도를 머무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훈련소에서 배웠잖아요. 하급 여관은 치안이 좋지 않다고.”

강현수의 말에 송하나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하급 여관의 경우 시설도 열악하고 빈민가 주변에 위치해 치안도 좋지 않았다.

재수가 없으면 숙소에서 자는 도중에 목이 날아갈 수도 있었다.

“아직은 돈에 여유가 있으니까 중급 여관에 머무르죠.”

“그럼 방은 하나로 하죠.”

“네?”

“숙박비라도 아껴야죠.”

송하나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에 강현수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돈 걱정을 할 필요는 없는데.’

강현수는 회귀자다.

그런 만큼 큰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수도 없이 많이 알고 있었다.

또 현재 강현수와 송하나의 실력이라면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만으로도 꽤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사실 이곳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데.’

마음 같아서는 상급 여관이나 최상급 여관으로 가고 싶었지만.

당장 가지고 있는 돈이 부족해 참은 것뿐이었다.

결국 강현수와 송하나는 방을 하나만 잡았다.

‘시간만 있으면 돈 문제는 말끔하게 해결할 수 있어.’

돈이 넉넉해지면?

그때 방을 두 개 잡으면 된다.

‘특별히 어색해할 필요도 없고.’

두 사람은 이미 백 일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밤을 지새우며 노숙을 한 경험이 있었다.

그러니 한 방을 쓴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없었다.

“아직 시간이 이르니까 사냥터에 한번 가 볼까요?”

강현수의 말에 송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훈련소는 단순히 무력만 수련시키는 곳이 아니었다.

아틀란티스 차원의 문화, 경제, 지리, 상식 등등 수많은 정보도 함께 가르쳤다.

당연히 그 정보 중에서는 초보자 사냥터에 대한 정보도 있었다.

* * *

‘사람이 바글바글하네.’

외성 밖 숲 초입에 위치한 초보자 사냥터에는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바글거렸다.

‘익숙한 얼굴도 많이 보이고.’

저들 중 대다수가 오늘 갓 훈련소를 수료한 이들이었다.

‘역시 프리로 뛰는 이들이 대부분이야.’

왕국군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길드에도 소속되지 못한 이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초보자 사냥터에서 몬스터를 잡는 것뿐이었다.

“조금 깊숙이 들어가 보죠.”

“네.”

숲 초입은 몬스터보다 플레이어가 더 많아서 도저히 사냥을 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강현수와 송하나가 조금 더 깊은 숲속으로 향했다.

그럴수록 플레이어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었다.

이 숲은 하나의 거대한 사냥터이자 마왕군이 풀어놓은 몬스터들의 침공 루트였다.

당연히 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서식하는 몬스터의 레벨이 올라갔다.

‘첫날인 만큼 대다수가 안전한 사냥을 선호하겠지.’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자신감이 붙어 겁을 상실한 플레이어들이 늘어나겠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강현수와 송하나가 30~40레벨의 몬스터들이 서식하는 지역에 도착했을 무렵.

캬아아앙!

수풀 속에 숨어 있던 황소만 한 덩치를 가진 표범을 닮은 몬스터가 이를 드러내며 강현수에게 달려들었다.

서걱!

강현수가 검을 뽑아 가볍게 휘둘렀다.

표범을 닮은 몬스터의 목이 순식간에 떨어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후략……

레벨이 미친 듯이 올랐다.

‘여기까지는 예상대로다.’

강현수가 조심스럽게 상태창을 열었다.

“큭큭큭!”

상태창을 확인한 강현수의 입에서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현수 씨?”

송하나가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봤지만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역시 예상이 들어맞았어.’

혹시나 하는 걱정이 있기는 했다.

레벨이 하락했다가 다시 오르는 것인 만큼 미분배 스텟을 주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더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10레벨이 오르고 미분배 스텟 100이 생겼어.’

1레벨당 미분배 스텟 10이 오른다는 법칙이 그대로 적용되었다.

‘소대 구성.’

강현수는 방금 사냥한 표범 몬스터에게 소대 구성 스킬을 사용했다.

[스택 하나가 소모되었습니다.]

[스텟이 영구적으로 소모되었습니다.]

[새로운 소대를 구성하셨습니다.]

[기존의 소대가 소멸합니다.]

사아아악!

강현수의 마력이 모여들며 마력으로 구성된 표범 소환수가 생성되었다.

‘부지런히 반복 작업을 해야겠어.’

현재 강현수의 소환수는 20~30레벨대 몬스터와 플레이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당연히 전투력이 약할 수밖에 없었다.

‘레벨을 올리고 스텟을 소모해 소대 구성에 포함되는 소환수의 질을 올린다.’

그렇게 무한 반복하고 스킬 강화의 쿨타임이 돌아오면?

스킬 강화를 사용해 레플리카의 랭크를 상승시키고 다시금 0레벨로 돌아간다.

‘그 후 다시 레벨 업을 한다.’

그럼 스킬 랭크와 소환수를 무한대로 강화시킬 수 있었다.

“제 계획이 딱딱 들어맞아서요. 일단 사냥을 계속하죠.”

강현수의 말에 송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몬스터를 사냥하며 점점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갔다.

* * *

‘첫날에 너무 무리를 했네.’

강현수와 송하나는 늦은 밤이 되어서야 숙소로 정한 여관에 도착했다.

‘아이템과 스킬북 그리고 마석이 꽤 많이 나왔어.’

아이템은 모두 탐식의 검에게 먹잇감으로 주었다.

스킬북들은 랭크가 높은 몇몇만 두 사람이 나누어 익히고 나머지는 모두 팔기로 했다.

‘무조건 스킬이 많다고 좋은 게 아니야.’

스킬 랭크는 높으면 높을수록 올리기가 힘들어진다.

그런 만큼 주력 스킬을 집중적으로 키우는 게 중요했다.

‘나중은 모르겠지만 당장은 나도 여유가 없어.’

지금 당장은 레플리카 스킬의 랭크를 올리기도 빠듯했다.

‘일단 오늘 올린 레벨부터 모두 쓰자.’

스킬 강화 쿨타임은 이미 돌아온 상태.

좀 더 레벨을 올리고 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쿨타임이 돌아오는 즉시 사용하는 게 장기적으로 이득이야.’

[레플리카 스킬 스킬 강화 – E랭크를 시전합니다.]

[얼마만큼의 경험치를 소모하시겠습니까?]

‘내가 보유한 모든 경험치.’

강현수의 선택과 동시에 스킬 강화 스킬이 발동했다.

[현재 보유 중인 모든 경험치를 소모해 레플리카 – D랭크의 등급을 상승시킵니다.]

[스킬 강화가 E랭크에서 D랭크로 성장하였습니다.]

[고유 스킬 레플리카 D랭크가 성장하였습니다.]

[레벨이 0으로 하락하였습니다.]

‘역시 내 선택이 맞았어.’

아쉽게 레플리카 스킬의 랭크는 상승하지 않았다.

하나 스킬 강화가 D랭크로 성장했다.

‘쿨타임이 20일로 줄었어.’

랭크가 낮아서 그런지 스킬 강화의 성장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레플리카 스킬 랭크까지 성장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오늘 강현수가 올린 레벨의 총합은 40이 넘었다.

그런데 레플리카 스킬 랭크는 상승하지 않았다.

‘욕심부리지 말자.’

고작 하루 치 경험치를 투자했을 뿐이다.

20일 후라면?

분명 레플리카 스킬의 랭크를 상승시킬 수 있으리라.

‘오늘은 사냥터를 살펴보기 위해 나온 거야,’

내일 더 높은 레벨의 몬스터가 있는 사냥터로 간다면?

오늘보다 더 빠르게 레벨을 올릴 수 있을 게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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