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12화 (12/365)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강현수는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 결과 머더러 플레이어들과의 충돌도 잦아졌다.

사실 먼저 시비를 걸고 덤벼 오는 쪽은 머더러 플레이어들이었다.

강현수와 송하나가 함께 움직일 때도 고작 둘이라며 우습게 보고 덤벼드는 머더러 플레이어들이 많았다.

그런데 둘도 아니고 하나가 되었으니.

“잡아!”

머더러 플레이어들은 강현수를 보기만 하면 죽이겠다고 공격을 가해 왔다.

“아이템이 꽤 좋아 보이는데.”

“저 검은 내가 갖는다!”

“헛소리 저 검은 내 거야!”

머더러 플레이어들은 한눈에 보아도 랭크가 높아 보이는 아이템들을 잔뜩 두르고 다니는 강현수를 보물 창고 보듯 했다.

그러나.

서걱!

좌아악!

“괴물.”

“커억!”

“도망쳐!”

막상 전투가 시작되면 머더러 플레이어들이 도주하기 바빴다.

머더러 플레이어들도 그간 몬스터와 플레이어를 사냥하며 성장했다.

그러나 아무리 성장했다고 해도.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해도.

승냥이 떼가 범 한 마리를 당해 낼 수 없는 것처럼.

머더러 플레이어들이 강현수를 어찌할 수는 없었다.

말 그대로 격이 달랐다.

레벨, 스텟, 스킬, 전투 경험.

머더러 플레이어들은 그중 무엇 하나 강현수보다 나은 게 없었다.

순식간에 전투가 마무리되었다.

강현수가 아이템을 회수했다.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 수준이 많이 올라갔네.’

초기에는 대부분 시작의 방에서 가지고 온 F랭크 아이템을 사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이 E랭크 아이템으로 도배를 하고 있었다.

또 드물게 D랭크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강현수로서는 좋을 수밖에 없었다.

탐식의 검에 먹이로 줄 수 있는 아이템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놈은 도대체 언제 성장하는 거야.’

강현수가 손가락에 끼워진 수호의 반지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회귀 전.

수호신 이철민이 사용했던 EX랭크 수호의 반지는 실로 엄청난 위용을 보여 줬다.

‘수호신 이철민은 이걸 도대체 어떻게 성장시킨 거지?’

거의 모든 종류의 아이템이 한번 F랭크면 끝까지 F랭크고, EX랭크면 끝까지 EX랭크다.

랭크가 상승하는 성장형 아이템은 극히 드물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성장형 아이템의 숫자는 고작해야 11개에 불과하지.’

강현수는 그 11개 중 두 개를 선점했다.

문제는 성장시키는 방법이 널리 알려진 탐식의 검과 달리 수호의 반지를 성장시키는 방법은 알려진 바가 없다는 점이었다.

‘급해지지 말자.’

강현수는 조급해지려는 마음을 애써 다잡았다.

수호신 이철민이 해냈다면?

자신도 해낼 수 있었다.

‘방법만 찾으면 그만이야.’

이제 겨우 튜토리얼일 뿐이다.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강현수는 탐색에 열중했다.

그러는 와중에 서서히 해가 저물어 갔다.

‘이제 돌아가 볼까.’

강현수가 송하나와 만나기로 약속했던 장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 *

송하나는 몬스터를 사냥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바로 강현수 때문이었다.

‘나 때문에 현수 씨가 시간을 낭비하고 있어.’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송하나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중간중간 머더러 집단과 전투를 벌이는 시간을 제외하면 송하나는 모든 시간을 사냥에 쏟아부었다.

최대한 빨리 세 번째 튜토리얼에서 얻어 낼 수 있는 모든 업적을 획득해야 했다.

그게 자신에게도 이득이고 강현수에게도 이득이었다.

부스럭!

그때 수풀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일단의 플레이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송하나가 차분한 표정으로 검을 들어 올렸다.

머더러 플레이어 집단이라면?

싸우면 그만이다.

정상적인 플레이어 집단이라면?

무시하고 몬스터 사냥을 지속하면 그만이다.

“이야, 이게 누구야! 내가 그렇게 만나고 싶었던 송하나 양 아니야!”

그 순간 플레이어들 중 하나가 송하나의 이름을 부르며 알은척을 했다.

‘누구지?’

송하나가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주시했다.

“좀 비켜 봐.”

플레이어들을 밀치며 모습을 드러낸 건.

두 번째 튜토리얼의 시작과 동시에 송하나에게 검을 휘둘렀던 건달 출신 플레이어.

오성혁이었다.

“나 기억하지? 이야, 그때 진 빚을 이제야 갚을 수 있겠네.”

오성혁이 살기 어린 눈빛을 번뜩이며 송하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형님. 저도 저년한테 쌓인 게 많습니다.”

“강현수 그 새끼가 안 보이네? 혹시 죽었냐?”

그런 오성혁의 말을 받은 사람은 최우석과 박지명이었다.

“셋 다 살아 있었나 보네?”

송하나가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당연히 살아 있었지. 왜? 우리가 강현수 그 개새끼가 없으면 살지도 못할 줄 알았냐?”

“강현수가 죽은 게 아쉽네요. 살아 있었다면 그때 진 빚을 다 갚아 줄 수 있었는데.”

“아, 그 개새끼는 내가 죽였어야 했는데.”

오성혁, 최우석, 박지명이 주절거리는 사이 나머지 플레이어들이 송하나를 포위했다.

“저년이 성혁이 형님이 말한 두 연놈 중 하나입니까?”

“이야, 반반하네.”

“죽이는 건 좀 아깝고 노예로 부리죠.”

“그래, 그게 좋겠다.”

오성혁 패거리는 마치 다 이겼다는 듯이 행동하고 있었다.

사실 그럴 만했다.

오성혁 패거리의 숫자는 무려 32명이었다.

그에 비해 송하나는 혼자.

1 대 32.

누가 봐도 승패가 정해져 있는 싸움이었다.

“많이 변했네.”

송하나가 최우석과 박지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성혁이 저런 놈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름 평범해 보이던 최우석과 박지명이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은혜를 원수를 갚는 인간쓰레기로 변해 버릴 줄은 몰랐다.

“튜토리얼이잖아.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지.”

최우석이 혀로 입술을 훑으며 말했다.

“그럼 그럼, 이 지옥 같은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변할 수밖에 없지.”

“큭큭, 처음에 저 두 놈은 진짜 병신 같았는데 말이야.”

오성혁 패거리가 최우석과 박지명을 비웃었다.

‘한심하네.’

최우석과 박지명은 오성혁 패거리 중에서도 서열이 가장 낮아 보였다.

다른 이들의 비웃음을 받는 것도 그랬고 걸친 아이템도 전부 F랭크.

등에는 식량을 비롯한 잡동사니를 짊어지고 있었다.

겉으로는 동료지만 그 속을 파 보면?

대충 봐도 저 무리에서 반쯤 노예 취급을 받고 있는다는 걸 손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저런 취급을 받으면서까지 오성혁과 함께하고 싶을까.’

송하나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때 도울 필요가 없었어.’

강현수는 두 번째 튜토리얼에서 저들에게 선의를 베풀었다.

하지만 그렇게 베푼 선의는 악의로 되돌아왔다.

‘앞으로는 같은 실수를 두 번 다시 하지 말자.’

강현수가 선의를 베풀려 해도.

송하나 자신이 막을 것이다.

스윽.

송하나는 마력을 끌어 올리며 차분히 전투를 준비했다.

숫자가 많기는 하지만 두렵지는 않았다.

“저년 끝까지 저항할 생각인가 보네.”

“그러게.”

“웬만하면 상처 입히지 말고 산 채로 잡아라.”

적들이 포위망을 좁혀 왔다.

그때.

“이놈들은 또 뭐야?”

포위망 밖에서 강현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 *

강현수는 송하나가 약속한 장소에 없자 주변을 탐색했다.

그러다 다수의 플레이어들이 송하나를 포위하고 있는 장면을 발견했다.

“이놈들은 또 뭐야?”

강현수가 포위망을 갖추고 있는 플레이어들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

“저놈도 포위해!”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플레이어들이 송하나와 강현수를 동시에 포위했다.

강현수가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성혁?’

상대의 얼굴을 확인한 강현수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세 번째 튜토리얼에서 만나게 되면 반드시 제거하려고 했던 인물.

그동안 만나지 못해 죽은 게 아닐까 했다.

하지만 직접 죽이거나 죽은 모습을 본 게 아니라 계속 찝찝했다.

그런데 이렇게 직접 만나게 되다니?

‘이번에는 확실히 숨통을 끊어 주마.’

뛰어난 리더 업적도 얻은 마당에 전처럼 자비를 베풀어 줄 필요가 없었다.

“죽지 않고 살아 있었구나.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오성혁이 살기 어린 눈빛으로 강현수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때 진 빚을 이자까지 쳐서 톡톡히 갚아 주마. 저놈도 생포해!”

“네, 형님!”

“넌 이제 큰일 났다.”

“우리 형님이 얼마나 무서운 분이신데.”

“차라리 죽고 싶다고 애원하게 만들어 주마.”

오성혁 패거리가 건들거리는 자세로 강현수를 향해 다가왔다.

피식!

강현수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간 많은 머더러 집단을 만났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양아치스러운 집단은 처음이었다.

타악!

강현수가 다수의 적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화르르륵!

강현수의 손에서 피어오른 불꽃이 적들을 향해 날아갔다.

꽈아아앙!

“아아아악!”

“살려 줘!”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서걱! 서걱!

강현수가 공격 스킬을 날리며 검을 휘둘렀다.

“커억!”

“아악!”

적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괴물이다!”

“저런 놈을 어떻게 이겨!”

강현수의 압도적인 무력 앞에 오성혁 패거리가 순식간에 전의를 상실했다.

“이런 망할.”

“도망치자!”

전의를 상실한 오성혁 패거리가 뿔뿔이 흩어져 도주하기 시작했다.

아군의 도주를 막아야 할 무리의 리더 오성혁은…….

그 누구보다도 빨리 도주했다.

하나 그들의 도주는 성공하지 못했다.

송하나가 그들의 퇴로를 막았기 때문이다.

“비켜, 이년아!”

“얼른 저년을 죽여!”

오성혁 패거리는 살기 위해 송하나를 공격했다.

화르르륵!

파지지직!

그런 그들을 맞이한 것은 붉은 불꽃과 푸른 뇌전이었다.

꽈아아앙!

송하나의 공격 스킬에 적들이 순식간에 죽어 나갔다.

어찌어찌 공격 스킬의 포화를 뚫고 송하나에게 접근한 적들은.

서걱!

송하나가 휘두른 검 앞에 무력하게 목숨을 잃었다.

세 번째 튜토리얼에서 가장 강한 플레이어가 강현수다.

그리고 두 번째로 강한 플레이어가 바로 송하나였다.

강현수와 송하나의 양면 공격에 32명에 달하던 오성혁 패거리의 숫자는 순식간에 열 명 이하로 줄어들었다.

“항복! 항복하겠습니다!”

“살려 주세요!”

살아남은 오성혁 패거리가 무기를 버리고 투항했다.

서걱!

송하나는 망설임 없이 항복한 적들의 목을 베어 나갔다.

“하나 씨, 제가 아까 한 말은 진심이 아니었습니다! 제발 살려 주세요!”

박지명이 송하나에게 무릎을 꿇고 목숨을 구걸했다.

“지명이 말이 맞습니다! 그렇게 행동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요! 다 오성혁이 시킨 겁니다!”

최우석이 모든 잘못을 오성혁에게 떠밀었다.

송하나가 그런 두 사람을 향해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둘렀다.

서걱! 서걱!

목숨을 구걸하던 최우석과 박지명의 목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예전이라면 망설였을 수도 있다.

고민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최우석과 박지명의 죽음을 끝으로 고요한 침묵이 찾아왔다.

살아남은 적은 단 한 명.

가장 먼저 도망친 오성혁뿐이었다.

* * *

‘이런 씨발! 어떻게 이런 개좆 같은 경우가.’

오성혁이 속으로 욕설을 토해 냈다.

성질 같아서는 커다란 목소리로 온갖 욕설을 내뱉고 싶었다.

하나 그럴 수가 없었다.

혹시 그 소리를 듣고 강현수나 송하나가 쫓아올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 괴물 같은 연놈들은 도대체 뭐야? 어떻게 그렇게 강해질 수 있는 거냐고.’

세 번째 튜토리얼이 시작되며 두 번째 튜토리얼에서 입었던 부상이 완치되었다.

최우석과 박지명을 휘어잡고 다른 플레이어들을 포섭해 숫자를 불렸다.

수적 우세를 이용해 몬스터와 플레이어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사냥했다.

피나는 노력의 결과 전직을 했다.

아이템도 D등급으로 맞췄다.

수하들을 미끼로 써 가며 경험치를 독점해 20레벨도 찍었다.

강현수가 아무리 강해져도 무리를 이루지 못한 이상 자신을 어찌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홀로 있는 송하나를 봤을 때.

동료 없이 모습을 드러낸 강현수를 봤을 때.

오성혁은 이제야 과거의 굴욕을 갚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허망한 망상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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