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11화 (11/365)

세 번째 튜토리얼의 수호자 (2)

강현수와 송하나는 계속해서 몬스터를 사냥하며 보스 몬스터가 있는 중앙으로 향했다.

‘일주일 정도면 다 끝나겠어.’

강현수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업적이 척척 쌓여 가고 있었다.

거기다 금방 레벨 업에 제동이 걸렸던 첫 번째와 두 번째 튜토리얼과 달리 세 번째 튜토리얼에서는 레벨도 쭉쭉 올랐다.

‘튜토리얼에서 30레벨을 찍을 수 있으려나?’

강현수가 알기로 튜토리얼에서 30레벨을 찍은 플레이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어쩌면 추가로 업적을 줄지도 몰라.’

강현수는 더욱더 사냥에 열중해 나가기로 했다.

황소욱의 고유 스킬을 레플리카로 복사한 뒤 활용하기 위해서는 레벨을 최대한 올려놓는 게 유리했다.

부스럭!

그때 수풀이 갈라지며 일단의 플레이어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또냐.’

점점 플레이어들과 마주치는 횟수가 늘어났다.

‘당연하겠지.’

숲 외곽의 결계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줄어든다.

플레이어들은 자연스럽게 중앙으로 모여들 수밖에 없었다.

“뭐야, 겨우 둘이잖아?”

“그러게.”

“어이, 너희 둘이 전부냐?”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플레이어들의 숫자는 총 아홉 명.

그런데 뭔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아홉 명 중 여섯 명만 제대로 된 아이템을 갖추고 있었고.

나머지 세 명은 간단한 무기와 방어구조차 없었다.

‘노예인가?’

식량을 구하고 잠잘 곳을 마련하는 노예.

위기에 빠지면 노예들은 주인들이 도망칠 동안 몬스터들의 시선을 끄는 미끼가 되기도 한다.

‘점점 비정상이 되어 가는군.’

시간이 흐를수록 플레이어들이 가지고 있는 현대인의 감성이 뒤틀리고 마모된다.

물론 상당히 낮은 확률이지만 힘 있는 강자 여섯 명이 힘없는 약자 세 명을 보호해 주는 것일 확률도 있다.

“이 새끼들 왜 말이 없어? 쫄았냐?”

“그런 거 같은데.”

“오호, 저년 꽤 반반한데.”

“그러네. 저놈은 죽이고 저년은 생포하자.”

하지만 그들이 입을 여는 순간, 그럴 가능성이 말끔하게 사라졌다.

챙!

플레이어들이 무기를 뽑아 들고 강현수와 송하나를 포위했다.

노예로 보이는 셋은 두 눈을 꾹 감고 고개를 푹 숙였다.

아예 도주하는 것조차 포기한 듯한 모습이었다.

‘점점 머더러 집단 비율이 늘어 가네.’

새롭게 마주치는 대다수의 플레이어들이 머더러였다.

강현수나 송하나처럼 적절한 선을 지키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빨리 처리하고 가죠.”

“네.”

강현수의 말에 송하나가 짧게 대답했다.

“하! 이 연놈들이 실성을 했나?”

“고작 두 명이서 무슨.”

“지금까지 운이 좋아 살아남은 거 같은데, 이제 그것도 끝이다.”

머더러 플레이어들이 주절거리는 사이.

강현수와 송하나가 동시에 검을 뽑았다.

휘익!

작은 바람 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푸악!

강현수와 송하나를 포위하고 있던 머더러 플레이어들의 몸이 상체와 하체로 분리되었다.

눈을 감고 있던 노예 취급을 받던 플레이어들은 갑자기 찾아온 침묵에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히익!”

그 후 노예 취급을 받던 플레이어들은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의 주인 행세를 했던 플레이어들이 모두 죽었기 때문이다.

노예 취급을 받던 플레이어들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강현수와 송하나가 자신들을 풀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 따위는 없었다.

노예 취급을 받던 플레이어들은 이미 오래전에 희망을 버렸다.

방금 전 죽은 주인 행세를 하던 플레이어들은 그들의 첫 번째 주인이 아니었다.

‘또 주인이 바뀌는 건가?’

‘제발 성품이 좋았으면 좋겠는데.’

‘먹을 거라도 많이 줬으면.’

노예 취급을 받던 플레이어들은 주인 행세를 하는 플레이어가 바뀌는 걸 반기지 않았다.

자칫 잘못하면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거나.

전보다 더 참혹한 삶을 살아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봐.”

“예!”

“부르셨습니까!”

잔뜩 긴장한 상태였던 노예 취급을 받던 플레이어들이 강현수의 부름에 있는 힘껏 목소리를 높여 대답했다.

“받아.”

강현수가 죽은 플레이어들이 가지고 있던 아이템들 중 일부를 그들에게 건넸다.

“어?”

갑작스러운 상황에 노예 취급을 받던 플레이어들이 적잖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거 가지고 알아서 살아남아.”

“저희를 풀어 주신다는 말씀이십니까?”

강현수의 말에 노예 취급을 받던 플레이어 하나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우린 살았어.”

노예 취급을 받던 플레이어 둘의 얼굴이 환해졌다.

하지만 남은 하나는 아니었다.

“저, 저기 전 이런 거 필요 없습니다. 그냥 저를 데리고 다녀 주십시오. 제가 먹을 것도 구해 오고 잠자리도 준비하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노예 취급을 받던 플레이어 중 하나의 말에 다른 둘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숲 중앙으로 몰렸다.

그러다 머더러 플레이어들과 충돌했고 패배하면서 노예 신세가 되어 버렸다.

아이템을 손에 넣었다.

강해질 기회도 손에 넣었다.

그러나 그들은 겁이 났다.

또다시 머더러 플레이어들을 만난다면?

그들과 싸워야 한다.

만약 패배한다면?

다시 노예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머더러 플레이어 손에 죽거나 노예가 되는 것보다는 저분들 밑에 있는 게 낫지 않을까?’

‘엄청 강하니까, 우리가 죽을 일은 없잖아.’

‘성품도 나빠 보이지 않고.’

노예 취급을 받던 플레이어들이 머리를 굴렸다.

그러나 그들은 굳이 머리를 굴려 가며 이해득실을 따질 필요가 없었다.

“싫다.”

강현수가 딱 잘라 거절해 버렸으니까 말이다.

“도대체 왜?”

“저희가 이렇게 보여도 잡일에는 도가 튼 놈들입니다.”

“맞습니다! 딱 하루만 저희와 함께 생활해 보시죠!”

노예 취급을 받던 플레이어들이 적극적으로 자기 PR에 나섰다.

“싫다고 했을 텐데.”

싸늘한 살기가 포함된 강현수의 한마디에 노예 취급을 받던 플레이어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말을 안 한다고 해서 강현수가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읽을 수 없는 건 아니었다.

노예 취급을 받던 플레이어들의 얼굴에는 억울하다는 감정이 한가득 피어올라 있었다.

‘도대체 뭐가 억울하다는 건지.’

강현수는 어이가 없었다.

노예 생활에서 해방시켜 줬다.

죽이거나 구속하지도 않았다.

거기다 F랭크이긴 하지만 아이템까지 공짜로 나눠 줬다.

뭐, 강현수가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F랭크 아이템을 준 건 아니었다.

그저 어차피 버릴 생각이었기에 선심 삼아 준 것이다.

‘이 정도면 충분히 호의를 베풀었는데 말이야.’

탐식의 검이 얼마 전 D랭크로 성장해 F랭크 아이템을 거부할 정도로 입맛이 까다로워지지 않았다면?

저들에게 F랭크 아이템을 주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저들은 행운아였다.

노예 신세에서 벗어나고.

목숨도 건지고.

아이템까지 받았으니까 말이다.

한데 만족할 줄을 몰랐다.

오히려 자신들을 노예 신세에서 벗어나게 해 준 은인인 강현수가.

자신들의 다음 삶을 책임져 주기를 원했다.

‘인간이 원래 그런 존재이기는 하지.’

또 그런 탐욕이 인간을 더 강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저런 식의.

강현수가 가장 싫어하는.

물에서 건져 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식의 탐욕은.

‘남에게도 자기 자신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지.’

기분이 불쾌해졌다.

저들이 저런 식의 태도를 유지한다면?

결국 세 번째 튜토리얼을 통과하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차라리 편하게 보내 줄까?’

불현듯 저들에게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죽는 자비를 베푸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요.”

그때 송하나가 강현수에게 말했다.

“그러죠.”

강현수가 짧게 대답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노예 취급을 받던 플레이어들은 멀어지는 강현수와 송하나를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볼 뿐.

그 어떤 행동도 취하지 못했다.

* * *

강현수와 송하나는 빠르게 강해졌다.

업적을 싹쓸이하며 스텟을 늘렸고.

몬스터와 머더러 들을 죽이며 직업과 스킬 랭크 그리고 레벨을 올렸다.

‘확실히 적응이 빨라.’

송하나는 불과 석 달이 조금 넘는 짧은 시간 동안 튜토리얼에서의 삶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이 정도라면.

튜토리얼이 끝나고 펼쳐질 플레이어로서의 삶에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슬슬 끝이네.’

세 번째 튜토리얼에서 얻을 수 있는 건 모두 얻었다.

직업인 일인분대를 일인소대로 성장시켜 업적을 얻었고.

다행히 세 번째 튜토리얼의 한계에 도달한 자라는 업적을 얻기 전에 30레벨을 찍으며 추가 업적도 얻었다.

원했던 업적을 모두 손에 넣은 것도 모자라 추가 업적까지 얻은 것이다.

이제 보스 몬스터만 잡으면 끝이다.

혼자였다면?

단숨에 보스 몬스터를 잡았을 것이다.

그러나 송하나의 성장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며칠쯤은 기다릴 수 있지.’

송하나가 모든 업적을 얻고 30레벨을 찍으면 보스 몬스터를 잡을 계획이었다.

물론 그 며칠간 놀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혹시 내가 모르는 히든 피스가 있을 수도 있어.’

강현수는 낮 동안 송하나와 떨어져 움직이기로 했다.

송하나는 이미 엄청난 강자로 성장했기에 굳이 같이 사냥을 다닐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따로 다니는 게 더 이득이었다.

강현수는 부지런히 숲을 뒤지고 다녔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그저 머더러들만 잔뜩 사냥했을 뿐이다.

하나 그런 강현수의 행동 덕에 머더러 플레이어가 아닌 정상적인 플레이어 집단들은 큰 이득을 봤다.

머더러 플레이어 집단과의 충돌이 줄어드니 생존 확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것이다.

특히 처음에 겁을 집어먹어 성장이 더뎠던 플레이어들의 경우.

강현수가 벌어 준 시간 덕에 뒤늦게나마 정신을 차리고 레벨을 올리고 아이템을 모아 머더러 집단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행동이.

[놀라운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세 번째 튜토리얼의 수호자 A랭크가 주어집니다.]

강현수에게 커다란 보상이 되어 되돌아왔다.

‘이게 뭐야?’

강현수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칭호 세 번째 튜토리얼의 수호자의 정보를 확인했다.

[칭호 – 세 번째 튜토리얼의 수호자 A랭크]

-모든 스텟 30 증가.

“하!”

무려 A랭크.

모든 스텟을 30이나 증가시켜 줬다.

‘대박이네.’

기대하지 않던 보상을 받은 강현수의 얼굴이 환해졌다.

‘역시 기다리기를 잘했어.’

송하나의 성장이 끝날 때를 기다리지 않고 보스 몬스터를 잡았다면?

이런 행운을 얻지 못할 뻔했다.

‘혹시 성장이 가능하려나?’

칭호 일격필살의 경우 시작은 B랭크였지만 현재는 A랭크였다.

그리고 계속해서 시간을 투자하면 EX랭크로의 성장이 가능했다.

‘어쩌면 세 번째 튜토리얼의 수호자도 그럴지 몰라.’

칭호로 주어지는 스텟은 5씩 증가한다.

F랭크가 5, E랭크가 10, D랭크가 15 이런 식이다.

지금은 A랭크로 모든 스텟 30 증가지만 세 번째 튜토리얼의 수호자를 계속 성장시켜 EX랭크로 만들면?

모든 스텟 30 증가가 50 증가로 늘어난다.

‘충분히 할 수 있어.’

강현수가 지금까지 해 온 행동은 머더러 집단을 사냥하고 정상적인 플레이어 집단을 죽이지 않은 게 다였다.

‘지금처럼만 하면 그만이야.’

그럼 세 번째 튜토리얼의 수호자라는 칭호의 랭크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