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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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식의 검

“배고파 죽을 것 같아.”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

생존 3일째.

최우석과 박지명을 주린 배를 움켜쥐고 근처를 수색했다.

하지만 아무리 뒤져도 먹을 만한 게 보이지 않았다.

지난 이틀간 주변에 있는 먹을 걸 싹 다 주워 먹었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만 참자.”

“그래, 그럼 집에 갈 수 있을 거야.”

최우석과 박지명은 오늘만 지나면 두 번째 튜토리얼이 지나고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아니, 믿고 싶어 했다.

송하나의 말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너무 두려웠기 때문이다.

‘현실 도피지.’

강현수는 절대 오지 않을 현실을 기다리는 두 사람에게서 신경을 껐다.

‘오성혁도 얌전하고.’

혼자서 운동을 하는 것 같기는 했지만 몬스터를 사냥하겠다고 설치지는 않았다.

“오늘은 처음부터 따로 움직이죠.”

강현수가 송하나에게 말했다.

“네, 그렇게 해요.”

송하나도 동의했다.

어제 반나절 정도 혼자 사냥한 덕에 꽤 자신감이 붙은 듯했다.

강현수와 송하나가 숲으로 들어갔다.

* * *

캬아앙!

서걱!

송하나가 침착하게 검을 휘둘러 블러드 울프의 목을 베어 냈다.

‘강해져야 해.’

행복 회로만 돌리는 최우석과 박지명.

두 번째 튜토리얼이 끝나 부상이 회복되기만을 기다리는 오성혁.

그 셋과는 달리 송하나는 두 번째 튜토리얼의 3일을 조금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튜토리얼 모두 운이 좋았을 뿐이야.’

첫 번째 튜토리얼에서는 나무를 발견해 목숨을 건졌다.

두 번째 튜토리얼에서는 강현수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건졌고 안전하게 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세 번째 튜토리얼에서도 그런 행운이 찾아올 거라고 기대할 수는 없었다.

‘안전하게 레벨을 올릴 수 있을 때 최대한 강해져야 해.’

그건 오늘로 마지막이었다.

세 번째 튜토리얼에서는 어떤 몬스터가 등장할지 아무도 몰랐다.

서걱! 서걱!

송하나가 능숙하게 몬스터들을 베어 나갔다.

그 결과.

[놀라운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블러드 울프 학살자 A랭크가 주어집니다.]

칭호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더 강해졌어.’

송하나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와 동시에 아쉬움도 생겨났다.

‘첫 번째 튜토리얼에서 좀 더 용기를 냈다면…….’

그럼 이빨 토끼 학살자라는 칭호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말이다.

‘아쉬워하지 말자.’

안전하게 레벨을 올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후회하고 있을 시간에 한 마리라도 더 많은 몬스터를 사냥해야 했다.

크르르릉!

전방 수풀에서 낮은 으르렁거림이 들려왔다.

송하나가 전방을 향해 석궁을 겨눴다.

저벅저벅.

숲속에서 거대한 덩치의 블러드 울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놈은 뭐야?’

지금까지 상대한 블러드 울프보다 덩치가 월등히 컸다.

슈욱!

송하나가 석궁을 발사했다.

송하나의 얼굴에 미소가 서렸다.

화살이 거대한 블러드 울프의 머리를 향해 정확히 날아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욱!

석궁에서 날아간 화살은 거대한 블러드 울프의 이마에 작은 생채기만 낸 채로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캬아앙!

선공을 당한 블러드 울프가 포효와 함께 송하나에게 달려들었다.

휘익!

송하나가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퍼억!

무언가가 베어지는 소리가 아니라 후려치는 소리가 났다.

송하나의 검은 거대한 블러드 울프의 가죽을 베어 내지 못했다.

그저 작은 생채기를 늘렸을 뿐이다.

‘이걸 어떻게 이겨.’

송하나의 표정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거대한 블러드 울프가 입을 쩍 벌렸다.

날카로운 이빨로 가득한 블러드 울프의 입이 자신의 얼굴을 향해 다가오는 게 보였다.

‘죽는다.’

송하나는 자신의 죽음을 직감했다.

그 순간.

서걱!

번쩍이는 검광과 함께.

털썩!

목과 몸통이 분리된 거대한 블러드 울프의 사체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혀, 현수 씨?”

송하나가 놀란 표정으로 갑자기 나타나 자신의 생명을 구해 준 이의 이름을 불렀다.

“괜찮으세요?”

강현수의 물음에 송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런데 어떻게 여기에?”

“슬슬 두 번째 튜토리얼이 끝날 시간이잖아요. 같이 모여 있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해서 찾아온 거예요.”

“고마워요. 덕분에 살았어요.”

송하나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강현수가 조금만 더 늦었다면?

송하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하나 씨의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강현수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강현수가 송하나의 목숨을 구한 것은 단순한 운이 아니었다.

강현수는 송하나와 헤어진 직후 기척을 죽이고 계속해서 그녀를 미행했다.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이놈 때문이지.’

블러드 울프 로드.

강현수는 블러드 울프 학살자라는 칭호를 받을 정도로 많은 블러드 울프를 사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러드 울프 로드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강현수는 블러드 울프 로드의 지능이 꽤 높을 수도 있다는 가정을 했다.

그리고 그 가정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몬스터 주제에 상대를 가리고 있어.’

블러드 울프 로드는 강현수를 자신이 이길 수 없는 강적이라고 판단하고 습격하지 않았다.

이에 강현수는 송하나를 미끼로 사용했다.

그 후 바람의 방향까지 살펴 가며 철저하게 기척을 숨기고 송하나를 미행했다.

다행히 블러드 울프 로드는 송하나라는 먹음직스러운 미끼를 제대로 물었다.

‘아슬아슬했어.’

두 번째 튜토리얼이 거의 끝날 시점이다.

블러드 울프 로드가 송하나를 공격하지 않았다면?

‘이걸 손에 넣지 못했겠지.’

블러드 울프 로드의 사체에서 뿜어져 나온 잔존 마력이 한 자루의 검으로 변했다.

척!

강현수가 검을 손에 쥐었다.

그와 동시에 새롭게 손에 넣은 검에 대한 정보가 떠올랐다.

[탐식의 검 - F랭크]

-유일 아이템

-다른 아이템을 흡수해 성장합니다.

옵션이 상당히 심플했다.

‘이거면 충분해.’

지금은 비록 F랭크다.

하지만 질 좋은 먹이를 넉넉하게 먹여 주다 보면 EX랭크까지 성장할 것이다.

회귀 전 그랬듯이 말이다.

송하나는 강현수가 새로운 아이템을 손에 넣었음에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몬스터를 사냥하면 경험치를 쌓아 레벨 업이 가능하고 아이템도 얻을 수 있다.

그건 송하나도 알고 있는 규칙이었다.

“이거 돌려드릴게요. 잘 썼어요.”

송하나가 강현수에게 오성혁의 것이었던 장검을 내밀었다.

사냥을 통해 새로운 장검을 손에 넣었기에 오성혁의 것이었던 장검을 되돌려준 것이다.

“잘 쓰셨다니 다행이네요.”

강현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환한 빛이 두 사람의 몸을 휘감았다.

* * *

[3시간 후 세 번째 튜토리얼이 시작됩니다.]

[휴식을 취하세요.]

[놀라운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뛰어난 리더 A랭크가 주어집니다.]

다시금 시작의 방에 도착한 강현수의 눈에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3시간이면 푹 쉴 수 있겠네.’

강현수가 시작의 방에 진열되어 있는 물건들을 주시했다.

검이나 방패 같은 아이템은 없었다.

시작의 방에 진열되어 있는 것들은 바로 물과 음식이었다.

‘배부터 채우자.’

강현수는 진열되어 있는 물건들로 두둑하게 배를 채웠다.

‘세 번째 튜토리얼의 목적도 생존이지.’

기한은 무려 100일.

하지만 첫 번째나 두 번째 튜토리얼과 달리 보스 몬스터를 사냥한 플레이어는 100일의 기한을 채우지 않고도 클리어가 가능했다.

‘보스 몬스터는 가장 마지막에 잡는다.’

강현수는 세 번째 튜토리얼에서 얻을 수 있는 업적이란 업적은 다 클리어할 생각이었다.

‘제대로 꿀을 빨아야지.’

원래 업적은 상당히 얻기 힘들다.

동일종 몬스터를 많이 잡았으니 업적을 준다?

그건 튜토리얼이니 가능한 특혜였다.

‘튜토리얼이 끝나면 특혜도 끝이지.’

그러니 마지막까지 업적을 쪽쪽 빨아먹어야 했다.

‘너도 배를 채워야지.’

두둑하게 배를 채운 강현수가 탐식의 검을 집어 들고 마력을 끌어 올렸다.

스르르륵.

탐식의 검에서 칠흑빛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강현수가 마력을 뿜어내는 탐식의 검을 송하나에게 돌려받은 오성혁의 검에 가져다 댔다.

스르르륵!

오성혁의 검을 구성하고 있던 마력이 흩어져 탐식의 검에 흡수되었다.

탐식의 검이 오성혁의 검을 먹어 치운 것이다.

그게 시작이었다.

강현수는 자신이 사용하던 검부터 시작해 사냥을 하면서 나왔던 아이템들을 모조리 탐식의 검에게 먹이로 던져 주었다.

그 결과.

[탐식의 검이 F랭크에서 E랭크로 성장하였습니다.]

[놀라운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튜토리얼에서의 아이템 랭크 성장 A랭크가 주어집니다.]

‘처음이라 쉽기는 하네.’

잡템이나 다름없는 F랭크 아이템을 먹였을 뿐인데 E랭크로 성장했다.

그 덕에 업적까지 얻었다.

강현수가 다음 작업에 들어갔다.

‘분대 소환.’

사아아악!

강현수의 몸에서 칠흑빛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우득! 우득!

기이한 소리와 함께 연기처럼 뿜어져 나온 칠흑빛 마력이 서서히 유형화되며 하나의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잠시 후.

크르르릉!

강현수의 눈앞에 칠흑빛 마력으로 이루어진 블러드 울프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숫자는 총 열 마리.

그중 한 마리는 다른 블러드 울프보다 덩치가 월등히 컸다.

‘지금은 이게 최선인가?’

송하나의 눈을 피해 블러드 울프 로드와 가장 강한 블러드 울프로 분대를 구성했다.

그럼에도 도저히 눈에 차지 않았다.

전투력 자체가 너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스텟이 아깝네.’

하지만 직업 랭크를 올리기 위해서는 이런 노가다 작업이 꼭 필요했다.

분대 구성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몬스터나 플레이어를 부활시켜 소환수로 부릴 수 있다.

물론 완벽한 부활은 아니었다.

혼이 하늘로 사라지고 지상에 남은 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피와 살이 아니라 마력으로 이루어진 이성이 없는.

인형으로서의 부활에 불과했다.

또 분대 구성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자신이 가진 스텟을 영구적으로 소모해야 했다.

회귀 전 일인군단이라고 불렸던 그가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휘하의 군단은 강했지만.

군단장이라고 할 수 있는 당사자의 전투력이 너무 약했다.

‘그놈은 그걸 증오했지.’

천재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가진, 타고난 무인이었던 그는.

스스로의 힘이 아닌 소환수에 의지해 싸워야 한다는 사실에 엄청난 좌절감을 느꼈다.

그리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조건 다른 직업을 선택했을 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나는 그런 전철을 밟지 않는다.’

강현수에게는 영구적으로 소모된 스텟을 복구할 방법이 있었다.

그 방법을 사용하면?

개인의 힘을 키움과 동시에 소환수 군단을 거느릴 수 있다.

‘직업 랭크는 언제쯤 상승하려나.’

지금은 고작 열이다.

하지만 직업 랭크가 E인 일인소대로 업그레이드된다면?

총 네 개 분대.

40기의 소대원을 소환수로 부릴 수 있다.

‘회귀 전에는 정말 엄청났지.’

일인군단이라고 불리던 그는 홀로 3천에 가까운 숫자의 소환수를 부렸다.

강현수는 그런 그의 유일한 약점마저 극복할 방도가 있었다.

‘스킬 랭크를 올리는 데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해.’

일인분대로 전직하면서 얻게 된 직업 스킬의 랭크 상승도 중요했지만.

고유 스킬인 레플리카과 왕귀형 스킬인 마력의 심장 랭크의 상승도 소홀히 할 수는 없었다.

스킬 랭크를 올리는 일반적인 방법은 해당 스킬을 많이 사용해 경험치를 쌓는 거다.

강현수는 레플리카 스킬의 랭크를 올리기 위해 스택이 충전될 때마다 오성혁, 최우석, 박지명을 찾아가 레플리카 스킬을 시전했다.

마력의 심장은 레플리카 스킬을 사용해 마력이 줄어들 때마다 자동으로 숙련도가 올라갔다.

강현수로서는 뛰어난 리더 업적도 얻고 스킬 랭크도 올릴 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법이었다.

‘문제는 성장 너무 느리다는 거지.’

3일 내내 중간중간 자다 일어나면서까지 스택이 충전될 때마다 레플리카 스킬을 시전했다.

하지만 아직도 레플리카 스킬과 마력의 심장 랭크는 F에 불과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낫지.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튜토리얼이 끝나면 그놈을 찾아간다.’

황소욱.

회귀 전 강현수의 숨통을 끊은 원수.

‘네놈이 가지고 있는 고유 스킬로 네놈을 파멸시켜 주마.’

황소욱은 최강의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특별한 고유 스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고유 스킬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난 그 단점을 보완할 수 있어.’

레플리카 스킬만 있다면.

황소욱이 가지고 있는 고유 스킬을 아무런 페널티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신소희를 비롯한 배신자들을 찾아가는 건 그다음이었다.

휴식 시간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세 번째 튜토리얼이 시작됩니다.]

[미션은 생존입니다.]

[100일 동안 생존하세요.]

세 번째 튜토리얼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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