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1화 (1/365)

회귀

푸욱!

날카로운 칼날이 심장을 꿰뚫었다.

“커억!”

강현수의 입에서 검붉은 핏물이 터져 나왔다.

심장을 꿰뚫린 신체가 서서히 생기를 잃어 갔다.

“도대체 네가 왜?”

강현수는 지금 자신의 눈앞에 닥친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수많은 차원들의 명운을 건 최후의 전쟁.

라그나로크.

강현수는 랭커들의 랭커라 불리는, 황의 칭호를 받은 네임드 플레이어 중 하나로, 동료들과 함께 전장의 최전선에서 마왕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 전투의 승패로 전장 전체의 명운이 결정되는 상황.

마왕은 강했지만.

결국 아군이 승리했다.

이제 살아남은 동료들과 승리의 기쁨을 누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배신을 당했다.

그것도 함께 목숨을 걸고 싸운 동료들에게.

자신을 제외한 생존자 21인의 기습.

치열하게 저항했지만 결국 심장에 차가운 칼날이 꽂히는 신세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도대체 왜? 그걸 몰라서 묻냐?”

강현수를 기습한 21인 중 하나인 황소욱이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당연히 네 스킬 때문이지. 그동안은 생존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너랑 손을 잡았던 것뿐이야. 솔직히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우리가 그동안 너 때문에 얼마나 찝찝했는지 아냐?”

황소욱의 말에 다른 동료들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강현수의 고유 스킬 레플리카.

그게 이 사달을 만든 원인이었다.

레플리카는 다른 플레이어가 가진 스킬의 모조품을 만들어 낸다.

문제는 모조품의 성능이 진품의 성능을 능가할 정도로 뛰어나다는 점.

그 때문에 강현수는 항상 다른 플레이어들의 경계를 받았다.

자신의 주력 스킬을 고스란히 복사해서 더 발전시키는 존재.

플레이어들의 입장에서 강현수는 자신의 스킬을 빼앗아 간 강도에 지나지 않았다.

사실 강현수는 모조품을 만드는 것일 뿐 상대의 스킬을 빼앗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강현수가 레플리카 스킬을 사용해 자신의 주력 스킬을 능숙하게 다루는 것을 본 플레이어들의 생각은 달랐다.

마치 강현수가 자신의 주력 스킬을 훔쳐 간 것처럼 느꼈다.

특히 그중에서도 단 한 명만 가지고 있어야 하는 유일한 고유 스킬을 복사당한 플레이어들의 경우.

강현수를 원수처럼 생각하기도 했다.

“거짓말.”

강현수가 낮게 중얼거렸다.

“뭐가 거짓말이라는 거야?”

황소욱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건 진짜 이유가 아니잖아.”

다른 플레이어들에게는 진짜 이유일 수도 있다.

그러나 황소욱에게는 아니었다.

강현수는 황소욱이 가진 고유 스킬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황소욱이 가진 야망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최후의 전쟁이 끝나면 황소욱을 견제할 준비도 끝마친 상태였다.

문제가 하나 있었다면.

‘저놈들까지 날 배신할 줄은 몰랐다는 거지.’

강현수가 황소욱을 견제하기 위해 비밀리에 손을 잡았던 이들.

진짜 동료라고 생각했던 그들이 강현수를 배신했다.

그리고 오히려 황소욱과 손을 잡아 자신을 쳤다.

솔직히 이런 상황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왜?

그들을 믿었으니까.

설마 저놈들이 이렇게 멍청이일 줄은 몰랐으니까.

“설마 너까지 날 배신할 줄은 몰랐어.”

강현수가 신소희를 독기 어린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다른 이들은 다 자신을 배신해도 신소희만큼은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데 그 믿음이 산산조각 났다.

“미안.”

신소희의 짤막한 사과.

강현수에게는 아무런 위로도 되지 않았다.

“내가 죽으면 너희들 차례야.”

강현수가 배신자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큭큭큭!”

배신자들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우리가 그걸 모를 거 같아?”

“그런데 왜 이런 선택을 한 거지?”

“황소욱보다 네가 더 위협적이니까.”

역시 멍청이들이었다.

자신을 제거하더라도 20명이 힘을 합치면 황소욱을 견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나 보다.

황소욱이 가지고 있는 고유 스킬을 모르기에 할 수 있는 착각이었다.

“너희들의 어리석음 때문에 전 차원의 인류가 저놈의 노예가 될 거다.”

강현수의 경고에 배신자들의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미 다 끝난 일이잖아? 이제 그만 주절거리고 죽는 게 어때?”

황소욱이 능글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검날을 비틀었다.

빠드득!

갈비뼈가 갈려 나가며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고통이 느껴졌다.

“끝나긴 개뿔.”

강현수가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황소욱이 뒤통수를 칠 거라는 예상했다.

하지만 신소희를 비롯한 나머지 생존자 전원의 배신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강현수에게도 최후의 한 수 정도는 남아 있었다.

‘성공 확률이 낮아서 그렇지.’

과거 적이었던 플레이어를 죽이며 고유 스킬 하나를 복사했다.

스킬의 이름은 1초 회귀자.

사용 시 일주일에 한 번 1초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F랭크 스킬이었다.

강현수는 1초 회귀자라는 스킬을 레플리카로 복사했다.

그리고 쿨타임이 돌 때마다 사용해 랭크를 올렸다.

1초 회귀자 스킬을 F랭크에서 SSS랭크까지 성장시키자 쿨타임이 일주일에서 1시간으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EX랭크까지 성장시킨 순간.

스킬 자체가 변화했다.

[회귀자 – EX랭크]

-액티브 스킬

-레플리카 스킬입니다.

-스킬 사용 시 과거로 되돌아갑니다.

-시전 후 5분 뒤에 발동됩니다.

-성공 확률이 30%로 고정됩니다.

-일회성 스킬입니다.

1초라는 제약이 사라지고 회귀자라는 일회성 스킬로 재탄생을 한 것이다.

‘내가 주절거릴 틈을 줘서 고맙다.’

그 덕분에 5분이라는 발동 시간을 채울 수 있었다.

문제는 단 하나.

성공 확률이 30%에 불과하다는 점이었다.

“과거에서 다시 보자.”

강현수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화악!

그 순간 심장이 꿰뚫린 강현수의 몸에서 강한 빛무리가 뿜어져 나왔다.

“저 자식 뭐 하는 거야?”

“막아!”

원수들이 외침과 함께 강력한 공격 스킬을 쏟아부었다.

하나 강현수의 몸을 뒤덮은 빛무리를 뚫을 수는 없었다.

‘발동 시간도 엄청 기네.’

강현수의 의식이 점점 흐릿해져 갔다.

‘절대 잊지 않는다.’

강현수가 흐릿해져 가는 의식을 붙잡으며 원수들의 얼굴을 영혼에 각인시켰다.

그때였다.

사아아악!

갈가리 찢겨 사방에 흩날리던 마왕의 사체 조각들이.

마치 시간을 거꾸로 돌리듯 다시 하나로 뭉쳐졌다.

‘이런 게 가능하다고?’

수많은 희생을 치르며 강현수가 배신자들과 함께 제거한 마왕이 부활했다.

콰콰콰콰콰!

부활한 마왕은 죽기 전보다 더 강력한 마력의 파동을 뿜어내며.

-죽어라!

배신자들을 공격했다.

“이게 뭐야?”

“저 자식 분명히 죽었었는데?”

“어떻게 다시 살아난 거야!”

강현수를 공격하던 배신자들이 마왕과 다시금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하나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강현수와 함께 싸웠음에도 겨우겨우 쓰러트린 적이 더 강해져서 부활했다.

강현수가 없는 상황에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병신 같은 놈들.’

마음 같아서는 배신자들이 죽어 가는 모습을 차분히 구경하고 싶었다.

하나 강현수의 의식이 더 이상 버티지를 못했다.

‘설마 이대로 죽는 건 아니겠지? 그럼 인류도 끝인데.’

강현수가 회귀에 실패하면?

인류는 그대로 멸망하고 만다.

‘제발 성공하기를…….’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강현수의 의식이 완전히 끊어졌다.

* * *

서서히 의식이 되살아났다.

‘살았다.’

강현수는 의식이 돌아오자마자 자신이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지금이 언제지?’

생존했다는 건 회귀자 스킬이 30%의 확률로 성공했다는 뜻.

문제는 언제로 회귀했느냐였다.

강현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작고 비좁은 원룸이 눈에 들어왔다.

“어?”

강현수의 눈에서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돌아왔어?”

익숙하면서도 어색하게 느껴지는 지구 문명의 이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TV, 스마트폰, 컴퓨터.

“하하하!”

강현수의 입에서 허탈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구로의 귀환.

강현수가 가장 이루고 싶었던 소원이었다.

회귀자 스킬이 성공적으로 발동해도 아틀란티스 차원에 있을 때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설마 지구로 돌아올 줄이야?

강현수가 스마트폰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운 부모님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누나와 형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강현수가 단축 번호를 눌러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띠리리리!

신호음이 너무도 길게 느껴졌다.

잠시 후.

-우리 막내 어쩐 일이야?

수화기 너머로 너무나도 듣고 싶었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강현수가 감격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말을 이어 나가려는 순간.

화악!

밝은 빛무리가 강현수의 몸을 휘감았다.

* * *

“이런 미친!”

입에서 절로 욕설이 터져 나왔다.

강현수는 방금 전까지 분명히 지구에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현재 강현수는 속옷만 입은 상태로 사방이 새하얀 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방 안에 자리해 있었다.

강현수는 이곳이 어디인지 알고 있었다.

‘시작의 방.’

으드득!

절로 이가 갈렸다.

[시작의 방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강현수 님.]

[강현수 님은 가이아 시스템에 의해 지구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선택되셨습니다.]

[플레이어로 각성하셨습니다.]

[상태창이 생성되었습니다.]

[지구에서의 행동 패턴을 바탕으로 가장 알맞은 스킬을 부여해 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고유 스킬 레플리카를 손에 넣으셨습니다.]

[10분 후 튜토리얼이 시작됩니다.]

[10분 안에 원하는 장비 5개를 선택해 착용해 주세요.]

시스템 메시지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망할.”

지구로 귀환해서 정말 행복했다.

한데 그 행복이 불과 1분도 채 되지 않아 산산조각 나 버렸다.

‘아틀란티스 차원으로 끌려오기 직전으로 돌아갔던 건가?’

허무했다.

자신에게 단 하루.

아니, 단 1시간만이라도 허락해 줬다면.

그리운 가족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으리라.

‘빌어먹을.’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강현수에게는 화를 내며 분노할 여유가 없었다.

‘10분.’

그 안에 장비를 착용하고 전투준비를 해야 한다.

‘상태창.’

강현수는 일단 상태창을 열었다.

[강현수]

플레이어 레벨 : [0]

직업 : [없음.]

칭호 : [시간을 회귀한 자 – EX랭크]

스텟 : [힘 55] [민첩 55] [체력 55] [마력 75] [정신력 61]

미분배 스텟 : [0]

고유 스킬 : [레플리카 – F랭크]

액티브 스킬 : [없음.]

패시브 스킬 : [없음.]

“어라?”

강현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처음 각성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상태창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일단 기본 스텟이 너무 높았다.

스텟 총합이 무려 301.

플레이어 평균 초기 스텟 총합은 50.

강현수 역시 처음 각성했을 때의 초기 스텟은 평균치인 51에 불과했다.

‘차이점은 이거밖에 없지.’

강현수가 칭호를 눌렀다.

[시간을 회귀한 자 – EX랭크]

-모든 스텟 50 증가.

역시나 칭호가 갑자기 상승한 스텟의 원인이었다.

‘다른 건 다 그대로네.’

고유 스킬 레플리카 역시 회귀 전과 동일했다.

‘아깝네.’

그간 고생고생하며 올린 스텟과 스킬들 그리고 힘들게 얻어 낸 칭호들이 모두 초기화되었다.

‘말끔하게 잊어버리자.’

강현수는 회귀라는 일생일대의 모험에 성공했다.

‘회귀 전보다 더 빠르게 강해질 수 있어.’

시간을 회귀한 자라는 EX랭크 칭호 덕분에 0레벨부터 엄청나게 많은 스텟을 확보할 수가 있었다.

‘곧바로 움직이자.’

과거처럼 어리바리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강현수는 일단 시작의 방에 진열되어 있는 아이템들을 살폈다.

‘있다.’

작은 구리 반지 하나가 강현수의 눈에 들어왔다.

강현수는 재빨리 구리 반지를 착용했다.

구리 반지의 이름은 수호의 반지.

등급은 최하인 F랭크.

옵션도 방어력을 미약하게 상승시켜 주는 게 전부였다.

‘이게 가장 중요해.’

지금 당장은 랭크도 옵션도 보잘것없는 반지지만.

‘성장 한계치가 EX랭크인 아이템이지.’

또한 전 차원을 통틀어 단 하나만 존재하는 유일 급 아이템이었다.

회귀 전 최강의 탱커로 불렸던 수호신 이철민의 상징과도 같은 아이템.

강현수가 그 아이템을 선점했다.

아마 다음 튜토리얼 때 수호의 반지는 다른 아이템으로 대체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철민은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아이템인 수호의 반지를 영원히 얻을 수가 없었다.

‘배신자 새끼 엿이나 먹어라.’

이철민은 마왕이 쓰러지자마자 자신을 죽이겠다고 덤벼들었던 배신자 중 하나.

그런 놈의 아이템을 빼앗았다는 사실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나 느긋하게 있을 시간이 없었다.

방에 진열되어 있던 아이템들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도대체 왜 이딴 식으로 만들어 놓은 거야.’

이 가이아 시스템을 만든 놈은 분명 신이 아닌 악마일 것이다.

아직 튜토리얼이 시작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플레이어들은 살기 위해 경쟁해야 했다.

강현수도 몸을 움직였다.

일단 네 개의 아이템을 더 챙겼다.

가죽 갑옷 상의와 하의 그리고 가죽 신발.

마지막으로 한 자루의 검.

모두 F랭크이었고 옵션도 보잘것없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했다.

선택을 마치자 시작의 방에 진열되어 있던 아이템들이 말끔하게 사라졌다.

잠시 후.

[첫 번째 튜토리얼이 시작됩니다.]

[미션은 생존입니다.]

[하루 동안 생존하세요.]

시스템 메시지가 연속적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화악!

밝은 빛이 강현수의 몸을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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