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서클 마법사의 환생-490화 (490/522)

2부. 90화

그뿐이 아니었다.

산처럼 쌓여 있는 관리자들의 시체는 덤이었다.

플레이어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관리자들의 시체는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

그 산 위에 빙제가 있었다.

“크하핫! 내가 제일 많이 잡았지? 대가리 수 세어 보니까 그런 것 같은데?”

“죄다 하급 관리자만 잡아 놓고선! 난 상급 관리자만 3명을 해치웠다!”

“쯧쯧, 언제 철들려는지.”

이벤트가 벌어진 뒤, 속공으로 밀어붙이자는 개척왕의 계획은 놀랍지만 먹혀들었다.

그뿐일까?

국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표 관리자들도 죽거나 빈사 상태에 이르렀다.

그래서인지 원티드 이벤트 때문에 몰려온 플레이어들조차 저들 앞에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쩌지?”

“관리자들도 당했잖아?”

“하지만 상급 관리자는 아홉밖에 안 돼 보이는데…….”

그때 몰려온 플레이어들 중 누군가 외쳤다.

“다들 저리 꺼져.”

플레이어를 헤치고 나온 이, 헨리 때문에 갑자기 랭킹 5위로 밀려난 ‘극독왕 제냐’였다.

“어이, 염왕!”

제냐의 외침에 모두의 시선이 그리로 옮겨졌다.

“뭐야, 제냐잖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라!”

그 말에 빙제가 말하려다 헨리가 나섰다.

“우린 최상층으로 갈 것이다.”

“넌 누구지?”

“랭킹 2위 헨리 모리스다.”

“아, 네가 그 헨리 모리스군. 새로운 2인자라는. 그보다 최상층이라니?”

최상층.

그 말에 플레이어들이 또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난 최상층에 볼일이 있다. 그래서 나와 뜻이 맞는 플레이어들을 모아 관리국을 통해 최상층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이런 일을 벌였다.”

“뭐?”

“관리국은 불가침의 영역이 아니다. 오히려 랭크판이라는 시스템으로 우리를 줄 세워 타 차원을 침공할 때마다 도움을 받고 있지. 내 말이 틀렸나?”

“그렇……긴 하지?”

“나는 쉴 새 없이 탑을 올랐다. 그리고 종착역인 상층에 도착하고 보니 지루함에 시간을 죽이는 랭커들을 보고 깨달았다. 우린 결국 탑 안에 갇혀 있을 운명이란 걸. 그래서 어비스를 만든 ‘마스터’란 자를 만나고자 한다.”

“마스터? 어비스를 만든 자의 이름이 마스터인가?”

“관리국 국장이 그리 말했으니 마스터가 맞겠지.”

“그럼 관리국만 털면 최상층에 갈 수 있는 건가?”

“일단은 관리국에서 정보를 얻을 생각이다.”

그 말에 몇몇 랭커들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게 그들도 긴긴 상층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기에.

그쯤, 국장 칸도 일이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어쩌지?’

큰일이었다.

관리자들도 거의 궤멸 상태인데다 믿었던 플레이어들까지 벌써부터 분열 조짐을 보였다.

특히 하이랭커들이 헨리 쪽으로 붙으면 그땐 정말 승산이 없었다.

‘결국 그 방법뿐인가.’

방법이 없었다.

국장은 상층 시스템을 오픈해 급히 비상 방어 시스템을 작동시키기 시작했다.

‘현재 상황에선 이 방법뿐이야.’

국장은 기존의 원티트 이벤트를 유지한 채 비상 방어 시스템을 작동시켰다.

그러자 모든 플레이어들의 눈앞에 새로운 아카이브 알림이 떠올랐다.

[ 지금부터 <비상 방어 프로그램> 이 발동됩니다. ]

“비상 방어 프로그램?”

그 말에 유저들이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키아아아아아!!”

저 멀리.

희미하게 어떤 생명체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희미한 소리였다.

그러나 그 소리를 듣자마자 플레이어들은 자기도 모르게 온몸이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 하이랭커라 할지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묘하게 본능의 두려움을 자극하는 소리.

그때였다.

“위!”

어느 플레이어의 외침에 모두들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거대한 태양 아래, 흑점처럼 나타난 울음소리의 주인을.

그것은 아래로 하강할수록 형체가 뚜렷해졌는데 마침내 그 정체가 공개되었을 때, 플레이어들은 모두 다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것의 정체는 다름 아닌……

“거, 거울용?!”

다름 아닌 거울용이었기 때문이다.

“키아아아아!!”

[ <거울용>의 <드래곤 피어>가 발동됩니다. ]

[ 모든 스탯 효과가 50% 감소됩니다. ]

“이런!”

“제기랄!”

고작해야 울음이었다.

그런데 드래곤 피어라 명명된 그것은 랭킹 1위의 개척왕이라 할지라도 가감 없이 스탯을 절반이나 감소시켜 버렸다.

당황한 플레이어들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거울용이 나타났다!”

“모두 도망쳐!”

거울용에 대한 명성은 모두들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일까?

플레이어들은 거울용의 등장과 동시에 스탯이 깎이자마자 서둘러 프리 티켓을 찢어 관리국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오호, 거울용이라.”

“저게 방어 프로그램이었어?”

“어쩐지 가지고 있는 스킬이 말도 안 되더라니.”

덕분에 어중이떠중이들이 모두 사라졌다.

관리국에 남은 것은 헨리와 기존의 멤버들을 비롯한 십수 명의 하이랭커들뿐.

몇천 명에 이르는 인원들이 몰려 왔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적은 소수의 인원만 남은 것이다.

오히려 잘됐다.

여기 남은 사람들은 어쨌든 헨리와 뜻이 맞는 ‘최상층’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란 뜻이니까.

개척왕도 그리 생각했는지 헨리 대신 나서서 물었다.

“나는 개척왕이다. 여기 남은 놈들은 모두 우리처럼 최상층에 관심 있는 놈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냐?”

그 말에 독왕 제냐를 시작으로 신궁 마티아스와 다른 하이랭커들이 긍정의 의사를 표했다.

“헨리, 저들과 파티를 맺는 건 어떤가?”

“아직 원티트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뭘 믿고?”

“파티 가입 조건에 같은 파티원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특수 조항을 삽입하면 된다. 관련 아이템이 있다.”

“맡기지.”

헨리는 개척왕에게 부파티장의 권한을 위임했다.

그러자 개척왕이 아이템을 사용하여 특수 조항을 만들었고 즉시 하이랭커들을 영입하기 시작했다.

[ <플레이어 : 제냐>가 파티에 가입되었습니다. ]

[ <플레이어 : 마티아스>가 파티에 가입되었습니다. ]

[ <플레이어……

알림들이 주르륵 솟았고 십수 명에 이르는 하이 랭커들이 파티에 합류했다.

이로써 거울용 레이드 멤버가 완성된 것이다.

그때, 국장이 모두에게 화상 메시지를 보내왔다.

- 설마 100명도 안 되는 인원으로 거울용에게 도전할 생각입니까? 그러지 말고 지금이라도 관두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럼 죄를 묻지 않겠습니다.

그 말에 염왕이 피식 웃었다.

“된통 당한 놈치곤 제 발 저리듯 구는군.”

“그러게 말이야, 이러니 더더욱 가능성이 보이는데?”

“어쩔 거야?”

“뭘 어째 계획대로 해야지.”

역시.

이들의 의지는 굳었고 계획에는 변함이 없었다.

헨리가 파티 시스템을 켠 다음 파티원 전원에게 아이템을 사용했다.

[ <대마녀 피를레스의 특제 육체 보호관>을 사용하셨습니다. ]

[ 스탯 저항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

[ <대마녀 피를레스의 특제 정신 보호관>을 사용하셨습니다. ]

[ 각종 저항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

[ <대마녀 피를레스의……

헨리가 사용한 것은 중층의 마녀조합 위블에서 받아 온 마녀조합장이자 대마녀 피를레스의 특제 시약들이었다.

효과는 굉장했다.

시약들을 사용하자마자 드래곤 피어로 깎였던 스탯들이 모두 회복되었으니까.

스탯이 회복되자 개척왕이 씩 웃었다.

“헨리, 피를레스와도 아는 사이인가?”

“어쩌다 보니.”

“크큭, 피를레스도 참 매력 있는 여자지. 무슨 이유에선지 상층에는 죽어도 안 오려고 하지만.”

“너 때문이잖아, 인마. 이제 와서 왜 모른 척이야?”

“아니, 그게 왜 나 때문이야?”

“네가 자꾸 쫓아다니니까 그렇잖아! 그 능력 좋은 마녀가 괜히 중층에 붙어 있겠어?”

그런 일이 있었나?

생각지도 못한 사연이었다.

그때, 플레이어들의 동태를 지켜보던 국장이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분노를 곱씹으며 경고했다.

- 당신들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약속하죠. 제 이름을 걸고서라도 당신들은 죽어서도 절대로 편히 쉬지 못할 것입니다.

국장의 독설과 함께 거울용이 다시 한번 울부짖기 시작했다.

[ <거울용>의 <드래곤 피어>가 발동됩니다. ]

[ <대마녀 피를레스의 특제 정신 보호관>이 <거울용>의 <드래곤 피어>으로부터 정신 방어에 성공합니다. ]

아카이브 알림을 본 플레이어들은 웃었다.

드래곤 피어로부터 해방되었으니 이제 남은 것은 언터처블로만 취급되던 최악의 재앙을 사냥하는 것뿐.

[ <염룡>이 발동됩니다. ]

[ <빙마>가 발동됩니다. ]

[ <지천제>가 발동됩니다. ]

[ <천악>을 소환합니다. ]

랭커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각자의 오의를 발동시켰다.

궁금한 것이다.

최상의 컨디션일 때 사용한 최고의 스킬들이, 최고의 멤버들로 이루어졌을 때 과연 그 거울용을 상대로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

개척왕이 파티 메시지로 모두에게 오더를 내리기 시작했다.

- 다들 거울용의 드래곤 미러링에 대해 알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한 번에 타격하는 것이 아닌 시간 차를 두고 공격하는 게 좋을 것 같다. 1차로 둘 시간 차는 2초. 그럼 나부터 시작하지!

그 말과 함께 개척왕의 지천제가 거울용을 향해 던져졌다.

그리고 시간 차를 두고 염룡이, 빙마가 거울용을 향해 차례대로 던져졌다.

화아아아!

지천제가 거울용에게 던져진 순간, 거울용은 예상대로 주특기인 ‘드래곤 미러링’을 발동시켰다.

그러자 지천제가 순식간에 사라졌고 몇 초 뒤에 들어간 염룡도 빙마도 모두 사라졌다.

드래곤 미러링의 효과였다.

하지만 아직 천악을 비롯한 다른 스킬들이 남아 있다.

연이어 천악과 다른 스킬들이 빙마를 따라 거울용에게 시전됐다.

그 순간, 거울용의 몸이 다시 한번 빛났고.

[ <거울용>의 <지천제>가 발동됩니다. ]

[ <거울용>의 <염룡>이 발동됩니다. ]

[ <거울용>의 <빙마>가 발동됩니다. ]

놀랍게도 거울용은 한 번에 흡수한 세 개의 스킬을 동시에 사출시켜 냈다. 그것도 더욱 더 강화된 형태로 말이다.

콰아아아앙!!

거울용의 복사된 스킬들이 나머지 차후에 발사된 스킬들과 격돌하며 거대한 에테르 파장을 만들어 낸다.

그것이 싸움의 시작이었다.

*

관리국 국장 칸은 불안했다.

갑작스레 시작된 플레이어들의 예고 없는 침공에 관리국은 순식간에 쑥대밭이 되었고 해결책이라 생각했던 원티드 이벤트는 오히려 다른 하이랭커들을 합류시키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해 버렸으니까.

이제 칸이 믿을 것은 거울용뿐이었다.

그리고 사실 칸은 알고 있었다.

거울용이 상층을 제어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 생명체라는 걸.

그래서 최악의 재앙이라는 별명까지 붙여 가며 오랫동안 이미지 메이킹을 해두었다.

거울용은 최강의 병기가 맞지만 어쨌든 거울용이 출격해야 된다는 건 그만큼 상황이 최악이라는 말이고, 그 말은 곧 자칫 잘못하면 오랫동안 쌓아 온 탑의 질서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뜻.

사후에 처리해야 될 일들이 많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젠 정말 방법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예상대로 거울용은 십수 명에 이르는 하이랭커들을 상대로 일당백 이상의 힘을 보여 주고 있었다.

플레이어들의 안색이 어둡다.

염왕이 이를 으득 물며 말했다.

“제기랄, 저놈 저거 죽기는 하는 거야?”

“처음부터 오의를 쏟아부었는데도 이 모양인데 정말 방법이 없나?”

그 말에 헨리가 파티 메시지를 활성화시켰다.

- 지금부터는 내가 오더하겠다. 모두 내 말에 따르도록.

- 뭐야, 방법을 찾은 거야?

- 어쩌면.

헨리의 눈이 형형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