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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마법사의 환생-482화 (482/522)
  • 2부. 82화

    “……?!”

    헨리의 말에 클레버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그리고 아카이브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본분을 다했다.

    [ <특전 : 스킬 복사 1회>가 발동됩니다. ]

    [ <거울용>의 <드래곤 미러링>을 성공적으로 복사 습득하였습니다. ]

    화아아아!

    그와 동시에 헨리가 던진 업화옥이 거울용의 스킬에 반사되어 그대로 헨리에게 뿜어졌다.

    그런데 그 크기가 더 크고 화력이 강했다.

    “역시 명성대로군.”

    그뿐만이 아니었다.

    “크우어어어어어어!!”

    간만에 자신에게 도전한 존재에 흥분한 걸까?

    거울용이 괴성일 지르며 날개를 폈다.

    그와 동시에 수많은 업화옥들이 복사되어 거울용 주위로 맺혔고 즉각적으로 헨리에게 발포되었다.

    볼일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헨리는 즉시 양피지를 펼쳤다.

    [ <저장된 체크 포인트>가 존재합니다. ]

    [ <2번 체크 포인트>로 이동하시겠습니까? ]

    대답은 당연히 예.

    물음에 수락하자마자 헨리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크라아아아아아아!!”

    사라진 먹잇감에 거울용이 포효한다.

    *

    얼른 거울산에서 벗어난 헨리는 어둠이 자욱이 내려앉은 곳에서 다시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본 것은 새로운 아카이브 알림이었다.

    [ <저장된 체크 미션>이 존재합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

    헨리는 잠시 알림을 뒤로 하고 숨을 골랐다. 그리고 스킬창을 열어 획득한 스킬을 확인했다.

    ++

    [ 드래곤 미러링 ]

    - 등급 : ???

    - 설명 : 최강의 환수, 거울용의 정수이자 전부.

    누군가 말했다. 신이 거울용에게 드래곤 미러링을 준 이유는 자신이 만든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그 누구도 해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타인의 스킬을 3개까지 기억할 수 있으며 기억된 스킬은 3번까지 사용할 수 있다.

    미러링된 스킬은 아무런 대가 없이 즉시 사용이 가능하며 3번 사용시 소멸되고 피해량을 150% 증가시켜 되돌려 준다.

    드래곤 미러링은 연속으로 같은 스킬을 기억할 수 없다.

    기억된 스킬이 3개를 초과한 상태에서 새로운 스킬을 기억해야 될 경우, 선택해서 기억할 수 있다.

    ++

    ‘드디어……!’

    드래곤 미러링의 옵션을 확인한 헨리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주먹을 꽉 쥐었다.

    드디어.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끝에 최고의 스킬을 손에 넣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환희하는 헨리 곁에 클레버가 붙어 물었다.

    “주인님…… 특전이라면 설마?”

    “그래. 내가 반층을 클리어 했을 때 반층을 클리어 한 대가로 보너스 스테이지에 들어간 적이 있었지. 스킬 복사는 그때 얻은 특전이다.”

    “세상에…… 그럼 여태까지 그 특전을 사용하지 않고 계셨던 겁니까?”

    “그래. 혹시 모를 나중을 위해 참고 또 참았다. 그 특전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으니까.”

    클레버는 소름이 끼쳤다.

    헨리의 판단력도 판단력이었지만 여태 이 순간을 위해 특전을 사용하지 않고 기다렸던 인내심 또한 경악할 만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런…… 대단한 인내심이십니다, 주인님.”

    “난 위로 올라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감히 어찌하지 못할 존재가 나타난다면 그때를 위한 비장의 수로 남겨 두었지. 그리고 내 판단은 옳았고 그 결과가 이것이다.”

    “축하드립니다, 주인님.”

    “그래, 고맙다.”

    그간 고민이 많았다.

    어쩌면 이 존재가, 이놈이, 저 자가 최강이 아닐까.

    이게 벽이 아닐까 하는 무수한 고민들.

    허나 견디고 참고 돌파구를 찾았다.

    그리고 염왕을 만났을 때 확신할 수 있었다.

    자신의 특전을 사용해야 할 대상을.

    그 대상은 거울용이었다.

    거울용은 그 염왕조차도 어찌하지 못하는 최강의 환수라고 했으니까.

    ‘그리고 그 선택은 옳았지.’

    무한하게 성장하는 거인의 근골, 단점을 보완해 주는 뱀의 운명, 그리고 염왕자, 마지막으로 드래곤 미러링까지.

    적어도 탑의 최정상을 향해 오르는 자라면 감히 최고의 조각들이라 확신했다.

    ‘이제 남은 것은 독주뿐이다.’

    최상층에 가 본 자가 없다고 했다.

    소문만 무성하다.

    그 염왕도 상층에 기거한다고 했다.

    가우스를 구할 방법도 알아냈고 그 누구도 쓰러뜨리지 못한 거울용의 스킬까지 손에 넣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독주뿐.

    눈빛을 형형히 빛낸 헨리는 그제서야 미뤄 두었던 아카이브 알림을 끌어다 확인했다.

    ++

    [ 검은 심장 ]

    - 등급 : 미개척, 유일, 위험

    - 설명 : 악룡, 엑스페리얼의 드래곤 하트를 전송할 것.

    ++

    확인을 수락하자 짤막한 미션 내용이 떠올랐다.

    그것은 캔시가 헨리의 의뢰를 들어준 것에 대한 일종의 청구서였다.

    ‘악룡이라.’

    흥분이 가라앉자 그제서야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시커멓고 거무죽죽한 주위 환경.

    헨리는 그것이 단순한 검정이 아닌 독에 찌들어 이리 된 것임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게 헨리가 역경진화를 통해 얻은 스킬, ‘만독지체’에 반응했으니까.

    강한 독이었다.

    클레버가 견디기엔 어쩌면 버거울지도 모를 만큼.

    헨리는 클레버를 잠시 역소환시킨 다음 다시 하늘을 날았다.

    그때였다.

    “쿠와아아아아아!!”

    지축을 뒤흔드는 강렬한 굉음.

    드래곤 하울링.

    악룡, 엑스페리얼의 것이었다.

    반가웠다.

    안 그래도 찾고 있었는데 알아서 자신의 위치를 광고해 주다니.

    헨리는 즉시 엑스페리얼이 있는 곳을 향해 날았다.

    “퀘애애애애애애애!!”

    엑스페리얼은 무엇에 그리 화가 나 있는지 한껏 분노하고 있었다.

    거대한 두 날개와 기다란 목, 두터운 허벅지와 그에 비례하는 두 팔은 손에 닿는 모든 것들을 파괴하고 염산인지 독이지 모를 것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접근조차 힘들어 보이는 녀석.

    허나 이 녀석을 자신과 맞붙여 설계했다는 건 거울용을 만나지 않아도 충분히 녀석을 상대할 수 있을 거라 판단해서일 터.

    그렇기에 더더욱 겁나지 않았다.

    오히려 얼른 드래곤 미러링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헨리는 화산검을 들었다.

    그러자 헨리의 팔방으로 아홉 개의 업화옥이 맺혀졌다. 헨리는 그것들을 동시에 쏘아 보냈다.

    콰아앙!!

    동시에 쏘아 보내진 업화옥들이 일시에 폭발하며 엑스페리얼에게 큰 피해를 주었다.

    효과는 있었다.

    녀석의 고개가 잠시나마 완전히 꺾였으니까.

    “퀴이익!”

    폭파당한 직후, 녀석은 광견병처럼 입에 독인지 침인지 모를 것들을 질질 흘리며 가뜩이나 붉은 눈을 더더욱 붉게 물들이며 헨리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아가리를 벌리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브레스를 쏘아 보냈다.

    업화만큼 뜨거우나 녀석의 구역에 찌든 독만큼이나 독기 가득한 그것은 명백한 ‘포이즌 브레스’였다.

    헨리는 그것을 형형한 눈으로 보았다.

    아니.

    마치 새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자기도 모르게 한쪽에 미소를 띠운 채 하나의 스킬을 발동시켰다.

    [ <드래곤 미러링>이 발동됩니다. ]

    드래곤 미러링!

    그것이 발동되자 일순 헨리 앞에 빛의 장막이 뿜어지는 듯싶더니 자신을 향해 발사된 포이즌 브레스를 하나도 남김없이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그러더니……

    [ <악룡 엑스페리얼>의 <포이즌 브레스>를 기억합니다. ]

    [ 지금부터 <포이즌 브레스>의 사용이 가능합니다. 남은 사용 횟수는 3회입니다. ]

    보고 싶었던 아카이브 알림과 함께 시야 한켠에 포이즌 브레스를 뜻하는 아이콘이 생성되었다.

    위에 붙은 세제곱 같은 3의 카운트 표시는 덤이었다.

    헨리는 즉각 그것을 사용했다.

    [ <포이즌 브레스>가 발동됩니다. ]

    [ <포이즌 브레스>의 남은 횟수는 2회입니다. ]

    두 줄의 알림과 함께 헨리 앞에 독옥이 생성됐다. 그리고 광선처럼 쏘아 보내졌다.

    목표는 당연히 엑스페리얼.

    순간 엑스페리얼의 눈이 커졌다.

    자신이 사용한 것과 똑같은……

    아니, 더 크고 강해진 포이즌 브레스가 뿜어졌으니까.

    “키아아아아!!”

    강화된 포이즌 브레스가 놈에게 강타되었고 헨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스킬들을 발동시켰다.

    [ <업화>가 발동됩니다. ]

    [ <열풍>이 발동됩니다. ]

    화륵!

    헨리의 화산검이 엑스페리얼에게 작렬한다.

    *

    “……와우.”

    하이엔드의 만물상.

    한나절도 채 지나지 않아 돌아온 헨리를 보며 캔시는 입을 반쯤 벌린 채 박수를 쳤다.

    그도 그럴 게 좀 전에 엑스페리얼의 심장을 전송받았기 때문이다.

    헨리는 저벅저벅 걸어와 당당하게 카운터 앞에 앉을 의자를 요구했다.

    그에 캔시는 얼른 의자를 내주었고 헨리는 개선장군처럼 의자에 앉았다.

    “심장은 받았나?”

    “받긴 했습니다만……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뭘 말이지?”

    “둘 다요. 거울용 건은 어떻게 된 거고 엑스페리얼은 또 왜 이렇게 빨리 잡아온 겁니까? 설마 동료라도 모집해 간 겁니까?”

    궁금한 것 투성이었다.

    거울용에 대해 궁금한 건 당연한 거고 엑스페리얼은 헨리의 힘을 보고 그래도 얼추 죽을힘을 다하면 감당하겠다시피 설계를 짜 준 건데 빨라도 너무 빨리 잡아 왔기 때문이다.

    그에 헨리가 대수롭잖다는 듯 대꾸했다.

    “엑스페리얼은 혼자 잡았고 거울용은 도망쳤다.”

    “…예?”

    “왜 그러지? 그럼 내가 삼재앙 중에 하나인 거울용을 죽이기라도 할 수 있을 줄 알았나?”

    “…….”

    뻔뻔하게 말하는 헨리에게 캔시는 의심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게 너무 뻔뻔해서였다.

    하지만 헨리는 절대로 거울용과 특전에 대한 이야기를 할 생각이 없었다.

    정보는 아낄수록 좋은 것이며 드래곤 미러링은 앞으로 헨리에게 있어 최후이자 비장의 카드가 될 스킬이었으니까.

    결국 허점을 찾지 못한 캔시가 끝끝내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흐으음, 못 미덥고 불신이 가득하지만 일단은 넘어가도록 하죠.”

    “마음대로. 그보다 엑스페리얼의 심장을 넘겼으니 이제 가우스를 정착시킬 수 있겠지?”

    “예, 뭐. 혹시 몰라 좌표를 구해 놓긴 했는데 일찍이 구하길 잘했네요. 바로 진행할 겁니까?”

    “그럴 수 있나?”

    “뭐, 어려운 거라고. 바로 절차를 알려 드리죠.”

    그 말에 헨리와 클레버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가우스.

    다른 곳도 아닌 자신들의 고향, 가우스였다.

    이곳을 구원하기 위해 그동안 몇천 년의 시간을 기다려 왔던가.

    “……제가 등록 될 땅을 정화하고 있을 테니 그동안 두 분은 고향에 가서 정리 할 것 좀 정리하고 계세요. 갑작스런 이주에 환경까지 바뀔 테니 그쪽 원주민들은 여러모로 놀라지 않겠어요?”

    “…알겠다.”

    “여기, 차원 이동 티켓입니다. 명함과 사용법이 같습니다. 바로 출발할 건가요?”

    이윽고 헨리의 손에 가우스로 향하는 차원 이동 티켓이 주어졌다.

    평범해 보이는 티켓.

    그러나 두 사람은 그 어떤 보물보다도 귀히 받았다.

    그리고 한 번의 심호흡 끝에 헨리가 대표로 티켓을 찢었다.

    부욱!

    그러자 두 사람의 시야가 일순 바뀌었다.

    *

    탁!

    백색 체스 말이 움직인다.

    탁!

    이어서 흑색 체스 말이 움직인다.

    상대 없이 홀로 체스를 둔 지가 얼마나 됐을까?

    이제는 시간을 헤아리지도 않는다.

    모든 것이 주신의 수였다.

    주신은 다시 백색 체스 말을 들었다.

    여기다 이렇게 놓으면 그 녀석은 이렇게 두겠지? 하며 홀로 고뇌했다.

    그것이 세상을 잊는 그만의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주신은 한참의 고민 끝에 말을 놓았다.

    그 순간, 주신의 백색 말이 놓이자마자 흑색 말이 절로 일어나 한 걸음 전진했다.

    “체크메이트.”

    “…….”

    그 말에.

    그 목소리에.

    그 수에.

    주신은 쭈뼛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가장 먼저 트인 것은 다름 아닌 헛웃음이었다.

    “……이제 오느냐?”

    “예, 이제 왔습니다.”

    주신을 대신해 말을 움직인 이.

    헨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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